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7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70화(27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70화
“오늘 자로 블루웨이브는 주당 182,500원을 터치했습니다.”
열흘 후, 최우진은 환하게 웃으며 도경을 향해 보고하고 있었다.
“평단이 115,233원이니 약 58% 상승했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때 들어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민이 많았을 텐데, 팀원들 모두가 제 의견에 따라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경은 아직도 블루웨이브 주가가 내리꽂던 그 날이 떠올랐다.
악재 기사 하나에 미칠 듯이 내리꽂는 주식에 추가금을 투입하자고 했을 때, 최우진을 포함한 팀원들은 가타부타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의 의견을 믿어주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포지션을 구축했다.
“에이, 팀원들이 이제 본부장님과 함께한 날이 얼마나 되는데요. 감히 윤도경의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겁니다.”
“토를 좀 달아줬으면 좋겠는데…….”
“그건 또 제 전문 아니겠습니까?”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참,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그린셀의 주가는 현재 6만 원 후반대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확인했습니다.”
도경과 팀원들이 고민했던 그린셀의 경우는 이번 순환매장의 최대 혜택을 보고 있었다.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네?”
“주당 3천 원 하던 주식이 6만 원이 됐잖아요. 우리가 처음 퀀트엣지의 보고서를 받았을 때 8천 원대였고요.”
“글쎄요. 이상하게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드는걸요.”
도경은 최우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설령 1,000%가 올랐든 2,000%가 올랐든…… 애초에 처음부터 우리 팀원들과 결정을 내린 바로는 그린셀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상하게 저도 별생각이 안 드는 걸 보니…….”
“네. 우리는 우리의 투자 철학이 있으니까요.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지속 가능하게 나아가는 것이 눈앞의 수익보다 중요합니다.”
“맞습니다. 그린셀은 더 갈까요?”
“네. 그린셀도 더 갈 거고, 우리가 투자한 블루웨이브도 더 갈 겁니다. 다른 업종의 수급까지 모두 빨아들이고 있잖아요.”
코스닥에 상장된 다른 업종들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 업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돈을 빼, 2차전지 주에 투자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표가를 좀 더 올려잡을까요?”
“아뇨. 아시잖아요. 저는 단 한 번도 목표가를 수정한 적이 없는 거.”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판다.”
“네. 19만 원대부터 슬슬 정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최우진은 도경의 지시 사항을 메모했다. 그러고는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 공매도가 들어와서 폭락하던 그 날, 이 방에서 그 모습을 봤잖아요.”
“그렇죠.”
“창문으로 다가가서 밖을 한번 봐야 하나 싶었다니까요.”
“창문을요?”
“네. 전쟁 난 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크게 웃었다.
“참, MS랑 태산증권 공매도 대량 보유자 현황도 확인하셨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장주식 수 대비 0.5% 이상 공매도 잔고를 보유할 시에는 잔고 대량 보유자 공시 의무 대상이 된다.
대상이 되면 한국거래소에서는 이 잔고들을 모두 공개한다.
“그린셀에 공매도를 못 치니까, 블루웨이브로 다 몰린 것 같더라고요.”
외국계 투자은행인 MS와 국내 증권사인 태산증권이 블루웨이브의 공매도 잔고를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었다.
도경의 예상대로 태산증권이 이번 공매도 세력 중 한 축이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이벤트에는 늘 빠지지 않는 MS도 있었다.
“네. 대장주를 꺾으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2차전지 업종이 상승하자, 업종의 강세를 꺾기 위해 대장주나 다름없는 블루웨이브의 주식에 공매도를 친 것 같았다.
더불어, 최대 수혜자인 그린셀은 아직 공매도 조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블루웨이브로 더 몰린 것 같았다.
“개인들이 화가 많이 났던데요.”
“개인들이요?”
“네. 다들 블루웨이브 주식 빼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태산증권 이놈들 한번 죽어보라고.”
또다시 시장은 기관과 개미의 대립 상황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큰 충격이 없는 이상 주가가 천천히 내릴 것 같은데 태산이 고생 좀 하지 않을까요?”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산증권의 입장에서는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빌려온 주식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할 날이 늘어났다.
더군다나 이번 상승으로 인해 주식을 빌려준 사람이 블루웨이브의 주식을 팔아야겠다고, 돌려달라고 하면 현재 주가에서 사서 돌려주어야 했다.
“네. 마음고생이 좀 심할 겁니다. 더군다나 개미를 적으로 만든 건 태산의 선택 때문이었죠.”
“하기야, 태산증권 센터장이며 애널리스트들 전부 다 유튜브 나가서 국내 2차전지 섹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만 늘어놓더라고요.”
“거기다가 계속해서 좋지 않은 리포트를 내니…….”
“기울어진 운동장 소리 들어도 할 말 없어요. 이게 사실상 공매도 리포트가 아니면 뭡니까?”
최우진이 잔뜩 성을 내며 얘기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국내에서는 공매도 리포트 자체가 불법이었다. 하지만, 태산은 교묘하게 편법을 이용했다. 국내 2차전지 산업과 중국 2차전지 산업을 비교하는 리포트들로 말이다.
누가 봐도 자신들의 공매도 포지션에 도움이 되는 리포트였다.
“나중에 떨어지면, 우리가 옳았다고 좋아하겠지만…… 이번에는 태산이 무리수를 뒀어요. 업보는 뭐 본인들이 청산해야겠죠.”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도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시장을 거스르려고 하지 말라는 말을 조금 실감했달까요?”
“하하하.”
“본부장님 옆에 있으면 늘 배우네요. 그럼 고생하십쇼!”
최우진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본부장실을 나섰고, 도경은 그런 최우진의 모습이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환하게 웃었다.
* * *
“19만 원대에서부터 정리할까 합니다.”
“23~24만 원 간다는 전망이 많던데요.”
다음 날, 도경은 대표실을 찾아 류태화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특히 어제 미국에서 발표한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전기차 보조금 세부 지침을 보면,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입장이 대체로 반영되었더군요.”
한창 국내 산업을 위협했던 미국의 IRA 법안의 세부 지침이 공개되었고, 류태화의 말마따나 국내 기업의 편의를 상당히 봐준 결과로 나왔다.
“네. 말씀대로 한국 업체들은 현재의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IRA상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확인해 보니 호재로 받아들이고 2차전지 종목들이 다시 오르고 있던걸요.”
류태화의 말대로 그렇지 않아도 뜨거웠던 2차전지의 인기에 휘발유를 부은 격이었다.
미국에서 발표가 되자마자 국내시장은 개장 초부터 2차전지 업종이 또다시 모든 수급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므로 더더욱 빠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유를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국내 업체들만 편해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경은 류태화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 언론들은 IRA 세부 지침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제가 봤을 때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더 큰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FTA를 맺었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본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았는데도 보조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 새벽에 발표된 건이었는데 도경은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한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의 오랜 파트너인 파나소닉 같은 경우도 차 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테슬라의 입장에서는 일부러 국내 배터리 업체의 물량을 늘리지 않아도 되겠죠.”
“그렇겠네요.”
“더불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평이 강했는데, 중국 업체에도 문이 열렸습니다. 닝더스다이 같은 경우는 포드와 합작해 미국에 공장을 만든다고 하니…….”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우리 기업에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게 진정한 호재라면 우리만 받아야 했을 혜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참 부지런하네요. 벌써 파악을 끝내고.”
류태화가 웃으며 얘기해 오자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참, 퀀트엣지에 관한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까?”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말씀드린 보고서입니다. 저는 퀀트엣지가 우리 팀의 시야를 늘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야를 늘려주었다.”
“네. 마켓 사이클에 직접적으로 뛰어든 우리 팀의 입장에서는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류태화는 가만히 도경의 말을 집중했다.
“빅데이터와 수급 상황 등 매크로에서 벗어난 지표들은 객관적인 지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저희가 실제로 참여하고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의 다름을 전달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극찬을 하네요.”
“보고서에서는 좀 더 강하게 적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이달 말에 열리는 유성투자증권 임원 회의 때 한번 건의해 보겠습니다.”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도경이 퀀트엣지에 대한 투자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없었음에도 얘기해 오는 것을 본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도경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류태화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바라보았다.
“늘 고맙습니다. 덕분에 본사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있네요.”
“저야말로 이곳에 있을 수 있었던 건 대표님의 은혜라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늘 지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류태화는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은 류태화를 향해 진심을 담은 인사를 했다.
* * *
“앞으로 자주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 저녁, 도경은 퇴근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집 앞으로 나왔다.
같은 빌라의 주민이자 이제는 사업 상대가 된 황성현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동네 어귀에 있는 카페로 향했는데, 늘 웨이팅이 있던 곳에 오늘도 기다림이 없이 들어온 황성현은 도경을 향해 얘기했다.
“네?”
“오늘도 웨이팅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들어오고 나서…….”
“웨이팅이 생겼네요.”
도경은 황성현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사실 이곳이 테이크아웃도 되지만, 저는 이 분위기가 좋아서 기다려서라도 먹습니다.”
“네. 매장에 들어오면서부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마도 커피 향 때문이겠죠.”
도경의 말에 황성현은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투자에 성공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도경은 황성현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덕분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초입부터 확실하게 볼 수 있었던 건 퀀트엣지의 리서치 덕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기분이 좋은걸요.”
황성현은 정말이지 기분이 좋은 얼굴이었다.
“첫 기관투자자와 협업을 했는데, 첫 협업부터 우리 덕분이라는 얘기를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 자주 듣게 되실 겁니다. 진심으로 놀랐으니까요.”
퀀트엣지와 함께하며 도경이 좋았던 것은 계속해서 순환하는 시장 속에서, ‘앞으로 어떤 업종이 상승할 것이다’라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의 힘이었고, 그것을 훌륭하게 분석해 낸 퀀트엣지의 힘이었다.
순환하는 시장 속에서 모두가 상승할 업종을 찾아내기 혈안이 된 요즘 시대에 퀀트엣지의 합류는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제 얼굴에 금칠을 해주시네요.”
황성현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 협업한 곳이 신라라서, 본부장님의 팀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퀀트엣지 직원들도 신이 났습니다.”
“뭐가 말입니까?”
“진짜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업을 탑픽으로 꼽는지 배웠거든요.”
퀀트엣지에서 넘어온 탑픽은 그린셀이었다. 하지만, 도경은 그린셀이 아닌 블루웨이브를 택했다.
물론 주가는 그린셀이 엄청나게 올랐지만, 블루웨이브와 같은 우량주가 이만큼 움직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퀀트엣지였다.
“그리고 뭐라고 할까요. 조금 현란한 기술을 본 것 같아서 좋은 구경을 했다고 할까요?”
커피를 마시던 도경은 그게 무슨 이야기냐는 듯한 표정으로 황성현을 바라보았다.
“저희는 솔직히 블루웨이브에 악재가 뜨고 공매도가 들어올 때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당일 수집된 빅데이터에는 비아냥과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 공포가 다수였거든요.”
“그렇습니까?”
“네. 하지만, 다음 날 아침부터 빅데이터가 반전되는 것을 보고 아, 투자심리란 빅데이터로 모두 알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을 보완할 구석을 찾아 기뻤고요.”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수정할 거리를 찾으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황성현의 모습이 그랬다.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윤도경 본부장님과 팀의 모습에서 아주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제는 일을 더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습니다. 이번 협업에서 사업적 욕심이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경영자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을 황성현은 배웠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저 한마디 칭찬을 드렸을 뿐인데 몇 마디로 돌아오는 건지 모르겠네요.”
도경의 농담에도 황성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신라자산운용과 우리 퀀트엣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진지한 황성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황성현은 도경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1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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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