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8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89화(28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89화
“뭐 어디서?”
“유성입니다.”
“유성에서 갑자기 왜?”
여의도에 있는 법무법인 한양의 사무실.
한양을 이끄는 대표 변호사 박준영은 직원의 보고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저희가 재규어의 대리인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박준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정보가 샜나?”
“저희 측에서는 정보가 샐 일이 없습니다.”
“뭐라고 왔다고?”
박준영은 다시 한번 물었다.
“재규어 측의 그린메일이 이미 있다면, 더 시간 끌 필요 없이 만나자는 얘기였습니다.”
다시 한번 들어도 어이가 없는 얘기였다.
보통 그린메일은 경영권을 방어하는 측에 보내 많은 이득을 보는 건 맞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재규어였지 유성이 아니었다.
“이거 맞는 거냐?”
“예?”
“내가 그래도 미국에서 일하면서 여러 그린메일을 보내봤는데 말이야.”
박준영은 여전히 이 상황이 어이가 없는 듯 보였다.
“갑은 재규어인데 유성에서는 뭘 보고 이렇게 나오는 거지?”
“애초에 우리의 목적은 유성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재규어가 우리 쪽에 말한 건 상황을 보다가 스털링이랑 접촉해 그린메일을 날리라는 거였는데…….”
“어떻게 할까요? 닷새 내로 답이 없으면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뭐라고?”
거기에다 유성은 을의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직원의 마지막 말을 들은 박준영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상황은 유성에게 아주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유성은 마치 자신들이 갑인 양 행동해 오고 있었다.
“뭐 있는 거 아냐? 최근 유성 움직임은?”
“조용합니다. 아, 한태오 회장이 외부 활동을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거야 우리에겐 변수가 아니고.”
박준영은 머리가 아파져 왔다.
분명 자신의 생각으로는 유성이 이리 자신감 있게 나설 이유가 없었는데…….
“만나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직원의 말에 박준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나도 내가 전권을 가지고 있으면 당장에라도 만나봤을 거야. 그런데 우리는 재규어의 대리인이고…… 이걸 설명해 주면 재규어가 뭐라고 할 것 같아?”
“블러핑을 해온다고 생각하겠죠.”
블러핑bluffing은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속임수’라는 얘기였다.
“그러니까. 우리 쪽에도 정보가 있어야 만나든 재규어에 설명해 주든 하는데 이건 뭐…….”
유성은 닷새 내로 연락하라는 단서 조건까지 붙였다.
“어떡할까요?”
“야야, 너까지 너무 나 쪼지 마라 지금. 안 그래도 쫄려.”
유성의 행동에 괜스레 마음이 급해지는 기분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박준영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약속 잡자. 재규어엔 내가 보고할 테니까.”
“예.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직원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박준영은 잠시 고민하다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 * *
“요구하신 자료입니다.”
다음 날, 도경은 여의도 모처에 있는 호텔로 이지훈과 함께 들어서고 있었다.
“포지션을 꽤 난잡하게 잡았네요.”
“예. 아무래도 사건이 진행되면서 주가가 여러 번 요동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지훈의 보고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에는 재규어의 포지션으로 예측되는 지점들이 잡혀 있었는데, 나눠서 지분을 줍다 보니 일정하지 않았다.
“대충 예상하면 평균 단가가 얼마 정도죠?”
“14,000원 부근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가가 16,000원이니…….”
만 원 초반대에서 놀던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해 있었다.
확실히 최근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 주가 상승’이라는 것이 학습되어 있었다.
“오늘 자 종가에서 30% 정도 더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 같습니다.”
“그럼 대충 주당 21,500원대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그렇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규어가 보유한 약 3.1%대의 지분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30%라면 사는 쪽에서도, 파는 쪽에서도 타당한 금액이었다.
“재규어가 3.1%를 취득하기 위해 쓴 돈이 약 1,200억 원이라고 예상하고 우리 측에서는 지분을 인수하는 데 써야 할 돈은 1,560억 원가량 될 것 같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제안할 금액은…… 괜찮을까요?”
이지훈은 짐짓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어왔고, 도경은 방안이 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일단 가서 얘기해 봅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두 사람은 약속을 잡은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텔 레지던스 룸 앞에 선 도경과 이지훈은 재킷 앞섶을 가다듬고는 벨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나온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대표 변호사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도경은 안내를 받아 방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법무법인 한양의 대표 변호사 박준영입니다.”
“유성의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윤도경입니다.”
“하하하, 하하하. 유성에서 그린메일을 내놓으라고 하길래 누가 있나 했더니, 윤도경 본부장이 계셨군요.”
박준영은 이 자리에 나오기 전, 오늘 약속 장소에 도경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법무법인 한양은 해외 유수의 투자 은행들의 국내 업무를 대리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국내 시장에서 떠오르는 도경을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저희 유성 측이 무례하게 약속을 강요했음에도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도경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박준영은 양팔을 벌렸다.
“이것 참, 이리도 깍듯하게 대해주시니……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박준영의 손짓에 도경과 이지훈은 자리에 앉았고, 맞은편에는 박준영과 직원이 자리했다.
“뭐라도 드시겠습니까?”
“죄송합니다만, 시간이 없습니다. 빠르게 본론부터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박준영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역시 유성은 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으로 내지른 것 같았다.
시간이 없다고 말해오는 것을 보니 마음이 잔뜩 급해진 상황으로 보였다.
“녹음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물론입니다.”
도경이 승낙하자 옆자리에 앉았던 이지훈 또한 녹음기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서로의 오해가 없기 위해 하는 절차였다.
“우리 법무법인 한양은 오늘 이 자리에 재규어 캐피털의 대리인으로 참석해 주식회사 유성 측과 재규어 캐피털이 보유한 지분 3.1%를 처분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합니다.”
박준영은 협상 시작을 알린 이후 바로 입을 열었다.
“유성 측에서는 재규어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어떤 가치를 매기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지분 3.1%에 대해 오늘 자 종가의 프리미엄 10%를 얹어드리겠습니다.”
“허.”
도경의 말에 한양 측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오늘 자 종가가 16,500원 선에서 정해질 것 같습니다. 저희가 파악하기론 재규어의 포지션이 14,000원 대이니 30%가량 이득을 보고 빠지는 것이니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하하하.”
박준영은 크게 웃었다.
“종가 기준에서 30% 프리미엄을 제안했어도 고민을 해볼 판에 재규어의 포지션에서 30% 이득을 봤으니 지분을 넘기라?”
황당무계한 제안이었다. 당장 이 지분을 들고 스털링으로 향한다면, 적어도 유성이 제안한 금액보다 10%는 더 받을 자신이 있었다.
“이런 제안을 제가 어떻게 재규어에게 말하겠습니까?”
대리인으로서 클라이언트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웠다.
“글쎄요. 오히려 강력하게 말씀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재규어에게는 마지막 기회라고요.”
도경의 말에 박준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이 자리로 자신을 이끌었을진대, 이 자리에서조차 블러핑을 해오고 있었다.
“조금 전과는 다른 태도시네요. 시간이 없다고 말씀하셔 놓고는…….”
“아, 저희 유성의 시간이 아닙니다.”
“뭐라고요?”
“재규어에게 시간이 없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게 무슨…….”
박준영의 물음에 도경은 손목에 걸친 시계를 바라보았다.
“나흘 남았습니다. 나흘 안에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길 바라겠습니다.”
“스털링과 한태정 회장을 만날 겁니다. 아마 유성보다 더 나은 금액을 쳐주겠죠.”
“글쎄요. 아마도 그러지 못할 겁니다.”
“그게 무슨…….”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해 주신 30분이 지났네요. 더 시간을 뺏으면 실례일 것 같아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도경과 이지훈이 고개를 숙이고는 호텔을 나서자 박준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재규어의 대리인 측에서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한편, 유성그룹 본사로 돌아온 도경은 회장실에서 한태오에게 보고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여간, 하이에나 같은 놈들…….”
“불편하십니까?”
“불편하지. 내 회사를 가지고 저들끼리 경영권을 뺏겠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며칠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여유라는 것이 한태오의 얼굴에 보였다.
“이렇게 말하면 증권 놈들은 싫어한다지?”
“그렇습니다. 회사는 주주의 것이니까요.”
“하하하, 내 앞에서 그렇게 대놓고 말하는 놈도 네놈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한태오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는 도경을 향해 물었다.
“네가 밖으로 나다니라고 해서 여기저기 다니는 중이긴 하다만…….”
“매우 잘하고 계십니다.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해 회장님께서 건재하다는 걸 만천하에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효과가 있는 거지?”
“예. 당장 개인투자자들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며 모두가 기분이 좋은 상황이었지만, 유성의 미래를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한 주주들은 한태오의 능력을 믿었고, 복귀를 환영해 오고 있었다.
“그래?”
“네. 그런 주주들에게 좀 더 프리미엄을 주는 발표를 하려고 합니다.”
“프리미엄?”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매년 유보금의 5%가량을 진행하는 것으로 주주총회에 안건을 올릴까 합니다.”
“자네 지주사가 한 해 쌓는 유보금이 얼마인 줄 아나?”
“9,5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성그룹 전체의 유보금은 매년 10조 이상 쌓였지만, 지주사인 주식회사 유성은 9,500억 원가량의 유보금이 매년 쌓였다.
사내 유보금은 회사가 이익을 남긴 돈에서 주주배당금을 빼고, 일정량을 잉여금으로 쌓아두는 것을 얘기했다.
이번과 같은 경영권 방어에 쓰거나, 경제위기가 불어닥쳤을 때 쓰는 돈이었다.
“5%면 매년 5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자사주 매입을 하는 데 쓰겠다는 말 아닌가?”
“그렇습니다. 유성은 발행주식 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가가 다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유성에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
한태오는 가만히 도경의 말을 들었다.
“바로 주주가치의 제고가 다른 대기업보다 덜하기 때문입니다. 배당수익률은 2% 정도로 무난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가가치 창출입니다. 주가의 상승이야말로 주주들이 좋아하는 것이고요.”
“그럼 매년 그렇게 주식을 사들여서 무엇을 할 거야?”
“사원들에게 베푸시죠. 우리사주조합에도 물량을 배정하고 일부는 소각하면 주가는 자연스레 상승할 겁니다.”
“흠…….”
“시장에 풀린 주식이 점차 줄어들면, 유성의 경영권도 좀 더 안전해집니다. 공격 측은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니까요.”
“그렇겠지.”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설득이 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면 지금 전쟁에서 얻는 건?”
“개인투자자들의 지지입니다.”
“좋네. 그렇게 하지.”
한태오의 시원한 승낙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것으로 끝인가?”
“아닙니다. 이제 좀 적극적으로 움직일까 합니다.”
“적극적으로?”
“예. 회장님께서는 한태정 회장에게 상선을 떼어줄 때 몹시 안타까워하셨다는 걸 자서전에서 본 것 같습니다.”
“내 자서전도 봤나?”
한태오는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고, 위로는 막혀 있어. 사실상 섬나라라고, 거기다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우리 유성의 수출품들을 안전하게 배송해 줄 상선이 늘 마음에 걸렸지.”
계열사로 안정적인 물량을 받아줄 수 있는 해운사가 있고 없고는 대기업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전 세계적으로 물류량이 너무 많아 해상운송비가 천정부지로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 계열사로 해운사가 있었던 기업들은 이미 맺어둔 장기계약 때문에 싸게 운송했지만, 유성은 달랐다.
여러 해운사와 단기적으로 계약을 하다 보니 어마어마한 손해를 봤다.
“그래서 그게 왜?”
“회장님께서는 혹시 팩맨을 아십니까?”
“팩맨?”
동문서답을 해오는 도경의 물음에 한태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아! 비디오 게임 아닌가?”
“맞습니다. 입을 벌린 주인공 캐릭터로 유령의 방해를 피해서 미로를 다니며 쿠키를 주워 먹는 게임이죠. 주인공은 평소에는 유령을 피해 다닙니다만…….”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로 곳곳에 있는 커다란 쿠키를 먹으면 유령을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그게 지금 얘기와 무슨 상관인가?”
“상선을 다시 계열사로 돌려 드릴까 합니다.”
“뭐?”
한태오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경영권 방어 방법 중에 팩맨 디펜스라는 게 있습니다.”
경영권을 방어하고, 유성에게 가장 필요한 상선을 다시 가져올 수 있으며, 하이에나 무리를 모두 쫓아버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YS상선에 대한 경영권 공격을 시작할까 합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