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7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74화(27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74화
“어서 오십시오.”
다음 날, 도경은 여의도에 있는 KFSG의 본사에 방문했다. 도경이 본사로 들어오자 맞이하러 나온 직원은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올라가도 되는데요.”
도경의 말에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정중히 모시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직원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KFSG는 여의도에 있는 빌딩의 두 개 층을 빌려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방문 때와는 달라진 구조에 도경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KFSG의 대표 강성호가 자신을 데리고 오라고 직원을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도경은 자신을 안내해 준 직원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옷 앞섶을 다듬고는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도경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대표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하하하, 윤 본부장.”
도경의 인사에 강성호는 반갑다는 듯 호쾌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매번 전화만 하고 언제 보나 했는데, 이렇게 우리 사무실까지 찾아와 줘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저번에 직접 찾아와 주셨으니, 이번엔 제가 와야죠.”
도경의 말에 강성호는 고개를 끄덕이다 손으로 자리를 가리켰다.
“앉을까요?”
도경이 자리에 앉자 강성호는 방 한편에 있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래, 얼굴을 보니 여전히 좋아 보입니다.”
“대표님께서 예쁘게 봐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강성호와는 몇 번의 협업으로 도움을 많이 받은 도경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윤 본부장 덕택에 여러 투자에서 이득을 봐서 이렇게 회사도 확장하고요.”
“아, 어쩐지 사무실 구조가 이전과 바뀌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강성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역시 눈썰미가 좋군요. 사실 한 층을 더 임대했습니다.”
“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상업용 부동산들이 좋지 않은 시기라 마침 우리 위층이 공실이 되었다고 해서요. 평소보다 더 저렴하게 나왔길래 썼습니다. 마침 회사 규모도 키우고 싶고 해서.”
도경은 자신에게 설명을 하듯 자랑해 오는 강성호의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남들은 다 직원들 내보내고 하는데 회사를 늘리는 게 맞나 싶었네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KFSG에서 인재들을 채용해 줘야, 다른 곳들도 따라가는걸요.”
“하하하, 그건 마치 우리가 업계 탑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제 상식에서는 그렇습니다.”
강성호는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만나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네요. 그게 아니면 나를 놀라게 하거나. 자, 그럼 오늘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뭡니까?”
강성호의 물음에 도경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라온바이오 지분 아직 들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류에 눈길을 주던 강성호는 도경이 그리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신라가 아직 정리하지 않은 것 같아서 들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서로 포지션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역시 선수들이었다.
서로의 포지션을 예측하였고, 꽤 정확했다.
“네. 그렇습니다. 라온바이오 주주총회 소집장 받으셨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강성호는 대답 대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주주총회 소집장 자체를 불쾌해하는 느낌이었다.
“한 번 더 힘을 합할까 하는데,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하하하.”
도경의 말에 강성호는 크게 웃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서 서류를 하나 가져왔다.
“윤 본부장, 다시 생각해 보시지요. 우리 KFSG에 합류할 생각 없습니까? 부대표 자리면 신라보다 더 좋은 대우일 건데.”
강성호는 그리 말하며 테이블 위에 서류를 올려두었고, 도경은 강성호의 이직 제의가 농담이란 걸 아는 듯 피식 웃었다.
“작년 유성투자증권 성과급 1위가 저였습니다. 맞춰주시겠습니까?”
“그건 힘들겠는데…… 어쨌든, 우리도 주주제안을 할까 했습니다. 신라도 마찬가지겠죠? 그럼 각자 서류를 읽어보죠.”
강성호의 말에 두 사람은 상대가 준비한 서류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 대표실 안에는 종이 넘기는 소리만이 들려왔는데, 이내 두 사람은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거 생각이 이렇게 같아도 되나 모르겠네.”
“저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외이사에 대한 풀을 여쭙기 위해 대표님을 뵈러 왔습니다.”
강성호가 건넨 서류에는 도경이 생각한 주주제안과 같은 제안들이 적혀 있었다.
특히 재무 이사 임명 건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혹시 임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한다는 것도 같았다.
“잘됐습니다. 나는 단 한 사람만 떠올랐거든요.”
“아, 다행입니다. 혹시 추천하실 분이 누구인지…….”
“윤도경 본부장이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강성호의 입에서 나오자 도경은 충격에 휩싸인 채 말없이 멍하니 강성호를 바라보았다.
* * *
“나쁘지 않은 방식인 것 같습니다.”
신라자산운용 대표실.
강성호와의 만남 이후 도경은 커다란 짐을 안고 류태화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강성호가 한 제의를 그대로 이야기하자 류태화는 나쁘지 않다는 듯 말해왔는데, 도경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최근 증권사 내에서도 다른 증권사 임원을 사외이사로 모시고 오는 게 붐입니다.”
증권사에 대한 여론의 준법 요구가 점점 강해지자 최근 몇몇 증권사는 경쟁 관계에 있는 타 증권사의 임원을 사외이사로 모시느라 여념이 없었다.
“선진증권의 경우는 명성증권의 재무 부분 대표가 사외이사로 임명되었다고 하더군요.”
도경도 들은 적이 있는 얘기였다. 선진증권을 시작으로 여러 증권사가 그런 길을 걷고 있었으니까.
“회사에 겸직이 금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정확히는 겸직이 금지가 아니라,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외이사는 높은 확률로 허가가 나오고요.”
류태화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얼굴을 보니, 하기 싫어하는 표정은 아닌데요.”
류태화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지금 자신의 표정이 궁금했다. 자신의 생각이 표정으로도 나오고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네. 대표님의 말씀처럼 하기 싫은 건 아닙니다. 다만…….”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다시 입술을 뗐다.
“다만, 제가 사외이사를 제안하는 이유는 기존 라온바이오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제가 그 자리에 과연, 모든 주주가 기대하는 만큼 잘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답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도경은 현업이 있었다. 물론 사외이사 대부분이 현업이 있었지만, 도경은 자신의 일이 성격이 다른 일이라 생각했다.
“글쎄요. 저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강성호 대표도 그리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
“본부장…… 아니, 도경 씨를 보면 늘 본인에게 가혹합니다. 상당히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해요.”
류태화는 오랫동안 도경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었다.
“늘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과찬이라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죠.”
류태화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도경 씨는 본인의 평가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입니다. 맡은 바는 확실하게 해내려는 그 성격 덕분에 이번에도 능히 해낼 거고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고민이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힘이 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뭐 그리고, 얼마 전에 연구 결과를 보니 사외이사가 해당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좀 더 열심히 일한다는 연구도 있더군요. 꼭 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립니다.”
“하하하, 그냥 일반 직원이었으면 하라고 지시했을 겁니다. 기회가 좋잖아요?”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 정도 답이면 만족스럽네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고, 류태화도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돕겠습니다.”
“네?”
류태화에게 보고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도경은 최우진과 한다현을 불러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는데, 대뜸 돕겠다고 말해오는 최우진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제가 사외이사 일은 돕지 못하겠지만, 본부의 일은 도울 수 있습니다.”
“저도 최우진 부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도경은 마치 짠 듯 얘기해 오는 두 부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물론 본부장님께서 하시는 만큼은 못 하겠지만요……. 그래도 저도 벤처투자부의 부장으로서 최대한 내부의 일을 신경 쓰지 않으시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다현이 그리 말하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기회잖습니까?”
“맞아요. 그냥 차버리기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도경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본부장님의 커리어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커리어는…….”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커리어뿐만 아닙니다. 라온바이오에 애정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기실 도경은 라온바이오를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다.
실적을 보면 주가는 분명 더 오를 기업은 맞았지만, 그것보다 더한 애정이 있었다.
처음으로 주주행동을 나서고, 처음으로 기업을 올바른 길로 이끌었던 것들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투자자들을 보면 상징적인 기업들이 하나씩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본부장님께 상징적인 기업은 라온바이오인 것 같네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바꾸시죠. 더 이상 기업들이 주주가 투자한 돈으로 제멋대로 운영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또, 국내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은 투자하지 말라는 소리가 쏙 들어가도록 말입니다.”
최우진은 그리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을 바라보았고, 한다현 또한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도경은 여전히 고민이 가시지 않았다.
물론 저들의 말이 맞았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이냐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네. 고민해 보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
세 사람이 한창 이야기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이연지가 방으로 들어왔다.
“본부장님, 말씀 나누시는 중에 죄송합니다. 보고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도경의 물음에 이연지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라온바이오의 소액주주들이 모여 소액주주 연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액주주 연대요?”
“네. 그리고 그…… 연대에서 본부장님께 서한을 보내왔습니다.”
이연지는 그리 말하며 서류를 도경에게 건넸고,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도경의 얼굴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
* * *
“주주총회 소집서를 받아본 주주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보름 후, 라온바이오 본사.
회의실에는 여러 임원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대표인 이재근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IR 담당 이사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뭐가 또 불만이랍니까?”
“올해는 왜 배당금이 없냐는 물음이 대부분입니다.”
라온바이오는 적더라도 매년 배당을 해주었는데, 올해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에 관한 안건이 없었다.
“받아 갈 사람이 없으니까요.”
이재근이 그리 말하자 이사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고, 몇몇 이사는 듣기 불편하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이사들의 입장에서 이재근은 전임 회장인 이정식보다 더한 막무가내였다.
“왜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
“우리가 기존에 배당하던 이유는 전임 회장인 이정식 회장님께서 JS건설에 돈을 붓느라고 배당을 한 건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배당은 주가를 부양하고, 회사의 가치를…….”
“회사가 번 돈을 나누는 게 왜 가치를 올리는 일입니까?”
이재근의 말에 IR 담당 이사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다른 회사들은 힘들다고 사업부도 팔고 구조조정을 하는데, 이럴 때야말로 회사에서 번 돈을 전부 R&D에 투입해서 회사의 규모를 키워야죠.”
Research and Development.
약칭 R&D는 연구개발을 뜻했는데, 이재근의 말이 아예 무논리는 아니었다.
다만, 말을 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이사들은 생각했다.
“대충 둘러대세요. 캐파(capacity, 생산능력) 늘리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려고 한다고.”
“……예,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띠링-
한참 회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IR 담당 이사의 휴대전화에서 알림 소리가 들려왔고, 이사는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무음으로 해둔다는 게 그만…….”
이재근은 자신의 말을 끊은 이사를 한번 노려보고는 다른 이사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IR 담당 이사는 테이블 밑으로 휴대전화를 내려서 슬쩍 쳐다보았는데, 메시지를 확인한 그의 얼굴은 급속도로 굳어갔다.
“대, 대표님.”
“아이, 이번엔 또 뭡니까?”
“주, 주주제안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주주제안이요? 그게 뭡니까?”
이재근은 처음 듣는다는 듯 물었고, IR 이사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일반 주주들이 주주총회의 안건을 제안하는 겁니다.”
“무시하세요.”
“사, 상법에 무조건 상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사의 말에 이재근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무슨 제안이랍니까?”
이재근의 물음에 이사는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첫째, 회사는 순이익의 30%를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사용할 것.”
IR 담당 이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 회의실에는 황당하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둘째, 주주 추천 사외이사 후보 제안.”
“사외이사 후보? 또 어디 우리 일에 비토 놓을 교수 나부랭이…….”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본부 윤도경 본부장을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한다.”
“뭐? 누구?”
“윤도경 본부장입니다.”
익숙한 이름이 들려오자 이재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딴 제안을 보낸 놈들이 누구입니까?”
“라온바이오 소액주주 연대입니다. 총참여인 2,849명이고 보유 지분은 4%입니다. 개미들이 뭉친 것 같습니다.”
IR 담당 이사의 말에 순간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이재근을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14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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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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