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0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07화(30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07화
“조금 후에 준비한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서울 모처에 있는 곳에 나와 있었는데 재단 대표 신재현의 말에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혼자 하셔도 될 텐데.”
“남들도 다 알아야죠. 우리 재단이 윤도경 이사님의 재산 출연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신재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오늘 도경이 나와 있는 곳은 지난주 첫 후원처를 고민하고 있을 때 도착한 메시지를 보고 결정한 곳이었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시장의 최전선에 있다 보면 우리는 때로 자본시장의 운전대를 잡은 이들의 무능함을 확인하곤 합니다】
그날의 메시지는 마치 지난 일들을 모두 보고 있었다는 듯 얘기해왔다.
【‘시장은 안전하다.’, ‘시장엔 문제가 없다.’】
【그들이 늘 강조해 온 이야기들이었고, 시장은 순진하게 그들의 말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들’이 얼마나 엉뚱한 기준을 두고 시장을 관리·감독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사건 이후 여러 취재 기사들을 보면 이미 금감원과 관련 기관은 석 달 전부터 CFD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물론 CFD라는 상품 자체는 그들의 말처럼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관리·감독을 해야 하고 부작용에 대한 고찰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방만함이 낳은 사건임은 틀림없습니다】
【윤도경 씨는 자신이 가진 권한과 능력으로 이번 사건에서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하였습니다】
【우리는 윤도경 씨에게 무한한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메시지는 늘 그렇듯 도경을 칭찬해 주었다.
【우리는 윤도경 씨의 고민에 도움을 주는 선택지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메시지는 도경의 고민을 읽은 뒤 여러 가지 선택지를 추천해 주었고, 도경이 오늘 나와 있는 곳이 도경의 선택이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
그때, 도경과 신재현이 기다리던 방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고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한국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 이성우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재단법인 DK의 이사장 신재현입니다. 이쪽은 저희 재단의 출연자이시자 사외이사이신 윤도경 이사님이십니다.”
신재현의 소개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윤도경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윤도경 상무 이사님.”
이성우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그렇게 놀라실 것까지 있겠습니까? 워낙 뉴스에 많이 나오시니.”
이성우가 손을 내밀자 도경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영광입니다. 이성우 이사장님의 이야기는 워낙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일단 직원들이 워낙 바쁜 터라 협약식부터 하고 이야기를 나눌까요?”
이성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고, 단출한 후원 협약식이 시작되었다.
재단의 첫 후원 대상은 한국범죄피해자지원센터였다.
범죄 피해를 본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곳이었는데, 법률 지원이나 의료지원, 상담, 경제 등 범죄 피해자들이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었다.
“사진 찍겠습니다.”
후원 금액이 적힌 명패를 들고 신재현과 이성우, 도경은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성우는 후원 감사장을 재단의 명의로 발급해 주며 작은 후원식이 끝났다.
“그럼 앉아서 이야기를 좀 나눌까요?”
이성우의 말에 도경과 신재현은 자리에 앉았고, 이성우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성우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도경과 신재현을 번갈아 보았다.
“10억 원이란 큰돈을 후원받을 줄은 몰랐거든요. 신규 재단이라고 하시길래.”
이성우의 말에 신재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출연자이신 윤도경 이사님의 덕분입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만…….”
이성우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보통 재단분들이 후원처를 찾으시면 저희 같은 곳보다 불우이웃을 돕길 원하시거든요.”
“아.”
“어떻게 우리 센터를 택하셨습니까?”
이성우의 물음에 신재현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건 저희 이사님이 선택하신 거라 직접 얘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조용히 있으려고 했었던 도경은 자신에게 모든 시선이 향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사장님께서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증권가에서 일을 합니다.”
“물론 알지요.”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진다는 말이 입에 붙은 시장이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겪다 보면 과연 이게 본인의 책임일까? 하는 생각들이 들 때가 많습니다.”
도경은 여러 일들을 겪으며 느낀 생각을 이야기했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확신을 두고 투자를 했다고 해도 지금 나라를 흔들고 있는 주가 조작과 같은 사건을 겪으면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도경이 말하는 피해자들은 성문건설이나 한양에너지 같은 주식을 미리 들고 있었던 사람들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기업의 미래나 현재에 투자했을 뿐인데, 주가 조작 세력이 들어와 장난질을 치고 지금과 같이 피해를 준다면 과연 이들의 잘못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수익에 눈이 멀어 불법인 줄 알면서도 투자한 사람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사기꾼뿐만 아니라, 이런 체계를 감시해야 할 관의 움직임이 없어 당한 피해자들을 보며, ‘아 이곳도 이럴진대 다른 곳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곳을 첫 후원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성우는 정말 흡족한 답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런 생각으로 이 센터를 만들었습니다.”
“…….”
“범죄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데, 검찰이나 경찰이 미리 움직였어도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사람들이 워낙 많았거든요.”
이성우의 말에 도경은 집중했다.
“범죄의 피해를 본 사람들은 인생 자체가 흔들립니다. 단 한 번의 범죄로 가정이 무너지는 거죠.”
타인으로 인해 평온했던 삶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다.
“이곳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성우가 그리 말하자 도경과 신재현은 크게 웃었다.
기실 한국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다른 곳에 있었으나 법무부와 검찰청의 지원을 받아 중앙지검 내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각 지역에 있는 센터들도 각 지방검찰청 건물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나저나 젊은 분이 대단하십니다. 재단을 차리시다니요.”
물음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도경은 입을 열었다.
“이사장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저처럼이요?”
“네. 이사장님께서도 기업체를 운영하시다가 이 일을 시작하신 것 아닙니까?”
이성우는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이기도 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이후에도 도움을 받질 못하는 것을 보고 이 센터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았다.
이성우는 매년 1천억 원 이상의 후원금을 모집하며 전국에 60개 센터를 만들어 피해자를 구제 중이었다.
그의 노력 덕분에 국가에서도 인정을 해 법무부의 도움을 받아 검찰청 안에 터를 잡을 수 있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번 돈으로 직접 원하는 곳에 쓴다는 것이요.”
도경의 말에 이성우는 환하게 웃었다.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들 줄 아는 분이군요. 고맙습니다. 지원을 한 피해자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과 같은 기쁨입니다.”
이후로도 세 사람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도경과 신재현은 이성우로부터 재단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들은 값진 시간을 보냈다.
“자, 그럼 일어나 볼까요.”
이성우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비록 일시적인 후원입니다만, 앞으로 우리 재단의 도움이 필요하실 때 말씀을 주십시오. 돕겠습니다.”
“하하하,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이성우는 크게 웃으며 도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도경도 그의 손을 맞잡았다.
‘고마워요. 덕분에 돈을 쓰고도 아깝지 않다고 느꼈어요.’
도경은 그리 생각하며 환하게 웃었다.
* * *
“이런 좋은 일이 있으면 저희에게도 알려주시지, 그러셨어요?”
이틀 후, 도경은 구내식당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한다현이 섭섭하다는 듯 얘기해 왔다.
“한 부장님, 그거 그만 좀 보세요.”
“아니, 놀랐어요. 재단의 이사님이라뇨?”
한다현은 정말이지 놀랍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멋있어요. 첫 후원을 여기로 하신 거잖아요.”
“맞아요. 범죄 피해자들은 뭐라고 해야 하지? 조금 소외당하잖아요.”
한다현의 말을 받은 이연지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피해를 봤는데 모두가 범죄 종류나 범죄자 같은 곳에만 신경을 쓴다든가…….”
“사기를 당해도 피해자 탓을 하는 예도 있죠.”
“맞아요! 지훈 팀장님 말씀 같은 예도 있고요.”
동료들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잘 선택하셨다고 봐요. 이번에 우리 시장에도 좀…… 좋지 않은 일들이 있어서 마음이 아팠거든요.”
주식 커뮤니티에는 한양에너지에 오랫동안 투자한 투자자의 절절한 글도 올라와 있었다.
“저도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는 제가 후원한 것이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피해자들이 소외당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으면 해서요.”
“크으, 진짜 멋있으십니다. 역시 제 롤모델이십니다.”
최대훈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나저나 개인 재산을 터신 겁니까?”
최우진의 말에 동료들 모두가 궁금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예전부터 재단이 꿈이었거든요.”
“꿈도 정말 윤도경답네요.”
최우진은 진심 존경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비록 이사님께서 저보다 나이는 적으십니다만, 배울 게 정말 많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다행이라고 할까요?”
“…….”
“인정하기가 쉬워져요. 아 저 사람은 모실 가치가 있는 분이다.”
“무슨 그런 오그라드는 말을 하세요.”
도경은 부끄러운 듯 말했다.
“저도 부장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같이 일하는 게 영광이라고 생각되게 만드는 분이세요.”
이지훈까지 그리 말해오자 도경은 다른 동료들을 바라보았는데,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야말로 영광이네요. 어떻게 이런 동료들과 한 팀을 하고 있고, 같이 일을 하고 있는지 매일 제가 큰 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 커피 사실 거죠?”
“네?”
최우진의 물음에 모두가 크게 웃었다.
“잘 봐뒀지? 이사님 지갑은 이렇게 여는 거야. 자, 그럼 이사님이 쏘는 돌체라떼나 먹으러 갑시다.”
최우진이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가요. 저는 캐러멜 마키아토가 먹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한다현이 그리 말하며 일어나자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시다. 커피 마시러.”
도경이 그리 말하며 앞장서서 걷자 직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따라나섰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5-1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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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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