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0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01화(30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01화
“요즘 주 대표 컨설팅 업체 얘기가 많이 나와.”
한편, 성진컨설팅의 대표 주성진은 강남의 한 고급 주점에서 중년의 남자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여의도에서 말입니까?”
“그래. 의원회관 안에 있는 인간들 전부 무능력자처럼 보여도 뭔가 큰 이득을 볼 냄새가 난다 싶은 건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내거든.”
주성진은 양손으로 고급 위스키를 따르며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런 인간들이 요즘 강남에 지나다니는 개도 5만 원짜리 다발을 물고 다닌다는 소문이 나니까 모를 수가 있나?”
“하하하. 저희가 수익률이 좀 좋긴 하지요. 어르신도 많은 이득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까, 그 인간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데 내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안타깝더라니까.”
“아이고, 자랑도 하시고 저희 소개도 좀 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주성진의 말에 상대는 손사래를 쳤다.
“어이고, 이 친구야. 큰일 날 일 있어? 여의도에서 가장 잘해야 하는 게 뭔지 아나?”
“무엇입니까?”
“나 잘된 일은 숨기고, 상대가 잘된 일은 까발리는 거야.”
그 말에 주성진은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
“어르신도 참.”
“어? 농담인 줄 알아? 정말이라니까. 지금 자네 업체 얘기가 두루뭉술하게 나와서 가만히 있는 거지 특정이 되면 내가 좀 말려야 해.”
“말리신다고요?”
상대는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 수면으로 올라오면 문제 삼는 인간들이 많아질 거 아닌가?”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어르신께서 다 막아주시는데.”
“하하하, 자네가 나를 많이 믿어줘서 고맙기는 한데 말이야. 그래도 조용할수록 좋아.”
“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상대는 주성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어쩜 그리 어린 친구가 눈치가 빠르나?”
“이것 참, 어르신께서는 제가 한마디 올리면 두 마디로 돌려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니야. 이게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달라도 뭐가 달라. 우리 주 대표가 그렇다니까?”
주성진은 웃으며 다시 술잔에 술을 채웠다.
“그런데 내 말은 가볍게 듣지 마. 소문을 가장 경계해야 해.”
“예. 알겠습니다.”
상대가 진지하게 얘기해 오자 주성진 또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주 대표는 말이 통해서 좋아. 그나저나 이번에 또 새로운 걸 들어가려고 한다며?”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하하하, 내가 모르는 게 있나?”
자신이 살짝 흘린 것이지만 주성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단속을 했는데도…… 참 송구스럽습니다.”
“아아, 아냐. 내가 알아낸 거니까 다른 사람들은 아직 모를 걸세.”
“어르신께서 이미 아시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주성진의 말에 상대는 애가 탄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빨리 얘기해 봐.”
“성문건설이라고 꽤 건실한 기업이 있습니다.”
“어이고, 대한민국에서 성문건설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하하하, 예. 그런 기업이 최근에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공매도 세력들이 건실한 기업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거참.”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공매도 당하는 기업이 안타깝다는 듯 얘기하고 있었지만, 이들에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 주 대표가 이번엔 성문건설 주주들을 구하려고?”
“그렇습니다.”
“나도 끼워주게.”
“하하하, 어르신. 지난번에 드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다른 분들도 챙겨 드려야 하는데…….”
“아이고, 내가 없으면 누가 자네 뒤를 봐준다고 그러나?”
주성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돈에 눈이 먼 인간이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는 이미 아드님 명의로 가입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주성진의 상대는 매년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나 부인 명의로는 상품에 가입을 못 했는데, 공개 대상에서 벗어나는 아들의 명의로 가입한 상황이었다.
“왜 또 가입하면 안 되나?”
“이게…… 한 사람이 급등하는 주식을 두 번 먹는다면 금감원에서 조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 자네 혹시 내가 끼는 게 싫은가?”
상대가 슬슬 불편하다는 듯한 기색으로 얘기해 오자 주성진은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어르신의 재산을 못 불려 드려 안달이 난 사람인데요.”
“흠…….”
“저는 괜찮습니다만, 어르신께서 곤란한 상황에 놓이실 수 있으니 말씀드린 겁니다.”
“그런가?”
“예. 금감원에서 아드님의 조사를 하다 보면 이야기가 새어 나오지 않겠습니까?”
주성진의 말에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 따님분 계시지요?”
“있지.”
“자제분 모두가 주식으로 돈을 벌면 또 조사가 들어올 수 있으니, 다른 방식으로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다른 방식?”
“예. 주식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저희 회사에 투자를 하시는 겁니다.”
주성진의 말에 상대는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르신도 아시다시피 저희 성진컨설팅은 수익금의 50%를 수수료로 가져갑니다.”
“그렇지.”
“이런 말씀 어디서 처음 드리는 겁니다만, 제가 굴리는 돈이 사실 2조 원쯤 됩니다.”
주성진의 말에 상대는 화들짝 놀랐다.
고액 자산가 다수가 주성진의 고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엄청난 액수를 굴리고 있었다.
“한 달에 제가 얻어가는 수수료가 약 50억 원 정도 되고요.”
“그, 그렇게나 많이?”
“예. 장기로 묻어두시는 분들이 많아서 수수료가 적습니다만, 만약 한꺼번에 정산해 드리면 천억 원 단위로 수수료를 받습니다.”
주성진은 사실을 얘기하고 있었다.
약 1,000명의 고객을 담당하고 있었고 자금을 열심히 불려 지금은 약 2조 원에 가까운 돈을 굴리고 있었다.
“그래서?”
“따님분이 저희 회사의 지분에 투자를 하는 명목으로 들어오시지요.”
“지분?”
“네. 매달 일정한 만큼 배당해 드리겠습니다. 주식에 투자하시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안정적으로 버실 수 있을 겁니다.”
주성진의 말에 상대는 머릿속으로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주성진에게 있어서도 상대는 매우 중요했다. 많은 것을 막아줄 보험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떼주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주성진이 쐐기를 박듯 말하자 상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렇게 하지.”
“하하하, 따님분을 저희 사무실로 보내주시면 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이제 일 얘기 그만하자고.”
“예. 지금부터 파티를 시작해야지요.”
상대가 의자에 기대어 앉자 주성진은 미소를 지었다.
* * *
“여기가 흥신소도 아니고, 왜 자꾸 오는 거야?”
한편, 도경은 사무실을 나와 태산증권 탁인우를 만나려고 와 있었다.
탁인우는 퉁명스레 말하면서도 표정은 반갑다는 듯했다.
“상무 달았다며?”
“예. 그렇게 됐습니다.”
“축하한다.”
탁인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이 업계가 아무리 허물이 없다지만 경쟁사 대표실을 너처럼 많이 찾는 사람도 없을 거다.”
“죄송합니다.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이번 일은 만나 뵙고 말씀을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찾아뵈었습니다.”
도경이 깍듯이 얘기해 오자 탁인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가벼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탁인우의 말에 도경은 가방에서 보고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것 참 저번에 말했듯이 나는 서류를…….”
“한양에너지가 주가조작 세력에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뭐?”
도경의 말에 탁인우는 정말이지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남에 있는 금융 부티크…….”
“아니. 잠시만.”
탁인우는 손을 들어 도경의 말을 막았다.
“너 한양에너지를 나에게 들고 온 이유가 뭐야?”
“지분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탁인우는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떠다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실, 메시지의 보상 중 하나인 인물검색에서 탁인우를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걸 얘기할 수는 없었으니 도경은 대충 둘러댔다.
“떠다니는 얘기?”
“탁인우 대표가 에너지 쪽에 관심이 많다. 한양에너지에 투자를 했다더라와 같은 카더라 말입니다.”
“그러니까 뜬 소문을 듣고 와서 나를…….”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들고 계신다면, 큰 손해를 보실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탁인우는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더 얘기해 보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시선을 느낀 도경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나갔다.
도경은 이지훈과 함께 파악한 주가조작의 패턴들과 성격을 모두 얘기해 주었다.
“그러니까…….”
모든 얘기를 들은 탁인우는 말문이 막힌 듯 아무런 얘기를 하지 못했다.
“그럼 이걸 나한테 들고 올 게 아니라 저기 관에 가야지.”
“이미 회사 차원에서 제보를 했습니다.”
“뭐?”
“회사 차원에서 이번 주가조작 흐름에 대해 제보했음에도 어떠한 시그널도 관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이 새끼들은!”
탁인우는 몹시 화가 나는 듯 버럭 화를 냈다.
“말로는 점검하고 있다고 하면서, 사전 조치는 하나도 안 되고 맨날 사후 조치만 하는 게 감독하는 곳이야?”
“…….”
“그래서.”
탁인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진정하려는 듯 노력했다.
“그래서 이걸 나한테 들고 온 이유는.”
“손해를 보시기 전에 어떻게든 액션을 취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탁인우는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내 말은, 네가 이거를 나를 생각해서 가져온 건 아닐 테고. 제보에 대한 값을 얘기해.”
“태산에서 보유 중인 성문건설의 주식을 대차해 주십시오.”
“성문건설? 그거 네가 보유 중인 거 아냐? 지분을 빌려달라고?”
“예.”
“왜?”
탁인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도경을 향해 물었다.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 그래.”
도경이 단호하게 얘기했음에도 탁인우는 오히려 미안하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빌려주더라도 뒤에 있는 일은 묻지 않는 것이 이 바닥 관례였기 때문이다.
“수수료는?”
“연 5%입니다.”
탁인우는 눈썹을 치켜떴다. 보통 주식을 빌려주면 받는 수수료는 연 2~3%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물론 5% 이상의 거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수료를 내고도 그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우리 입장에선 좋은데. 우리가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
“제가 알기로는 태산 PI에서 4% 정도 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 크흠. 그래?”
탁인우는 헛기침을 했다. 기실 신라자산운용에서 CB를 발표하자마자 따라 들어간 포트폴리오였기 때문이다.
도경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눈치였다.
“좋아. 빌려줄게. 수수료는 4%로 하자고.”
탁인우는 보고서를 따로 챙기며 입을 열었다.
“나한테 이거 제보해 준 값이야.”
“감사합니다.”
“오후에 우리 애 하나 보낼 테니까. 알아서 계약 맺어.”
탁인우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그만 와라. 올 때마다 심장이 그냥.”
“저도 최대한 찾아뵐 일이 없길 바라고 있습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인마. 그렇게 말하면 내가 서운하지.”
탁인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고생해.”
도경은 손을 맞잡고는 인사를 한 후 사무실을 나섰다.
“후…….”
홀로 남은 사무실에서 탁인우는 한숨을 내쉬었는데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감히 이 탁인우 걸 건드려?”
탁인우는 책상 위의 전화를 들어 올렸다.
“나야. 뭔가 좀 일이 생겼는데.”
* * *
“지훈 팀장님.”
한편, 회사로 돌아온 도경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이지훈을 호출했다.
방으로 따라 들어온 이지훈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부르셨습니까?”
재킷을 벗어 옷걸이 걸던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이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후에 태산에서 사람이 하나 나올 겁니다.”
“태산에서 말씀이십니까?”
“네. 지분을 대차해 왔네요.”
도경의 말에 잠시 머리를 굴리던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식을 대차해 왔다는 건 성문건설에 대한 공매도를 치겠다는 말이었으니까.
대차할 수 있는 수량이 텅텅 빈 주식이었는데, 자신의 상사는 재주가 좋게도 어디선가 주식을 빌려왔다.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아뇨. 5% 이상 오르면 들어갑시다. 아직은 많이 오른 것 같지도 않아서 별 타격을 못 줄 것 같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도경의 얼굴에는 독기가 바짝 올라 있었는데, 처음 보는 모습에 이지훈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5-0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