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9화(2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9화
‘아니, 우진 씨는 그 정보 어디서 알아온 거야?’
‘진짜 지점에 우진 씨가 있어서 든든하다.’
‘최우진이 잘나가는 이유가 있었고만.’
성남지점 PB들 사이에서 최우진은 정보의 보고로 불린다.
모든 PB가 시장 내부에 흐르는 정보를 구하려 사방팔방으로 뛰었는데, 성남지점에서는 바로 옆 방에 있는 최우진의 존재로 인해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됐다.
그저 음료수 하나 사 들고 최우진에게 가서 물어보면 되니까.
‘아니, 최우진 씨는 어떻게 그렇게 정보에 밝아?’
‘대학 동기가 그쪽 자산운용사에 있습니다.’
‘역시 한국대학교 경영학과 출신들이 그렇게 끌어준다더니 다르긴 다르네.’
다른 PB들이 속도 모르고 그런 말을 해댈 때면 최우진은 그저 웃어넘겼다.
기실 최우진은 프랍 트레이더(Prop trader)의 꿈을 안고 증권가에 출사표를 던졌었다.
프랍 트레이더는 회사가 보유한 자기자본을 이용해서 주식을 사고파는 ‘증권가의 꽃’이라고 불리는 직종이었다. 영화에 증권가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주인공은 대부분은 프랍 트레이더였다.
‘내가 이번에 성과급으로 5억 받았어.’
최우진이 프랍 트레이더의 꿈을 가지게 된 것은 자신보다 1년 먼저 사회로 나간 대학 동기의 영향이 컸다.
‘5억? 겨우 2년 차 직원이?’
‘이번 상승장 고점에서 매도해서 꽤 많은 이익을 회사에 넘겼거든.’
동기는 같은 학번에서 전설로 통했는데 주식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모의투자대회 우승도 여러 차례 한 능력으로 졸업하자마자 유명 자산운용사에 입사했다.
입사한 첫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해 2년 차에 성과급으로만 억 단위의 돈을 받는 동기를 보며 자신의 길을 결정했다.
그리고 한국대학교 경영학과는 증권가에서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이 많아 기회도 많이 주어졌다.
‘C++나 자바, 파이선은 할 줄 아나요?’
부푼 꿈을 안고 본 첫 면접에서 자신을 향한 질문에 최우진은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1년 사이 증권가를 휩쓸고 있던 금융공학이라는 벽이 자신을 덮쳐왔기 때문이다.
이젠 예전처럼 차트를 보고 기술적으로 매매한다든가, 시장의 펀더멘탈과 매크로 요소를 읽어 트레이딩을 하는 시대가 아니었다.
‘우리랑은 어렵겠습니다.’
이제는 특정 상황을 가정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 주식을 사고파는 알고리즘과 퀀트 트레이딩 시대였고, 주식시장의 꽃이라 불리던 프랍 트레이더들도 대부분 주식과 거리가 먼 공학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최우진도 처음엔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나라고 생각했으나, 트레이더가 될 수 없다면 다른 직업을 택하면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가 가진 무기를 쓰자.’
도경이 언젠가 보직 전환의 기회를 노리고 창구 업무직 사원의 길을 택했다면, 최우진은 PB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신이 가진 무기 ‘학연’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취업하자마자 마이너스 통장을 파고 동기들을 만나 술을 사는 것부터 시작했다.
시중 1, 2위 증권사의 본사에 있는 동기들부터 시작해 유성투자증권에 있는 동기들까지.
한때 모두가 최우진을 향해 로또에 당첨됐냐고 물을 정도로 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많은 돈을 썼다.
‘우진 씨 덕분에 이번 달 지점 PB들 평균수익률이 올랐어.’
그리고 그 네트워크는 주니어 PB 딱지를 뗀 순간부터 최우진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네트워크로 얻은 정보를 가지고 고객들이 맡긴 자산을 불림과 동시에 많은 자금을 유치했다.
그리고 남들은 겨우 주임을 달 때 최우진은 대리직을 달았다.
연봉과 거액의 성과급이 따라왔고, 업계 최고의 PB가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네? 그거 어디서 들으셨어요?”
“어, 어……?”
자신의 눈앞에 있는 주니어 PB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자신이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뇨, 너무 좋은 정보라서요.”
“아, 도경 씨! 진짜 농담 아니라 개놀랐네.”
식겁했다는 듯 말해오는 최우진을 바라보며 도경은 환해진 낯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제일 필요한 정보였어요.”
“그래?”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네, 우호 지분을 정리 중이었거든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방 한편에 있는 화이트보드로 다가가 보드마커를 들어 올렸다.
“국내 개인 투자자를 뺀 우호 지분을 계산해 보면 DU가 31.66%, 스틸라이프와 외국 투자자는 34.04%입니다.”
“2% 정도 스틸라이프가 앞서고 있네.”
“DU는 자사주를 백기사에게 넘기지 않을 거예요. 위험하니까요.”
“이제는 법적으로도 위험한 행위긴 하지.”
옛날에야 경영 안정성 확보를 위해 백기사에게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 지분으로 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같이 개인투자자들이 똑똑해진 시장에서 이런 짓을 한다면 개인투자자의 위임장을 잃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스틸라이프가 아무리 지금 개인투자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당근을 던진다고 해서 개인투자자들이 모두 스틸라이프의 편에 서지는 않을 겁니다.”
“스틸라이프가 하는 약속은 사실 DU도 할 수 있으니까.”
최우진의 답에 도경은 정확하다는 듯 보드마커로 최우진을 한 번 가리키고는 입을 열었다.
“네, 그것도 그렇고. 스틸라이프 뒤에 있는 칼 서튼이 깨끗한 양반인가? 싶으면 또 아닌 거죠.”
“그래, 맞아. 칼 서튼이 너무 노출이 많이 됐다.”
신화와 같은 그의 기업사냥 스토리는 이미 책으로, 또 기사로 나오며 그의 전략 포지션이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칼 서튼은 결국 주가를 부양해 공격에 성공한다면 계열사들을 정리해 부가 수익을 남긴 뒤 다른 곳에 회사를 팔았다.
“칼 서튼이 털어먹고 나간 자리에는 남은 게 없으니까요.”
“그럼 도경 씨는 이번 싸움에서…….”
“네, 결과론적으로는 DU가 이길 겁니다. 태산에서 DU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이 난 이상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지분 모두가 DU의 손을 들어줄 테니까요.”
도경은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칼 서튼은 이제 자신의 기법으로 칼춤을 추기 시작할 겁니다.”
“칼 서튼도 알 거라는 거지?”
“네, 국내 기관들이 DU의 손을 들어준다면 승산은 없으니까요. 그럼 칼 서튼이 할 짓은 뻔하죠.”
칼 서튼은 지는 싸움을 하지 않았다.
결과론으로 따지자면 기업사냥에 실패하더라도 그에겐 어마어마한 전리품이 남았다.
칼 서튼은 허튼 공격은 하지 않았다. 그가 내지르는 주먹 한 방, 한 방이 상대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할 만한 공격을 했다.
그가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시장은 열화와 같은 성원을 했고, 그 성원은 폭발적으로 오르는 주가로 반영되었다.
“지금부터 칼 서튼과 스틸라이프는 지분 싸움 하는 시늉을 할 겁니다.”
“그렇다는 건 흑기사를 구하나?”
흑기사는 적대적 기업 인수에서 공격 측 편에 서는 지분을 얘기했다.
“네. 홍콩계 자산운용사인 코어 파트너스를 같은 편으로 만들겠죠.”
“그럼 시장은 칼 서튼 쪽이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보겠지.”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봤을 때 공격 측과 수비 측의 지분 양이 비슷해진다면 남는 건…….
“그리고 시장에 풀린 지분을 주워 담겠죠.”
2차로는 시장에 풀려 있는 주식을 매수할 것이다. 그럼 주가는 오르게 될 테고, 기존에 DU 주식을 들고 있던 측에서는 시장에 주식을 팔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레 시장에 풀리는 매물의 양이 줄어든다면? 가격은 폭발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칼 서튼이 칼춤을 출 때 우리는 엑시트(EXIT, 탈출) 타이밍만 재면 된다는 거네?”
“네. 칼 서튼과 스틸라이프가 빠지기 전 고점인 타이밍을 찾아서요.”
“좋아. 그럼 내가 할 건?”
“지금처럼 정보가 필요합니다.”
최우진은 몇 번의 사건에서 도경의 도움만 받기가 미안해졌다. 이제는 이런 과정 속에서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제일 자신 있지.”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하나가 더 있다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의아하다는 눈치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모두를 설득하는 데 도와주세요.”
“모두? 누구? 이미 우리랑 똑같이 눈치챈 곳에서는 달려들고 있을 건데.”
“그들이 달려들기 전에 우리가 먼저 포지션을 잡아야겠죠. 지금이 그 적기고요.”
“그러니까 누굴 설득하자는 거야?”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입을 열었고,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최우진은 숨이 턱 막힌 듯 자세가 굳어져 갔다.
* * *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사흘 후,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의 한 주는 여느 때와 같이 회의로 시작되고 있었다.
최근 좀처럼 회의실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은 실적 문제로 귀결되었다.
“최근 힘든 와중에도 여러분들이 신규 자금을 유치해 와 숨통이 어느 정도 트였습니다.”
지점장 류태화도 그 분위기를 읽은 것인지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실적에 관한 압박을 직원들에게 주다 보면 오히려 지점의 분위기가 더 경직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실적을 포기하고 제 의견에 따라주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PB가 류태화의 의견에 따라 매매회전을 자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지점장인 류태화의 의견에 따라주고 있었다.
“지점과 여러분의 실적에 대해 고민을 해봤습니다만, 최근 랩 어카운트에서 좋은 상품이 하나 나온 것 같아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종합자산관리)는 최근 증권사들 사이에서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는 펀드형 상품이었다.
일반 펀드와 다른 점은 판매, 환매 수수료가 없었고, 1대1로 투자전문가와 상의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투자를 실행하는 고객 참여도가 높고, 고객에게 장점이 많은 상품이었다.
류태화의 철학과도 일부분 통하는 지점이 많은 상품이었다.
“이 상품의 경우 고객이 직접 투자에 대한 지시를 할 수 있고, 투자 내용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상품입니다.”
다만,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상품은 곧 PB에게는 불리한 상품이라는 말이었다.
더군다나 고객을 유치해 본사에 있는 랩 어카운트 팀으로 고객을 넘겨야 했다. 판매수수료로 개인 수익을 올리는 PB 처지에서는 여러 가지 방식이 겹쳐 영 탐탁지 않은 상품이었다.
“최근 본사에서 이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유치 건당 PB의 실적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랩 어카운트 같은 경우는 증권사에겐 팔면 팔수록 이득인 상품이었다. 판매수수료나 환매 수수료가 없는 대신, 연 고정 수수료로 고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본사에는 고객 유치 시 이를 PB의 실적으로 인정해 주겠다고 말해왔다.
“연 고정 수수료에서 30%를 PB의 실적으로 인정하겠다고 했으니, 좀 더 안정적인 파이프라인(고정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파격적인 본사의 제안에 PB들은 놀란 듯 류태화를 바라보았다.
PB로서도 고객을 유치에 본사에 넘긴다면 고객과 갈등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신규 고객을 상품으로 돌리면 수익이 줄어들까 걱정했는데 이 걱정을 본사에서 일정 부분 수익 쉐어로 실적을 인정해 준다면 불만이 조금은 사그라들 수 있었다.
PB에게도 고정적인 실적이 생기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류태화에게도 때마침 숨통을 틔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문제는 가입 금액이 3천만 원 이상인 건부터 실적으로 인정해 주겠다고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물론 PB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3천만 원이 어려운 돈은 아니었다. 다만, 이런 상품은 가입 유지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부분은 모두 한번 생각해 보시고, 다음 회의 시간에 가감 없이 의견을 줬으면 합니다. 혹시 지금 의견을 주실 분 있으십니까?”
류태화의 말에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지점장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류태화는 도경을 바라보았고, 말석에 앉은 도경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굳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방법이요?”
“예, 기존 PB 서비스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설명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류태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그 방식을 생각해 봤지만, 기존 고객들 입장에서는 현재 잡고 있는 포지션도 있고, 기존 PB들의 파이프라인을 상품으로 넘긴다는 점 자체가…….”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라면?”
“현재 고객들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단기간에 수익을 뽑아내는 겁니다. 그리고 그 수익금을 상품에 가입하길 권유하는 겁니다.”
“단기간에 수익을 뽑아낼 방법이 있습니까? 지금 시장이…….”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최우진을 바라보았고, 최우진은 재빠르게 화면에 브리핑 자료를 띄웠다.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단기간에 수익을 뽑아낼 방법이.”
화면을 확인한 모두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의 도경과 화면을 번갈아 보며 꼴깍 침을 삼켰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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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