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1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10화(31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10화
“이제 이 자리에 5인이 앉았네요.”
며칠 후,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사업부.
도경의 주재로 부장급 회의가 열리고 있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는 새로운 인원이 한 명 늘었다.
“이연지 부장님.”
도경의 호명에 이연지는 최우진과 한다현 그리고 팀장이지만 가장 중요한 팀인 업무지원팀의 차선태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짧은 인사였지만, 이연지는 자신이 이 자리에 임하는 태도를 더 잘 보일 말은 없다는 듯한 말로 인사했다.
“연지 대…… 아니, 이연지 부장을 이 자리에서 보게 되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네요.”
최우진이 그리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던 도경은 이연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인수인계는 차질 없이 하고 있겠죠?”
“네. 서고은 주임이 예전엔 문제를 일으켰지만, 지금은 리서치 팀을 이끌기에 최고의 선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연지가 이끌던 3팀의 후임 팀장으로는 서고은이 승진 발령 날 예정이었다.
이연지의 뜻이었고, 도경은 존중했다. 이연지가 꾸린 팀이고 이끌던 팀이었으니까.
“제가 하던 일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도 하고요.”
“좋습니다. 인수인계만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을 것 같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도경은 테이블 위의 서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회사에서 우리 사업부에 신규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총 200억 원 규모이고요.”
도경의 말에 모두가 환하게 웃었다.
“계산이 조금 필요한 것 같은데. 우진 부장님.”
“네. 현재 장기 포트폴리오에 투자 중인 자산은 총 740억 원 규모입니다.”
전략투자사업부의 목적은 누가 뭐래도 PI(자기자본 투자)였다.
배정받은 돈을 열심히 굴려 수익을 내고, 회사의 수익으로 내는 것이 사명이었다.
“14% 정도 성장했네요?”
“그렇습니다. 성문건설 CB를 내년 초에 주식으로 전환하면 2년간 수익은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 포트폴리오의 수익치고는 아주 훌륭한 수익이었다.
“더불어 현재 단기 포트폴리오에 투자 중인 연예기획사 주들을 지난주 모두 정리했고, 성문건설 공매도 수익을 포함해 현재 현금성 자산은…….”
모두가 최우진의 입만을 바라보았다.
“약 980억 원입니다. 회사에서 신규로 배정한 예산을 포함하면 약 1,180억 원의 현금이 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우진의 말에 모두가 놀란 듯했다.
도경도 언제 이만큼 자산이 불었나 싶었다. 장기 포트폴리오와 벤처투자부에서 투자한 지분 등을 총 합치면 2천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팀이 되었다.
“아등바등 일한 보람이 있네요.”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본사의 심주원 대표께서 제게 부탁하신 것이 있습니다.”
도경은 심주원이 자신에게 말한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큰물에서 놀아라.”
이 바닥에서 큰물이라고 한다면, 단 한 곳밖에 없었다.
모든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꿈.
미국 시장이었다.
“우진 부장님.”
“네, 이사님.”
“증권투자부는 앞으로 단기자금을 투입할 주식을 찾아주십시오. S&P와 나스닥에서 말입니다.”
도경의 입에서 미국 양대 주식시장의 이름이 나오자 최우진은 굳은 마음을 먹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다현 부장님.”
“네!”
“도큐센스는 이제 사업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쿼이아의 투자 이후 기존 인력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다음 버전의 인공지능 개발에 나섰습니다. 자금 문제도 지금 상황에서는 3년간 충분히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첫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몇 번의 부침이 있었지만, 안정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럼 찾으셔야죠. 두 번째 투자 대상.”
도경의 말에 한다현의 얼굴은 밝아지기 시작했다.
“네! 알겠습니다.”
“지결서 작성해서 올리세요. 미국으로 출장 가셔야죠?”
뒤이어 나온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신이 난 듯한 얼굴이었다.
“네. 리스트 업을 해보고 접촉 이후 미국으로의 출장 일정 잡아보겠습니다.”
“좋습니다. 이연지 부장님.”
“네. 이사님.”
이연지는 긴장이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이 자리가 처음이었고, 지금 펀드운용부는 부장만 달랑 있는 부서였기 때문이다.
“팀원 채용 공고 뜬 거 보셨겠죠?”
“네. 봤습니다.”
신라자산운용은 펀드운용부의 채용 일정을 공고했다.
펀드운용부는 다른 팀들과 다르게 신입 직원이 아닌 펀드와 관련된 직책에서 2년 이상 일을 해본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었다.
“혹시 팀장급으로 생각해 둔 인물이 있습니까?”
“제가 리서치센터에 오래 있다 보니…… 죄송합니다.”
“아, 죄송할 일은 아닙니다. 오후에 헤드헌팅 회사에서 담당자가 넘어올 겁니다.”
일반 팀원들이야 공고로 채용하면 되었지만, 팀장급들은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스카우트를 할 예정이었다.
“여러 리스트를 뽑아서 올 텐데, 담당자와 검토해 보고 보고서 올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저도 적당한 인물이 없는지 고민해 볼 테니, 급하다고 너무 막 고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의 당부에 이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차선태 팀장님.”
“네. 이사님.”
“이연지 부장을 도와 함께 진행하도록 해주세요. 필요하다면 그룹의 네트워크를 써도 좋다는 허가가 있었습니다.”
유성그룹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둔 리스트가 있었다.
언제고 스카우트할 수 있도록 모아둔 리스트였는데, 며칠 전 도경이 들른 운월당에서 회장 한태오가 그 리스트를 사용해도 좋다고 얘기했다.
도경은 적극적으로 써먹을 예정이었다.
“그룹과 소통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이제 필드를 미국으로 바꾸는 만큼 다들 업무가 고될 겁니다. 다만, 그만큼 훌륭한 성과를 낸다면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보상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열심히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도경은 팀원들을 향해 인사를 했고, 팀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 * *
“이사님.”
사흘 후, 퇴근길 뒷좌석에 앉아 보고서를 검토하던 도경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룸미러를 바라보았는데, 차선태와 눈이 마주쳤다.
“네. 팀장님.”
“오늘 그룹에서 리스트를 받아왔습니다.”
차선태는 그리 말하며 보조석에서 서류 봉투를 들어 올려 뒤로 건넸다.
“한 부는 이연지 부장님께 건넸고 이것은 이사님께 드리려고 따로 챙겨두었습니다.”
차선태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주말 동안 검토하라는 얘기네요.”
도경의 농담이 차선태는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런 게 아니라. 그저 저는…….”
“하하하, 팀장님. 농담입니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보고 싶었거든요.”
도경은 서류 봉투를 들어 올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과연 유성그룹 본사는 어떤 리스트를 가지고 있을까? 늘 궁금했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입니다만, 봉투 겉면을 보시면…….”
차선태의 말에 도경은 봉투의 겉면을 바라보았다. 철저하게 봉인이 되어 있었고 대외비라고 큼지막이 찍혀 있었다.
“아, 네. 외부로 유출 안 되도록 해야겠죠.”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좋은 충고였어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를 가방에 넣었다.
잠시 후, 차는 도경의 집 앞에 멈추어 섰고 차에서 내린 도경은 차선태를 향해 입을 열었다.
“고생 많았습니다. 주말 잘 쉬고요.”
“주말에도 일정이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물론 부를 일은 없었지만, 이리 말해야 차선태가 안심하는 것을 도경은 알고 있었다.
비서이자 업무지원팀장이었지만, 도경은 상전을 모시는 기분이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도경은 그리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섰다.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가 반겨왔는데, 가족과 식사를 하고 샤워를 마친 도경은 방으로 들어와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냈다.
“이걸 안 보고 어떻게 쉬냐고.”
도경은 조심스레 봉투의 봉인을 풀고는 서류를 꺼내 들었다.
“와우.”
명단은 모두 한국인이었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증권사,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명단을 기다린 이유가 있지.”
도경은 그리 말하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오랜만에 <고양이 사진 모음>이라 적힌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그러고는 보상으로 받은 인물검색을 통해 리스트의 인원들을 검색해 나갔다.
인물검색에는 포털사이트 수준의 개인 프로필, 추정 자산과 특이 사항이 떠 있었다.
“이직을 알아보고 있다고?”
[김민수 1984년 4월 19일생, 소속: 명성증권 펀드 운용사업부, 추정 자산 19억 원, 특이 사항 : 내부 정치에 밀려 이직을 알아보는 중]저와 같은 형식이었는데,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부 정치의 피해자인지 아니면 본인이 적극적으로 하다가 밀린 건지는 알 수가 없으니까. 웬만하면 거르는 게 좋겠지.”
한참 명단을 검색하던 도경은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이런 인물들이 우리 사업부에, 그것도 부장이 아니라 팀장으로 올 리가 없지.”
마음에 드는 인물들은 저마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거나, 추정 재산이 많다거나, 현재 소속처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특이 사항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니 신라로 합류할 가능성은 작았다.
“이직을 하려는 쪽은 꼭 하나씩 하자가 있고 말이야.”
반면, 이직을 찾거나 하는 쪽은 과연 신라로 왔을 때 팀 분위기와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인물들뿐이었다.
“아휴, 모르겠다. 일단은 연지 부장한테 맡기고…….”
지이잉-
그렇게 포기하고 쉬려던 찰나 도경의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렸고, 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한 도경의 표정은 당혹감에 물들어갔다.
알림의 주인공은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회원님을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펀드운용부서는 직원 한 명, 한 명이 에이스처럼 움직여야 하는 팀입니다】
【다른 부서보다 더 많은 능력을 보여야 하죠】
펀드매니저들은 상당히 많은 일을 했다.
때로는 트레이더처럼 시장에서 사고팔 타이밍을 찾아야 했고, 때로는 연구원처럼 종목과 경제를 분석해야 했다.
또, 때로는 PB처럼 고객과 소통해야 했고, 때로는 방송에 나가 상품을 홍보해야 했다.
메시지의 말마따나 한 명 한 명이 일당백의 수준이어야 했다.
【윤도경 씨는 이제 펀드매니저의 꿈에 진정 한 발짝 다가섰습니다】
【하지만, 이 시작은 앞으로의 펀드매니저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작입니다】
【펀드는 결국 운용하는 사람의 능력이 가장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무슨 무슨 펀드가 1분 만에 완판을 했다더라와 같은 뉴스를 보면 하나같이 스타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상품이었다.
그만큼 펀드는 펀드매니저의 능력을 보고 투자를 하는 시장이었다.
그 능력이란 것은 학벌일 수도 있고, 기존 펀드의 수익률일 수도 있었다.
【윤도경 씨는 증권가에서 많은 업적과 스토리를 만들어냈지만, 펀드 계에서는 초보나 다름없습니다】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띠링-!
별안간 커다란 알림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떴고, 도경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목표: 윤도경 씨의 출발을 보좌할 완벽한 팀을 꾸리세요】
【보상: 펀드 포트폴리오 종목 추천】
【시작이 반인 싸움에서 물러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번 목표를 훌륭히 해내, 훌륭한 출발을 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회원님의 곁에서 늘 함께하겠습니다. VIP 서비스입니다】
“하아.”
메시지가 끝이 나자 도경은 긴 한숨을 내쉬며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래. 메시지의 말 틀린 것 하나 없지. 결국 내 이름 걸고 나갈 펀드인데…….”
도경은 손을 들어 올려 두 뺨을 치며 기합을 불어넣었다.
“해보자.”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다짐한 도경은 다시 처음부터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5-1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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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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