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2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26화(32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26화
“뭐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고양이가 되어버린 그런 건가요?”
도경은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화면에는 치즈색을 한 고양이가 직립을 하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우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현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AI 비서입니다.
“AI 비서요?”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그럼 지금까지 나와 대화하던 그쪽은 인공지능인가요?”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지금 화면 속의 고양이가 메시지라면, 메시지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이었으니까.
-그 질문엔 답변할 수 없습니다.
“에이, 뭐야. 그럼 그냥 그쪽이랑 상시로 대화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게 무슨 인공지능이에요.”
도경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냥 그쪽이 답해주는 거잖아요.”
도경의 말에 화면 속 고양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나름 기믹을 잡아본 것 같은데 도경이 그 부분을 파고들어 오니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떤 기능이 있는 인공지능인가요?”
도경이 묻자 화면 속 고양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해당 기능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화면 속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화면 속을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는 고양이가 썩 귀여웠다.
-첫째, 인공지능 비서답게 윤도경 씨의 말을 메모하고, 일정을 관리해 줍니다.
“좋은데요?”
도경은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지금도 차선태가 일정을 관리해 주고 있었지만, 펀드 판매 이후 업무지원팀의 일이 많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찰나였다.
-둘째, 검색이 필요할 때 대신 검색을 해드립니다.
“CHAT GPT라든지 BING처럼요?”
오픈 AI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 중인 인공지능 서비스의 이름이 나오자 화면 속 고양이는 피식 웃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쪽은 제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없는 사실을 사실인 양 거짓말하는 인공지능과는 비교하지 말아주십시오.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몇몇 인공지능 서비스들은 없는 사실을 진실처럼 말하곤 해 여러 곤욕을 낳곤 했다.
“그럼 하나 물어볼까요? 어…….”
잠시 고민을 하던 도경은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튕기며 입을 열었다.
“미국 대통령에 관해서 알려주세요.”
-검색 중입니다.
참 별걸 다 한다 싶어 도경은 피식 웃으며 답을 기다렸다.
-미국의 46대 대통령 조셉 피어스는 1953년생으로…… 5세 때…… 7세 때는…….
도경은 고양이가 하는 답을 보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자신에게 얘기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 전부 다 사실이에요?”
-사실입니다.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고양이가 말해왔다.
“다른 인공지능도 그럴싸한 거짓을 말해서 여러 문제를 일으켰어요.”
-말씀드렸듯, 저는 다른 것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좋아요. 일단은…… 믿을게요. 그럼 다음은요?”
도경의 말에 고양이는 가슴을 쫙 편 채로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마지막 기능은 투자 내비게이션입니다.
“투자 내비게이션?”
-앞으로 윤도경 씨가 더 큰 세상에서 투자를 할 때, 관심 업종이나 종목을 상시로 말해줄 수 있습니다.
“오, 지금까지 메시지로 보내줬던 그거요?”
-그렇습니다.
도경은 듣던 중 반가운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그쪽이 랜덤하게 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요청을 하면 얻을 수 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물론 지금까지와 똑같은 방식으로 모든 답은 윤도경 씨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건 당연한 거겠죠. 하지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생각보다 엄청난 보상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쪽이랑 이제 상시로 대화할 수 있다는 거 자체도 너무 좋은데요?”
-고객님의 곁에서 늘 함께하는 AI 비서…….
“이름이 필요하겠네요.”
도경은 입꼬리를 싹 말아 올렸다. 화면 속 고양이는 떨리는 눈초리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라니고 어때요?”
-이름의 뜻이 무엇입니까?
“마침 그쪽이 치즈 색깔이기도 하고…… 또 인공지능의 대명사 하면 알파고잖아요.”
-그러니까 라니가 그것과 무슨 상관인 거죠?
화면 속 고양이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고라니 귀엽잖아요.”
도경의 말에 화면 속 고양이는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고마워요. 라니고.”
-저는 라니고가 아니…….
도경은 화면을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침대 위에 올려진 휴대전화에서는 계속해서 진동이 울려댔는데 도경은 피식하고 웃고는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너 이번에 큰 거 했다며?”
여의도에 있다기엔 허름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는 노포에는 밤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와이셔츠 차림의 회사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이곳은 여의도 증권인들의 성지라 불리는 치킨집이었는데, 신라자산운용의 팀장 이지훈은 선배와 함께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큰 거요?”
“말도 마. 너 그 뭐야. 리우 샤오 입국장에서 너네 캡 뒤에 이지훈이 딱 서 있는 거 보고 우리 팀원들 다 놀랐다니까?”
선배는 그때의 감정을 재현하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너 무시하던 인간들도 나한테 요즘 이지훈 뭐 하냐고.”
선배는 낄낄대고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뭘 뭐 해. 새끼들이 같이 화면 봐놓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렇다니까. 그 있잖아 김 부장.”
김 부장이라는 이름이 선배의 입에서 나오자 이지훈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너 좀 괴롭혔나? 깔끔한 일만 한다고 프레임 잡아서 얼마나 정치질해 댔어?”
부당한 지시를 받지 않았을 뿐인데, 전 회사에서 어느새 이지훈은 깔끔한 일만 하려 한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오랜만에 들어도 좀 입맛이 쓴 이름이네요.”
“이제 뭐 신경 쓸 필요 있냐? 하여튼, 너 데려오라고.”
“저를요?”
“그래, 리우 샤오가 누구야? 나 회사 막 들어왔을 때 선배들이 리우 샤오 책 끼고 살았다니까?”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파미르 캐피털은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주식에 투자를 했지만, 원래 채권 거래에서 이름을 날리던 회사였다.
보험사들의 플레이어들은 워낙 채권 위주로 거래를 하다 보니 리우 샤오의 이름을 자주 들었다.
“이번에 얼굴 첨 봤는데, 디게 인자하게 생겼더라고. 어땠어?”
“가까이서 보니까 인상 그대로였어요. 사람이 편견이 없다고 할까요?”
“그래? 하기야. 그러니까 신라를 픽하고 너네 캡이랑 일을 한 거지.”
선배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쨌든, 네가 리우 옆에 있으니까 다들 이지훈 줄 타고 싶은 거지.”
“그래서 김 부장이 저를 데려오라고 했고요?”
“그 인간 성격 알잖아? 강약약강.”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름 좀 알려진 사람한테 빨대 꽂아서 호로록하는 게 특기인 것도 있고.”
결국 리우와 함께 일하는 이지훈을 통해 리우의 후광을 받고 싶어 한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내가 뭐라 한 줄 알아?”
“뭐라고 하셨는데요?”
“신라에서 일하는 애가 여기 왜 오냐고. 윤도경 밑에서 일하는데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겠냐고.”
이지훈은 피식하고 웃었다.
옛 회사에서 별 감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선배 덕분에 시원함을 느끼네요.”
“있을 때 잘하지 이 새끼들 꼭 누가 나가서 잘되면 저런다니까?”
선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쯧쯧 찼다.
“그나저나, 이제 좀 넓은 세계로 나가는 거냐?”
“네?”
“왜 그렇잖아. 리우 샤오랑 협업도 했는데 윤도경이 국내 시장에만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선배의 물음에 이지훈은 맥주를 한입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글쎄요. 그건 우리 이사님이 선택하실 부분이라…….”
“만약 해외 진출하면, 이지훈 너도 가는 거야?”
“제가요? 아뇨.”
이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사님이 선택하는 직원이 가겠죠. 워낙 편견이 없으신 분이라서요. 저 말고도 그 직원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우선적으로 선택하시는 분이세요.”
“짬으로 밀고 가는 게 아니라?”
“네. 지금까진 그랬네요.”
이지훈의 말에 선배는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잘되는 집은 윗선부터 다르구나. 지훈아.”
“왜요.”
“혹시나 네가 미국에 가게 되면 이 선배도 좀 데리고 가라.”
선배는 진심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지훈 성격 받아줄 사람이 이 선배 말고 누가 있겠냐?”
“제 밑에서 일은 하실 수 있고요?”
“못 할 것도 없지.”
선배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넌 인마,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했을 때도 내 부사수였지만, 상전 모시듯 내가 모신 거 알아?”
“……알죠.”
“뭐?”
이지훈의 답에 선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선배가 저 배려 많이 해주신 거 알고 있어요. 덕분에 저도 거기서 4년 버텼고요.”
“알아주니 다행이네.”
“어쨌거나, 제가 미국 갈 일은 없겠지만…… 누구와 함께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면 선배를 제일 먼저 떠올릴게요.”
“진짜지?”
“그럼요. 저 친구 선배밖에 없어요.”
이지훈의 말에 선배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 소리야. 너네 캡이랑 미국도 같이 가놓고.”
“아! 두 사람이네요.”
이지훈은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 *
“한국에 남은 파미르 캐피털 직원들과 세미오프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사흘 후, 도경은 자신의 방을 찾아온 이지훈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뭐 달라진 건 없고요?”
계약을 진행하는 도중 세미오프가 글로벌 기업들과 납품 계약을 맺으며 조건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없었습니다. 박상엽 대표가 힘들 때 찾아와 준 저희와의 신의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고마운 말이지만…… 회사의 이익을 챙겨야 하는 CEO로선 꽝이네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피식하고 웃었다. 농담인 걸 알고 있었다.
“파미르 쪽에서도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워낙 박성엽 대표가 저희 신라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뭐라고 하던가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던걸요.”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저런 말을 들을 정도로 무언가를 해준 것이 없었는데, 세미오프는 정말 어려운 길을 걷다 보니 조금의 호의에도 감동한 것 같았다.
“다행이네요. 앞으로 쭉 같이 가야 하는 입장인데, 세미오프가 우리를 좋게 봐준다면 일이 좀 더 편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네. 이번에 계약을 하면서 파미르 측에서는 언제쯤 IPO를 할 예정이냐고 물어봤습니다.”
파미르 캐피털에서도 세미오프의 장래를 밝게 보는 것 같았다.
인제야 첫 납품 계약을 맺었음에도 벌써 IPO(기업공개)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2년 후에 나스닥 상장이 목표라고 하더군요.”
“하하하, 자신감이 많이 붙었나 봅니다.”
“네. 박성엽 대표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도경은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마무리되었으니 그 일은 이제 벤처투자부로 이관하면 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놀란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벤처투자부로 이관을 하란 말씀이십니까?”
“네. 세미오프는 엄밀히 말하면 스타트업이고, 벤처투자부에서 관리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투자를 조율하기도 했고 저희 팀원들도 이번 일을 겪으며 많은…….”
“지훈 팀장님,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지만, 그 일은 벤처투자부가 할 일입니다.”
도경이 단호하게 이야기하자 이지훈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지훈 팀장님에게는 다른 일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다른 일이라시면…….”
이지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는데, 도경은 노란 종이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읽어봐도 좋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봉투를 열어 서류를 확인했다.
열심히 서류를 읽어 내려가는 이지훈의 두 눈썹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이지훈이 놀란 듯 자신을 바라보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사업부는 이제 슬슬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에 사무소를 만들려고 하는데요.”
“…….”
“지훈 팀장님이 그곳을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0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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