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0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04화(30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04화
“일단 기자들 세팅해 놨습니다.”
“그래?”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 경찰국.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산하단체였지만, 공공기관은 아니었다. 내부 직원들도 그저 회사원이었지 공직자는 아니었다.
다만, 공직자윤리 제도를 적용받는 공직유관단체 중 하나였다.
‘금융계 저승사자 금융감독원.’
‘여의도 저승사자.’
금융감독원은 은행부터 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모든 금융기업을 감독하는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권력의 그 중심에는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 있었다.
“예. 크게는 말고 몇몇 인터넷 언론에 정보를 뿌렸습니다.”
특별사법경찰은 경찰은 아니었지만, 특정한 사안에 관해서는 경찰과 동일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법에서 지정한 인물에게 주는 것이었다.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자본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수사 권한을 부여받아 수사를 한다.
“잘했어. 들어오면서 대충 사진 몇 장 찍히면 되는 거니까.”
특사경 팀장은 직원을 향해 잘했다는 듯 얘기했다.
“일단 지금 우리도 뭔가 알아낸 게 없으니까 시선을 그쪽으로 돌려놓는 게 맞아.”
이들이 도경의 출석을 요구하며 기자들을 준비시켜 놓은 것은 결국 시선을 돌리기 위함이었다.
사건이 터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내부적으로 수사에 관한 그림이 나오지 않았는데, 언론에서는 금감원의 단기적 성과를 요구했다.
당분간 시선을 돌릴 건수가 필요했는데, 마침 금감원 내에 적당한 건수가 있었다.
“오늘 물을 거 다 세팅했지?”
“예. 알아보니 성문건설 주가에 대해 공매도도 했다는 걸 보니…….”
“팀장님!”
그때, 복도 뒤편에서 한 직원이 부리나케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뭐야?”
달려온 직원은 ‘헥헥’거리며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큰일 났습니다.”
“뭐가 큰일이 나?”
“윤도경 그 사람이 지금 밑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우리 회사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뭐?”
“여기…….”
직원이 건넨 휴대전화를 본 팀장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1보] 윤도경 신라자산운용 상무이사 금감원 출석」
「윤 “내가 이번 주가조작의 최초 제보자.”」
「윤 “이미 사건이 터지기 보름 전 주요 증거를 포함해 금감원과 금융위, 거래소에 넘겼지만, 주가조작은 지속돼.”」
「윤 “금감원이 이번에 나를 부른 것은 어디까지나 제보자 조사일 것.”」
“야, 얼른 내려가!”
팀장의 말에 두 직원은 재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팀장 또한 계단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1층 로비에서 오니 입구에서 도경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고 있었고, 기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도경이 하는 말을 노트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고하고 있었다.
“뭐 해? 가서 데려와.”
팀장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직원들을 향해 지시했고, 직원들은 도경을 향해 다가갔다.
* * *
“아니, 윤도경 씨. 지금 이 사안이 그렇게 쉽게 얘기할 사안이 아니에요.”
한편, 도경은 입구에서의 소동을 마무리 짓고 금감원 특사경 조사실에 와 있었는데, 담당하는 조사관은 당황스러운 눈초리로 말했다.
“판을 깔아주셨길래.”
도경은 지지 않겠다는 듯 조사관을 향해 얘기했다.
“애초에 기자들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제게 말을 하라는 것 아니었습니까?”
“…….”
조사관은 전혀 처음 보는 별종 같은 도경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적어도 이곳에 온 사람 중 도경처럼 말을 해오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감원에서 이렇게 대놓고 포토라인을 깔아준다는 얘기도 처음 들어봤고요. 그것도 참고인에게 말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법무팀장까지 거들자 조사관은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부적으로 어디선가 이야기가 새어 나갔을 수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겠습니다.”
조사관이 꼬리를 말아오자 도경은 법무팀장을 바라보았고, 법무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빠르게 조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서.”
도경의 말에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쟨 뭔데 저렇게 당당해?”
밖에서 모니터로 보던 팀장이 그리 얘기하자 옆에 선 직원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애초에 본인이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불렀고요.”
“그래도 이번 일에서 이득을 본 것도 맞아.”
“그렇긴 합니다만…….”
팀장은 모니터를 주시했다. 도경은 자신이 듣고 본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해 주고 있었다.
[공매도를 실행해 이득을 봤지요?]모니터 너머에서 조사관이 묻기 시작하자 팀장은 도경의 모습을 집중했다.
[말씀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이득을 본 게 아닙니다.] [성문건설에 대한 공매도 신고서가 이렇게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추산한 바로는 약 400억 원의 이익을 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관님.]화면 너머의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 조사관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금감원은 공매도를 오히려 권장하는 곳 아닙니까?] [뭐라고요?] [금감원장님은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시행해야 주식시장이 건전해진다고 발언하셨던데요?]“허.”
팀장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성문건설이 호재가 없었음에도 주가가 오르는 것을 지켜보았고, 이는 주가조작 세력이 저지르는 일이란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도경은 굳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얼굴에는 한기가 돌 정도로 차가운 표정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나서기보다 관에 제보했습니다. 그리고서 관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켜보고 있어야 합니까?] […….] [적어도 거래소에서 해당 종목에 대해 왜 오르는 건지 조회공시를 요청만 했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전거래와 통정매매를 하며 주가를 띄우진 못했을 겁니다.]모니터 속 도경은 마치 준비한 말이라는 듯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었다.
[금융위? 말할 것도 없고, 금감원은 지금 보니 잘 알겠네요. 제보자를 불러다가 하는 게 본인들로 향한 모두의 시선을 나에게 돌리려고 한다는 것만 봐도요.] [말조심…….] [어쨌든 우리는 법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해 자경단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그 속에서 본 이득은 금감원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윤도경 씨!] [지금 이 시각에도 이 일을 저지른 몸통은 어디로 도망갈 것인지, 누굴 사기의 주체로 내세울 건지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날 불러서 모욕을 주기보다 그 인간을 하루라도 빨리 찾는 게 더 금감원엔 도움이 될 테고요.]“특사경 생긴 이래로 저런 인간도 처음이네! 지금 누굴 가르치려고! 내가 들어간다.”
팀장이 뻘게진 얼굴로 화를 내며 조사실로 들어서려던 찰나.
삐리릭-
휴대전화에서 우렁찬 벨 소리가 들려왔고, 화면을 확인한 팀장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예, 원장…….”
-야! 이 새끼야!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수화기 너머에서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팀장은 화들짝 놀랐다.
-거기 기자들 세팅한 거 너야?
“그, 그렇습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그럼 입을 틀어막았어야지!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는 듯 수화기 너머에서는 노성이 들려왔다.
-이게 지금 시선이 돌아갔어?
“…….”
-잔말 말고 윤도경 보내.
“네? 아직 공매도…….”
-보내라면 보내! 내가 금융위에서 전화를 몇 통 받은 줄 알아?
원장의 입에서 금융위의 이름이 나오자 팀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보내.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빨리 처리해. 검찰에서도 움직인다니까 더 늦기 전에!
뚝-
잔뜩 화를 내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어지자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직원을 바라보았다.
“윤도경 보내.”
“네?”
“보내!”
쾅-
직원을 향해 괜한 화풀이를 한 팀장은 있는 힘껏 문을 닫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 * *
“윤도경 본부…… 아, 상무이사가 되었죠?”
한편, 금감원을 나온 도경은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로 와 있었다.
금감원 빌딩을 나서자마자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금융위원장 이혜연의 만남 요청이었다.
“윤도경 이사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이혜연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도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그런 제보를 해주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위원장님.”
도경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CFD의 문제가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라는 건 잘 아실 텐데요.”
“…….”
“금감원에서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보고서에 보면 CFD로 인해 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고, CFD의 레버리지 거래 때문에 투자자 손실 발생이 있다고 경고했었습니다.”
이번 일은 결국엔 터질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번 주가조작이 터지고 그런 제보를 해주었다는 걸 알았다는 이혜연의 말은 무책임했다.
“그리고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위 강남 큰손이라고 불리는 고액 투자자들의 민낯을 우리가 본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CFD 거래는 애초에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열어주는 아주 까다로운 상품입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증권사에서 CFD 계좌 개설 조건으로 순자산 5억 원 이상을 내걸고 있었다.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돈을 아무렇지 않게, 어느 상품에 투자하는지도 모르고 계좌를 맡길 정도로 그들은 고수익에 취해 있었습니다.”
“…….”
“이게 올바른 시장의 모습으로 보이십니까?”
도경의 물음에 이혜연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하나 더, CFD는 거래가 모두 은밀하게 진행됩니다. 증권사의 명의로 진행되니까요.”
CFD는 증거금을 내면 증권사에서 더 많은 주식을 증권사 명의로 사주는 것이었다.
즉, 은밀하게 거래하기를 원하는 인간들의 먹잇감이 되기 아주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주가가 올랐다가 이번같이 주가가 내려가면 피해는 누가 보는지 아십니까?”
도경의 얼굴에는 좀 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모든 피해를 보게 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없으셔야 합니다.”
도경은 이혜연을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이 자본시장의 운전대를 잡은 것은 금융위원회고, 금융위원회를 총괄하는 건 위원장님이시니까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거래소는 자신들이 주가조작을 잡아낼 능력이 충분하다며 엄청나게 홍보했다.
“이번 일에서 거래소의 투자 경고만 있었더라도, 금감원의 제대로 된 선행조사만 있었더라도, 금융위원회의 CFD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만 있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자본시장의 운전대를 잡은 이들의 실상을 보여준 사건이라 도경은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닙니다. 윤도경 이사는 이번 일의 제보자이자 피해자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듣고 있습니다.”
이혜연의 말에 도경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남은 건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 진짜 몸통을 잡아들일 수 있다면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거라 생각합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실례를 범한 점 송구스럽습니다. 다음에는 부디 웃으며 위원장님을 뵙길 바랍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고는 위원장실을 나서자 이혜연은 두 눈을 감았다.
도경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주가가 200%, 300% 오르는 동안에 그 어떤 투자 경고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하…….”
길게 한숨을 내쉰 이혜연은 전화를 들어 올렸다.
“이번 주가조작 문제와 관련한 TF 준비해 주세요. 단장은 내가 맡겠습니다.”
이혜연의 얼굴에는 결심이 선 듯한 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5-1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