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1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16화(31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16화
“아, 연지 부장님.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한 달 후, 도경은 사업부장실로 들어오는 이연지를 반겼다.
지난 한 달간 도경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인터넷 언론부터 케이블 주식 TV 채널, 유튜브 채널까지 안 나간 채널이 없을 정도로 펀드의 홍보에 전념했다.
“이사님께서 워낙 바쁘셔서요.”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최종 조율이 끝났다고요?”
외부 일정을 하던 때 이연지로부터 상품위원회와 최종 조율을 끝내고 펀드에 대한 모든 것을 설정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네. 고민이 많았습니다만, 회사에서는 우리 쪽 의견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그럼 한도는…….”
“1천억 원으로 했습니다.”
다시 말해 사업부에서 운용하는 ‘신라자산운용 고성장 투자신탁 1호’의 한도는 1천억 원이라는 말이었는데, 판매액이 1천억 원이 넘으면 매진이라는 얘기였다.
“태산과 모든 것이 같아졌네요.”
태산 또한 한도를 1천억 원으로 설정하며 얄궂게도 많은 것들이 겹쳤다.
펀드 시장에서 모집 규모 1천억 원은 꽤 작은 한도에 속했는데, 혹자들은 1천억 원 규모가 너무 작지 않냐며 더 키우라는 말을 했었지만, 도경과 이연지의 의견은 달랐다.
시작부터 규모를 키워 분수에 넘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산이 오히려 너무 작은 규모라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우리를 노리는 펀드니까요. 규모를 키울 필요는 없었겠죠.”
그저 신라보다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펀드라고 도경은 느꼈다.
도경이 지난 한 달간 홍보를 하러 다닐 때마다, 먼저 태산의 이홍규가 나와 홍보를 하고 난 뒤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뭐라고…….”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게요. 우리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태산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도경이었지만, 굳이 그것을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어떻습니까?”
도경이 주제를 돌리며 묻자 이연지는 도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부장이 되어보니 어떻던가요?”
“재미있습니다.”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얼마나 좁은 세계관을 가지고 살았는지 배우는 중이기도 하구요.”
“좁은 세계관이요?”
“네. 저는 종목을 분석하는 것에만 열중하면서 일을 해왔어요. 처음에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합니다. 저도 PB로 있을 땐 그게 전부인 줄 알았거든요.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다 보니, 새로운 세계들이 나를 반겨왔고 오히려 신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이사님께 감사하는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이연지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지훈 팀장에게도요.”
“그 마음 잘 간직해 두세요. 내가 더 잘해야 하는 원동력이 되어줄 겁니다.”
도경은 자신이 경험한 바를 얘기해 주었다.
“자, 그럼 이제 출시일만 나오면 되는 상황이네요.”
“네. 그…….”
지이잉-
이연지가 말을 하려던 찰나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잽싸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통화를 마친 도경은 이연지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잔뜩 기대하는 눈초리였다.
“연지 부장님.”
“네. 이사님.”
“유성투자증권과 협의가 끝이 났다고 합니다. 보름 후입니다.”
도경의 말에 이연지는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발의 준비를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연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가려던 찰나.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최우진이 들어왔다.
“이사님.”
최우진은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는 도경과 이연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태산증권 펀드 출시일이 발표되었습니다. 보름 후입니다.”
* * *
“이거 우리가 쟤네를 견제하는 거야? 쟤네가 우리를 견제하는 거야?”
태산증권 펀드운용사업부.
사업부를 이끄는 이홍규는 모니터를 통해 기사를 보며 그리 말했다.
“우리가 언제 신라를 신경 쓴 적이 있습니까?”
이홍규의 말에 부하 직원이 그리 답하자 이홍규는 피식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맞아. 신경 쓴 적 없지.”
진심이었다.
대표인 탁인우는 윤도경을 두려워했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지난 몇 달간 신라라는 존재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펀드의 성공을 위해 달려왔다.
“생각해 보면 윤도경이 이사님의 뒤를 졸졸 쫓아다닌 것 같습니다.”
부하 직원은 이홍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왜 그렇지 않습니까? 이사님이 한성경제랑 인터뷰를 하면 다음 날 바로 윤도경의 인터뷰가 나왔고, 유튜브 채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윤도경 입장에서는 나를 잡고 싶겠지.”
이홍규가 그리 맞장구를 쳐주자 부하 직원은 신이 난 듯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여기저기 인터뷰를 하는 걸 보니 펀드매니저가 꿈이었다고 하더군요. 고작 창구직 출신이 말입니다.”
이홍규는 더 이야기해 보라는 듯 가만히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유성도 참 보는 눈이 없습니다. 그저 시대를 잘 만나 운이 좋았던 인간에게 중책을 맡긴 것도 모자라 하고 싶다는 대로 다 해주다니요.”
업계 대부분은 도경을 인정해 왔지만, 여전히 일부분은 창구직 출신이라는 과거를 들먹이며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번에 큰코다칠 거라고 봅니다.”
“아인텍에 관해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아이, 이사님. 무슨 그런 걸 신경 쓰시고…….”
“어떻게 됐어?”
이홍규가 다시 한번 묻자 직원은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인텍에 관해 리서치본부에도 물어보고, 반도체 소부장 전문으로 하는 PB에게도 물어봤습니다만, 당분간은 힘들지 않겠냐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래?”
“네. 아무래도 감산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HBM 영향은?”
이홍규 또한 아인텍에 당분간 호재가 없을 거라는 말을 믿었다.
하지만, 최근 AI 개발 붐을 타 고연산메모리(HBM) 개발에 유성반도체와 미래전자가 앞장서고 있었고, 아인텍에게 갑작스러운 호재가 터진다면 그 부분이 불안 요소라 생각했다.
“HBM을 생산해 낸다고 하더라고, 실질적인 고객은 엔비디아뿐입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시스템 반도체 설계 회사였는데, 강력한 성능으로 AI 시장을 장악 중이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장치에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한 고연산메모리가 탑재된다.
“그렇지.”
“물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아인텍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예. 오히려 유성배터리에서 조금 희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하는 소문들이 있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이홍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포드나 GM향 납품을 늘릴지도 모른다는 소문이지?”
“그렇습니다.”
“좋아. 어쨌든 같은 날 출시를 하니까 우리는 좀 더 우리 탑픽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도록 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리서치 센터에서 유성배터리에 대한 보고서를 쓴다고 합니다.”
“그래?”
이홍규는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분위기로 굴러가는 것이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내가 홍보를 하고 가면 네가 팀을 맡아야 하니까 좀 더 신경 쓰고.”
“예,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이홍규는 재킷을 챙겨 입고는 사무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 * *
째깍째깍-
보름 후, 유성투자증권 전략투자사업부 사무실은 평소보다 더 조용한 분위기였다.
벽에 걸어둔 시계 초침 흘러가는 소리만이 사무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도경은 펀드운용부 사무실에 나와 있었다.
“현재 온라인 판매량 10억 원을 돌파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업부에서 출시한 펀드의 판매 개시일이었는데, 판매는 유성투자증권 창구와 온라인 두 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온라인 판매량을 얘기해 오는 직원의 보고에 도경은 긴장이 되는 표정으로 이연지를 바라보았는데, 이연지는 어딘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한 시간마다 연락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이연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창구 가입액이 약 5억 원이라고 합니다.”
판매가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 현재 두 채널을 모두 합치면 겨우 15억 원이라는 금액이 가입했다.
“아무래도 그저께 나온 유성배터리의 보고서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틀 전, 태산증권에서는 유성배터리를 타겟으로 한 5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시장 반응이 뜨거웠다.
한 기업을 이리 깊고, 확실하게 분석하는 보고서는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태산 쪽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도경의 물음에 이연지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태산도 우리 때문에 그렇게 가입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같은 날에 같은 한도를 가졌고, 이슈가 되는 펀드가 두 개 런칭을 한 상황이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심하고 저울질해 보고 있을 것이다.
“근데 그렇게 말한 나도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네요.”
도경은 직원들을 향해 긴장을 풀라는 듯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은 이야기를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까요. 너무 흔들리지 말고, 운용역들은 확실한 운용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연지 부장님.”
“네. 이사님.”
“부장이 흔들리면 안 됩니다.”
도경은 이연지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고, 이연지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지금은 태산 쪽과 탑픽만 차이가 나지만, 점점 포트폴리오의 차별성을 두어야 할 겁니다. 바로 종목 발굴에 들어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이연지는 자신감을 찾은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로 돌아갔고, 모습을 확인한 도경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삐이- 삐-
도경이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한 직원의 컴퓨터에서 알림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화면을 확인한 직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사님.”
“무슨 일입니까?”
“아인텍의 공시가 떴는데…….”
직원의 말에 도경은 재빠르게 화면을 확인했고, 이연지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미래전자에서 아인텍에 1조 원가량의 설비투자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직원의 말에 모두가 놀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경은 이연지를 바라보았다.
“연지 부장님, 홍보팀에 연락해서 바로 우리 탑픽이 아인텍이라고 홍보 자료 돌려달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릅니다!”
그때, 다른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바라보며 흥분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펀드 온라인 판매량이 유의미하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메시지가 말해준 관심 종목은 역시 틀리지 않았고,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5-2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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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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