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9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90화(29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90화
경영권을 방어하는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도경이 재규어를 만났듯 그린메일러들을 만나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든다든가.
한태오가 외부 활동에 여념하는 것처럼 여론전을 펼친다든가.
유성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과 같이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든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이는 결정적인 한 방이 되지 못했다.
“YS상선 오늘 주가가 얼맙니까?”
대응팀 사무실로 돌아온 도경은 이지훈과 차선태, 그리고 IR 팀, 재무팀을 모아두고 회의에 들어갔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2,550원입니다.
도경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유성의 계열사일 때만 해도 2만 원이 훌쩍 넘는 주가였는데, 독립하자마자 주가가 내려가더니 어느새 스몰캡(소형주)이 되어 있었다.
“재무팀, 현재 유성로지스틱스에서 쓸 수 있는 자금이 얼마쯤 됩니까?”
유성로지스틱스는 유성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계열사였다.
“500억 원쯤 된다고 보고받았습니다.”
“본사에서 유성로지스틱스에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요?”
“결정하는 금액만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재무팀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얼마가 되든 자신이 있다고 얘기해 오고 있었다.
“지훈 팀장님, 준비됐습니까?”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M&A 방어 전략 중에는 팩맨 디펜스라는 게 있습니다. 흔히 역매수전략이라고 말하는데요.”
이지훈의 설명에 모두의 시선이 화이트보드로 향했다.
“적대적으로 우리를 공격해 온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전략입니다. 왜 이런 전략을 하느냐.”
[상법 제369조 제3항]“상호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법 규정을 이용하는 겁니다.”
A 기업이 B 기업을 공격하기 위해 지분을 취득했을 때, B가 반대로 A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매수하면 A 기업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는 상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최근 들어서 많이 사용되지 않는 방식입니다만, 우리는 이를 이용할까 합니다.”
과정 자체가 서로의 출혈이 크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YS상선은 우리의 지분을 한 푼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우리가 YS상선을 노리는 이유는…….”
이지훈은 설명을 하다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입을 열었다.
“YS상선을 다시 우리의 계열사로 가져오기 위함입니다.”
한마디로, 공격을 해 역으로 인수하겠다는 뜻이었다.
“더불어 시장의 관심을 YS상선으로 돌릴 거고요.”
지금 시장에 M&A 이슈가 있는 기업은 유성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모두의 시선이 쏠려 있었고, 주가가 오르고 있었다.
“시선을 상선으로 돌린다면, 유성의 주가는 점점 내려갈 겁니다. 왜냐.”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점점 시장참여자들은 알게 될 겁니다. 공격 측이 아무리 강해도 한태오라는 인물이 있는 이상, 유성의 경영권은 넘어가지 않을 거란 것을요. 하지만, YS상선도 같을까요?”
도경의 말에 신라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존에 유성 구조본부에 있었던 직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을 할 때마다 뚝뚝 묻어 나오는 자신감 하며, 일을 진행하는 방식도 파격적이었다.
단기간에 승진을 하고, 어마어마한 실적을 낸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인제야 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인지 이해가 갔다.
“불가능할 겁니다. 오히려 기존 주주들은 한태정이 제발 물러나길 바라고 있겠죠.”
그저 아버지 잘 만난 회장, 무능력, 고집불통.
한태정을 평가하는 YS상선 주주들의 말이었다.
“그리고 주주들뿐만 아닙니다. 시장참여자들은 유성이 YS상선을 인수하려고 한다고 발표하면, 어느 쪽 가능성을 크게 볼까요?”
“우리 쪽이겠지요.”
IR 팀 부장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방에 정리하겠습니다. 재무팀.”
“예.”
“로지스틱스 대표, 본사로 불러서 계약하시죠.”
도경의 말에 재무팀 담당자는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로지스틱스가 본사인 주식회사 유성에서 3천억 원을 장기로 차입한다. 이자는…….”
“세법상 저금리로 가능합니다.”
“그럼 유성 주주들이 싫어하겠죠. 시중은행 이자로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이유를 따로 공시해야 할 텐데요.”
“일단은 투자 목적의 차입이라고 해주시고요. 지훈 팀장님.”
도경은 고개를 돌려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로지스틱스로 넘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넘어가서 상황 점검하겠습니다.”
“상황 점검하고 바로 YS상선 주식 매집 들어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뼉을 쳤다.
“흐름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휘몰아쳐야 합니다. 상대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요.”
“네. 알겠습니다.”
팀원들의 우렁찬 답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당한 거 그대로 갚아줘야죠?”
* * *
“이 자식은 뭐야?”
한편, YS상선 한태정은 자신의 오른팔인 이사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윤도경이라고 신라자산운용 본부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놈이 왜 대응을 총지휘를 해?”
한태정이 보고 있는 화면에는 유튜브에 나간 도경의 모습이었다.
주식 읽어주는 남자라는 거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현재 유성의 대응을 브리핑하고 있었는데, 반응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조회 수 30만?”
“조회 수도 조회 수입니다만, TV 뉴스들에서도 자료 화면으로 받아쓰고 있습니다.”
흔한 유튜브 출연 영상이라고 보기엔 힘들었다. 온갖 언론들이 해당 영상을 받아쓰며, 유성의 대응을 말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놈이 그렇게 유명한 놈이야?”
“예. 스털링 측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왔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윤도경 본부장을 따르는 사람이 무척 많다고요.”
“…….”
스털링에서 그렇게 말했다면, 주의할 인물임은 분명하였다.
한태정은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봤는데, 윤도경에 대한 찬양 일색이었다.
└어쩐지 최근 들어 유성의 대응이 좋다고 했는데 콜도경이 있었네요~
└└윤도경 본부장이 개입한 이상 유성도 말로만 주주 친화적 경영이 아니라 행동으로 할 듯.
└외국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을 뺏기는 게 말이 안 되죠! 한태오 회장, 윤도경 본부장님 응원합니다!
└한태정 회장 진짜 양아치입니다. 외국인들 끌어들여서 무엇을 하려고!
“이게 무슨…….”
댓글에는 자신의 욕이 반이었고, 반은 윤도경과 한태오를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유튜브 댓글을 너무 신경 쓸 필요도 없지.”
“……유튜브 댓글뿐만 아니라 기자들이 기사의 야마(논조)를 여론과 비슷하게 잡기 시작했습니다.”
“뭐?”
“한태오 회장의 외부 활동 시작과 함께 유성의 언론 대응 능력도 총동원된 것 같습니다.”
한태정은 머리가 아파졌다.
“스털링 측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이대로 지분 싸움을 하면 부족할 수 있으니, 우리 측에서 유성의 지분을 더 매집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이 일에 내 돈을 얼마나 쓴 줄 아나?”
한태정은 이번 일에 명운을 걸었다. 이대수가 그려온 그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대수는 연락도 되지 않고, 이상한 놈이 대응을 맡으며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유류분 반환 소송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아무래도 임시주총 이후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
“뭐?”
임시주총은 유성의 경영권을 뺏어오기 위한 자리였다.
무조건 많은 지분을 들고 있어야 했는데…… 임시주총 이후 결과가 나오면 무슨 소용이겠나.
“유성 측에서 변호인 선임 문제로 연기 요청을 했고, 재판부가 받아들였습니다.”
“그럼 임시주총을 좀 늦추는 게…….”
“스털링 측에서는 예정된 일자에 유성에 임시주총을 개최해 달라는 요구장을 보내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아니, 우리 쪽 사정 설명했어?”
한태정은 인상을 찌푸렸다. 말이 동맹이지 지금 상황은 스털링의 주도하에 깔린 판이었다.
하지만, 스털링은 마치 한태정의 목적인 경영권은 상관이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주가 올라서 상관없다 이거야?”
유성의 주가는 이미 많이 올랐다. 스털링은 경영권을 빼앗지 못하더라도 이득을 보고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태정은 달랐다. 이번 일에 많은 것을 걸었기 때문이다.
“약속한 지분을 맞추라는 얘기만 해오고 있습니다.”
“태용이에게 연락해 봤어?”
이번 일을 같이하고 있는 동생이자 YS코스메틱의 한태용 이름이 나왔다.
“예. 코스메틱 돈으로 유성의 지분을 담아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
한태정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그럼 우리도 그렇게 해야지. 가용할 수 있는 돈이 얼마야?”
“아시다시피 해상운송비가 많이 내려가서…… 회사에 돈이 많이 없는 상황입니다.”
“김 대표 들어오라고 해. 이 새끼가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한태정이 그리 말하자 이사는 손을 들어 올려 만류했다.
“회삿돈으로 유성의 지분을 매입하려면, 김 대표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일단 참으시지요.”
“하……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어. 그래서 얼마나 모을 수 있어?”
“은행 대출을 내면 목표 수량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자고. 시간이 없으니까 빠르게 진행하고.”
이사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섰고, 한태정은 돌아가는 상황에 머리가 아파지는 듯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 * *
-현재 1% 조금 넘게 매집했습니다.
이틀 후, 도경은 걸려온 이지훈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이지훈은 유성로지스틱스로 넘어가 YS상선에 대한 공격을 지휘하고 있었다.
“조금 전, 재무팀에 확인하니 법적 검토가 끝나고 오늘 차입 발표를 한다더군요. 차입금은 나흘 후 입금될 겁니다.”
유성에서 유성로지스틱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었다.
“지훈 팀장님.”
-네, 본부장님. 듣고 있습니다.
“슬슬 판을 벌여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본부장님께서 지시하신다면 빠르게 진행할 준비 되었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역시 이지훈을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장이 열리자마자 공시하시죠.”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입을 열어 지시 사항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 * *
“오늘이지?”
다음 날, 헤지펀드 재규어 캐피털의 대리인 법무법인 한양의 사무실.
대표 변호사 박준영은 며칠 전 도경과의 만남 이후 편할 수가 없었다.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해오는 말들이 그냥 넘기기엔 쉽지 않았다.
말을 해오는 주인공이 윤도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유성 주가는 어때?”
“15,000원 후반대에서 횡보 중입니다. 이번 경쟁에서 한태오 회장이 이길 거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보니…….”
유성의 역공격이 시작되며 경영권 분쟁이라는 재료가 점점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특히 한태오의 영향력이 말도 되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경영권 분쟁은 유성에서 한태오가 가지는 상징성을 다시 한번 재확인해 주는 중이었다.
그가 외부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유성은 건재하다는 이야기들만 나오고 있었으니까.
“이건가?”
“네?”
“윤도경이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제안하고, 앞으로 주가 상승이 없을 것처럼 얘기해 왔잖아.”
“그렇습니다.”
“이거 아니냐고.”
“…….”
박준영의 물음에 부하 직원은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재규어 측에 이 상황을 얘기하시는 것은.”
“안 들어. 윤도경 만나고 온 날 얘기해 줘도 윤도경이 누군데? 라는 반응뿐이더라고.”
박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 설득하기도 그래. 왜냐면 윤도경의 자신감밖에 본 것이 없잖아. 재규어 입장에서도 내 말이 어이없긴 하겠지.”
“일단 오늘 소식을 기다려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윤도경…….”
지이잉-
“한성경제일보 김성태 기자입니다.”
그때 부하 직원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박준영은 받아보라는 듯 턱짓을 했다.
평소 법무법인 한양에 정보를 주는 기자였다.
“예, 김 기자님. 네? 자, 잠시만요.”
수화기를 손으로 막은 부하 직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박준영을 바라보았다.
“왜? 무슨 일인데?”
“유성에서 YS상선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선언했다고 합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준영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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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