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0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02화(30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02화
“현재 주가는요?”
사흘 후, 도경은 오랜만에 사업부장실이 아닌 증권투자부 사무실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이지훈과 함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성문건설의 주가는 55,750원입니다.”
직원의 말에 도경은 인상을 찌푸렸다.
최초 팔로우했을 때 주가가 4만 원대였는데 어느덧 주가가 약 18% 가까이 오른 것이다.
“너무 급하게 올리는 것 같습니다.”
옆에 서 있던 이지훈 또한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누군가에게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야 했겠죠.”
도경은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제가 듣기로는 이제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으려면…….”
“말씀대로 주가가 오르는 걸 보여야겠습니다.”
“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지훈 팀장님 말처럼 급격하게 올려 버렸네요.”
그리 말한 도경은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둔 채로 고민에 잠겼다.
호재도 없는 주식을 이렇게 급하게 올려 버리면, 모두의 시선이 이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이유를 알아야 했다.
지이잉-
도경이 한참 그 이유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윤도경입니다.”
-생각보다 더 미친 것들을 물어왔는데?
수화기 너머 목소리의 주인공은 태산증권의 대표 탁인우였다.
도경은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자리를 옮겼다.
“잠시 자리를 옮겼습니다.”
-아니, 윤 상무. 너 나한테 이거 가져다주고 얘네가 누군지 조사해 봤어?
“아닙니다.”
-왜?
“조사하는 데에 투자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나도 말 안 해줘야겠네.
도경은 미간을 피식 웃으며 입술을 뗐다.
“말씀해 주신다면 들을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하하하, 그래. 알려줄 맛이 나게 말을 해야 나도 알려주지. 각설하고.
탁인우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성진컨설팅이라고 서초동 일대에서 아주 유명한 부티크 펌이야.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에서 유추해 봤을 때 미등록 업체 같았다.
-대표가 주성진이라고 이 새끼…… 아니, 이 인간이 우리 회사 출신이거든?
“네?”
-나도 알고 나서 놀랐잖아. 우리 회사 VIP 센터에서 일하던 PB인데 몇 명이 같이 독립을 했더라고.
태산증권 VIP센터 출신이라면 고액 자산가들에 대한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었을 것이다.
거기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같이 독립해서 회사를 차렸다면 더더욱…….
-어쨌거나 이 자식들이 처음에는 그래도 정상적으로 사업을 한 것 같아.
도경은 가만히 탁인우의 말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CFD에 한번 손을 댔는데 웬걸? 대박이 터져 버렸네.
“대박이요??”
-어, 근데 재미있는 게 CFD로 털어먹은 종목이 너랑 관련 있더라.
탁인우의 말에 도경의 미간은 점점 찌푸려져 갔다.
-라온 말이야. 라온바이오.
“…….”
-너랑 강성호 그 양반이 라온이랑 싸울 때 뒤에서 엄청나게 챙긴 거지. 그리고 서초동에 소문이 났어. 서초동에서 성형외과를 하는 모 의사가 주식으로 120억 원을 벌었다더라 같은 소문 말이야.
물론 도경의 탓은 아니다.
주성진은 그저 한 번의 운이 좋았던 투자 이후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겼다.
-소문이 나니까 그 뒤로 너도나도 돈을 가져다준다네?
“거기서 멈추지 않았던 거네요.”
-그렇지. 주성진도 느꼈겠지. 어? 이거 한번 판을 짜보면 내가 시장을 움직일 수 있겠는데?
그리고 아주 똑똑하게 제대로 된 판을 짜왔다.
-대가리는 참 잘 썼어. 물량이 적은 주식에 공매도 물량이 많은 것만 노려서 주식을 사기만 하면, 공매도 세력이 숏커버링을 하며 주가를 띄워주니까 말이야.
거기까지도 도경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성진 일당은 대담하게도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서로 짜고 매매를 하는 통정 거래부터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자신에게 매도하는 자전거래.
거기에 금융실명제를 어긴 방식까지.
이번에 성문건설을 노려온 방식은 불법 그 자체였다.
-하나 더, 기존 투자자가 새로운 투자자를 물어오면 기존 투자자에게 데려온 투자자의 수익 50%를 줬다고 하네.
전형적인 다단계 형식이었다.
-성문건설 주가 많이 올랐던데.
“예. 그렇습니다.”
-그거 왜 그렇게 급하게 올린 줄 알아?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돌려 막기가 아닐까 하고요.”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너도 대단하긴 해. 맞아. 기존에 들어갔던 주식에서 사람들이 투자금을 회수해 달라고 하면, 그걸 파는 게 아니었어.
“…….”
-이득이 더 날 거라고 봤던 거겠지? 그래서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해서 그 돈으로 수익금을 내주고 있었어.
탁인우의 말을 종합하자면, 주성진은 한양에너지처럼 미리 들어가 있는 주식의 주가가 더 오를 거라고 보고 있었는데,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요청이 오니 주식을 팔기 싫었던 것 같았다.
새로운 투자자들을 계속해서 모집해서 들어온 신규 자금으로 이득을 내주고 있었다.
“오를 거라고 본 것도 있겠지만, 급히 빼줄 수 없었을 겁니다.”
-어, 그것도 있겠지. 자전거래를 하고 있었으니까.
공매도 세력이 빠져나간 이후에 주성진은 자신이 가진 주식을 비싼 호가에 자신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고, 한양에너지가 300% 이상 오른 것도 그 이유였다.
자전거래와 투자금 돌려 막기는 전형적인 폰지사기(피라미드식 다단계)였다.
-나는 진짜 한양에너지가 그 상태인지 몰랐네. 네 덕분이다.
“정말 모르셨을까요?”
-뭐?
도경의 물음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닙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김빠지게…… 그래서, 우리한테 빌려간 주식으로 공매도하려고 하는 거지?
탁인우의 물음에 도경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의 말이 맞았지만, 확인해 주는 것과 아닌 것은 달랐으니까.
-너도 참 정말 철저하네.
“죄송합니다. 다른 이야기라면 해드렸을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그게 맞는 거겠지.
그리고 이번 일은 각자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포지션을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의혹을 낳을 수 있었다.
-그래, 나중에 또 보자.
“예, 대표님. 대차 건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인사드리겠습니다.”
-인사는 됐어. 끊는다.
탁인우와 통화를 마친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이지훈의 곁으로 다가갔다.
“거래량이 많은 건 아닙니다만, 호가를 높게 잡은 거래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호가창을 바라보았는데, 적은 거래량임에도 불구하고 호가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다.
지금도 자전거래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한양에너지 띄워주세요.”
도경의 말에 직원은 화면에 한양에너지 현황을 띄웠다.
“지훈 팀장님.”
“네. 이사님.”
“한양에너지에 무언가 작업이 들어갈 겁니다.”
탁인우와의 전화에서 도경은 느꼈다. 탁인우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그게 아니라면, 굳이 전화해서 주성진 일당에 관해 알려줄 필요가 없으니까.
“한양에너지의 주가가 변동이 심해질 때 우리도 들어갑니다. 스탠바이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도경의 지시에 이지훈은 자리를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준비시켰다.
그리고 도경의 옆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한양에너지 주식을 500개씩 던집니다.”
“좀 더 지켜봅시다.”
“호가창 계속 긁어가면서 주가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직원이 실시간으로 한양에너지의 호가창을 중계하기 시작했는데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한 도경은 고개를 돌렸다.
이지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한 포지션 실행합니다.”
이지훈의 말에 직원들의 손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 * *
“방배동 팀.”
한편, 주성진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는데, 그의 책상 위에는 여러 대의 휴대전화가 놓여 있었고, 모두 통화 중 상태였다.
-네, 대표님.
“지금 성문건설 호가에서 두 틱 올려서 매수 주문 넣으세요. 잠실 팀.”
-예. 대표님.
“바로 물량 받아주고요.”
-네. 알겠습니다.
마치 사령부에서 현장 지휘를 하듯 주성진은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량 모두 받았습니다.
“고생했습니다. 다음 위치로 이동하세요. 방배동 팀은 바로 분당으로 가고, 잠실 팀은 그대로 서초로 넘어가고요.”
전화를 끊은 주성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때, 자신과 같이 동업을 시작한 선배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말씀드렸잖아요. 이렇게 해야 프로그램에 안 잡힌다니까?”
“아니, 그래도 참…….”
주성진은 목에 걸친 타이를 풀며 소파에 앉았다.
“이게 고객들의 주소지에서 고객들의 폰으로 직접 거래를 해야. 금감원 애들이 의심을 안 해요.”
조금 전 전화를 한 방배동 팀과 잠실 팀은 모두 주성진에게 돈을 맡긴 고객의 주소지가 있는 곳으로 나갔다.
이들은 고객 명의의 휴대전화와 계좌로 주소지 근처의 IP주소를 이용해 거래를 했다.
이유는 금감원이 불시에 들여다봤을 때 문제가 없는 거래처럼 꾸미기 위해서였다.
“거참, 주 대표 너는 너무 조심스러워.”
“선배, 우리가 하는 일이 그래요.”
“…….”
“나도 뭐 어디 가서 우리가 정상적으로 돈 번다고 떠들고 다닐 생각은 없는데, 적어도 하려면 확실하게는 해야지.”
“그렇지…….”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고객들도 알아. 우리가 정상적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라는 걸.”
고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미등록 업체에 돈을 맡기고, 계좌와 본인 명의로 된 휴대전화까지 맡기는데 정상적인 투자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양반들 안심시켜 주는 방법이에요. 이게.”
“그래, 뭐. 주 대표가 하자는 대로 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난 전적으로 따라야지.”
“할 말 다 하시고는.”
“아니, 그냥 너무 일을 빡빡하게 하니까 한 말이지.”
선배는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어쨌거나 성문건설 주가가 오르는 걸 보고 투자하고 싶다는 고객들이 많아.”
“그렇습니까?”
“어, 지금 묶인 돈들 다 정리하고 들고 오겠다고 하더라니까. 대충 스무 명쯤인데 350억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350억이라…… 너무 적어요.”
“그래도 동네에서 방귀 좀 뀐다는 양반들이라, 수익 확실하게 보여주면 알아서 주변 사람들 데려올 거야.”
선배의 말에 주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 좀 써주세요. 투자자 유치는 전적으로 선배님을 믿고 있습니다.”
“그래. 주 대표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
삐이- 삐이-
그때, 책상에 있는 PC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주성진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화면을 확인한 주성진의 표정은 당혹감에 물들어갔다.
“이, 이게 왜…….”
“주 대표, 무슨 일이야?”
“나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한양에너지 주가가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삐이- 삐이-
한참 당황스러워하며 이유를 찾던 그때 한 번 더 경고음이 울렸고 주성진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5-1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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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