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0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05화(30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05화
“일단 기다려 보시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아니, 어떻게 해결한다는 말입니까?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고 한 달이 지난 무렵.
경기도 모처에 있는 모텔 방에 잠적해 있던 주성진은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는 중이었다.
“김 박사님, 저 못 믿으십니까? 주성진입니다.”
-주 대표가 나한테 많은 돈을 벌어다 준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사무실로 가도 아무도 없고, 한참 연락이 안 되다가 이렇게 돈을 빌려달라고 연락하는 게 맞습니까?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얘기해 왔다.
“박사님, 더도 말고 제가 수수료로 드린 돈 10억 원이면 바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수수료라니요?
“박사님이 데려오신 분들 수수료에서 50% 떼어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봐요! 주 대표! 듣자 하니 정말…… 이미 그 돈은 주 대표가 잠적한 날 피해자들에게 줬어요.
주성진은 인상을 구겼다.
“피해자라니요?”
-그럼 내가 소개해 줬으니 내가 책임을 져야지. 오히려 나야말로 주 대표한테 돈을 받아야 합니다. 내 사비를 써서 피해 금액을 갚았으니까요.
주성진의 성진컨설팅은 기존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해 투자로 이어질 시, 소개한 투자자의 수익금 수수료에서 50%를 받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지인들을 소개하는 고액 자산가들이 많았는데, 다단계나 다름없었다.
문제가 터지니 피해자들은 당연히 소개해 준 사람을 찾아가 돈을 돌려달라 말했을 것이고, 소개를 해준 사람은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어 사비로 돈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미리 빼서 다행이지. 나도 지금 다른 사람들처럼 물려 있었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박사님 한 번만 도와주시면…….”
-연락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엮일까 봐 두렵네요.
뚝-
“박사님? 박사…… 야 이! 개!”
주성진은 전화가 끊겼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화기 너머 상대에게 육두문자를 남발했다.
“하. 이 새끼들은 돈 벌어줄 때만 대표님이고…….”
주성진은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상황이 점점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방 한편에 있는 PC 앞으로 자리를 옮긴 주성진은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주가조작을 검색했다.
자신과 관련된 뉴스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연예인 박준우, 주가조작 사태의 피해자인가? 관계자인가?」
「성진컨설팅 주성진 대표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린 검찰」
「주가조작 피해 규모 약 1조 원 추산」
「증권사 CFD 피해 규모 5천억 원 이상 달할 듯」
「피해자 10명, 주가조작 세력 주성진 대표 고소」
「윤도경 신라자산운용 상무이사 연일 금융위와 금감원 공격」
“1조 원? 웃기고 있네.”
주성진은 초조한 듯 담배를 물고는 계속해서 뉴스를 찾아보다 방 한쪽에 둔 가방에서 장부를 꺼내 들었다.
“살아날 방법은 이거밖에 없긴 하지.”
주성진은 그리 혼잣말하며 휴대전화 다이얼을 눌렀다.
잠적하며 챙긴 대포폰이 지금은 자신을 살려줄 유일한 구명줄이었다.
뚜루루루-
“왜 안 받아!”
통화 연결음이 흐르는 잠시도 주성진에게는 영겁과도 같은 시간처럼 느껴졌다.
-여보세요.
“하하하, 영감님. 주성진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은 얼마 전 자신에게 투자를 하고 많은 이득을 본 국회의원이었다.
주성진이 자신임을 밝히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내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 새끼야 지금 어디야?
“아이고, 영감님. 왜 이렇게 화를 내십니까?”
-잔말 말고 오늘 저녁에 만나.
“그럼요. 만나야지요.”
수화기 너머 영감님의 목소리는 상당히 초조한 목소리였다.
“일단 제가 지금 박준우에게 시선이 돌아가도록 세팅을 해뒀는데 만족스러우십니까?”
물론 주성진이 따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기자들은 늘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할만한 것을 찾았고, 당연히 연예인인 박준우에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잔말 말고 어디서 볼 거야?
“그전에 말입니다. 영감님.”
주성진은 손에 쥔 장부를 펼치며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 10억 원 정도가 급히 필요합니다.”
-뭐?
“그 돈만 있으면 살아날 수 있단 말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네가 어떻게 살아나!
수화기 너머에서는 버럭 소리를 질러왔고, 주성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귀에서 전화기를 뗐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10억 원 좀 급히 해주십시오.”
-그 돈이 당장 어디서 나?
“아이고, 영감님. 아드님 통장에 제가 찔러드린 돈이 200억 원이 넘습니다.”
-…….
“지금 보내주시지 않으면 좀 큰일이 날 것 같기도 하고요. 제 손에 뭐가 있냐. 아드님께 송금해 드린 내용이랑 또 따님분이 우리 회사에 투자한 명세서가…….”
주성진은 상대를 향해 강한 자세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또 제가 영감님께 드리는 돈은 헬스장이랑 골프장 통해서 잘 세탁해서 드린 거 아시지요? 그러니까 제 입이 열리냐 마냐에 영감님 생사여탈권이 쥐여 있다 이 말입니다.”
-야! 주성진! 어디서 협박이야?
주성진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소리 지르지 말라고 했지! 나도 지금 갈 데까지 갔어. 10억 해줄 거야 말 거야? 잘 말해야 할 거야. 너는 둘째 치고 네 자식새끼도 같이 감방에 가기 싫으면.”
-이, 이 새끼가…….
수화기 너머에서는 화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러니까 처음부터 소리 안 지르셨으면 제가 영감님께 이런 상스러운 소리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해주실 겁니까? 말 겁니까?”
-기다려. 내가 알아보고 연락해 줄 테니까.
“오래는 못 기다립니다. 쫓기는 처지라.”
뚝-
전화가 끊어지자 주성진은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상대는 자신에게 돈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중국으로 넘어가서 거기서 부활해서 오자고…….”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짐을 챙기던 찰나.
쾅-
별안간 문이 부서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여러 사람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뭐, 뭐야.”
“주성진 씨, 서울남부지검 남경진 검사입니다. 주성진 씨 앞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하러 왔습니다.”
맨 앞에 선 남자는 종이를 하나 펼쳐 보이며, 당황한 자세로 서 있는 주성진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현 시간부로 주성진 씨를 특경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배임 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인 선임권과 체포적부심사 청구권과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알립니다. 체포하세요.”
검사의 말에 수사관들 여럿이 앞으로 나와 주성진의 손에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거 놔! 이거 놔! 야 이 새끼들아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고 지금!”
“야, 주성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존댓말을 하던 검사는 한기가 도는 차가운 얼굴로 주성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는 지금 내 손에 끌려가는 게 사는 거야. 지금 저 밖에 네 배에 칼침 놓겠다고 눈 시뻘게져서 돌아다니는 피해자들 많으니까. 조용히 가자.”
“너 이 새끼! 남경진이라고 했지! 네 옷은 내가 벗긴다.”
주성진의 말에 검사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든가. 장부 덕분에 승진하게 생겼네. 복귀합시다.”
“아악! 이거 놔!”
검사는 손에 든 장부를 흔들며 밖으로 나가 버렸고, 주성진은 악을 쓰며 수사관들의 손에 끌려 나갔다.
* * *
“그거 알아?”
“뭐가요?”
“도경 씨랑 나랑 무슨 일만 있으면 이렇게 국밥 먹는 거?”
사흘 후, 여의도에 있는 한 국밥집.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늦게까지 일하는 여의도 직장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구석에 앉아 국밥에 소주를 먹던 최우진은 도경을 향해 이야기하다 벽에 걸려 있는 TV에 턱짓을 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수단은 오늘 주가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인 주성진 성진컨설팅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잠적 중이던 주성진 대표는…….]TV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며칠 전 체포된 주성진의 얘기로 거의 모든 꼭지가 구성되어 있었다.
“그 왜 우리 성남에서 일할 때도 그랬고, 그 이후로 늘 안 좋은 일을 겪으면 국밥 먹으러 왔던 것 같아.”
“그러게요. 근데 왠지 모르겠는데…… 그냥 먹고 싶어져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피식 웃으며 소주잔을 들어 올렸다.
“이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소주잔을 들이켠 최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국회의원이 연루되어 있더라고.”
“예. 기사 봤습니다.”
어느덧 흘러나오는 기사의 타겟은 연예인에서 국회의원으로 넘어가 있었다.
“이게 맞아?”
“…….”
“백번 양보해서 욕할 대상이 필요해서 저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고 치자. 근데 정작 같이 욕먹어야 할 인간들은?”
최우진은 속에 열불이 난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금융위며 금감원이며 거래소는 어떻게 됐냐고.”
“늘 그렇듯 뒤로 숨어버렸네요.”
물론 도경이 금감원 앞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들이 기사화되며 금감원은 큰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고 그 이후로는 연예인과 국회의원의 뒤로 숨어버렸다.
“정작 이 시장의 운전대를 잡은 건 그 사람들인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도경은 안타깝다는 듯 얘기했다.
“그래도 바뀔 겁니다. 그 사람들이 제일 잘하는 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라.”
도경의 말에 앞에 앉은 최우진은 피식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네?”
“윤도경의 진심 모두가 알았잖아.”
도경이 금감원에 출석하며 나온 기사들로 인해 주식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 유튜브 댓글에는 도경을 응원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CFD 저거 절세효과 있다고 금감원에서 추천하던 거 아님?]└맞음. 절세효과 있다고 해서 알아봤더니 부자들만 쓸 수 있는 거 ㅋㅋ 지들끼리 뒤에서 해 처먹고 있었던 거임.
└근데 CFD가 나쁜 건 아님, 통정 거래랑 대놓고 자전거래 하는데 못 잡은 걸 욕먹어야지.
└└그나마 이번에 콜도경이 속 시원하게 까줘서 좀 속이 시원하긴 함.
└성문건설 주주임. 그나마 공매도 진짜 원래 취지에 맞게 잘 쓰는 기관 만난 듯. 윤도경 대단…… 덕분에 손실 줄일 수 있었음.
특히 주식에 고관심층이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특히 도경을 응원하고 칭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느꼈습니다.”
“뭘?”
“지금까지는 솔직히 앞에 나서는 걸 싫어했어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가만히 집중했다.
“나는 회사원이고 우리 회삿돈을 벌어주면서 시장에 좋은 영향을 끼치자…… 이게 제 생각이었는데.”
도경은 무언가 결심이 선 듯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제는 좀 더 나서려고요.”
“이번 일처럼?”
“네. 이번 일같이 뒤에서 해결하려고 해봤자. 결국 사고는 터지네요. 처음부터 나서야겠어요.”
“잘 생각했어. 왜 그런 거 있잖아. 취재가 시작되면.”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관이든 기업이든 바뀐다고.”
“아…….”
문제가 생기면 늘 기업과 관은 덮기 바빴다. 하지만, 언론에 누군가가 제보해 취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는 걸 비꼬는 이야기였다.
“조용히 있는 것만 능사는 아니니까.”
“네. 앞으로 좀 나대보려고요.”
“업계가 바람 잘 날이 없겠고만.”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잔을 들어 올렸다.
“업계의 피바람을 불어올 윤도경을 위하여.”
“피바람이요?”
“망나니가 되어보라고, 여의도 망나니 뭐 이런 거.”
최우진은 그리 말하고는 낄낄거리며 웃었고,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바라보다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5-1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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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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