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9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91화(29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91화
“이건가?”
한편, 공개매수 발표 이후 도경은 회장실을 찾아 한태오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이게 팩맨 전략이야?”
“그렇습니다.”
유성이 YS상선의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선언 이후,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시장뿐만 아니었다, 뉴스 속보부터 시작해 모두의 시선이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향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팩맨 전략은 서로의 출혈경쟁 속에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릅니다만…… 이번은 누가 봐도 우리에게 유리한 싸움입니다.”
“그렇겠지. 유성이니까.”
한태오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유성이니까요. YS상선은 쳐다볼 수도 없는 유성이요.”
“그런데 6천 원은 너무 높게 잡은 거 아냐?”
전날 유성로지스틱스는 YS상선의 경영권 취득을 위한 지분 공개매수를 천명하며 주당 6천 원에 지분 13%를 목표로 잡았다.
“현재 주가가 2천 원대이긴 합니다만, 공개매수 기간이 열흘이다 보니 그사이 비슷한 가격대로 맞춰질 것 같습니다.”
“다 계산을 한 거다 이 말이구먼?”
“네. 어제 공개매수를 선언하자마자 YS상선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의 주가는 많이 내려갔다며?”
“그렇습니다. 의도한 대로 반응이 오고 있습니다.”
도경은 시장의 시선을 유성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에서 공격하는 것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그렇게 되면 유성으로 몰리려고 대기하던 돈들이 YS상선으로 몰릴 테니까.
“모든 게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주가가 내려갈수록 저들은 버티지 못할 겁니다.”
“버티지 못한다?”
“네. 지금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연기된 상태에서 우호 지분이 부족하니, 임시주총을 연기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
“주가가 점점 내려가면, 그것도 불가능할 겁니다. 스털링은 경영권 취득에 실패하더라도 주가로 이득을 보고 빠져나가려고 했을 테니까요.”
기업사냥꾼의 습성은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전과가 화려한 스털링이나 재규어 같은 헤지펀드들은 더더욱 단순한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주가가 내려가면, 저들이 우리 지분을 더 주워 담기 좋은 것 아닌가?”
한태오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정확한 지점을 포착해 왔으니까.
“그래서 일정 가격대에서 물량을 받으려고 합니다.”
“물량을 받는다고? 아! 우리 자사주 매입 공시를 했구먼.”
“네. 자사주 매입 공시를 해놓은 상황에서 주가가 올라 작업이 중지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침 잘된 것 같습니다.”
유성은 이미 공시한 대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해야 했는데, 스털링 측에서 가처분신청을 해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법원에서 문제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해 공시를 이행해야 하는 유성 회사 측에서도 이득이다.
“자네…….”
한태오는 유심히 도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나를 풀었더니 여러 개가 풀리는 그림을 그렸구먼.”
정말이지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인재였다.
일해 나가는 것을 보면 거침이 없어서 ‘저게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늘 모든 것이 해결되는 상황이었다.
“하나만 물어보지.”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자네는 이 그림이 모두 보였던 건가?”
“의도하고 지른 거긴 합니다만, 이렇게 되기 위해 많은 직원이 노력했습니다.”
도경은 진심이라는 듯 한태오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이번에 구조본 직원들의 실력에 놀랐습니다. 뭐든 지시를 하면 하루 안에 해결해 결과를 가져옵니다. 각 계열사 간에 의사소통도 굉장히 빠르고요.”
“이대수 그 친구가 그렇게 만들어놓은 거야.”
한태오는 이대수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 친구도 매우 똑똑했지. 특히 사람을 부릴 줄 아는 친구였어. 그런데 자네는 내가 그 오랜 세월 본 이대수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구먼.”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일이 끝나거든 더 칭찬해 주십시오. 지금은 여기까지가 좋은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래. 이제 나는 뭘 하면 되나?”
“슬슬 쐐기를 박아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싶습니다.”
“쐐기? 내가 해야 할 일인가?”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예, YS코스메틱의 한태용 회장을 만나고 오시죠.”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 * *
“어서 와라.”
그날 저녁, 한태오의 자택인 운월당.
한태오는 집으로 들어서는 남자를 바라보며 차가운 얼굴로 인사했고, 남자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혀, 형님. 연락받고 왔습니다.”
오늘 한태오의 연락을 받고 운월당으로 찾아온 인물은 한씨 가문의 셋째 아들이자, 한태오의 막냇동생 한태용이었다.
한태용은 YS코스메틱이라는 화장품 회사를 운영 중이었는데, 상선의 한태정과 함께 한태오의 경영권을 노려오고 있었다.
“밥은?”
“머, 먹고 왔습니다.”
“그럼 앉자.”
한태오는 거실 한가운데 있는 소파 상석에 앉았는데, 한태용도 재빠르게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형님, 용서해 주십시오.”
“무엇을?”
“제가 태정이 형님의 이야기에 넘어가 넘볼 걸 안 되는 것을 넘보았습니다.”
한태용은 자리에 앉자마자 고해성사를 하기 시작했다.
“태정이 형님이 이번엔 확실하다고, 이대수가 아버지의 유서가 없는 것을 확인해 줬다고…….”
“그러니까, 이대수랑 한태정이가 짰다?”
“예, 예! 그렇습니다. 스털링을 데리고 오자고 한 것도 이대수였고…….”
“알고 있어.”
한태오는 굳은 표정으로 한태용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놈들은 그럴 위인이 못 된다는 거. 평생 언감생심 내 자리를 노리지도 않았겠지.”
“마, 맞습니다. 저는 형님이 유성의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태오는 자신의 눈앞에서 저자세로 나오는 동생을 보며 속으로 웃음이 피식 나왔다.
처음에 도경이 한태용을 만나라고 했을 때 의아했다. 하지만, 지금 도경의 말대로 한태용은 저자세로 나오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모든 걸 말했으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아도 됐잖아. 죽어서 아버지 어떻게 보려고 그러는 거야?”
“그,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욕심이 좀 과했습니다.”
한태오가 아무런 답 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한태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옆으로 향했다.
털썩-
그러고는 두 무릎을 꿇고 한태오에게 고개를 숙였다.
“형님, 제 아들 성주가 올해 아들을 낳았습니다.”
“…….”
“제가 요즘 아들과 손주를 볼 낯이 없습니다. 할애비가 무능해 회사를 빼앗기면, 손주들은 뭘 먹고 사는가가 늘 걱정입니다.”
본보기 효과는 대단했다. 한태용을 움직이던 한태정의 YS상선을 공격하자마자 한태용은 잔뜩 쫄고 있었다.
혹시라도 코스메틱을 빼앗기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네 것을 뺏지는 않을 테니.”
“네, 네?”
“네놈이 이렇게 내 앞에서 무릎을 꿇는데 네 것을 빼앗으면 내가 아버지를 볼 낯이 없어.”
“가, 감사합니다. 형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한태용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해왔는데, 머리가 땅에 닿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태용이 너는 내 편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내일 출근하거든, 네놈 밑에서 이번 일 처리한 놈 구조본으로 보내.”
“예. 알겠습니다. 소송도 취하하겠습니다.”
“그건 둬라.”
한태오의 말에 한태용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게는 그 지분이 없어도 되고, 또 원래 네 것이니…… 법원의 판단이 없더라도 돌려줘야겠지.”
“혀, 형님…….”
“내일 네 직원 보내면, 구조본에서 알아서 지분양도 서류도 작성해 줄 거다.”
“감사합니다. 형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한태용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자 한태오는 미소를 지었다.
한태용을 보고 짓는 미소가 아니었다. 당장에라도 눈앞에 있는 한태용을 쫓아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말 난놈이구만…….’
한태오는 도경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 * *
“어떻게 됐어!”
“현재 주가가 너무 올라 자사주 매입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한편, YS상선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유성로지스틱스가 YS상선 경영권을 공격해 온 이후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럼 우리는 방어를 못 한다 이거야?”
“…….”
한태정의 물음에 이사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과 가족이 가진 상선의 지분이라 봤자. 25% 정도였다.
유성로지스틱스에서 공개매수에 성공한다면 가지는 지분이 15%였고, 나머지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은 당연히 유성로지스틱스에 호의적이었다.
“지금이라도 유성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지금 유성을 포기하면 우리가 그동안 모은 유성의 지분은 어떻게 되고!”
스털링뿐만이 아니었다. 한태정도 개인 자금을 들여 유성의 지분을 사들였다.
여기서 경영권 분쟁을 포기하는 것은 큰 손해를 보는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한태오 회장을 만나셔야 합니다.”
“웃기지 마! 만나서 뭐 어쩌란 거야!”
“우리에 대한 공격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유성에 대한 우리의 공격도 철회하는 것으로 합의를 본다면 끝낼 수 있습니다.”
포기하기엔 벌여놓은 일이 컸다.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태오는 내가 잘 알아. 상선을 노린 이상 그냥 안 물러날 거야. 상선을 내놓는 조건으로 개인재산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오히려 역제안을 해오겠지.”
한태정의 말에 이사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백기사를 동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백기사?”
“네. 우리의 지분을 유성로지스틱스보다 더 비싸게 공개매수를 해줄 기관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기관이 있어?”
이사의 말에 한태정은 물었다.
“일단 기관을 만나고 다닐까 합니다. 3년 후에 비싸게 주식을 사주는 대가로…….”
“우리가 그런 돈이 어디 있어!”
“이게 아니면, 방법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단호하게 말해오는 이사를 보며 한태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진행해.”
“예, 알겠습니다.”
이사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한태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지. 암, 그렇고말고.”
* * *
-여의도 바닥에 재미있는 소문이 돌아.
이틀 후,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 통화 상대는 최우진이었다.
“재미있는 소문이요?”
-어, YS상선이 백기사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야.
최우진의 말에 도경의 표정은 굳어갔다.
솔직히 이쯤 되면 저들이 숙이고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태정은 이미 고개를 숙인 한태용과 달리 계속해서 이 싸움을 이어나갈 것 같았다.
“이야기 나오는 곳이 있나요?”
-없지. 솔직히 YS상선에 지금 누가 돈을 대고 싶겠어?
“알겠습니다. 정보 감사해요. 선배. 혹시라도 이야기가 더 들려오는 게 있으면 연락해 주세요.”
-그래, 다들 응원하고 있으니까 꼭 지키고 돌아오고.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부장님.”
자리에 앉아 한참 생각하던 도경은 IR 팀을 담당하는 부장을 불렀다.
“예, 부르셨습니까?”
“이제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기다릴 필요가 없으시다면…….”
IR 팀장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조심스레 물어오자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임시주총 우리가 엽시다. 주주명부 폐쇄 공고부터 시작하죠.”
이제는 이 게임을 끝낼 시간이 다가왔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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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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