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8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83화(28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83화
“어디서 유출된 거야.”
털썩 주저앉은 한태오는 말할 기운도 모두 사라진 듯 허탈한 말투로 부회장 이대수를 향해 물었다.
“애초에 이 정보를 아는 사람이 그룹에 몇이나 되나? 자네와 나, 그리고 법무팀장…….”
“외부 로펌 쪽 인원도 몇 명 알고 있습니다.”
유성그룹의 상속 문제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선대 회장이 자식들 간에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하다 노선이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작고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경영권 경쟁에서 앞서고 있던 한태오는 동생들이 연합을 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자 무리수를 던졌다.
「유성그룹, 작고한 한경수 회장 유언장 공개」
「한경수 회장 유언장에 후계 구도 명시」
「한경수 회장 법정 대리인 “유언에 따른 후계자는 한태오 유성반도체 사장”」
「10년간 지속된 상속 전쟁 마무리되는 유성…….」
「한태오 신임 회장 “유성의 새 시대 열겠다.”」
바로 대외적으로 전임 회장의 유서가 있다는 공표를 한 것이었다.
물론 유서를 본 것은 소수의 인물이었고, 동생들은 유언에 따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풍에 따라 작은 회사를 상속받으며 독립을 해야 했다.
그런데 상속 전쟁이 끝나고 20년이란 시간 동안 동생들은 계속해서 한태오의 자리를 노려왔고, 한태오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지출을 했다.
개인 자산을 남의 말에 속아 주식에 투자할 만큼 유성의 성장과 더불어 경영권을 지키는 데 보낸 시간이었다.
“예측되는 곳이 있나?”
“법무팀과 외부 로펌 쪽으로 조사를 해볼까 합니다.”
“이번 일은 대수 네가 진두지휘해야겠다.”
그런 한태오의 곁에는 책사이자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충복 이대수가 있었다.
모든 판을 설계해 자신을 회장의 자리에 올려준 것이 이대수라고 한태오는 믿고 있었고, 형제들보다 더 형제처럼 생각했다.
자신의 모든 기쁨과 슬픔에는 이대수가 함께했다.
“맡겨주십시오.”
“지분은 내줘야겠지?”
몇 시간 만에 한태오는 굉장히 지친 표정이었다.
지난 세월 동안 한태오는 피곤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열정적으로 뛰었고, 누구보다 그룹에 헌신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피곤함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
한태오의 물음에 이대수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언제나 그렇듯 자네가 답을 하지 않는 것은 내게 불리한 판이라는 이야기겠지.”
“대책팀을 만들까 합니다. 제가 직접 나서고 법무, 재무, 사업 분야에서 선수들을 데려와 5명 정도로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겠습니다.”
“고마워.”
“아닙니다. 제 일입니다. 최대한 회장님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이대수의 말에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다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증권에서 인물을 당겨오는 건 어때?”
한태오의 입에서 증권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대수의 눈썹은 살짝 꿈틀했다.
“……혹시 윤도경 그 친구를 마음에 두고 계십니까?”
이대수의 물음에 한태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시기를 보겠습니다. 구조본 직원들은 그 친구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못한 친구들이 아니니까요.”
이대수가 그리 말하자 한태오는 무언가 아쉬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자네의 판단을 믿어야지. 하지만, 그 친구가 그렇게 평가절하당할 친구가 아니니 인력이 필요하면 최우선으로 찾아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고생해.”
이대수는 한태오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회장실을 빠져나왔는데, 회장실 앞에는 비서팀의 김승구가 대기 중이었다.
“윤도경이랑 레디언트에 대한 보고 차선태에게 실시간으로 올리라고 해.”
“예?”
“차선태에게서 올라오는 보고는 무조건 나를 거치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아주 피곤해 보이시니 오늘 오후 일정은 웬만하면 잡지 마. 아니, 당분간 외부 일정을 줄이는 게 좋겠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승구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이대수는 굳은 표정으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 * *
“들어오라고 하지.”
여의도에 위치한 한 호프집.
퇴근을 한 도경은 최우진과 함께 이곳으로 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들어오라고 했는데, 운전을 해야 한다며 거절하던데요.”
“크으…….”
최우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저 뭐야. 너무 기계던데?”
최우진의 입에서 나온 주제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선태와 관련된 얘기였다.
“오히려 너무 FM이라 그 뭐라고 해야 하나. 불편한 느낌이야. 상사 하나 더 모시는 것 같고.”
“선배가 좀 더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냥 정말로 우리 팀의 백오피스 일도 하고, 제 개인적인 비서도 되는 사람으로요.”
“그렇게 생각을 하려고 해도…….”
“한다현 부장이랑은 벌써 친해진 것 같더라고요.”
도경은 오전에 본 상황을 최우진에게 설명했고, 최우진은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야, 둘이 썸타나?”
“뭐라고 해야 하지. 왜 그렇잖아요. 어느 조직이나 들어가면 편한 사람이 하나 있는 거.”
“그렇지.”
“차선태 팀장에겐 한다현 부장이 편한 상대일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다행인데……. 어우, 난 모르겠다.”
최우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나저나, 유성 어떻게 될 것 같아?”
최우진의 입에서 유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기실 오늘 두 사람이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것도 회사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오후에 모두가 놀랄 뉴스가 뜨며 도경 또한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조금 심각한 상황인 건 맞는 것 같네요.”
“아니, 도경 씨가 그렇게 얘기할 정도면 진짜 심각한 거잖아.”
“지금까지 한태오 회장이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유성의 지분을 모두 차지했어요.”
도경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최우진은 마른안주를 먹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성은 대대로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잡았었는데 선대 회장은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어요. 유성이 앞으로 살아남을 길은 능력주의라고 봤던 거죠.”
“그렇지. 그 당시에는 좀 파격적이었지.’
“네. 그 당시에는 모든 재벌가가 장자상속만 주장하던 때였으니까요.”
지금은 어쩌면 능력주의 상속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마치 중세의 영주가 장자에게 상속을 하던 것과 같은 모습이 주를 이뤘다.
“그렇게 한참 상속 전쟁이 시작되고, 한태오 회장과 그 형제들이 서로를 적대시했던 때가 있었고요.”
“그런데 결국 능력은 한태오 회장이 제일 좋았던 거잖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태오 회장은 자신이 맡은 텔레콤을 국내 점유율 1위를 넘어 50%가 넘는 점유율을 달성하며 유성그룹에 현금 창출이 가능한 사업을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안타까운 거죠. 차라리 선대 회장이 이 능력을 일찍 알아보고 장자상속을 했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노선을 정해주었다면…….”
도경은 말끝을 흐렸다.
“어쨌거나, 선대 회장 작고 당시에 한태오 회장은 유언장의 존재를 밝히며 자신이 적법한 후계자라고 말했고,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합의가 된 거였습니다.”
당시 합의가 끝나고 한태오의 형제들은 계열사를 상속받으며 독립해 나갔다. 유성그룹 방계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형제들은 끊임없이 한태오의 자리를 노렸고 한태오는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지배구조를 강화했다.
“한태오 회장은 자신의 경영권을 단단하게 하는 방법으로 지주사로의 전환을 선택했습니다.”
“맞아. 순환출자라는 건 불안한 고리가 늘 있었으니까.”
“네. 지주사를 만들어 자신이 제일 많은 지분을 가지면, 밑으로 모든 계열사를 장악하기 편해지니까요.”
순환출자는 그룹의 총수가 적은 양의 지분을 가지고 각 계열사가 서로 물리도록 지분을 가지고 있게 만들면 겨우 한 자릿수 지분만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고리는 언제나 불안함을 드러냈고 한태오는 지주사로의 전환을 택했다.
“문제는 지주사인 유성의 지분 대부분이 선대 회장에게서 상속받은 지분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으로 인해 만약 한태오 회장이 단독으로 상속받은 지분이 쪼개진다면…….”
“취약해지겠지.”
“네. 유성이 지주사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반대로 지주사라 그걸 빼앗기면 모든 계열사를 빼앗기는 것과 같으니까요.”
“에이, 거기까지 가겠어?”
최우진이 별걱정을 다 한다는 듯 말하자 도경은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최우진에겐 말하지 못하는 문제이지만…….
유성의 경영권이 이미 외국 자본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오늘 YS상선 한태정이 소송을 건다는 발표를 보고 도경은 한태정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인 거라 생각했다.
“뭐 어쨌든, 직원들이 좀 싱숭생숭해하는 것 같아 내가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하나 싶었어.”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야 뭐, 주인이 누가 되든 별다른 문제야 있겠느냐만서도…… 이게 마음이 그렇지 않네.”
사실 일반 사원들의 입장에서야 회사의 회장이 누가 되든 무슨 상관이겠느냐만, 뉴스에 회사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에서 마음이 편할 리는 없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좀 더 지켜보시죠. 유성의 구조본에서 잘 알아서 방어할 겁니다.”
“그래. 내일 가서 직원들 잘 다독여야겠네.”
“제가 나설까요?”
“에이, 아냐. 이 정도는 내가 해야지.”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본부장님.”
이틀 후, 류태화에게 보고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도경은 자신을 부르며 다가오는 최우진을 보고 멈추어 섰다.
“무슨 일 있나요?”
“유성에서 공시를 했습니다.”
“유성에서요?”
“잠시 휴게실로 가실까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최우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공시 내용을 보여주었다.
“한태오 회장과 관련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은 확실하게 준비해 대응하겠다는 공시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워낙 시장을 달구고 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따로 풍문에 대한 공시를 해야 했다.
“그리고 더불어 자사주 매입 공시를 했습니다.”
“자사주를요?”
“네. 매입 목표 지분을 제시했습니다.”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지분의 총 4%를 매입한다고 합니다.”
“지금 유성의 주가가…….”
“어제 종가 기준 12,500원입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의 돈을 쓰든 4%의 지분을 모을 때까지는 시장에 풀린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얘기였다.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외국 자본이 몰래 지분을 매수하고 있는 이 타이밍에 주가를 올린다면, 상대는 목표했던 지분을 모으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써야 했다.
“자사주 매입이 뜬금없긴 한데, 어쨌든 시장은 강력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본부장님이 오시기 전에 14,000원까지 오르는 걸 체크했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혼란을 틈타서 경영권을 노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더더욱 우리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 같네요. 그럼 일하러 가 볼…….”
지이잉-
그때, 최우진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는데 화면을 확인한 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본부장님.”
“무슨 일 있습니까?”
“제가 유성 공시에 알림을 걸어뒀는데…….”
최우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지분 대량 보유 공시가 떴습니다.”
“지분 대량 보유요?”
“네. 스털링입니다. 영국의 헤지펀드요.”
“목적은요?”
“일반투자입니다.”
최우진의 입에서 일반투자라는 말이 나오자 도경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24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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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