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7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76화(27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76화
“수성헬스케어는 국내 헬스케어 분야에서 1위 기업입니다.”
라온바이오의 자사주 교환 소식이 들려온 그 날 늦은 오후, 강성호와 KFSG의 몇몇 실무자들은 급하게 신라자산운용으로 넘어와 도경이 이끄는 전략투자본부와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당뇨, 혈압 진단 기기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하고 있는 기업으로 라온바이오가 진출하려는 사업과 많이 겹치는 기업입니다.”
수성헬스케어는 오직 의료기기만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였고, 라온바이오는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사였지만, 최근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라온바이오가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후계자인 이재근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업 아이템을 잘 정해 모두가 기대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 두 기업이 오늘 오전 대표끼리의 회동에서 자사주를 교환했습니다.”
라온바이오의 입장으로는 수성헬스케어가 먹은 점유율을 뺏어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경쟁 관계에 놓인 두 기업이 회사가 보유 중인 지분을 교환했다는 것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보통 협업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교환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고를 해나가던 이연지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수성헬스케어는 최근 원진자산운용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연지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주제였다.
헬스케어 국내 업체 중 1위 기업인 수성헬스케어는 최근 배당 컷을 발표하며 한 사모펀드에 의해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었다.
사모펀드는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려는 국내 대기업과 함께 지분을 확보해 나가며, 수성헬스케어를 적대적 인수하기 위한 작업 중이었다.
“수성헬스케어와 라온바이오는 이번 자사주 교환으로 아주 큰 이득을 얻었습니다. 두 기업 모두…….”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죠.”
이연지의 말을 받은 KFSG의 대표 강성호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기업의 오너 입장에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최후에 부릴 수 있는 마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자사주 교환입니다.”
강성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국내 거대 포털인 엔이버의 의장은 겨우 3.7%의 지분으로 엔이버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습니다. 왜?”
“태산증권과 자사주 교환을 통해서였죠.”
“그렇습니다. 엔이버는 태산증권과 자사주 교환을 하며 이런 조항을 달았습니다. 서로의 경영권에는 침범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라온바이오와 수성헬스케어가 맺은 자사주 교환 조약과 같았다.
“그럼 자사주 교환을 왜 하는가.”
강성호는 그리 물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도경은 입을 열었다.
“의결권 때문입니다.”
도경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모두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어떠한 표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엔이버 얘기를 해주셨으니 이야기를 이어나가자면, 엔이버의 의장은 3.7%의 지분을 가졌으나, 2%가 넘는 자사주를 태산과 교환하면서 실상은 5%의 지분을 가지게 된 것이나 다름없죠.”
단 한 줄의 조항 때문이었다.
‘서로의 경영권에 침범하지 않는다.’
마치 중세 영주들이 서로의 아들을 인질로 보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사주 교환을 했다.
“자사주로 있었으면 의결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었던 지분이 상대와 맞교환을 하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자사주를 가져간 쪽은 서로의 경영권에는 침범하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에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주었다.
이것이 겨우 3%의 지분으로 5%가 넘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었고, 3%의 지분으로 대기업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해외에서는 이와 같은 편법이 불가능했고, 오직 ‘국내’에서만 가능한 불공정한 마법이었다.
“편법이지만, 많은 기업이 경영권의 위협을 받을 때 애용하는 방법입니다.”
라온바이오와 수성헬스케어도 방만한 경영 때문에 지친 주주들의 제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런 방식의 자사주 교환을 행사했다.
“라온바이오 사주 일가와 이사진들이 보유한 지분 18%에 이번에 교환한 자사주 지분까지 합치면…….”
“21%가 우호 지분입니다.”
사실상 경영진의 해임이 전혀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라온바이오의 정관에는 총발행주식 수 중 의결권이 있는 지분의 80%가 찬성해야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으니까.
이미 21%가 현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라면…….
“우리도 방법을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KFSG의 강성호가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에 오며 우리의 법무 일을 대리하는 로펌에 연락해 보니, 정관의 해당 조항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가능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라온바이오의 정관같이 초다수결의제는 우리 상법에서 정한 가중치보다 더 많은 표를 요구했다.
당연히 이는 다수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법원에서는 연합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컸다.
“주주총회 전에 가능할까요?”
“효력을 정지시키는 건 가능합니다. 물론 그 이후 정식재판에 들어가서의 결과는 다시 봐야겠지만요.”
강성호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제안 내용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제안 내용을 바꾼다면…….”
“KFSG에서 라온바이오의 경영진이 되시죠.”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두가 놀란 듯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KFSG는 이미 여러 기업을 인수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KFSG는 주주행동주의 1세대 자산운용사였다. 단적인 예로 다 죽어가던 패밀리 레스토랑을 인수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거쳐 부활시켰고, 훌륭한 가치를 인정받으며 매각했다.
국내 M&A 학계에서는 교본에 나오는 사례가 될 정도로 기존 경영진들의 방만한 경영을 해치우고, 주주의 가치를 끌어올린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었다.
“물론 라온바이오의 경영을 우리가 맡는다면, 충분히 해낼 거라고 나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우호 지분은 너무도 적습니다.”
도경의 말에 강성호는 솔직한 심정을 얘기해 왔다.
“가처분 신청을 해 정관이 효력 정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경영진들을 끌어내리려면 적어도 우리가 저들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합니다. 어디서 6%를 확보하겠습니까?”
신라나 KFSG 모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실탄이 없는 상황이었다.
“나머지 지분들은 거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패시브 지분인데, 패시브 지분의 성격상 이런 경영권 분쟁에는 끼어들지 않으려 할 겁니다.”
아무래도 고객의 돈을 굴리는 지분이다 보니 괜스레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손실을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게 패시브 지분의 특징이었다.
“그럼 손실을 보전해 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도경의 말에 강성호는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도 무기가 있습니다. TRS입니다.”
* * *
“이야, 이게 누구야.”
이틀 후, 도경은 여의도 금융가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와 있었다.
바로 태산증권의 사옥이었다.
“대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경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는데, 상대는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저번에 금융인의 밤에 만나고 오랜만인 거지? 잘 지냈어?”
“예. 많은 선배님께서 신경을 써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도경에게 손을 내밀어온 상대는 태산증권의 대표 탁인우였다.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나에게 또 뭔가 요청하려고 찾아온 거 같은데?”
탁인우의 말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일단 앉자.”
탁인우는 30대 후반에 태산증권의 대표로 취임해 10년이 넘도록 태산을 이끌며 업계 1위 증권사로 만든 인물이었다.
물론 태산은 그의 아버지가 창업하고 여전히 명예 회장으로 있는 곳이었지만, 그저 핏줄 때문에 태산증권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는 듯 탁인우는 엄청난 고성장을 끌어냈다.
탁인우는 협탁에 있는 수화기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뭐 마실래?”
“아닙니다.”
도경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화기를 내려놓은 탁인우는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번에 코코본드 그거 우리한테도 좀 알려주지 그랬어. 우리 경고받고 아주 혼쭐났잖아.”
태산증권은 펀드 불완전 판매 건으로 인해 큰 곤욕을 치렀다. 물론 가장 큰 피해를 본 선진보다는 덜했지만, 생채기가 난 상태였다.
“예?”
“알고 있었지 않아? 불완전 판매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탁인우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라와 유성 내부에서도 몇 명밖에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놀랄 필요는 없어.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한 게 더 놀랍네. 어쨌든 탓하자고 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너무 탐나네. 윤도경 본부장이.”
탁인우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듯 얘기해 왔다.
“내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배운 게 딱 한 가지가 있는데 말이야.”
탁인우는 검지를 곧게 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거기서는 똑똑한 애들은 얼마를 써서라도 데려오더라고. 어때? 생각 있어?”
에둘러 말했지만,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하하하, 저번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말하더니 이번에는 고민을 해본다라…… 윤 본부장 나한테 큰 거 부탁하러 왔어?”
탁인우는 도경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는 듯 이야기해 왔고, 도경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아, 나는 이런 서류 보는 게 너무 골치 아프더라고.”
탁인우는 소파에 기대며 말했다.
“아니, 생각해 봐. 내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인재들을 끌어모았는데, 걔들이 열심히 하겠어! 안 하겠어? 그럼 내가 해줄 건 뭐냐. 설명을 듣고 납득이 된다? 그럼 결정만 해주면 되는 거야. 빨간불인지, 파란불인지.”
탁인우는 다리를 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실패에 대한 책임? 실패할 놈을 어마어마한 연봉을 줘가며 데려온 내가 지는 거야. 왜? 내 회사니까.”
도경은 탁인우가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회사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오너 마인드가 올바르게 작동한 사람이 탁인우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래에서 한 일은 최대한 믿어주고, 자신은 결정만 내리고 책임을 진다는 말.
어쩌면 모든 회사원이 바라는 상사의 모습이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짧게 설명해 봐. 내가 납득이 가게.”
탁인우의 말에 도경은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태산자산운용에 있는 지분이 필요합니다.”
도경의 입에서 결론부터 나오자 탁인우는 아주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공시를 확인해 보니 태산자산운용에서 라온바이오의 지분 약 7.72%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태산자산운용은 태산증권의 계열사였는데, 펀드를 만들어 태산증권을 통해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지분을 달라고? 글쎄, 그건 좀 곤란한데. 태산자산운용이 굴리는 펀드의 성격이 좀 얌전해.”
탁인우의 말마따나 태산자산운용에서 굴리는 펀드의 성격들은 전부 안전자산에 몰려 있었다.
기대수익률이 연 3~5% 정도로 회사원들의 퇴직금이나 법인의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대표님께 TRS를 요청드립니다.”
도경의 입에서 TRS란 소리가 나오자 탁인우는 꼰 다리를 풀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Total Return Swap.’
우리말로는 총수익스와프라 불리는 파생상품이었다.
쉽게 얘기해 총수익 매도자(A)가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을 보유하고, 총수익 매수자(B)에게 이익과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7.72%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저희는 2년간 연 2.5%의 이자와 함께 라온바이오가 다시 배당금을 지급하도록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다시 말해, 도경은 TRS로 해당 지분의 의결권을 가져오고자 했다.
이에 따라 태산자산운용이 얻는 것은 이자와 배당금이었고, 신라와 KFSG 연합 얻는 것은 의결권과 주가 변동의 수익이었다.
물론 주가 하락에 의한 손해도 연합이 보는 것이었다.
“너 뭐 재미있는 거 하는구나?”
“네. 라온바이오의 경영권을 뺏어오려고 합니다.”
“하하하.”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탁인우는 대표실이 떠나가라 크게 웃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1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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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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