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2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24화(32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24화
“리우, 잘 지내셨습니까?”
보름 후, 도경은 서울 모처에 있는 호텔로 나와 있었다. 지난 한 달간 준비한 자료들을 오늘 발표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윤 오랜만입니다.”
도경의 인사에 리우는 반갑다는 듯 양팔을 벌리며 도경을 맞이해 왔다.
“한국과 샌프란시스코를 왔다 갔다 하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군요.”
리우는 지난 한 달간 한국에 만든 사무실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파미르 캐피털 본사를 오가는 생활을 했다.
서로 바쁜 처지에 도경과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었다.
“오늘 유성의 프레젠테이션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파미르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보게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자리를 옮길까요?”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련된 비즈니스 룸으로 들어갔다.
신라자산운용 TF 직원들과 파미르 캐피털 직원들이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는데, 긴장감이 감돌았다.
도경과 리우는 각자 팀이 앉은 자리에 앉았고, 도경은 옆자리에 앉은 이지훈을 바라보며 작게 이야기했다.
“준비 끝났습니까?”
“네. 직원들 표정 한번 보시죠.”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팀원들의 표정을 살폈는데,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모두가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처럼 비장함이 감도는 얼굴이었다.
“저렇게 비장할 일인가 싶긴 한데, 나쁘진 않네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정면을 바라보았는데, 파미르의 직원들도 결연한 표정이었다.
“자, 그럼 우리가 먼저 진행할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고, 파미르의 프레젠테이션을 담당하는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즈니스 룸의 불이 꺼지고, 본격적인 발표가 시작되었다.
“저희 파미르 캐피털은 한국이 앞으로 시장을 가장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분야를 택했습니다.”
파미르 직원의 말에 도경은 마른침을 삼켰다.
“신화자동차그룹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도경과 이지훈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어찌 보면 타당해 보이는 선택이었다.
그들의 말대로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를 벗어나 전기차와 미래 연료 시장에서 신화자동차그룹의 능력은 전 세계 시장 맨 앞에 설 수 있었다.
도경은 가만히 파미르의 발표에 집중했다.
“이상, 발표를 마칩니다.”
15분의 발표 시간이 끝나자 파미르 캐피털 직원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바뀌었고, 리우는 흡족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매우 훌륭한 발표였습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왜 파미르가 업계에서 매년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발표였다.
특히 그들은 한국인보다 더 신화자동차그룹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난 한 달간 어떻게 데이터를 쌓았는지 모르겠지만, 신화가 앞으로 진행할 연구를 꿰고 있었다. 저런 노하우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도경이었다.
“저희가 먼저 진행할 걸 그랬네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순간 비즈니스룸에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제 신라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싶은데요.”
리우의 말에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았고,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모든 준비가 끝나고 방에 불이 꺼지자 이지훈은 입을 열었다.
“저희 신라자산운용 또한 앞으로 한국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였습니다.”
이지훈이 그리 서두를 떼자 파미르 측 몇몇은 미간을 찌푸렸고, 몇몇은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저희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했습니다. 소개하겠습니다.”
이지훈의 말과 동시에 화면에는 세미오프라는 이름이 떴다.
보름 전, 도경과 이지훈이 직접 투자 설명회에 찾아가 설명을 들은 반도체 설계 기업이었다.
그날 이후, 세미오프는 신라자산운용에서 다시 한번 투자설명회를 진행하였고, 전략투자사업부의 모든 직원이 세미오프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세미오프는 창업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펩리스입니다.”
세미오프란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파미르 측은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참는 듯했다.
“아직 상장되지 않은 스타트업이지만, 이들은 한국대학교의 한 랩(Lab, 연구실)에서 출발한 기업으로서 이미 10년 전부터 해당 기술을 개발, 특허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지훈의 손짓에 화면은 넘어갔다.
“세미오프의 주요 제품은 SSD에 장착되는 NVMe 컨트롤러로 모두가 아시다시피 최근 늘어난 SSD의 폭발적 수요에 알맞은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SSD는 컴퓨터의 기본 저장 장치였다.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라 불리는 HDD보다 더 빠른 연산 속도로 최근 가정용 개인 PC에는 대부분 SSD가 탑재되는 추세다.
당연히 산업용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SSD는 상당한 고가 부품에 속했으나, 한국의 유성반도체와 미래전자가 이 분야에서 치킨게임을 시작하며 현재는 고용량 제품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이지훈의 설명에 파미르는 당연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는 듯 지루하다는 표정이었다.
“세미오프에서 개발하고 특허를 소유한 NVMe는 기존 하드디스크나 SSD에 탑재된 컨트롤러보다 각각 10배와 3~5배 이상 빠른 속도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세미오프의 기술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하자 지루한 표정이던 파미르의 직원들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특히 이들은 처음부터 개인용이 아닌 산업용을 타겟으로 제품을 개발하였는데, 최근 개발한 모델인 안나푸르나는 1세대 제품보다 10배 빠른 속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도경과 이지훈 그리고 팀원들이 세미오프에게 반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은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교 연구실 시절부터 한 팀으로 만들어온 기술은 자신들이 특허를 가지고 있었는데, 회사를 창업하자마자 빠르게 세대를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들이 개발한 상품의 속도만큼, 세미오프의 기술 성장 속도 또한 굉장히 빠릅니다.”
원천 기술도 가지고 있었는데,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는 속도도 빠르다 보니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지 예측할 수조차 없었다.
“특히 최근 발매한 안나푸르나의 경우는 시중에 있는 SSD보다 10~15배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데, 이들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바로 다음 세대의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리우는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고는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손을 들었다.
“발표 중에 미안합니다만,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2세대가 생산되고 있습니까? 그러니까 안나푸르나 말입니다.”
리우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1세대 NVMe는 대만의 TSMA에서 위탁생산을 했습니다만, 2세대 안나푸르나는 최근 유성반도체와 위탁생산 계약을 마쳤습니다.”
“수율은?”
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수율이었다.
10개를 생산해 8개가 못 쓰게 된다면, 나머지 2개의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수율이 낮아 제품의 가격이 높다면 시장경쟁력은 없다.
“현재 양산 단계는 아닙니다만, 시험 생산에서 93%의 수율을 기록했습니다. 양산 단계에서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유성반도체의 설명입니다.”
SSD 분야에서 유성반도체의 기술력은 미래전자와 1, 2위를 다투는 중이었다.
“특히 앞서 말씀드렸듯, SSD의 가격이 아주 저렴해지며 산업 영역에서도 HDD 대신 SSD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근 1년간의 변화였다.
“특히 거대 데이터센터에서 산업용 SSD의 수요가 늘고 있으며, 세미오프는 최근 아마존과 메타, 구글을 대상으로 상품 실사를 마쳤습니다.”
“계약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만, 세 회사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한 채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지훈의 말에 리우는 김이 샌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결국, 아직 매출을 낼 수 없는 기업이었다.
“우리 신라는 세미오프가 머지않아 계약을 체결하고 매출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도경과 팀원들은 지금까지 세미오프가 걸어온 길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세미오프의 대표인 박성엽은 안정적인 한국대학교 교수직을 그만두고 미국의 반도체 업체에 취직해 실제 필드에서 뛰어볼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하며 자신이 앞으로 걸을 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우리는 리우의 가르침대로 지난 며칠을 탐사보도를 진행하는 기자처럼 세미오프에 관한 모든 것을 파악했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리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로 인해 생긴 것은 세미오프의 경영진과 직원들에 대한 의심이 아닌, 확신이었습니다.”
이지훈은 확신 가득한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세미오프는 각자의 자리에서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다현이 건네준 리스트에서 가장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뛰어난 집단이었다.
“세미오프의 CEO는 상당히 겸손합니다. 하지만, 저와 우리 팀은 세미오프가 2년 안에 주식시장에 상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지훈은 확신을 가진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모두가 SSD의 컨트롤러를 개발하는 업체가 무슨 혁신이냐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들은 혁신과 동시에 가장 산업이 필요한 곳을 파고든 업체입니다.”
도경의 생각도 같았다. 세미오프의 기술은 시기를 잘 만났다.
세상이 변해갈 때 모두가 이 분야에 누가 있지? 라며 찾고 있는 상황이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완성된 상태로 그들은 자신을 찾아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미오프는 산업용 SSD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이지훈은 발표를 마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그 누구보다 힘찬 박수를 보냈다.
* * *
“흥미로운 기업인 것은 맞더군요.”
“예. 파미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저희는 따로 투자를 진행할까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도경은 리우와 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따로요?”
확신을 가진 도경의 말에 리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저는 제 팀원들을 믿고, 제 팀원들이 가진 확신을 저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것 참, 미스터 윤이 그리 극찬을 하니 두렵습니다.”
리우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나는 두 곳 모두의 발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주판알을 튕겨봤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리우의 말에 집중했다.
도경과 리우는 발표를 마치고 각자 팀원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이 자리에 들어왔다.
서로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을 낸 상황이었다.
“우리는 총액 5천만 달러를 한국 투자에 배정해 두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660억 원이 넘는 거금이었다.
“유성은?”
“저희 또한 5천만 달러를 맞출 수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리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표면적으로는 신라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신라 내부의 한 사업부와 일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업부에서 5천만 달러라는 돈을 투자할 수 있다는 건 그동안 도경의 투자 성과가 궁금해질 정도였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우리의 2천만 달러와 신라의 2천만 달러를 합쳐 총액 4천만 달러를 세미오프에 투자하겠습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렇다면 나머지 6천만 달러는…….”
“신화자동차그룹에 투자를 하는 것으로 하지요. 신화야 시장에서 지분을 확보하면 될 일이고…….”
신화자동차에 대한 투자는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면 될 일이었다.
“문제는 세미오프인데…….”
“기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세미오프와 이미 투자 협약을 맺어두었습니다.”
“하하하, 조금 전에 했던 말이 진실이군요?”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보여주었다.
“3천만 달러나 투자하려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3천만 달러에 지분 20%를 받았습니다만, 꽤 싼 가격에 취득한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추가로 천만 달러를 더 투자하고 5% 더 받을 수 있겠습니까?”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약에 이미 넣어두었습니다.”
“하하하, 일 처리가 정말 완벽하군요.”
리우는 도경을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미 확신을 가지고 움직인 것도 놀라운데, 여러 상황에 대비까지 해두었다.
“미스터 윤을 파트너로 선택한 건 어쩌면 나에게 큰 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오히려 저야말로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페티션의 결과는 우리 모두가 승자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투자를 진행하고, 신라가 미국에 진출할 때 우리 파미르가 많은 것을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리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이잉-
그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잠시…….”
“아, 괜찮습니다. 받아보시지요.”
리우의 말에 도경은 휴대전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윤도경입니다. 네?”
도경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지자 리우는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도경은 심각한 표정으로 리우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리우가 묻자 도경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아마존에서 세미오프에게 2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제안해 왔다고 합니다.”
도경이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하자, 리우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0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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