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8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80화(28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80화
“오늘부터 윤도경 본부장님을 모시게 된 차선태라고 합니다.”
이틀 후, 아침 일찍 출근하려던 도경은 집 앞에서 자신을 향해 인사해 오는 남자를 보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예? 누구요? 저를 모셔요?”
“네, 그렇습니다.”
“저를 왜…….”
“유성그룹은 각 계열사의 임원분들께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합니다. 오히려 윤도경 본부장님께서 늦으신 것으로…….”
“아뇨, 아뇨. 저는 그냥 본부장인데요?”
“이사 대우를 받고 계시므로 당연한 권리이십니다.”
차선태는 그리 말하며 도경을 향해 서류를 건넸다. 유성그룹의 임원 예우 사항에 관련된 서류였다.
슬쩍 서류를 읽은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뜻 봐도 자신의 차보다는 몇 단계 높아 보이는 국산 세단이 제공되니 당황스러웠다.
“앞으로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제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예?”
“오늘부로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본부로 배속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차선태의 입에서 나오는 당황스러운 말들에 도경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았다.
“자세한 사항은 회사에 출근하시면, 류태화 대표님께서 설명을 하실 겁니다.”
차선태의 입에서 류태화의 이름이 나오자 도경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시죠.”
도경이 차에 올라타려 하자 차선태는 문을 열어주었다.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지만, 도경은 가만히 차에 올라탔다.
* * *
“본사에서 그렇게 진행하겠다더군요.”
“본사라면 어느 쪽을…….”
신라자산운용 대표실.
도경은 류태화에게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에 관해 물어보았는데, 류태화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 그룹 본사입니다.”
“…….”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사급들엔 운전기사와 차량이 지급되는 게 보수 규정이니까요.”
“하지만, 제게 배정된 차는…….”
보수 규정상 몇 단계 위인 사장급들이 타는 차량이었다.
“하하하,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본사에서 신경 써주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윤 본부장이 회사에 벌어다 주는 돈에 비하면 저 세단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차선태 씨는 전략투자본부 소속이 될 겁니다. 단순 운전기사뿐만 아니라 비서실 일을 하던 분이라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네. 백오피스 일은 누구보다 잘할 거라고 본사 구조조정본부를 이끄시는 부회장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만 아니라 본부장의 비서 일도 대신한다니까…… 뭐 필요한 일 있으면, 부르면 될 겁니다.”
“부담스럽네요.”
“처음엔 누구나 다 부담스럽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런데 우리가 언제까지 백오피스 일까지 모두 담당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임원 대우가 말뿐인 대우가 아니라, 제대로 대우받는다 생각하면 됩니다. 내규에 모두 나와 있었던 건데 지금까지 못 해주었던 거니까요.”
“감사합니다.”
도경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류태화는 피식하고 웃었다.
“감사는 나보다 회장님께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오히려 나야말로 윤 본부장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회장님과의 독대에서 무슨 말이 있었습니까?”
“네?”
“무슨 말이 있었길래 본사에서 이번 우리 신규 채용 TO를 늘려주라고 했냐 이 말이죠.”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도경의 앞에 내려놓았다.
“읽어봐도 좋아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서류를 들어 올려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축하합니다.”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해왔고, 도경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 * *
“어, 이쪽은 오늘부터 우리 본부에서 함께하게 된 차선태 팀장입니다.”
류태화와 이야기를 마치고 부서로 돌아온 도경은 직원들을 향해 차선태를 소개했다.
“차선태 팀장은 업무지원팀을 이끌게 될 거고요. 그간 각 팀에서 추가로 맡았던 일을 업무지원팀에서 이관해 갈 겁니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의 표정은 밝아졌다.
그간 업무지원팀의 부재로 각 부서의 막내들이 여러 가지 추가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고 본연의 업무를 해도 된다는 소리였다.
“인사하세요.”
도경의 말에 차선태는 한 발짝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
“새롭게 여러분들과 함께하게 될 차선태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짝짝짝-
차선태의 인사에 직원들은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조금 어수선합니다만,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상반기 신규 직원 채용을 통해 업무지원팀의 인원이 보충될 겁니다. 각 팀에 신입 사원들도 들어올 거고요.”
상반기 신규 채용에서 도경이 이끄는 전략투자본부에 배정된 TO는 12자리였다.
업무지원팀의 여섯 명을 포함해도 부서별로 세 명씩 더 늘어났다.
“당분간 업무지원팀에는 유성투자증권 백오피스에서 파견을 나와 일을 도울 겁니다. 그리고 업무지원팀은 제 직속 부서이니 무언가 할 말이 있으면 부장을 통해서 제게 하도록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해산하겠습니다.”
직원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자 도경은 차선태를 바라보았다.
“잘 부탁합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제게 물어도 좋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차선태의 인사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똑똑-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치던 도경은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문이 열리며 최우진이 들어왔는데, 도경은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부장님, 일 안 하십니까?”
“이것도 일입니다. 내부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도 제 일 아니겠습니까?”
양손에 커피를 든 최우진은 커피 한 잔을 도경의 앞에 내려놓았다.
너스레를 떨며 도경의 맞은편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은 최우진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래요?”
“네?”
“아니, 그렇게 인사팀에 백오피스 업무 처리할 부서를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더니.”
최우진의 말대로 도경이 인사팀을 찾아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펀드 부서도 사이드 업무를 처리하는 백오피스가 따로 있었는데 도경의 조직은 백오피스 팀원들이 없었다.
처음엔 워낙 갑작스레 생긴 조직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기간이 지나도 백오피스의 지원이 없었다.
“류태화 대표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애초에 모두가 조직 규모를 줄이려는 타이밍이라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요즘 증권사들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있는 조직을 없애는 판국에 조직의 크기를 늘리기가 영 부담스러웠다.
“그룹에서 당분간 지켜보자고 했다던데…….”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늘려주는 겁니까? 아니 우리 부서에도 세 명이나 신입을 늘려준다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커피를 홀짝였는데, 서류를 검토하던 도경이 입을 열었다.
“아, 회장님께 말씀드렸거든요.”
“푸, 푸흡…… 뭐라고요?”
“제가 회장님께 부탁드렸다고요.”
“회장이면…… TO를 말하는 거죠?”
TO는 그룹 내부에서 부르는 회장의 이니셜이었다.
“네.”
“뭔,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십니까?”
“그럼 뭐 어떻게 해야 하죠?”
도경은 고개를 들고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아니! 회장님은 언제 만나셨어요.”
“지난 주말에 운월당에 다녀왔습니다.”
무심하게 던진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다시 한번 놀랐다.
“거참, 놀라는 내가 이상한 건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시는 본부장님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떨떠름했는데 지나고 보니 거절할 것도 아니고, 그냥 받아야죠.”
“그럼 차선태 저 친구는…….”
최우진의 입에서 차선태의 이야기가 나오자 도경은 최우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입니다.”
“뭐라고요?”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내려왔더라고요. 아침에 류태화 대표님께서 신상명세서를 주셨는데 저도 놀랐습니다.”
구조조정본부는 유성그룹의 브레인들이 모인 부서였다.
그룹의 여러 계열사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는데, 그룹의 전반을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회장인 한태오의 그림자 부서라고도 불렸다.
“아니, 그런 양반이 왜…….”
“글쎄요. 회장님께서 우리 일에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아니, 갑자기 쫄리네. 아침에 차선태 씨한테 내가 막 대한 건 없겠죠?”
“막 대하셨어요?”
“그럴 리가 있나.”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어쨌든…… 알겠습니다. 차선태 씨와 관련한 건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최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사무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참, 부장님.”
도경의 부름에 최우진은 고개를 돌렸는데, 도경은 여전히 서류를 보고 있었다.
“저, 상무이사로 승진했습니다. 사장단 인사에 맞춰서 발표될 거예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고, 도경은 고개를 들고는 씩 미소를 지었다.
* * *
“똘똘한 놈으로 보냈어?”
유성그룹 본사 회장실.
회장 한태오는 자신을 보좌하는 구조조정본부를 이끄는 부회장을 향해 물었다.
“예. 김승구 비서실장에게 가장 유능한 직원으로 배속하라 지시했습니다.”
“잘했어. 자네가 챙겨.”
한태오의 말에 부회장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뭐가 궁금한 표정인데.”
“아닙니다.”
“왜 그놈한테 비서실 애를 붙였냐 묻고 싶은 거지?”
한태오가 묻자 부회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은 물어서도 안 되고, 그저 한태오가 얘기하는 걸 들어야 하는 위치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놈이야.”
한태오는 도경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동안 증권사의 보고가 올라올 때마다 골치가 얼마나 아팠나?”
유성투자증권은 유성그룹의 문제 요소였다.
실적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적을 못 낼 것 같으면 그룹의 지원을 받아 조용히 사업을 해가면 됐는데 그러지도 못한 곳이 유성투자증권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돈에 관련된 사고가 터지고, 사장을 갈아 치워도 그대로길래 증권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어.”
한태오의 말에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증권을 팔아 치우라고 지시를 한 적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심주원 그 친구가 대표가 되고 나서 많은 게 변했지. 이제는 선진증권도 따라잡고 2위가 되었다며?”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윤도경이가 있고 말이야.”
부회장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보좌하는 한태오는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사람이었다.
지금 한태오의 마음에는 윤도경이란 직원이 들어가 있었다.
“증권 일을 잘하고 있으니, 지금은 거기 두어야겠지만…… 나중에 그룹에서 필요할 수도 있는 인물이니 지금부터 관리하자는 얘기야. 알겠어?”
“네. 신경 쓰겠습니다.”
“그래, 김 실장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자네도 챙겨.”
한태오의 말에 부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룹엔 별일 없고?”
“네. 다들 상반기 채용을 준비하느라 외부적인 활동을 줄이고 있습니다.”
“그래. BH(Blue House, 청와대)에서 요즘 기업 채용에 신경 쓴다고 하니까, 너무 섭섭해하지 않도록 뽑으라고들 해.”
“네. 알겠습니다.”
“나가봐.”
한태오의 말에 부회장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려던 그때.
똑똑-
“들어와.”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구조조정본부의 이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부회장은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사는 서류를 부회장에게 건넸다.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자리에 앉아 있던 한태오는 무슨 일이냐는 듯 부회장을 바라보았는데,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부회장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갔다.
“영국에 있는 헤지펀드에서 우리 지주사의 지분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한태오가 놀란 듯 묻자 부회장은 서류를 그의 앞에 내려두었다.
구조조정본부에서 파악한 정보가 담긴 자료였는데, 유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유성의 지분을 누군가 사들이고 있다는 정보였다.
“스털링?”
“영국의 유명 헤지펀드입니다.”
“그러니까, 스털링 이놈들이 우리 지주사의 지분을 왜 모으고 있냐고.”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서류를 들고 온 이사를 바라보았고, 부회장의 시선도 그를 향했다.
“유성상선 한태정 회장이 끌어들인 것 같습니다.”
이사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이 한태오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갔고, 부회장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1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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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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