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8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81화(28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81화
“드디어 이 자리도 네 명이 되었네요.”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오전.
도경은 평소와 다름없이 간부들을 불러 회의를 하려는데 오늘부터는 회의 테이블을 채우는 사람이 하나 더 늘었다.
“차선태 팀장님 일은 할 만하던가요?”
“네. 워낙 다른 팀원분들께서 인수인계를 잘해주셔서 편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우진 부장님께서 매일 챙겨주셔서 일이 더 편합니다.”
“최 부장님이요?”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최우진을 바라보았는데, 최우진은 헛기침을 했다.
“크, 크흠. 그게 말이죠. 차선태 팀장이 워낙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옆에서 좀 편하게 해도 된다고 챙겨주는 중입니다.”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아무래도 최우진은 차선태의 신상에 대해 알다 보니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 같았다.
“최 부장님, 그럴 필요 없습니다. 차선태 씨 같은 경우에는 제 직속 부서니까 저랑 많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도경은 차선태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신기한 인물이었다. 제일 늦게 퇴근하는 도경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도 모자라, 매일 아침 일찍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본부 내의 백오피스 임무에, 도경의 개인 일까지 대신해 주겠다며 나서고 있었다.
“연봉이라도 많이 받으셔야 할 텐데…….”
“네?”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세 사람은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도경은 화들짝 놀라 손을 가로저었다.
“아, 아닙니다.”
도경이 당황스러워하자 피식 웃던 한다현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차선태 팀장의 합류 이후 일이 편해졌어요.”
모두가 한다현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저희 벤처투자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이미 투자를 한 대상이 해외에 있다 보니 국내법과 해외 법이 달라서 조금 헷갈리는데요. 그 부분을 백오피스에서 다 잡아주니 편해요.”
“그렇습니까?”
“사내 컴플라이언스 규정에 대해 문의를 할 때면 차선태 팀장이 상세히 알려줘서 도움이 많이 되네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과 최우진의 시선이 차선태에게 향했다.
“벌써 컴플라이언스 규정도 숙지가 끝났습니까?”
“제가 할 일이니까요.”
차선태는 표정의 변화 없이 당연하다는 듯 얘기했고, 도경은 피식 웃었다. 백오피스가 생김으로써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죠. 우리 차선태 팀장님은…….”
최우진은 무언가 말을 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차선태 팀장님은요?”
한다현이 묻자 최우진은 손사래를 쳤다.
“인상이 좋으시잖아요. 하하하.”
실없는 최우진의 말에 한다현은 미간을 찌푸렸고, 도경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행입니다. 본부 내에 백오피스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때 유능한 차 팀장님이 와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하고, 힘든 일 있으면 제게 말씀하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회의에 들어가겠습니다. 최우진 부장님.”
도경의 호명에 최우진은 준비한 서류를 들어 올렸다.
“얼마 전 있었던 라온바이오의 주주총회 이후 KFSG가 라온바이오의 경영을 장악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최우진의 말에 집중했다.
“대표이사는 일단 임시라는 직함을 붙여 기존 라온바이오의 연구본부를 이끌던 김지평 본부장을 대표로 임명했으며, 각각 이사진 또한 내부 승진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KFSG가 라온바이오의 경영을 장악한 이후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견제할 감사에는 회계법인 인진의 전무이사인 박현경 회계사를 임명했고, 사외이사로는 KFSG의 강성호 대표와 태산자산운용의 이사가 합류하며 내부 경영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었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내부 경영의 가닥이 잡히며 주가는 상당히 안정되어 가는 중입니다.”
도경은 서류를 넘겨 라온바이오의 주가를 확인했다.
[라온바이오 62,400원]경영 분쟁이 이슈가 되며 8만 원대에 진입하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만 원 이상 주가가 내렸지만, 기존의 주가가 4만 원대였음을 고려한다면 40% 이상 상승한 채로 주가가 안정되고 있었다.
“제 가치를 찾아갔네요.”
“네. 더불어 저희의 포지션이 29,000원이니 110% 이상 상승한 상황입니다.”
최우진의 보고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장기투자가 맞나 싶기도 하네요.”
“수익률이 기대보다 덜 하십니까?”
“아뇨. 장기투자는 가치를 보고 묻어둬야 하는데 너무 많은 액션이 있었어요. 라온바이오에는요.”
도경의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바이오가 제 가치를 찾아가기 위해 전략투자본부와 KFSG는 많은 개입을 했다.
“이제 마지막 개입이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KFSG 측에서 잘해주리라 믿지 말고, 좀 더 챙겨보세요. 문제가 있으면 바로 보고해 주시고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우진의 차례가 끝나자 도경은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한다현 부장님.”
“네. 저희 벤처투자부는 도큐센스의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몇 가지 했습니다.”
벤처투자부는 미국의 스타트업인 도큐센스의 투자를 관리하고 있었다.
“특히 인공지능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저희가 지분을 취득한 투자금으로 충당해 앞으로 운영 측면에서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는데요.”
“얼마 전에 앤디와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감원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도경 또한 도큐센스의 CEO인 앤드류 워커와 영상통화, 메일을 주고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집중했다.
“도큐센스가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다수의 개발자를 채용해 창의력을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하자면, 지금의 성장에는 사람을 갈아 넣은 것이라는 얘기였다.
“즉 도큐센스의 경쟁력은 개발자들에게서 온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잠깐의 비를 피하고자 그 개발자들을 잘라낸다면,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성장이 주춤하게 됩니다.”
“그렇죠.”
“그래서 앤디와 대화를 나눈 결과 인력 감축 없이 FI를 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한다현이 이끄는 벤처투자부는 도큐센스에 대한 재무적 컨설팅을 주로 해주고 있었다.
“FI 말입니까?”
Financial Investors.
통칭 FI는 재무적 투자자를 말했다. FI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배당 혹은 빌려준 돈에 대한 원리금을 받는 형태의 투자자였다.
“배당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과 같은 시기에 FI가 들어올까요?”
도경의 물음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세쿼이아에서 2,6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이자는 4% 정도 선에서 해결될 것 같습니다.”
“세쿼이아에서요?”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설득해 내기 힘들었습니다만, 앤디가 세쿼이아 측에 세 차례 정도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미래 사업성에 대해 좋게 봐준 것 같고요.”
“제가 라온바이오 일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도경은 기분이 좋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보나 마나 한다현 부장이 엄청난 치장을 해주었겠죠. 앤디는 그런 성격이 되지 않으니까요.”
물음에도 한다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경은 알 수 있었다. 한다현은 오랜 기간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가졌고, 또 필드에서 일해보며 스타트업이 어떤 것을 어필해야 투자자들에게 매력 포인트가 되는지 잘 알았다.
“좋습니다. 도큐센스를 인큐베이팅 하는 문제는 한다현 부장에게 일임하겠습니다.”
적임자를 데려왔고, 적임자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경이 해야 하는 것은 믿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한다현은 이미 여러 가지로 자신에게 능력을 보여주었으니까.
“감사합니다.”
“좋습니다. 차선태 팀장은 보고할 것이 있습니까?”
“유성투자증권 백오피스에서 지원하러 온 직원들과 손발을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간혹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은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실수라고는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표정으로 얘기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최우진이 그리 말하자 도경과 한다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 문제는 모두 양해하고 있으니, 너무 힘주지 않아도 됩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차선태는 고개를 숙였다.
“자,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요. 당분간은 액션 없이 현행 유지가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단기자금은…….”
“일단 홀드하죠. 본격적으로 Sell in MAY 효과가 지나고 들어가도 되니까요.”
주식 판의 격언 중에는 ‘5월에 팔아라.’라는 말이 있었다.
5월부터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8월까지는 수익이 나오지 않는 구간이었다.
“7월이니, 한 달 더 지켜보자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네. 단기자금은 굳이 바닥을 잡을 필요도 없고 시장 분위기 보고 들어가도 되는 자금이니까요. 그럼 한 주간 고생합시다.”
도경의 말에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본부장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 * *
“어떻게 됐어?”
유성그룹 회장실.
회장 한태오는 구조조정본부를 이끄는 부회장 이대수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YS상선 내부의 정보를 취득한 결과 상선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일 같습니다.”
YS상선은 원래 유성상선이라 불리던 해상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한태오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유성의 내부 경영 승계의 방식대로 동생인 한태정은 상선을 들고 독립을 해야 했다.
“그럼 한태정이가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거야?”
“최근 한태정 회장이 유럽 출장을 가며 영국에 들렀었는데 스털링 펀드도 일정에 포함됐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직 추측 단계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태정 회장의 방문 일주일 이후부터 스털링은 우리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부 내에서 지분을 관리하는 친구가 최근 들어 외국계 창구를 통한 매입이 강해지자 따로 조사를 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건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둘 사이의 만남이 있었다는 것이다.
“몇 퍼센트 모았나?”
“현재 3% 이상 들고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대응책은?”
“일단 자사주 매입을 공시해 주가를 띄울까 싶습니다. 자사주 매입하면서, 스털링에서 우리 지분을 계속해서 사들이는지 봐야 합니다.”
자사주 매입을 공시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부양될 수 있으니 여러 투자자가 모일 것이고 주가가 상승할 것이다.
주가가 상승하는 와중에도 스털링이 주식을 사들인다면, 확실히 의도가 있는 것이라 봐야 했다.
“그렇게 진행하고, 매일 보고해.”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증권에…….”
무언가 말을 하려던 한태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네. 나가봐.”
이대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회장실을 나섰고, 한태오는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 * *
“헨리, 잘 지냈습니까?”
그날 밤, 퇴근 후 도경은 집에서 세쿼이아 캐피털의 CEO 헨리 모건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다.
-하하하, 윤! 오랜만입니다. 얼굴이 더 좋아 보이네요.
“도큐센스를 도와주기로 했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도경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화면 너머 헨리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 정도인가 싶습니다. 우리는 늘 실리콘밸리에 대한 투자를 해왔고, 이번에는 앤드류 워커가 훌륭했을 뿐입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헨리의 말에 집중했다.
-앤드류 워커는 원래 우리 같은 투자자에게 굉장히 적대감을 보이는 부류였는데, 엄청나게 변했더군요.
“앤디가요?”
-네. 우리는 총 세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요구했습니다. 실무자와의 프레젠테이션, 우리에게 투자하는 투자자들과의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가 포함된 세쿼이아의 임원진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이요.
도경은 한다현에게 앤디가 총 세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모든 단계에서 합격을 받았고요. 도대체 어떻게 앤디를 변화시킨 겁니까?
“놀랍게도 제가 한 건 없습니다. 모든 게 다 제시카가 한 것이죠.”
도경의 말에 헨리의 미관은 찌푸려졌다. 제시카는 한다현이 미국에서 생활할 때 쓰던 이름이었다.
-이것 참, 제시카를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요.
“하하하, 앤디의 태도에 대해 조금 걱정했었는데 헨리가 그리 말할 정도면 걱정을 그만해도 되겠습니다.”
-네. 앤디는 드디어 개발자의 티를 벗은 경영인이 된 것 같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앤드류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내는 재능과 아이템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경영인에게는 투자자를 끌어모아야 하는 숙명이 있었다. 사업은 돈으로 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앤디는 투자자를 대할 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하는 경영자였는데, 이제는 부족했던 부분을 많이 채운 것 같았다.
-제시카의 능력입니다. 제시카가 관리하던 스타트업들은 모두 제시카를 그리워하고 있어요.
“세쿼이아에 뺏기기 싫으니 더 나은 대우를 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쎄요. 더 나은 대우는 이미 우리가 제시했지만, 제시카는 신라를 선택했습니다. 바로 윤 당신 때문이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한다현을 더 믿고 더 많은 권한을 줄 예정이었다.
-어쨌거나, 신라가 좀 더 실리콘밸리에 많은 투자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 부분은 도큐센스의 일이 안정되고 나면 더 진행할까 합니다.”
-아주 좋은 소식인걸요. 참!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하던 헨리는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손뼉을 쳤다.
-유성에 재미있는 소문이 돌던데요.
“재미있는 소문이요?”
-런던 쪽과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도경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헨리를 바라보았다.
“아, 저는 계열사에 있어서 잘 모르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어제 런던에 다녀왔는데, 한 헤지펀드에서 투자를 하지 않겠냐고 묻더군요. 유성에서 파티가 일어날 거라고.
“파티요?”
-경영권 분쟁이라고 하던데…….
헨리의 말에 도경의 얼굴은 급속도로 굳어가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2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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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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