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9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95화(29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95화
“고생 많았어.”
다음 날, 유성그룹 회장실.
도경은 모든 일이 마무리되자 한태오에게 업무 보고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네에게 전권을 주기로 한 것은 내가 한 선택 중 가장 빛이 나는 선택이었네.”
“아닙니다.”
“하하하, 며칠 전만 하더라도 일이 끝나면 모든 걸 달라더니, 일이 끝나니 아니라고 하는 거야?”
한태오는 그래서 도경을 좋아했다.
자신의 일이라는 명분으로 열심히 한 이후, 공치사를 하지 않았다.
“진심입니다. 모든 것은 회장님의 결단으로 일어난 일이니까요.”
“고맙네.”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직 일이 다 끝난 건 아닙니다만, 이제 구조조정본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저는 돌아가 볼까 합니다.”
“자네가 마무리하지 그러나?”
“이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합병 문제나 사업적인 문제는 저보다 구조본 직원분들이 더 선수시니까요. 그리고 제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한태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밤새 생각해 봤는데, 내가 자네에게 뭘 주면 되나? 내 마음대로 하자면, 자네가 싫어할 것 같아서 묻는 말이야.”
마음 같아선 도경을 자신의 가까운 곳에 두고 싶었다.
가까이에 둔 몇 달간 한태오는 도경에게서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이 나이에 누군가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즐겁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저번에 말씀드린 것이면 충분합니다.”
“저번에 말…… 펀드 말인가?”
“그렇습니다.”
“하하하.”
한태오는 크게 웃었다. 그러고는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에겐 그것이 그리도 큰일인가?”
“제 꿈이자, 제 종착지라고 늘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도경이 이 업계에 발을 디디며 늘 꿈꿔왔던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건 펀드를 출시해 고객에게 수많은 이익을 주고, 자신도 많은 이익을 얻는 삶이었다.
피터 브라운의 일화를 보며 너무 멋있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재능으로 다른 이를 배부르게 해줄 수 있다는 건 낭만적인 일이었고, 그 능력으로 모두의 칭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삶이야말로 도경이 원하는 것이었다.
“좋네. 자네가 내 꿈을 이루어주었으니, 자네의 꿈도 이뤄줘야 하겠지.”
“감사합니다.”
“이거 받아.”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서류 봉투를 도경에게 건넸고, 도경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한태오를 바라보았다.
“이게…….”
“열어보고 나서 당황해.”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봉투를 열었는데 서류를 확인하고 화들짝 놀라 한태오를 바라보았다.
“못 받…….”
“받아.”
한태오는 굳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원래 대수 놈 은퇴할 때 주려고 묻어뒀던 건데, 그놈이…… 이제는 필요 없어진 거야. 그리고 이대수의 일을 자네가 대신했으니 자네 거야.”
한태오가 건넨 서류는 부동산 양도 서류였는데, 잠실에 있는 빌딩이었다.
“큰 빌딩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을 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살 만큼의 돈은 벌릴 거야. 내가 내야 할 세금은 다 냈지만, 자네가 내야 할 세금은 자네가 내. 무상으로 양도받는 거니 그런 세금쯤은 내라고.”
“……회장님.”
“마음 같아선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은데, 자네를 생각해서 참은 거야. 그러니 거절하지 마. 내가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은 이런 거밖에 없어서 미안해지니까 말이야.”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거 줬으니, 운월당에 자주 와. 알았어?”
“예. 자주 가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고생 많았어. 푹 쉬고 자주 보자고.”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회장실을 떠났다.
* * *
“열 살 때 처음 알았어요.”
그날 저녁, 도경은 한강 변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엄마가 아빠를 보러 간다고 같이 가자는 거예요.”
도경의 옆에는 한다현이 앉아 있었는데, 한다현은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린 마음에 놀랐어요. 지금까지 아빠가 돌아가신 줄 알고 있었고, 엄마도 그렇게 얘기해 줬으니까요.”
“…….”
“솔직히 좋았어요. 어린 나이에도 알겠더라니까요? 아빠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요.”
한다현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거예요. 처음 만난 날, 아버지는 제게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될 거라고 하더라구요.”
도경은 가만히 한다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표정을 읽으려 했는데 무슨 표정인지 알지 못할 것 같았다.
“그날이 마지막이었어요. 다음 날 도망가듯 미국에 갔거든요. 제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게 다였어요. 밥 먹는 내내 우리 가족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어요.”
“…….”
“다행인 건 유복하게 살았어요. 아버지는 바람피워서 낳은 딸을 버렸지만, 의무는 다한 거죠. 양육비는 듬뿍 줬으니까요. 그런데 용서가 안 돼요.”
도경은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흔한 위로의 말은 건네고 싶지 않았다.
한다현이 겪었을 것들은 그것보다 더 컸을 테니까.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한국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전공을 살려서 유성투자증권에 취업했고요.”
“…….”
“그러더니 뭔가 하나둘 옆에 따라붙더라고요. 아버지가 보낸 사람들이 나를 감시하기 시작한 거죠. 무언의 압박을 하는 거 같았어요. 나가라고.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한다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더 악착같이 버텼더니, PB로 발령을 내더라고요.”
도경은 인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한다현 같은 인재가 본사에서 일하다가 PB로 전환하는 경우는 잘 없었다.
물론 있기는 했다. PB가 벌어들이는 성과급을 탐내는 직원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PB는 철저한 능력주의였고 고용 안정성도 본사에 비할 바가 되지 않았다.
“거기서 도경 씨, 아니, 본부장님을…….”
“편하게 하죠. 여기 듣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그리고 가정사를 얘기하면서 본부장님은 좀 정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피식 웃고는 입술을 뗐다.
“도경 씨를 만났어요. 좋았어요. 사람이 이렇게 열정적일 수도 있구나, 그리고 느꼈어요.”
“…….”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진심인데 내가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이 팀을 어렵게 하고 있구나.”
“그때 열심히 했잖아요.”
“하지만, 사고를 칠 뻔했죠.”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세계에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도경 씨를 보면서요. 그래서 느꼈죠. 아! 나도 진심으로 무언가 해봐야겠다. 내 인생에 한태오가 너무 많은 것을 차지하고 있었다.”
“…….”
“그래서 미국으로 떠났어요. 지금 생각하면 무책임했지만, 미국에서 많은 걸 배웠고, 더 열심히 했어요. 윤도경이란 사람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소식을 들었으니까요. 아 저 사람이 나를 찾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한다현은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제가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만들어줘서요. 제 인생에서 아버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줘서요.”
“너무 큰 감사의 인사…….”
“그리고 아버지를 도와줘서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인생에서 아버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놓고는 고맙다며 모순되는 말을 해오는 한다현의 심경이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제가 더 고맙네요. 얘기해 주기 어려웠을 텐데.”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나니 홀가분해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한다현 씨는 제게 있어서 아주 유능한 동료일 거예요. 다현 씨의 가정사를 알았다고 해도 그건 변함이 없을 겁니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미소를 지었다.
가장 걱정했던 일이었고,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맥주가 너무 맛있네요.”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맥주를 들이켜며 한강으로 시선을 옮겼고, 도경도 피식 웃으며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 * *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우, 말도 마. 윤도경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지 처음 알았네.”
다음 날, 오랜만에 신라로 출근한 도경은 최우진의 투정을 들어주고 있었다.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운 도경과 이지훈, 차선태를 대신해 각 팀을 통솔하는 것을 넘어 본부 전체를 통솔해 온 최우진이었다.
“선배 덕분입니다. 제가 자리를 비워도 안심하고 비울 수 있는 건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긴 한데…… 다음부턴 못 해.”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솔직히 결재나 직원들 관리하는 건 나도 할 수 있지.”
“…….”
“그런데 윤도경의 카리스마가 내겐 없어.”
최우진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여기 있는 팀원들 전부 윤도경 하나 보고 온 사람들인데, 윤도경을 따르는 맹목적인 그런 게 나에겐 없다고.”
“글쎄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오히려 제게 없는 게 선배님한테는 있습니다.”
최우진은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살갑지 못해요. 아니, 정확히는 먼저 다가가는 위인이 못 됩니다. 이거는 저도 제 약점이란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윤도경 정도면 따뜻…….”
“그것과는 별개로요. 먼저 가서 힘든 게 없냐 물어보고, 경조사 챙기고, 직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위트 있는 농담을 던지는 상사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
“선배는 그걸 채워주시는 분이고요.”
그저 최우진을 달래기 위한 빈말이 아니었다. 최우진이 아니었으면, 그 자리를 믿고 맡기지 않았을 것이고, 오래 자리도 비우지 못했을 것이다.
도경은 그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윤도경에겐 윤도경의 방식이, 최우진에겐 최우진의 방식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그리고 저는 선배의 방식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있었고요.”
“이것 참, 한번 투덜거렸다가 된통 돌려받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그럼 밥 사.”
“물론 사야죠. 마침 점심시간이네요. 어디로 가실까요?”
“일단 나가자.”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킷을 챙겨 입으며 사무실을 나섰다.
최우진은 방을 나서자마자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께서 점심 사신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당황한 표정으로 최우진을 바라보았고, 최우진은 한쪽 눈을 깜박였다.
“와-!”
“본부장님, 요기 앞에 정말 맛있는 스테이크 덮밥집이 생겼어요. 거기 예약해 뒀습니다!”
이연지와 한다현이 팔짱을 낀 채로 다가오며 말했다.
“뭡니까? 저만 빼고 이미 다…….”
“자자, 다들 갑시다.”
최우진이 그리 말하며 걷자 본부의 팀원들은 신나는 표정으로 최우진을 따라나섰다.
멍하니 서서 한참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본부장님, 안 오세요?”
팀원들은 걸음을 멈추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팀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는데, 도경은 무언가 감회가 새로웠다.
“갑니다.”
도경은 자신을 기다리는 팀원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5-02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