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9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93화(29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93화
“저는 지금 유성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초동 유성그룹 사옥 앞에 나와 있습니다.”
두 달 후, 유성그룹 사옥 앞.
평소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수많은 사람이 사옥 앞에 있었다.
방송사의 생중계 차량부터 커다란 카메라를 든 기자가 그 주인공이었다.
“두 달 전, 유성그룹 한태오 회장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습니다.”
당시의 충격은 이루 말할 것이 없었다. 뉴스 속보로 뜨기 시작해 라디오 시사평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형식의 뉴스를 휩쓸었으니까.
“사실상 동생 한태정 회장과 영국의 헤지펀드 스털링의 경영권 공격에 대해, 자신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발표였는데요.”
이런 방식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꽤 많이 사용되었다.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 임시 주주총회를 먼저 소집해 방어 측에서 해임안을 상정해 버리는 것이다.
해임안이 부결된다면, 이는 곧 주주의 과반수가 방어 측을 지지한다는 얘기였기 때문에 사실상 재신임이나 다름없었다.
“국내 재벌기업의 총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놀란 발표였습니다.”
리포트를 하는 기자의 말마따나, 재벌기업 총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편, 한태정 회장과 스털링 측은 갑작스러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은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한다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소집일이 두 달 뒤인 점을 고려하면 청구인 측의 주장과 다르게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에 대한 침해는 없다며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한창 리포트를 해나갈 때 고급 세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유성 본사 앞에 멈추어 섰다.
“말씀드리는 순간, YS상선의 한태정 회장이 들어섰습니다.”
차에서 한태정이 내리자 기자들은 다가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회장님, 오늘 주주총회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스털링 측에서는 해임안 가결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 발표했는데요. 회장님의 의견도 같으신지?”
“유성로지스틱스의 YS상선에 대한 공개매수가 성공하며 경영권이 위태로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태정은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했다.
“자자, 하나씩 합시다. 다 답을 해드릴 테니.”
그 말에 한 기자가 먼저 묻기 시작했다.
“유성로지스틱스의 YS상선에 대한 공개매수가 성공하며 경영권이 위태로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누가 그렇게 말합니까?”
“유성로지스틱스가 YS상선의 지분 21%를 모았습니다.”
“우리 우호 지분은 그보다 더 많을 겁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주주총회는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한태오 회장이 무리수를 던진 게 아니겠습니까? 해임안이 가결될 것이라 봅니다.”
“회장님, 이제 들어가셔야 합니다.”
그때, 이사가 시간이 다 되었다며 한태정을 안으로 안내했고 기자들은 계속해서 질문 세례를 던졌다.
“정말 요란하게 오네요.”
한편, 로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지훈은 도경을 향해 말했다.
“저런 거 즐기려고 회장 하는 사람이니까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차질 없이 준비됐습니까?”
“예.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우리 우호 지분은 30%가 넘습니다.”
도경의 물음에 이지훈은 따라 걸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또, YS코스메틱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대방은 코스메틱이 가진 지분 3%가 우호 지분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한태용 회장이 무언가 즐기고 있나 보네요.”
“원래 전향자들이 더 나서서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모를 거라고 말해왔습니다.”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소액주주들이 힘을 실어줘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은 주주명부가 폐쇄되고, 주주총회 의결권 지분이 확정되자마자 본사로 위임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태오를 지지한다는 의사 표현이었는데, 그것을 보도 자료로 만들어 뿌리자마자 더 많은 위임장이 도착했다.
“5%가 넘는 우군이 모였으니까요.”
소액주주의 지분이 5%가 넘게 유성의 손에 들어왔다.
“마지막까지 관리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회장님 모시고 오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고는 걸어가자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 *
“시간이 다 됐습니다.”
회장실로 들어선 도경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는 한태오를 바라보았다.
“이리 좀 오지.”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그의 옆에 가서 섰다.
“뭐가 보이나?”
한태오의 물음에 도경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평온합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한태오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 너무 평온하지. 나는 내 눈앞에 저런 평온한 모습을 보며 살아왔네. 지난 수십 년을 말이야.”
“…….”
“이 자리에서 배가 부른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난 늘 저 평온함을 동경했어.”
한태오의 얼굴은 정말로 가지고 싶은 것을 발견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살았어. 내가 저 평온함을 위해서 더 치열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난 시간 유성은 한태오의 것이 아니었다. 아니, 한태오는 단 하루도 맘 편하게 유성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끊임없는 경쟁, 끊임없는 경영권 공격 속에서 한태오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저 창밖의 평온함을 위해서.
“그런데 오늘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구먼.”
한태오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으로 일곱 시간을 넘게 자봤네.”
한태오는 자랑을 하듯 얘기해 왔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너무 개운하더군, 늘 따라다니던 두통도 없고 말이야.”
도경은 가만히 한태오를 바라보았다.
“이게 다 자네 덕분이야.”
“오늘부터는 푹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제 지긋지긋하구먼.”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옷걸이에 걸려 있는 재킷을 입었다.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러 가 보자고.”
한태오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한태오의 뒤를 따랐다.
* * *
“한태오가 들어옵니다.”
유성그룹 주주총회가 열리는 행사장.
한태정과 스털링 등 경영권을 위협하는 인사들은 한곳에 모여 있었는데, 한태오가 들어와 단상 위에 앉자 미소를 지었다.
“오늘 완전히 끝내 버릴 수 있겠죠?”
한태정의 물음에 스털링의 대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태오가 무슨 생각으로 지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내부적인 계산으로는 4% 이상 차이로 우리가 이긴다고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개미 놈들이 유성에 위임장 가져다 바친다고 할 때는 조금 놀랐습니다만…….”
“하하하, 겨우 5%입니다. 진정하시지요. 그나저나, 한태용 회장이 늦습니다.”
그 물음에 한태정은 손목에 걸친 시계를 바라보았다.
동생 한태용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한태정은 뒤를 돌아봤는데 시선을 받은 이사가 다가왔다.
“태용이한테 연락해 봤어?”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그래?”
이사의 보고에 한태정은 편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오늘 이렇게 찾아주신 주주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저는 유성그룹 IR 담당 이사…….”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었고, 모두가 긴장되는 표정이었다.
“형님.”
그때, YS코스메틱의 회장 한태용이 행사장으로 들어섰는데 한태정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옆으로 돌아보았다.
“왜 이렇게 늦었어.”
한태정의 물음에 한태용은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님, 미안합니다.”
“괜찮으니까 앉아.”
“아뇨. 형님. 내가 형님을 배신한 게 아니고 태오 형님을 따르는 거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야?”
한태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는데 한태용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유성 측 인사들이 있는 자리로 가 앉았다.
“지금 한태용 회장 어디 간 겁니까?”
스털링 측의 물음에도 한태정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채로 당황한 표정으로 한태용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단상 위의 한태오를 바라보았는데, 한태오는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익…….”
한태정은 부들부들 떨었고, 스털링 측 대리인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임시 주주총회 제1 안건인 이사회 의장 한태오와 이사진 12인에 대한 해임안을 상정하겠습니다.”
사회자가 그리 말하자 큰 화면에는 상정된 안건이 떴고, 찬성과 반대란이 떴다.
“입장하시며 각 보유 중인 지분대로 받으신 기기에 있는 찬성, 반대 버튼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기기에는 보유 중인, 또 위임받은 지분을 합한 수치가 적혀 있었다.
표결이 실시간으로 집계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다.
“1분 남았습니다.”
“출석 과반은 넘었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이지훈이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관상 총지분의 1/3 이상이 주주총회에 출석하여야 하고, 출석한 지분에서 과반이 넘는 지분이 표결에 참석해야 성립된다.
다시 말해, 출석한 지분 중 과반이 넘는 지분이 투표를 했기 때문에 이번 안건은 가결이든 부결이든 성립이 된다는 얘기였다.
“후……”
도경은 긴장이 되는 듯 한숨을 내쉬며 집중했다.
“투표 시간이 마감되었습니다. 바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출석한 지분 총 982만 4,426주 중 711만 901주가 투표에 참석했으므로 이사회 의장 한태오 및 이사진 12인 해임 안건은 성립되었습니다.”
사회자는 그리 말하며 손에 든 태블릿PC를 보며 입을 열었다.
“찬성 196만4,885주, 반대 304만4,578주, 기권 210만1,438주로 해임안은 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와-!”
순간 행사장 안에는 환호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도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높게 들어 올렸다.
* * *
“고맙네.”
그날 저녁, 도경은 한태오의 자택인 운월당으로 초대받았다.
임시 주주총회는 한태오를 비롯한 유성의 완성으로 끝이 났다.
“아직 고맙다고 말씀하시긴 이르십니다.”
“뭐라?”
“YS상선을 품에 안겨 드리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한태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환한 웃음이 자리 잡았다.
“그래, 그 일이 남았지.”
“그 일이 끝나거든 칭찬도 해주시고, 제게 저당 잡히신 것들도 주십시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껄껄하고 웃었다.
“알았네. 자네가 원하는 거 적어서 가져오게.”
“이른 시일 안으로 상선을 안겨 드리겠습니다.”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다현이 말일세.”
한태오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시작해 오자 도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상처가 많은 아이야.”
“…….”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와의 관계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씀드린 거 평생 잊지 않을 테니까요.”
“고맙네.”
난생처음 보는 한태오의 표정이었다.
아마도 지금 순간만큼은 아버지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그럼 일어나 보겠습니다.”
“고생하게.”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본부장.”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서려 할 때, 한태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도경은 고개를 돌렸다.
“내게 잠을 찾아줘서 고맙네. 이 말은 지금 하고 싶구먼.”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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