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화(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화
도경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며칠 전, 출근길 메시지가 알려준 대로 정말 영남제지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었으니까.
한 번은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두 번은…….
“뭘 그렇게 놀라?”
“네?”
“아니, 나한테 제지 섹터 눈여겨보라고 한 게 도경 씨잖아?”
“아, 저도 그때 말씀드렸듯 확실한 것이 아니라서…….”
“에이, 그때 그림 그린 거 보면 확실하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최우진은 그날 도경이 자신에게 설명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골판지 원지의 가격이 오르니까 포장용 상자의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경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국내 제지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석풍제지의 공장 화제 건도 엮으며 그림을 더더욱 이쁘게 그려주었다.
그리고, 도경이 말한 대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었다.
“도경 씨가 나한테 설명해 준 그림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그림이었어. 그리고 사흘 만에 이렇게 올랐네.”
최우진은 모니터를 가리키며 얘기했는데, 제지 섹터에 있는 거의 모든 기업이 10% 이상 오르고 있었다.
“이게…… 오른 이유가…….”
“아, 그걸 설명 안 했구나. 아침에 기사가 하나 떴어. 골판지 산업협동조합 측에서 골판지와 관련된 제품의 가격을 10% 올린다고 발표했거든.”
“제시가 아니라요?”
“그래. 이미 협의를 끝마치고 납품단가를 올렸어. 당장 다음 주부터 10% 인상된 가격으로 나간다고.”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를 띄우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제지업체와 구매업체 간에 합의된 상황이었다.
시장을 달구기에는 충분한 재료였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내가 짱구를 좀 굴려봤는데 말이야.”
최우진은 모니터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도경 씨도 알다시피 제지 업종의 주도주는 그날 말했듯 석풍제지야.”
주식에서 업종 주도주가 갖는 의미는 무시할 수 없었다.
시가총액은 당연히 최상위권이었고, 지금과 같이 제지 섹터가 오를 때 업종 내에서 주가 상승을 이끄는 것이 주도주였다.
“그런데 석풍의 주가는 8%가 올랐어. 국내 점유율이 40%인데 말이야.”
도경은 가만히 최우진의 말에 집중했다.
“그런데 영남제지가 19%나 올랐어. 잘하면 오후에는 상한가를 생각해도 될 정도야.”
최우진의 말에 도경도 놀랐다. 제지 분야가 꿈틀거리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날 메시지가 보내준 대로 영남제지가 주도주보다 더 오르고 있었다.
“내가 궁금한 건 주도주 수익이 8%인데 영남제지가 19%나 올랐다는 건데.”
“그건…….”
“잠깐만. 내가 생각한 것부터 들어주라.”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최우진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더라도 마지막 답은 자신이 찾으려고 했다.
도경은 늘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최우진의 모습이 좋았다. 참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석풍이 그동안 업종을 주도하면서 너무 많이 올랐어. PER이 다른 업종 상장주보다 네 배 정도 높으니까.”
PER(Price Earning Ratio)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다.
즉, PER 수치가 낮다면 회사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아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는 말이었다.
최우진의 말처럼 석풍제지는 다른 제지 회사보다 PER이 높으니, 투자자들이 적정 가치보다 고평가라고 생각해서 선뜻 손을 뻗지 않은 듯했다.
“요즘 유튜브나 책에서나 PER을 보고 투자하라고 많이들 말하니까. 개미들도 PER이 높은 석풍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영남으로 몰리는 게 아닐까?”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럼 이거 때문이 아니란 소리야?”
“아니요, 복합적인 이유겠죠. 대리님도 아시는 이유입니다.”
“내가 안다고?”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다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공장에 불이 났다고 했지?”
최우진이 그렇게 답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예, 석풍제지의 2공장이 불이 나는 바람에, 화재를 수습하고 라인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4개월이 소요된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아, 그래! 그게 있었구나.”
도경은 이어서 영남제지를 분석한 내용을 최우진에게 설명했다.
아무리 메시지가 그것이 정답이라고 알려준다고 해서, 그걸 곧이곧대로 따를 수는 없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제가 봐도 될까요?”
“아, 당연하지. 어서 봐.”
최우진의 옆으로 다가간 도경은 그에게 허락을 받은 후,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원하는 화면을 띄웠다.
“대리님의 말씀처럼 영남제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가 된 것도 있고, 석풍제지의 공장에서 불이나 앞으로 생산력이 떨어지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도경은 모니터 화면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 영남제지의 수급 상황입니다. 개인투자자보다는…….”
“외국인이랑 기관이 쓸어 담고 있네.”
“예, 이들이 쓸어 담는 이유를 저는 알 것 같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다시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뉴스를 하나 띄웠다.
국내 제지 시장 점유율에 관한 분석 기사였다.
“여기 보시면 상품 포장용 상자에서 석풍의 점유율은 20%, 영남의 점유율은 35%입니다.”
도경의 설명에 최우진은 궁금증이 모두 풀렸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이래서 복합적이라고 한 거구나?”
“예, 영남제지가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습니다만, 상품 포장용 상자의 점유율은 오히려 석풍보다 높습니다.”
“그래, 이번 납품단가 상승에 가장 영향이 있는 제품은…….”
“상품 포장용 상자겠죠. 납품단가는 낮지만, 수요가 엄청난.”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일회용품을 고르라고 한다면 상품 포장용 상자를 말할 것이다.
택배 상자에서부터 화장품 등등 공산품을 포장하고 있는 것은 종이로 만든 상자였으니까.
“물론 원지의 가격이 오르긴 했습니다만, 원지의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올라간 납품단가는 내려가지 않겠지.”
수요가 없다면 영남제지가 생산한 제품의 단가는 내려가겠지만, 영남제지는 이미 시장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다.
“업계의 납품 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이라는 걸 봤을 때 다른 업체가 파고들 틈은 없어 보이고요.”
“그래, 기업들은 신규 업체와의 계약보다 영남제지의 안정적인 납품을 선택하겠지. 이런 부분은 은근히 보수적이니까.”
단적으로 플라스틱 트레이의 수급이 쉽지 않아 빵을 만드는 기업이 오히려 빵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기업은 안정적인 공급을 원했다.
“사실 내가 도경 씨를 보자고 한 건, 도경 씨가 제지주를 보라고 한 날 있잖아.”
최우진은 조심스레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날, 한 고객이 나한테 연락이 와서 뭘 주목하냐고 하길래 제지주를 한번 주목해 보라고 했거든. 나도 따로 평가해 보니까 재료가 좋은 것 같아서.”
“아, 네.”
“그런데 생각보다 확 올라 버리니까 방금 고객이 전화 와서 고맙다고 하더라고.”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본인이 굴리는 거 빼고 일정 부분을 나한테 맡기신다고 하네. 고맙다, 도경 씨. 진짜 고마워. 이 말 하고 싶어서 보자고 한 거야.”
“아니에요. 저한테 말씀 안 하실 수도 있는데 고맙다고 해주시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최우진은 선배로서,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다.
“슬쩍 내 공으로 하고 입 닫을까 하다가, 들키면 다음부터 도경 씨 얼굴을 제대로 못 볼 것 같아서.”
최우진은 너스레를 떨며 농담을 해왔고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점심 약속 없지?”
“예, 없습니다.”
“30분 후에 나가자. 내가 밥 살게. 비싼 걸로.”
“그럼 사양하지 않고 맛있게 얻어먹겠습니다.”
“하하하, 알겠어. 정리하고 30분 후에 나갈 테니까 그때 봐.”
도경은 최우진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을 나섰다.
“후…….”
최우진의 방을 나온 도경은 다리에 힘이 풀려 복도에 있는 대기용 벤치에 앉았다.
‘이번에도 맞았어…….’
도경은 처음 메시지가 도착한 날부터 오늘까지 모든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지원오토텍부터 이번 영남제지까지 메시지가 추천한 종목은 모두 자신의 의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가 올랐다.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아직도 가입을 망설이십니까? VIP 서비스입니다.】
【어제 저희가 추천한 지원오토텍의 결과를 보셨습니까?】
【아직도 망설이시는 것 같으니 다시 한번 투자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종목: 영남제지】
【오늘이 마지막 맛보기입니다. 결과 확인하시고 연락해 주세요.】
처음에는 뻔한 불법 리딩방 메시지라고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게 번호를 차단했다.
하지만, 차단 후에도 오는 메시지와 그 메시지가 자신에게만 보인다는 것이 지금 도경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왜 나지?’
도경은 최우진 말고도 주변 동료들에게 메시지가 안 보이는지 확인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돌아온 답은…….
‘시계 어플이네?’
‘바탕화면 예쁘다.’
‘도경 씨, 고양이 좋아해? 웬 고양이 사진?’
‘나 이외엔 메시지를 볼 수 없다.’
이 메시지를 자신만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자신에게 시장에 관한 힌트를 주는 것이라면…….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기회일 수도 있지 않을까?’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도경은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들뜬 거 아닌가…….’
도경은 씁쓸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저 불법으로 운영되는 업체였을 수도 있는데, 괜스레 들떠 오해를 한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았다.
지이잉-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려서 도경은 바로 화면을 확인했다.
【윤도경 씨, 당신은 선택받았습니다.】
짧은 문자에 도경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비매품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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