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8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85화(28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85화
“대응을 이렇게밖에 안 한다고?”
일주일 후, 도경은 여전히 유성의 경영권 분쟁을 팔로우 중이었다.
경영권을 노리는 공격 측의 공세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갔지만, 유성의 대응은 도경이 봤을 땐 의문이 들 정도였다.
「스털링 “경영권 지키기 위한 자사주 매입 반대.”」
「스털링 “자사주 매입 규모가 배임에 해당될 정도로 커.”」
「스털링 “법원에 자사주 매입 중지 가처분신청 넣을 것.”」
「유성그룹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 경영권 방어와는 상관없어.”」
「경영권 분쟁에 치솟는 유성 주가」
며칠 사이 흘러나온 뉴스들은 누가 봐도 스털링의 움직임이 매서웠고, 유성은 그저 상대가 해오는 공격을 받아치고 있을 뿐이다.
도경도 라온바이오를 비롯한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행동을 할 때 여론전이 가장 우선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무기를 휘둘렀다.
“그런데 유성에서 모를 리가 있냐고.”
하지만, 유성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특히 회장인 한태오가 전면에 나서 경영권에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할 타이밍인데도 오히려 숨어버린 느낌이었다.
“회장이 오히려 계열사 공장들을 돌아다녀야 한다고 적어놨는데…….”
도경은 오히려 지금 한태오가 유성이 여기까지 성장하는 데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 또 총수의 지시로 진행한 중점 사업들이 그룹의 주축 사업이 되어 있다는 걸 어필하라고 보고서에 적어두었다.
한태오의 존재가 오히려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걸 개인투자자를 포함해, 기관투자자에게 보여주어야 했다.
“한태오는 유성 그 자체라고.”
재벌 기업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지 않은 건 도경도 마찬가지였지만, 유성은 한태오가 키운 그룹이었다.
재벌 특유의 ‘주인 의식’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 과감하게 투자했던 한태오의 원동력이었다.
“소송 문제도 너무 많은 걸 오픈해.”
한태정 측은 당연히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의 승산이 높다 보니 떠들썩하게 법적 절차를 밟고 있었다.
「유성그룹 핵심 관계자 “총수 일가의 상속 문제에 관해서는 알지 못한다.”」
「“유언장이 있던 것으로 알아.”」
「“상속은 이미 오래전에 합의하고 진행된 일. 지금 와서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지금 언론 대응이라고 하는 거지?”
하지만, 유성그룹은 핵심 관계자라는 사람이 나서 오히려 대중의 관심이 몰리도록 하고 있었다.
유산상속 문제는 여론전에서 빼고, 뒤에서 조용히 진행해야 할 일이었다.
오히려 여기서 상대의 공격 핵심인 유언장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모두의 신경이 유언장의 존재 여부로 쏠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가장 모범적인 답은 ‘법원에서 모든 걸 소명하겠다.’라는 말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보고서를 전달했는데도 이 정도면…….”
보고서 내에는 한태오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나서는 걸 안 좋아하나?”
허탈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던 도경은 정신을 차리고는 트레이딩 시스템이 켜져 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주가가 3만 원을 향해 달리고 있네.”
경영권에 대한 문제가 터지자 주가 변동이 클 리가 없는 지주사의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유성의 주가는 주당 3만 원을 향해가고 있었다.
“매집이…….”
도경은 유성의 거래 동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스털링이 더 줍는 건가?”
지금 유성의 주가는 연기금이 팔고 개인과 외국인, 기관이 사들이는 모습이었다.
특히 외국인의 매수세가 무서울 정도였다.
“이거는 한번 체크해 봐야겠는데.”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아, 부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윤도경입니다.”
-하하하, 우리 윤도경 본부장이 전화를 걸면 늘 반가워요. 저번에 힌트를 살짝 준 거 있잖습니까?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유성투자증권 홀세일 본부를 담당하는 부사장이었다.
“블루웨이브 말씀이십니까?”
-예, 그때 신라에서 블루웨이브를 눈여겨본다길래 우리도 조금 담아봤는데, 그게 이만큼이나 오를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블루웨이브의 주가 고공 행진은 멈출 줄을 몰랐다.
-아!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한 것은 아닐 텐데. 미안합니다. 무슨 일로 전화했습니까?
“이번에도 송구스러운 부탁을 하나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고, 같은 식구끼리 무슨 송구스러운 부탁입니까? 말해보세요.
“지금 유성 지주사의 주식을 외국인들이 줍고 있는데 이게 개인이라기엔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아…….
수화기 너머에서는 탄식이 들려왔다.
-윤도경 본부장도 지주사에 관해 신경을 쓰는군요. 그렇지 않아도 증권에서도 여러 사람이 싱숭생숭해하고 있습니다. 기다려 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여러 차례 말소리가 오가고 있었다. 부사장이 다른 곳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 같았다.
-여보세요?
“네. 부사장님.”
-CS의 서울 창구를 통한 거래 내역이라고 합니다.”
“지난 사흘간 거래 내역 모두 말입니까?”
-네. 모두는 아니고 90%가 넘는 매수가 CS의 창구를 통했습니다.
“그럼 한 가지만 더 확인이 가능하시겠습니까? 2주 전에 외국인의 대량 매입 때는 어느 창구가 이용되었는지…….”
-잠시만요.
2주 전의 외국인 매수세는 스털링의 매수였다. 이번 매수와 창구가 같다면 적어도 스털링의 추가 매수로 추측할 수 있었다.
-2주 전 매집은 스털링인 것 같은데요? HSBC 창구로 들어왔어요. 영국 자본이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윤 본부장도 그룹 일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안쓰럽네요.
“나중에 꼭 본사로 찾아뵈어 인사드리겠습니다.”
-예, 나중에 봅시다. 들어가요.
통화를 마친 도경은 긴 호흡을 내뱉었다.
“정황상 어느 외국계에서 또 줍고 있다는 건데…….”
매수하는 지분의 양이 심상치 않았다.
한참 고민하던 도경은 다시 전화를 꺼내 들었다.
구조본에서 자신이 나서는 것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일단 정보를 취득하고 넘겨주는 것이 회사가, 또 한태오가 자신에게 베푼 호의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했다.
-이게 누굽니까?
“선배님,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하, 잘 지내다마다. 덕분에 이렇게 홍콩에 와서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도경이 전화를 건 상대는 외국계 증권사인 GS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던 차진형이었다.
신라증권의 인수와 여러 일에서 도경의 도움을 받으며 그는 GS의 아시아태평양 지사장이 되어 홍콩에서 일하고 있었다.
-유성이 아주 시끄럽던데 도경 씨는 괜찮습니까?
“변방의 계열사는 조용합니다. 다만, 제 마음이 시끄럽네요.”
도경의 말에 차진형은 피식하고 웃었다.
-역시, 이런 일에 도경 씨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그래서 나에게 전화를 한 건 정보를 달라는 것이겠고.
“예. 유성 지주사의 지분을 외국 자본이 모으고 있습니다. 이게 스털링의 추가 매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창구를 CS 창구를 이용한 것으로 보여서요.”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우리 내부에 정보가 있긴 하네요.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정보의 값어치는 잘 쳐줄 거라 믿겠습니다.
“물론입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농담입니다. 보자…… 재규어에서 샀네요.
“어디요?”
-재규어요.
수화기 너머 차진형의 말에 도경의 얼굴은 굳어가기 시작했다.
* * *
“본부장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코스피, 코스닥 모두 방향을 못 잡고 지수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다음 날, 일상으로 돌아온 도경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평정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소속은 신라였다.
“확실히 5월 효과가 7월인 지금까지 유지되는 걸 보니 좀 더 대기하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현행 유지는 잘되고 있죠?”
“네. 라온바이오의 경우는 IR 팀이 주주들과 소통을 늘리는 중입니다. 최근 IR 행사를 열어 기관, 개인투자자들을 초대했는데요. 내년부터 다시 배당을 시행할 거라고 합니다. 배당률은 기존보다 더 올리는 쪽으로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당하고 남는 돈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는 하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좋습니다. 라온바이오 측은 세심하게 팔로우해 주세요.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행동을 해야 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한다…….”
도경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한다현이 앉아 있었는데 매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한다현 부장?”
“……네, 네!”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아뇨. 오늘 이상하게 피곤해서요. 집중을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한다현이 고개를 숙여오자 도경은 가만히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할까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과 차선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있으면 따로 보고하는 걸로 합시다. 다들 고생해 주세요.”
도경의 말에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최우진과 차선태가 먼저 본부장실을 빠져나갔고, 따라 나가려던 한다현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회의도…….”
“음, 잠시 앉을까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요 며칠 벤처투자부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보면 전혀 일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헨리 모건과 제가 영상 회의를 했을 때는 세쿼이아에서 금방 자금 집행이 될 것으로 봤는데 차일피일 미뤄지는 이유를 아직도 우리 본부에서 파악 못 했다는 건…….”
도경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다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
도경의 물음에도 한다현은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한다현 부장, 일단 오늘 반차 쓰고, 내일 연차 쓰세요. 그리고 이틀간 좀 쉬다 오세요.”
한다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도경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미국에서 들어오자마자 계속해서 일을 해나갔고, 더 나아가 한다현의 사업 파트너들은 전부 미국에 있었다. 밤늦게까지 그들과 소통하느라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미국도 곧 여름휴가 시즌이라 7월을 통째로 노는 시즌 아닙니까? 한 부장도 좀 쉬고…….”
“본부장님.”
한다현은 도경의 말을 끊고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한태오 회장 말이에요…… 경영권 지킬 수 있을까요?”
한다현의 입에서 유성의 이야기가 나오자 도경은 당황스러웠다.
“설마 지금까지 일에 집중을 못 한 게 본사 경영권 분쟁 때문이었습니까?”
“…….”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물론 한다현 씨는 미국에서 안정적인 일을 포기하고 들어와 걱정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본사의 경영권 문제는 우리가 신경을 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경의 말에도 한다현은 여전히 자신에게 답을 원한다는 표정이었다.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다현 부장, 정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한 부장이 지금 신경 써야 할 건 우리 내부의 일이란 거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가라앉은 도경의 목소리와 얼굴에 한다현은 고개를 들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우물거렸는데,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한다현 본부장, 내가 더 화내야 합니까?”
“……가족이에요.”
한다현의 입에서 나온 말에 도경은 하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의문이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한태오 회장이 제 아버지니까요.”
이어져 나온 말에 도경의 두 눈은 커졌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2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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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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