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3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30화(33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30화
-이사님 연결되셨나요?
사흘 후, 도경과 이지훈은 시간에 맞춰 서울에 있는 팀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네. 연결됐습니다.”
-와우, 얼굴이 더 밝아지셨습니다.
-미국 음식이 잘 맞으시나 봐요.
-샌프란시스코에 꽤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거든요. 아마 거기…….
화면 너머 부장들의 대화에 도경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런 거 아니고요. 여기는 한창 오후라 그렇습니다.”
-어쨌든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아 마음이 편합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고맙습니다. 빨리 회의를 하고 마칠까 합니다. 곧 한국은 장이 열리는 시간이잖아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 분위기는 괜찮습니다. 시장 분위기도 요즘은 전체적으로 모든 섹터가 조정을 끝마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도경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최우진의 보고에 집중했다.
-특히 투자자예탁금이 늘며 다들 언제고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 투자를 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예탁금은 증시 대기 자금이었다. 당장에라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계좌에 예치된 돈이었다.
-더불어 관리 중인 장기 포트폴리오도 수익률이 점점 더 오르며, 슬슬 리밸런싱을 준비할까 합니다.
“좋습니다. 리밸런싱 계획을 짜서 보고서 올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최우진의 보고가 끝나자 이연지가 마이크를 받아 보고를 시작했다.
-펀드 성적도 최근 들어 3% 이상 상승했습니다. 특히 이사님께서 매주 신경 써서 보내주시는 매거진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도경은 한국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 와서도 꾸준히 펀드 가입자를 상대로 한 매크로(거시경제)와 관련한 매거진을 발행 중이었다.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상품이라 고객들이 불안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매주 발간하는 매거진만 기다린다는 고객분도 계십니다.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직접투자만큼이나, 펀드나 ETF를 사는 간접투자도 위험성은 다분했다.
가령 펀드 내에 10종목이 들어 있고 5종목이 상승하고 5종목이 하락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펀드의 수익률은 오르지 않았다.
시장 상황이 좋고 이 종목은 오르는데 왜 펀드 수익률은 오르지 않냐는 물음들이 발생했다.
사업부에서 운용 중인 펀드도 같은 상황에 충분히 놓일 수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종목을 잘 고른 덕에 수익률이 오르고 있었다.
“다행입니다. 새로운 펀드 개설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일단 유성투자증권에서 협업 덕분에 열심히 본사와 회의 중입니다.
첫 펀드의 판매 실적이 워낙 좋다 보니 두 번째 펀드는 유성투자증권에서 협업을 요구해 왔고, 준비 중이었다.
“연지 부장님을 믿겠습니다. 상황은 계속 팔로우해서 제게 보고서 올려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다현 부장님.”
다음은 한다현의 차례였다.
-업무를 인계받은 세미오프에 대한 투자 건을 관리 중입니다. 최근 세미오프에서 금융 컨설팅을 요청해 와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떤 금융 컨설팅을 요구하던가요?”
세미오프에 대한 투자는 한다현이 이끄는 벤처투자부로 이관된 상황이었다.
벤처투자부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전문 부서답게 세미오프의 요구 사항에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 중 일부를 세이브 하고 싶은데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지를 물어왔습니다. 오늘 내로 메일로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보고를 들으니 한국 업무에 대한 걱정은 조금 줄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화면 너머의 부장들은 미소를 지었다.
“이곳의 첫 투자가 성공하고 안정된다면 한국으로 들어갈 테니 그때까지만 고생해 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우진 부장님.”
-네, 보내주신 엔비디아 투자 건과 관련해 진행 준비 모두 마쳤습니다. 저와 최대훈 팀장이 오늘 야근을 할 예정입니다.
이 와중에 너스레를 떠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는 사흘 정도로 나눠서 줍는다는 느낌으로 해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메신저로 실시간 보고 올리겠습니다.
“좋습니다. 모두 고생하고요. 다음에 또 봅시다.”
도경은 직원들과 인사를 마치고는 화상회의를 종료했다.
“지훈 부장님, 우혁 팀장님.”
“네. 이사님.”
“두 분 오늘부터 바빠질 겁니다. 한국과 시간 조율해서 실시간으로 투자 팔로우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가서 팀원들 스탠바이 시키겠습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서자 도경은 목에 걸친 타이를 풀어 헤쳤다.
오랜만에 느끼는 긴장이었다.
“잘돼야 할 텐데.”
도경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변수가 더 없는지 알아봐야지.”
투자를 결정한 이상, 지금부터는 변수를 줄이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하는 타이밍이라 생각한 도경은 종목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 * *
“엔비디아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틀 후, 포터 캐피털.
브랜든 포터는 자신의 방으로 허겁지겁 들어와 보고를 하는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맞다고?”
“네. 유성투자증권의 미국 거래를 진행하는 브로커 측에 정보를 알아봤는데, 어제 하루에 2,500만 달러(한화 약 330억)의 자금이 엔비디아를 사들였다고 합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시장에서 거래하기 위해 각국에 브로커(중개인)를 뒀다.
현지 브로커들은 한 회사가 아니라 2~3개 정도로 여러 브로커를 뒀는데, 포터 캐피털은 운이 좋게도 정보를 구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어디서 나온 정보야?”
“멀빈입니다.”
멀빈은 미국의 증권사 중 하나였는데, 기업들의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멀빈 측에 제 대학 동기가 있는데, 마침 아시아 기업들을 담당하고 있어 정보를 얻기 쉬웠습니다.”
“멀빈의 정보라면 믿을 만하지.”
유성투자증권에서 중개한 금액이 신라의 돈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고 브랜든 포터는 생각했다.
“며칠 동안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보니 거의 모든 헤지펀드가 엔비디아의 주식을 정리 중이더군.”
엔비디아의 주가는 언제고 내려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때마침 루키 사냥과 동시에 공매도 포지션을 잡아 수익을 볼 수 있었다.
“좋아. 우리도 바로 숏 포지션 구축하자고.”
“그렇지 않아도 들어오기 전에 스탠바이 시켜뒀습니다. 브랜든의 지시가 있으면 언제든 실행할 수 있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브랜든 포터는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지. 실행해.”
포터의 말에 부하 직원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섰다.
“아시아에서 온 라이징 스타라.”
브랜든 포터는 혼잣말을 하며 PC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시아 증권가의 라이징 스타, 샌프란시스코 진출」
샌프란시스코 지역지의 온라인판이었는데, 도경을 소개하며 아시아에서 온 떠오르는 샛별이라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나왔다.
“글쎄. 며칠 만에 별이 떨어지게 생겼는데.”
포터는 피식 웃으며 기사가 뜬 인터넷 창을 끄고는 입을 열었다.
“웰컴 투 샌프란시스코.”
* * *
“브랜든 포터가 신라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한편, 리우 샤오는 비서에게 신라와 포터 캐피털 간 일에 관해 브리핑을 받고 있었다.
“신라가 어디에 투자했다던가?”
“엔비디아입니다.”
리우 샤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엔비디아?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최근 미국 내 헤지펀드의 엔비디아에 대한 평가는 수익 실현이었다.
즉, 일전에 투자해 둔 지분을 팔아 수익 본 것을 실현한다는 얘기였는데, 다시 말해 새롭게 투자를 할 명분이 없다는 말이었다.
“엔비디아가 동력이 있나?”
“저희 내부의 평가는 한번 조정을 거쳐야 상승 모멘텀이 생길 거라는 분석입니다.”
“당연하지. 지금까지 반도체 주식 중에 엔비디아만 독주했으니 모두가 그런 평가 할 만하지.”
조정 없이 오르는 주식은 건강하지 못한 주식이라는 게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었다.
“하지만, 또 윤도경이 투자했다니 왠지 평가와 다르게 될 것 같기도 한데.”
리우의 말에 비서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포터 캐피털은 하락에 베팅했습니다.”
“숏 포지션 잡았나?”
“그렇습니다. 브랜든 포터로서는 신라를 잡을 좋은 기회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잠잠한 것 같더니, 여전하구만.”
브랜든 포터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이유는 그가 단순히 정크본드 시장에서 살아남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새롭게 자리 잡는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텃세를 부리는 인물로 유명했다.
“브랜든 포터는 즐기는 것 같습니다.”
비서의 말에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즐기는 게 맞아. 그 친구가 싫어했던 인물의 투자를 방해한 뒤로 뭔가 짜릿함을 느꼈다고 나에게 말하더군.”
리우는 언젠가 브랜든 포터에게 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인지 물은 적이 있었다.
브랜든이 이런 행위를 하게 된 시작점은 그저 싫어하는 인물의 투자를 방해하는 일이었다.
싫어하는 인물이 망하는 모습과 더불어 그 속에서 투자 수익을 얻게 된 이후 그에겐 악취미가 생겼다.
“증권가엔 별의별 인간이 많지만, 브랜든 포터는 정상적인 인간은 아냐.”
“이대로 지켜보실 예정이십니까?”
비서의 물음에 잠시 고민을 하던 리우 샤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켜봐야지. 내가 개입을 한다면,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한 의도가 사라질 테니까.”
“하지만, 브랜든 포터는 꽤 본격적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신라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하락할 거라고 모두가 예상하는 주식에 포터 캐피털 같은 자산가들이 숏 포지션을 잡는다면 빠른 속도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다.
“이 상황을 만든 것이 조금 위험해…….”
“아니, 내가 만들지 않았어도 브랜든 포터는 언제고 신라를 노렸을 거야.”
브랜든 포터는 그런 인간이었으니까. 루키들을 사냥해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는 인간.
“차라리 내가 이렇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환경에서 이 판이 벌어지는 게 낫다는 말이야.”
리우의 말에 비서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윤도경은 이 상황을 잘 헤쳐 나갈 거야. 뭐 지켜보자고. 심각해지면 개입해도 늦지 않으니까.”
리우는 그리 말하며 다른 일에 집중했고, 비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리우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6.2%입니다.”
보름 후, 도경은 이지훈의 보고를 받고 있었는데, 엔비디아의 상황이 꽤 좋지 않았다.
거의 매일 보합과 하락을 반복하며, 신라에서 포지션을 잡은 이후 수익률은 약 -6%에 달했다.
“수익 실현을 하는 타이밍인가 봅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과 김우혁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심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황을 너무 만만하게 본 제 실책입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초에 단기기는 하지만, 실적 발표 때까지 지켜보려고 들어온 것 아닙니까?”
도경의 말에도 이지훈의 표정은 좀처럼 풀릴 줄을 몰랐다.
“하지만, 사업부나 이사님의 입장이 곤란해지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건 내가 걱정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가 책임질 일은 제가 질 테니, 지훈 부장은 투자에 관해서만 신경 써주세요. 이제는 한 오피스를 이끄는 부장직입니다. 지훈 부장이 그런 마인드라면 팀원들도 흔들리게 될 거고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잠시 아무런 답을 하지 않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두 분은 나가서 계속 상황을 확인해 주세요. 혹여나 문제가 있다면 발을 뺄 수 있도록 안배도 해주시고요.”
도경의 지시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을 나섰다.
“생각보다 매도세가 너무 강하네.”
엔비디아에 대한 확신은 이지훈이나 팀뿐만 아니라 도경 자신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수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강했다.
“단순 매도세만 있는 게 아닌가?”
도경은 의아한 표정으로 여러 지표를 확인했다.
수익 실현뿐만 아니라 공매도 등 숏 포지션이 늘어난 것인지 확인해야 했다.
지이잉-
한참 자료를 리서치하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윤도경입니다.”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사님, 차선태입니다.
“네. 차 팀장님. 무슨 일입니까?”
-……이사회에서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하시기를 요청해 왔습니다.
“이사회요?”
-네. 미국에서 진행 중이신 투자 건에 대해 보고하라는 지시입니다.
도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사회가 갑자기 왜?”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건이 보고되었고, 근래의 하락에 관한 확인을 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차선태의 말에 도경의 미간은 급속도로 굳어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0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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