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7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79화(27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79화
“자네가 국내 PI계의 한 획을 긋고 있어.”
다음 날,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본사에서 심주원, 류태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이런 일이 흔한데, 우리나라에선 어째서 일어나지 않는지 생각해 보면 말이야.”
심주원은 무언가에 심취한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주들의 힘이 너무 강했던 거지. 자신들도 그저 주주 중 한 명이란 것을 망각하고, 주주들에게 투자받은 돈을 자기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처럼 생각했고 말이야.”
국내 기업 환경은 투자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기업의 지배구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해외에서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주주들이 들고일어나겠죠.”
“맞아. 해외 기업의 CEO들은 분기마다 직접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 기업설명회)에 나와서, 회사가 하는 사업에 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하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실적이 좋지 않아 기업의 주가가 내려갈 것 같으면 그동안 쌓아둔 현금으로 시장에 풀린 주식을 매입했다.
주가의 하락을 회사에서 막아주는 것이다.
물론 해외의 모두가 이렇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런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컨퍼런스 콜에 CEO가 나오면 다행이지.”
심주원의 말에 도경과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IR 담당 하나 딱 보내서 주주들을 달래라고 하니까, 그 직원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자신은 결정권이 하나도 없는데.”
“맞는 말씀입니다.”
류태화가 동조하자 심주원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래서 이번에 자네가 하는 일을 지지했어. 물론 이사회를 설득하는 데 많은 힘이 들어갔지만 말이야.”
도경은 고개를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여기 계신 류태화 대표께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이사진을 설득해 주셨다고요.”
“하하하, 그게 내 일이야.”
심주원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얼마나 즐거워? 첫 임기는 어떻게든 유성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두 번째 임기에 들어서니까 여러 가지가 보이더라고.”
심주원의 얼굴에는 정말 행복하다는 듯한 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윤 본부장 너뿐만 아니라 우리 유성에는 여러 인재가 있고, 그 인재들이 하는 일을 지원해 주는 게 내 두 번째 임기에 할 일이야.”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보다 류 대표한테 더 해. 저기는 정말 힘들었을 테니까.”
심주원이야 유성투자증권에서 오래 몸담으며 이사진들을 휘어잡을 힘이라도 있었지만, 류태화는 신라자산운용의 이사진을 설득하는 데 어마어마한 고생을 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도경의 인사에 류태화는 피식하고 웃었다.
“아닙니다. 회사를 떠나야 할 사람의 목줄을 붙여 대표 자리까지 앉혀줬으니 당연히 지지해야죠.”
류태화의 농담 반, 진담 반에 세 사람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둘 다 오늘 약속 없지?”
“저는 없습니다.”
“그럼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 우리 집에 게장이 들어왔는데 게가 아주 실하더구먼.”
“집으로 초대해 주시는 겁니까?”
도경의 물음에 심주원은 별일이라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안 될 건 뭐 있나? 일어나지.”
심주원의 말에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재킷을 챙겨입던 심주원은 무언가 떠오른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참, 본부장.”
“네. 대표님.”
“내일 저녁에 약속 없지? 아니, 있어도 비워야 할 거야.”
내일은 주말이었기 때문에 도경도 딱히 일정이 없었다.
“없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글쎄. 내일 오전에 전화 갈 거야. 내가 말해주는 것보다 그쪽에서 직접 듣는 게 나을 걸세. 자! 갑시다.”
심주원이 그리 말하고는 앞장서서 방을 나서자, 도경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이내 나중에 생각하자는 듯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따라나섰다.
* * *
“누구시라고요?”
다음 날 오전.
주말을 맞아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경은 걸려온 전화에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유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비서팀 실장 김승구입니다.
구조조정본부는 유성그룹의 핵심 부서이자 컨트롤타워였다.
본부를 이끌어가는 건 부회장이었는데 회장인 한태오의 그림자이자 오른팔이었고, 총 8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비서팀은 총수 일가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집단이었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심주원 대표께 전해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저녁에 운월당으로 모시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저, 죄송합니다만…… 심주원 대표께 전해 들은 것이 없어서요.”
-아, 그렇군요. 넘겨짚어 죄송합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도경에게 매우 깍듯하게 대해왔다.
-오후 6시경 모시는 차량이 댁 앞으로 갈 예정입니다.
“운월당이라면…….”
-예. 한남동 회장님 자택이십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에 도경은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혹시 저를 만나자고 하시는 이유가…….”
-그것은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어쨌든 오후 6시까지 차량이 도착할 겁니다. 댁 앞에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도경이 대답하자 뚝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고,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왜 또 나를…….”
한참 자리에 앉아 골똘히 고민하던 도경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보면 알겠지. 그나저나 뭘 입고 가야 하나.”
그렇게 생각한 도경은 옷장을 열어 오늘 입고 갈 옷을 찾기 시작했다.
* * *
유성그룹은 재계 2위의 기업으로 1위인 미래 그룹과는 많은 차이가 났지만, 자산 총액 기준 300조를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15년 전만 해도 유성그룹은 재계 10위권을 간신히 유지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현 회장의 취임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성그룹 한태오 회장 취임 “재계 순위 더 끌어올려야.”」
「한태오 회장 “그룹의 자산 10배 이상 성장시킬 것.”」
「한태오 회장 “각 그룹사 통합 및 재배치할 것.”」
한태오는 취임 이후, 각 그룹사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유성에는 다른 기업에는 없는 과점 기업들이 있었다.
유성화학과 유성텔레콤은 각 분야에서 엄청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어마어마한 현금을 보유 중이었다.
「유성그룹, 반도체 시장 진출 선언」
「유성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바이오」
「유성배터리 분사, 2차전지 밸류체인 만든다」
두 개의 회사에서 나온 매출을 재투자하며 엄청난 속도로 미래가치를 창출할 산업에 올라타며 15년 만에 대한민국 재계 서열 2위로 올랐다.
“어서 오십시오.”
도경이 탄 고급 세단이 미끄러지듯 대저택의 입구에 멈춰 서자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도경을 반겨왔다.
“전화로 인사드린 김승구입니다.”
“아, 윤도경입니다.”
“회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김승구는 안쪽을 가리키며 손짓했고, 도경은 저택을 올려다보았다.
운월당雲月堂이라 적힌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이름처럼 달과 구름이 아주 잘 보이는 곳이었다.
한남동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저택이었다.
잠시 둘러보던 도경은 정신을 차리고는 김승구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와…….’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실내장식이 도경을 반겨왔는데 절로 입이 쩍 벌어졌다.
“어서 오게.”
한참 넋을 놓고 집을 바라보던 도경은 들려온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 먹고 왔나?”
“아닙니다.”
“잘했어. 식당으로 들어가자고.”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식당으로 들어섰는데 김승구는 그 자리에 멈춰서 도경과 한태오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앉지.”
넓은 식당에는 도경과 한태오의 자리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는데, 상석에 앉은 한태오가 손짓하자 도경은 재빠르게 자리에 앉았다.
“김 실장! 와서 재킷 받아줘.”
한태오의 말에 김승구는 식당 안으로 들어와 도경의 재킷을 받아주었는데, 도경은 부담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식사하자고.”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수저를 들어 올렸고, 도경 또한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정갈하게 준비된 한식이 도경을 반겨왔다.
한참 수저가 식기를 오가는 소리만이 들리던 그때 한태오는 입을 열었다.
“요즘 어떤가?”
한태오의 물음에 입안에 있던 음식을 재빠르게 씹어 삼킨 도경은 수저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재미있습니다.”
“재미있다?”
“네. 회사의 지원 덕분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어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미 한태오는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도경은 최근의 소감을 얘기했다.
“회사 일을 재미로 하는 인물도 있군. 그래, 최근에 어느 놈이 요란하게 내 곳간을 채우고 있다길래 알아보니 자네더군.”
한태오는 최근 들어 그룹사에 대한 보고를 받을 때 증권의 보고가 빠지지 않자 상세한 보고를 올리라 지시했고, 그 중심에는 도경이 있었다.
“그 친구는 어때?”
대뜸 그 친구라고 지칭해 오는 한태오의 물음에 도경은 가만히 한태오를 바라보았다.
“왜, 자네 팀에 해외에서 온 친구가 있다며. 세쿼이아인가?”
“아! 한다현 부장 말씀이십니까?”
한태오는 정말 모르는 것이 없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그래. 그런 인재가 자네 팀에 들어갈 정도인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다현 부장의 합류 이후 투자의 저변이 넓어졌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신라자산운용이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지? 대부분은 윤도경 자네의 손에서 벌어들이는 돈이고.”
“과장된…….”
“구조조정본부가 과장했다는 말인가?”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한태오는 수저를 내려놓고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봤던 대로 유성배터리는 분사했고, 앞으로 상장을 앞두고 몸집을 불리고 있어.”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일들의 현 상황을 한태오가 말해주고 있었다.
“인수한 폐배터리 업체도 국내에 라인을 건설하고 있고. 아나?”
“네. 팔로우하고 있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피식하고 웃었다.
“자네는 몸이 몇 개야? 일도 하고, 그룹의 일도 팔로우하고.”
한태오는 냅킨으로 입가를 훔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라스베이거스 일을 보상하려고 했더니, 심 대표 그 친구가 보상 말고 중요할 때 네놈을 지켜주라고 하더군.”
“…….”
“그런데 요즘 들려오는 소문을 들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자네를 불렀어.”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을 하고 싶나?”
“네?”
“하고 싶은 일을 말해봐. 증권 일도 좋고, 아니면 그룹의 일도 좋아.”
한태오의 입에서 나온 말에 도경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태오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있었다.
도경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고민을 하자 잠시 시간을 준 한태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없나? 없으면…….”
“펀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뭐라?”
“증권사에 취직한 건,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일도 만족합니다만, 제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도경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도경은 자신이 말실수를 했나 싶었다.
“허. 내가 한 말의 뜻이 뭔지 모르나? 네가 원하는 자리 어디든 내주겠다는 말이었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겨우 펀드를 하고 싶다고?”
한태오는 정말 윤도경이란 인물이 종잡을 수 없다고 느꼈다. 늘 예상 밖의 답을 해왔다.
“겨우 펀드라기엔…… 저의 꿈이었습니다.”
“다른 건 없나?”
“……팀에 추가 업무를 맡아줄 인원들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자산운용의 류태화 대표께서나 증권의 심주원 대표께서 신경을 써주고 계시지만, 그룹의 채용 정책이 한정적이라 들었습니다.”
“하하하.”
한태오는 크게 웃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알았네. 당장 필요한 인원부터 늘려주지. 자네가 하고 싶다는 일도 내 챙겨줌세.”
“감사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였고, 한태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 먹었으면, 내 말동무나 좀 하다가 가.”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도경은 한태오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한태오는 자신이 신경을 쓰고 있는 2차전지 사업에 관해 도경에게 수많은 물음을 던졌고, 도경은 답변하느라 진땀을 뺐다.
“오늘 즐거웠네.”
“저야말로 회장님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하하, 모르는 게 없는 자네가 내게 배울 게 있었다니 다행이구먼. 잘 가게. 자주 부르면 와서 내 말 상대나 해.”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저택을 빠져나갔다.
“김 실장.”
한태오의 부름에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실 실장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저놈 앞으로 회사 차랑 기사 붙여줘. 기사는 자네 팀에서 똘똘한 놈으로 붙여. 바쁜 놈 대신해서 증권사 일도 할 수 있는 놈으로.”
한태오의 말에 비서실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팀은 오직 한태오 일가를 담당하는 팀이었다.
“왜 답이 없어?”
“지시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출근해서 신라자산운용의 채용 인원 좀 늘려주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잘 모시라고 해. 내가 신경 쓰는 놈이라고.”
한태오는 그리 말하고는 다시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고, 비서실장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1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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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