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6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68화(26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68화
“어떻습니까?”
신라자산운용 대표실.
도경은 투자 건과 관련해 류태화에게 보고를 하러 왔다.
“너무 좋습니다. 생각보다 더 좋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윤 본부장이 이리도 칭찬하는 곳은 처음인데요.”
“대표님께서도 리서치 자료를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퀀트엣지에서 넘어온 리서치 자료들을 건넸고, 류태화는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 자료를 읽던 류태화는 신기하다는 눈초리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게 빅데이터로 알 수 있는 겁니까?”
“정확히는 빅데이터를 두고 분석을 하는 사람의 능력에 달렸습니다. 그만큼 퀀트엣지의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 됩니다.”
류태화는 연신 주억이며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재미있네요. 그런데 그린셀은 처음 들어…… 아! 이번에 네 배 올라서 모두가 놀라는 그 기업이군요.”
“그렇습니다.”
“주변에서 워낙 시끄러워 봤는데…… 여기엔 8,820원이라 적혔는데 현재 주가가.”
“13,200원대입니다.”
“그사이 엄청나게 올랐네요.”
“네.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류태화는 테이블 위에 서류를 내려놓고는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린셀을 탑픽으로 뽑았는데, 우리도 진입했습니까?”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진입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들어도 되겠습니까?”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다?”
도경은 류태화를 바라보며 이야기 이어나갔다.
“그린셀이 만약 지금보다 더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거나, 아니, 기술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이 있었더라면 들어갔을 겁니다. 아주 작은 이유가 하나만 있더라도요.”
류태화는 가만히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어떻게든 건덕지를 찾으려 했지만, 없었습니다. 퀀트엣지의 보고서 말고는요.”
“하지만, 주가는 올랐습니다.”
“네. 근거가 없음에도 테마에 묶여 주가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순환매 시장에서 그저 테마 때문에 오른 주식은 가장 빠르게 떨어집니다.”
지금 코스닥은 순환매 시장이나 다름없었다. 어느 한 산업군이 눈에 들어오면 모든 돈이 그곳으로 몰렸고, 다른 산업군들은 철저하게 소외당하는 시장이었다.
이런 시장의 특징은 어느 정도 주가가 오르면 다른 산업군을 찾아 돈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야말로 도경이 말한 근거가 없는 기업의 주가는 가장 빠르고,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다.
“설령 주가가 오르는 걸 방해하는 요소들이 없어 빠르게 오른다고 하더라도, 그건 개인투자자들이 자신의 자산에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들어가거나, 더 소규모의 기관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소신대로 결정했네요.”
류태화는 자신이 봐왔던 도경의 모습 그대로라 안심하는 듯 말했다.
“그럼 우리의 포지션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블루웨이브에 진입했습니다.”
“블루웨이브요? 거기는 이미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까?”
“더 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블루웨이브는 2차전지 소재주의 대장 격인 기업이었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이었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대기업에도 납품하는 기업이었다.
3년 전보다 주가가 이미 네 배 이상 올라 시가총액이 10조 원이나 되었고, 코스닥에서 2위인 기업이었다.
“더 갈 수 있다고요?”
“네. 2차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린셀이 네 배가 오른 시장입니다. 블루웨이브의 현재 주가는 12만 원입니다만,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목표가는?”
“20만 원입니다.”
도경의 넘치는 자신감에 류태화는 눈을 치켜떴다. 설명이 필요하다는 표정이었다.
“주가를 상승시켜 줄 재료가 있습니다.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 유럽과 미국 시장 진출 등입니다.”
“코스피로 이전 상장 할 거라 봅니까?”
국내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이 있었다.
코스피는 전통적으로 대기업과 준대기업들이 상장되어 있었는데, 코스피는 코스닥보다 상장 기준이 까다로우므로 상장만 하면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투자금도 더 잘 모였다.
시장의 크기 자체가 달랐다.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주가를 상승시켜 줄 재료입니다. 거기에 블루웨이브는 이미 한 해 매출이 2조 원입니다.”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완성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캐파(생산능력)가 늘어나면, 당연히 블루웨이브의 매출에는 청신호입니다. 예상대로라면 올해 매출이 9조 원을 달성할 것 같습니다.”
블루웨이브는 확실히 2차전지 소부장 기업 중 스타였다.
2차전지의 계절이 찾아오면 누구보다 먼저 찾는 기업이나 다름없었다.
“현재 200억 원을 투입해 진입했습니다. 평균단가는 121,500원입니다.”
“좋습니다. 이번에도 본부장을 믿고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오겠군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참…… 이건 회사 측에서 한번 생각을 해보셨으면 하는 얘기입니다만.”
도경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퀀트엣지와의 협업을 회사 차원에서 늘려가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류태화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경은 사업적인 부분에서는 단 한 번도 얘기해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아쉬웠다. 뛰어난 사업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신라증권 인수 때 보여줘 놓고, 그 이후론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정도입니까?”
“네. 오히려 다른 기관과 협업을 하기 전에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해서…… 독점한다면 더 좋겠습니다.”
도경은 퀀트엣지의 능력이 있다면, 팀 내에서 내린 리서치와 교차로 검증하고, 전망하기가 더 편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일단 지금은 한번 고민해 보시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이번 투자에서 효과가 나온다면, 자세한 보고서를 써서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럼 고생해요.”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류태화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을 나섰다.
* * *
“본부장님, 오셨습니까?”
사무실로 복귀한 도경은 자신을 보고 다가오는 최우진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 있습니까?”
“아, 포지션 전부 잡았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발걸음을 옮겨 최우진을 따라나섰다.
두 사람은 트레이딩팀을 이끄는 최대훈의 자리에 섰는데, 최대훈은 도경이 보기 쉽도록 큰 화면에 트레이딩 시스템을 띄웠다.
“단기자금으로 배정된 300억 원을 나눠서 블루웨이브에 진입했고, 평균 단가는 122,000원입니다.”
“꽤 큰 금액인데도 평균단가를 잘 잡았네요.”
“네. 아무래도 한꺼번에 사면 모두 매집하기 전, 돈이 몰릴 것 같아 나눴습니다.”
“현재 주가가…….”
[블루웨이브 123,500 ▲1.23%]“자리 잘 잡으셨네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목표가는 어떻게 할까요?”
“19만 5천 원대부터 털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는 21만 원에 맞춰서 나옵시다.”
도경은 지금 주가에서 두 배는 더 오를 것이라 보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갈까요?”
“순환매 장세가 재미있는 게 그거 아니겠습니까? 이게 갈까? 싶은 게 가는 거 아시잖아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긴 몰라도 2차전지 업종에 있는 주들이 서로가 서로의 주가를 부양할 겁니다.”
“아, 뒤처지는 기분이 들기 싫은 돈들이 들어올 것이라 보시는군요.”
순환매 장세에서는 재미있는 그림이 한 가지 있었다.
1위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2위 기업의 주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1위 기업이 급속도로 오르기 시작하면, 손가락만 빨며 구경하던 사람들은 뒤처지기 싫어 2위 기업에 주가를 부양하기 시작한다.
“네.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좀 재미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2위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고 다시 사람들은 1위 기업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2위가 오르는데 1위 기업이 오르지 않을 리가 없다는 기대감이 그들을 이끌었다.
“일단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시장 상황 매일 보고 부탁드립…….”
띠링띠링-
그때, 최대훈의 자리에서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고, 알림의 주체를 확인한 최대훈은 도경과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린셀에서 리튬 광산의 지분을 취득했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기사 한번 보죠.”
도경의 말에 최대훈은 큰 화면에 기사를 띄웠다.
팔짱을 끼고 기사를 읽던 도경과 최우진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믿어야 할까요?”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지분 취득이야 어려운 것은 아니죠. 실제로 리튬이 나오는 광산인지가 문제죠.”
“그린셀의 주가가 5% 이상 오르고 있습니다.”
기사가 나오자 그렇지 않아도 오르고 있던 그린셀의 주가가 급격하게 치솟기 시작했다.
“일단 지켜보시죠. 그린셀에 대한 평가는 이게 그만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알아서 블루웨이브의 주가를 부양해 줄 것 같거든요.”
도경은 최우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방으로 향했다.
* * *
“점점 노골적이네.”
이틀 후, 도경은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그린셀의 주가 흐름을 보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신경을 쓰지 말라 말했지만, 모르긴 몰라도 지금 주식을 하는 시장 참여자들은 그린셀을 관심 종목에 넣어두고 체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린셀 29,500 ▲22.4%]며칠간 그린셀의 주가는 천장을 뚫을 기세로 오르고 있었는데, 2차전지에 관련한 그 어느 것도 생산하지 않는 기업이 2차전지 테마에 묶여 어마어마한 주가 상승을 하고 있었다.
똑똑-
“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최우진이 방으로 들어왔다. 얼굴에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보고 계시죠?”
앞뒤 다 잘라먹은 물음이었지만,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맞는 겁니까?”
“글쎄요. 서고은 씨가 그린셀에 관해 발표하며 좋은 말을 한 것 같은데요. 가치판단 하지 말자고.”
“후…….”
최우진이 긴 한숨을 내쉬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블루웨이브는 찔끔 오르는데 저게 저만큼 오르는 게 맞는가 싶어서 그래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린셀의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모두가 블루웨이브를 좋게 볼 거예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의심을 시장 참여자들이 똑같이 할 거예요.”
도경은 가만히 최우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차전지를 생산하겠다고? 21700 배터리를? 리튬 광산 지분을 취득했어? 지방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만들겠다고?”
그린셀이 직접 발표한 내용들이었다.
“지금은 기대감으로 오를 겁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불안해지는 지점이 오겠죠. 이게 맞나? 아니, 이거 어디까지 오르지?”
“…….”
“그때 이 흐름에서 방관하고 있던 방관자들이 2차전지 업종이 시장을 이끌어간다는 걸 알게 되고, 제일 먼저 찾을 종목은…….”
“블루웨이브.”
“네. 그린셀이 저만큼 올랐는데, 블루웨이브가 이거밖에 안 올랐어? 그럼 가야지.”
순환매 시장에서 무언가 지표로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그저 이 업종으로 돈이 몰리고, 그렇다면 거기에 올라타는 것이 다였다.
그리고 누가 먼저 이 시장을 빠져나갈 것인지 눈치 게임을 하면 되는 시장이었다.
애초에 기대를 하고 오르는 시장에서 나만 이성적일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블루웨이브를 픽하신 거예요?”
“그런 것도 있고요. 저는 아직 저를 못 내려놔서…… 제 돈도 아니고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피식 웃었다.
“그럼 기다리면 된다…… 이 말씀이죠?”
“네. 지켜보시죠.”
똑똑-
두 사람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최대훈이 방으로 들어왔다.
“본부장님, 부장님. 블루웨이브에 대규모 공매도가 투입된 것 같습니다.”
최대훈의 보고에 최우진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훈을 따라나섰다.
“5분 전에, 호가창을 긁으며 매도물량이 쏟아졌는데, 아무래도 공매도인 것 같습니다. 지금 같은 장에서 자신의 물량을 던질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최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장을 보는 눈이 좀 좋아졌네요.”
“가, 감사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최우진은 대응 방법을 도경에게 물어왔다.
“누군가가 지금 이 순환매장을 끝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광기를 우습게 보는 멍청한 이들이 있더라고요.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지켜보시죠.”
도경은 그리 말하며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최우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10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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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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