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8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88화(28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88화
“내가 이길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나?”
한편, 도경은 호출을 받고 한태오와 독대를 나누고 있었다.
“제게 맡겨주신다면 제 모든 것을 쏟아부을 자신이 있습니다.”
“…….”
한태오는 가만히 도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도경의 얼굴에는 미묘한 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신감이 아니라, 꼭 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얼굴이었다.
“자네에게 보여선 안 될 꼴을 여러 번 보이는구먼.”
상속세 문제와 관련해 다른 이의 말만 듣고 주식에 투자했을 때도, 회사의 미래를 고민해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도.
지금 유성의 경영권 분쟁까지 한태오는 도경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할 계획인가?”
도경은 가만히 한태오를 바라보며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포함한 상속 문제는 저는 잘 모르고, 제가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이 일은 제가 아닌 법무팀과 로펌에 맡기시죠.”
“계속 말해봐.”
“저는 오직 유성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주총회 대응에 모든 것을 집중하겠습니다.”
“팀을 다시 짜려면 시간이 걸릴…….”
“아뇨, 기존에 이대수 부회장이 만들어 놓았던 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대응팀 그대로 하겠습니다.”
“전권만 달라?”
한태오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게 필요한 것은 이 모든 판을 움직일 수 있는 전권뿐입니다. 물론 회장님께 보고도 드릴 겁니다.”
“좋네. 어차피 자네에게 맡기기 위해 불렀던 거였어. 그런데 자네가 먼저 그리 확신을 두고 얘기해 준다면 내 마음이 더 가볍지.”
한태오는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자네가 써 내린 전략들을 쓰려고 하나? 보고서에 적혀 있는 것 말일세.”
“아뇨. 그건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니, 못 쓰는 전략이 되었습니다.”
이대수가 중간에 본 대응 방법들이었으니까.
물론 그것이 상대에게 넘어간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노출된 전략은 쓰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렇겠지…….”
“한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 권한은 어디까지 휘두를 수 있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한태오는 고민이랄 것도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나를 자르는 것만 빼고 다 할 수 있네.”
“감사합니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오후 일정 바로 잡을 테니, 준비하고 계셔야 합니다.”
“오후 일정을?”
“네.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업무 시작하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회장실을 나섰고, 그 뒷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한태오는 전화를 들어 올렸다.
“이발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조금 전 한태오의 얼굴에 자리 잡았던 허탈함은 온데간데없었다.
* * *
“우리는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글쎄다. 그냥 복귀하는 거 아닐까 싶은데.”
한편, M&A 대응팀 직원들은 하던 일을 모두 올 스탑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팀을 이끌던 이대수가 갑작스레 법무팀의 감사를 받으러 가며, 사무실 전체가 탈탈 털려 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도 서류를 다 가져가면 어떡하죠? 이거 참…… 경영권 안 지킬 건가.”
“TO도 충격이겠지. 충신이 뒤로는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데. 모르겠다. 우리야 뭐 누가 주인이 되든…….”
팀원들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비서실장 김승구의 안내를 받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대응팀을 이끌 윤도경입니다.”
도경의 인사에 팀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몇몇은 도경을 아는 표정이었고, 몇몇은 알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일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법무팀에서 나오신 분?”
“법무팀 이사 김종욱입니다.”
조금 전 팀원들의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김 이사님, 우리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대해 스털링이 가처분 신청을 한다고 했는데, 소송 들어왔습니까?”
“확인을 따로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은 퉁명스레 대답해오는 이사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대응팀에서 그게 아직도 확인이 안 되었습니까?”
“내용증명도 오지 않았고, 지금 상속 건을 대응하는 것도 힘에 부쳐서 그랬습니다.”
알 듯 모를 듯 이사의 말투는 도경에게 비협조적이었다.
도경은 저런 부류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부회장 밑에서 일을 했고, 더 나아가 엘리트들만 모인 구조본에서도 가장 엘리트들인 법무팀의 이사였다.
계열사에서 온 사람의 말은 듣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럼 지금 가서 알아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내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지금 하던 일이 있어서…….”
“그 뒤에 서 계신 분 이름이?”
“구조조정본부 법무3부장 김재경입니다.”
“김재경 씨, 바로 알아올 수 있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김재경은 놀란 듯 도경과 이사를 번갈아 보았다.
“있습니까?”
“예, 예! 알아오겠습니다.”
“좋습니다. 김종욱 이사는 팀에서 나가주세요. 김재경 부장이 그 자리 대신합니다.”
“제 인사권은 회장님께 있습…….”
“그 인사권 제가 받아왔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제 손에 지금 김종욱 이사의 생사여탈권이 쥐여 있다는 말입니다. 이해했습니까?”
순간 대응팀 사무실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당신을 설득할 시간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겨우 2주니까요. 그냥 돌아가세요. 팀으로.”
“저…….”
“돌아가란 말 안 들립니까! 돌아가서 처분 기다리세요. 그 오만함이 어떤 독으로 돌아올지 벌벌 떨면서.”
도경의 말에 김종욱은 당혹감이 가득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다 이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말한 대로 시간이 없었다. 저런 태도를 가진 사람과 일하기도 싫었고, 모두에게 본보기가 되어줄 좋은 상황이라 생각한 도경은 내지른 이후 다른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당혹감에 물든 얼굴이었다.
“사업부에서 나오신 분?”
“저, 접니다!”
한 직원이 손을 들어 올렸다.
“성함이?”
“구조조정본부 사업부 2팀장 이형진입니다.”
“네. 이형진 팀장님. 배터리 공장 스탠바이 가능합니까?”
“배터리 공장이라고 하시면…… 새만금 말씀이십니까?”
사업부 팀장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세 시간 안에 TO 방문할 수 있도록 지역 언론, 그리고 배터리 임원진 스탠바이 시켜주세요.”
도경은 직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TO 외부 활동 시작합니다. 사업부는 빠르게 배터리 공장 세팅해 주고, 제가 알기론 곧 새만금에 생산라인을 늘린다고 알고 있는데.”
“아, 네. 내부 컨펌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발표하시죠?”
“하지만, 그건 이제 도지사와 함께 발표하려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뇨. 지금 TO의 경영권이 더 중요합니다. 경영권을 지키는 데 투자 발표는 매우 중요하고요. 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연설문과 보도자료 세팅부터 시작하세요. 팀장님은 바로 배터리에 연락해서 공장 세팅하고, 사장단 다 내려가라고 하고요.”
“예. 알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사업부 직원들이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IR팀.”
“구조조정본부 IR 담당 부장 홍진규입니다.”
“홍진규 부장님, 주주명부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우호 지분을 계산해 주시죠.”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IR 담당 또한 도경의 지시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
도경은 인제야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지훈 팀장님, 지금 차선태 팀장과 함께 본사로 들어오세요. 유성그룹 본사입니다.”
통화를 마친 도경은 재빠르게 자료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 * *
[유성그룹 한태오 회장은 금일 오후, 칩거를 마치고 첫 일정으로 새만금 유성배터리 공장을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태오 회장은 2차전지 시장에서 유성배터리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향후 20년간 30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첫 투자로 현재 유성배터리 공장 옆의 빈 부지 44만 평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 개발, 연구 단지를 짓겠다고…….]“저 인간 뭐야?”
YS상선 회장실.
한태오의 동생이자 그와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한태정은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갑자기 저렇게 외부 활동을 해버리면 모든 시선이 저 인간에게로 향하잖아.”
한태정의 말에 그의 오른팔이자 상선의 이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태오가 외부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언론들이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건재하다는 얘기와 함께요.”
“이대수 그 인간이 당분간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
“오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니?”
“모르겠습니다.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뭐야, 다시 돌아선 거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한태오가 어떤 인간인데요.”
이사의 말에 한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지? 걸렸나?”
“이대수 성격이면 우리 이름을 얘기하지 않을 겁니다. 뭐 걸렸다면 그거 나름대로 우리에게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한태정은 이사의 말에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한테 좋다니?”
이사는 조금 답답했다. 하지만, 한태정은 그런 인물이었다. 모든 것을 다 설명해 줘야 알아듣는 인물.
“지금 유성에서 이대수 날아가면 누가 있겠습니까?”
“똑똑한 놈들이야…….”
“똑똑한 놈들이야 많겠지요. 하지만, 그 방대한 조직을 휘어잡을 인물이 있겠습니까?”
이사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한태정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없지.”
“그렇습니다. 없습니다. 당장 구조본만 해도 거기 밑에 딸린 식구가 300명입니다. 그런 대조직은 이대수니까 관리할 수 있었지…….”
“다른 놈들은 흉내도 못 내지.”
“그렇습니다. 점점 우리 승산이 높아지는 느낌입니다.”
이사의 말에 한태정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래서, 스털링 대리인과는 연락해 봤어?”
“예. 우리 쪽에서 법적인 절차를 계속해서 밟아줬으면 한답니다. 자신들이 이제 해외 지분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한태오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이 나와야 한다고요.”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고. 바로 움직여.”
“네. 알겠습니다.”
이사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한태정은 무언가 벅차오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기다리라고. 유성 받으러 갈 테니까.”
* * *
“14.7% vs. 10.82%”
한편, 도경은 IR팀 직원들과 신라에서 파견 나온 이지훈, 차선태와 함께 주주총회 대응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아주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입니다. 우리의 우호 지분은 14.7%. 한태정과 스털링의 우호 지분은 10.92%.”
도경은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적어가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리고 국민연금, 블랙세일즈, 브라이트스타와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중립 지분이 26.55%.”
결국 우호 지분을 누가 더 끌어오냐의 싸움이었다.
“블랙세일즈와 브라이트스타 같은 경우는 외국계 자본이긴 하지만, 자금의 성격 자체가 무겁습니다.”
두 회사는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굴리는 자산운용사였다.
특히나 블랙세일즈가 굴리는 자산은 1경 원이었다.
“이유는 두 회사가 대부분의 지분을 ETF에 편입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펀드였다. 여러 기업의 주식을 묶어 하나의 종목처럼 거래할 수 있었는데, 유성 같은 경우는 재벌그룹이다 보니 여러 ETF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즉, 저들의 지분은 개별로 보면 각각 6%대로 많아 보일 수 있었지만, 움직이기 쉽지 않은 지분이었다.
“그래서 중립 지분을 가진 주주들에게는 따로 접촉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래도 될까요? 오히려 더 접촉을 해…….”
“우리가 가서 백날 떠들어 봐야 믿지 않을 겁니다.”
IR팀 팀장의 물음에 도경은 단호하게 답했다.
“저들도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 없을 거고요.”
“그렇다면 해법은…….”
“TO가 풀 문제입니다. 그래서 오늘 TO를 새만금으로 보낸 거고요.”
도경이 주장했던 대로 유성은 한태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좀 더 어필해야 했다.
저들은 결국 고객의 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였다.
더 많은 돈을 벌어주는 안정적인 경영 구조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중립 지분은 TO에게 맡깁니다.”
“그럼 공격 측과 겨우 3% 넘는 지분 차이인데 어디서 지분을 구해와야 할까요.”
IR팀장의 말에 도경은 심호흡을 하고는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재규어 캐피털]“주주명단을 파악했을 때 재규어는 현재 3.1%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규어는 대표적인 기업사냥꾼이고요.”
이지훈은 재규어를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직원들은 잘 알지 못하는 듯 기업사냥꾼이라는 도경의 말에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다.
“투 트랙으로 움직입니다. 홍 부장님.”
“예.”
“지금 모든 채널을 통해 보도자료 뿌려주세요. 찌라시도 좋습니다.”
“어떤 내용을…….”
“제가 이번 대응을 책임진다고요.”
도경의 말에 IR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도경이 가지는 영향력은 엄청났다.
“그리고 제가 나갈 수 있는 유튜브나 인터뷰 채널도 확보해 주시고요.”
“언론이 아니라…….”
“언론은 약합니다. 우리는 소수 주주의 지분을 노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소수 주주의 지분이 모이면 강력하다는 걸 도경은 라온바이오를 상대하며 배웠다.
“이지훈 팀장님.”
“네. 본부장님.”
“재규어 측에 연락해 주세요. 제가 만났으면 한다고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놀란 표정이었다. 도경이 직접 재규어를 만날 거라곤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네. 그린메일 받으러 간다고 일러두세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살짝 고개를 숙였고, 도경 또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2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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