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3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34화(33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34화
“현재 엔비디아의 주가는 어제 종가 대비 +31% 상승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한 도경은 이지훈에게 보고를 받았다.
오늘 아침의 분위기는 사무실이 개설된 이후로 가장 밝았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이 길어지며 사무실의 분위기는 처참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한 직원의 소셜미디어 문제로 신라자산운용의 포지션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고 생각하니 모두가 가시방석에 앉은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럼 우리의 현재 수익은…….”
“+24%입니다.”
이지훈의 보고에 도경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날의 마음고생이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어닝 콜에서 CEO가 말했듯 어마어마한 빅 서프라이즈였습니다.”
주식시장은 누가 뭐래도 기업의 성적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투명한 시장이었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분기별 매출 예상액을 발표하는데, 어제 엔비디아는 시장의 예상을 가볍게 넘어 어마어마한 매출을 발표했다.
“장 마감 이후 애프터 마켓에서도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사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네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피식하고 웃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까지 상승할지가 궁금했거든요.”
정규장이 끝나고 열리는 애프터마켓은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거래할 수 없었다.
정규장 시작 전에 열리는 프리마켓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졸리니까 잠은 오더라고요. 한두 시간 자고 일어나니 한창 장전 거래가 개장되어서 보니, 아…… 우리 목표가까진 가겠구나 싶었습니다.”
도경은 어제 퇴근 이후부터 지금까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정규장이 개장하자마자 기관투자자들도 매수에 뛰어들며 엔비디아의 주가는 치솟았다.
“오늘부터 바로 정리합시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30%까지는 상승할 것 같습니다.”
“글쎄요. 제 생각에는 지금부터 조정이 시작될 것 같거든요.”
모두가 엔비디아의 주가는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제 장 마감에 대비하면 31%가 오른 채로 시장이 시작되었다. 어떻게든 차트 그림상 텅 빈 곳을 메꾸려고 한 번은 내려갈 거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갭을 메꾸러 갈 거라고 보십니까?”
“네.”
“그렇다면 오늘부터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지점은 갑작스럽게 찾아올 테니까요.”
이지훈이 의견에 동조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지훈은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인사를 받을 위인이 못 됩니다. 저는.”
도경은 피식 웃으며 이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사실 믿는 척을 했거든요. 왜냐면 저도 엔비디아가 좋을 거라고 봤으니까요. 하지만, 내 생각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매일 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도경은 조심스레 이지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사무실을 없애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이해합니다. 저도 매일 제 전망과 팀에서 내린 전망이 맞는지 고민하고, 정신 승리를 할 거리만 찾았습니다.”
이지훈은 도경을 바라보며 확신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정신 승리에 도움 됐던 것은 저와 팀을 믿어주신 이사님의 말씀이셨습니다.”
이지훈에게 도경은 과장하자면 신과 같은 존재였다.
도경의 옆에서 단 한 번도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던 것은 온전히 도경의 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엔 자신이 실무자이자 관리자로서 처음 투자를 단행했다.
더더욱 실패하기 싫었고, 실패의 문턱에서 자신을 살려준 것은 도경의 확신이라고 생각했다.
“이사님께서는 믿는 척을 하셨다고 했지만, 제게는 동아줄과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훈 부장님.”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관리자로서 첫 투자의 성공을 축하합니다.”
도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자, 이지훈은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도경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한편, 포터 캐피털의 사무실은 초상집과 같은 분위기였는데, 사무실 한가운데 선 브랜든 포터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분명 매출이 그리 뛰어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브랜든 포터는 마치 이번 투자의 실패가 모두 직원들의 탓이라는 듯 고함을 치고 있었는데, 몇몇 직원들은 질린다는 표정이었다.
“우리 손실이 지금 얼마야?”
“-33%입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브랜든 포터는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투자 인생에 여러 실패가 있었지만, 이번과 같이 대응을 하지도 못하고 단기간에 30% 이상 손실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이게 말이 되냐고!”
브랜든의 고함에 직원들은 당신의 책임이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처음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33%라고 해도 자금 손실은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신라의 포지션을 따라 계속해서 추가 자금을 투입하며 손실금액이 어마무시하게 불어난 상황이었다.
“캐서린 존슨…….”
브랜든 포터의 입에서는 자신에게 조언을 해준 인물의 이름이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가였는데, 그도 이번 일로 여러 언론과 인터넷에서 조롱을 당하고 있었다.
「혁신 뺀 혁신 펀드? 캐시 존슨의 아서 인베스트 1개월 전 엔비디아 포지션 정리해」
「캐시 존슨 반대로 하면 성공한다? 캐시 존슨이 팔자마자 엄청난 상승을 한 엔비디아」
「월가의 유명 기관투자자들 한 달 전에 엔비디아 포지션 정리해…… “예상하지 못한 매출.” 변명」
“실시간으로 손실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빠르게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브랜든 포터가 한창 넋을 놓은 표정을 하고 있자, 직원은 정신을 차리라는 듯 얘기해 왔다.
“그, 그래. 손실을 줄여야지.”
처음 겪는 상황에 브랜든 포터는 순간적으로 판단이 무뎌진 상황이었는데, 그런 자신을 책망하듯 양손으로 뺨을 때려 정신을 차렸다.
“바로 포지션을 정리해.”
브랜든 포터의 지시에 모든 직원이 자리에 앉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는데, 수십 분이 지나자 부하 직원이 브랜든의 곁으로 다가왔다.
“모든 공매도 포지션 청산했습니다. -34%의 손실입니다.”
“그대로 엔비디아 매수해.”
“네?”
“어제 발표 못 봤어? 젠슨이 자신감 넘치게 다음 가이던스를 높여 잡았잖아.”
엔비디아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에는 그들의 놀라운 매출도 있었지만, CEO가 발표한 다음 분기 가이던스도 한몫 거들었다.
가이던스는 기업에서 다음 분기에는 이만큼의 매출을 벌 것 같다고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었다.
“젠슨이 그렇게 호언장담을 한다면 분명 앞으로 주가 상승 폭이 클 거라는 거야.”
“브랜든, 지금은 진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손실을 회복할 방법을 팀원들과…….”
“그 잘난 분석 믿다가 이번에 실패했어. 분석보다 눈에 보이는 실적 믿고 간다. 내가 책임질 테니 바로 포지션 잡아.”
브랜든의 말에 부하 직원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로 돌아가 직원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고, 브랜든은 드디어 안심이 되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 * *
“포터 캐피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2주 후, 파미르 캐피털.
리우 샤오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비서를 바라보았는데, 비서는 이번에도 재미있는 소식을 들고 왔다.
지난 두 달간 리우 샤오는 아주 재미있는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슬슬 막이 오를 것 같은 분위기였다.
“브랜든이?”
“예. 급하게 자금을 좀 빌렸으면 한다고…….”
“하하하.”
비서의 입에서 나온 말에 리우 샤오는 아주 크게 웃었다.
“천하의 브랜든 포터가?”
“신라를 사냥하러 들어갔던 공매도 포지션에서의 손실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렇지.”
“문제는 그 이후 패닉 바이(Panic Buy)를 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비서의 말에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브랜든은 너무 꽃길만 걸어왔어.”
브랜든 포터는 정크본드 시장에서는 거물이었지만, 그의 수익 대부분은 쓰레기 같은 신용등급의 회사에서 높은 이자를 받고 채권을 사들여 나온 수익이었다.
설령 돈을 빌려준 회사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었다.
“이 냉혹한 주식시장에서 처음으로 숏 포지션을 잡아보고 정신을 잃은 거지.”
자신의 비서가 말한 대로 브랜든 포터는 처음 맛본 실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패닉 바이.
다시 말해,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엔비디아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래서 얼마가 필요하다던가?”
“3천만 달러입니다.”
비서의 말에 리우는 환하게 웃었다.
“이봐, 마이클.”
“네. 리우.”
“자네는 브랜든 포터의 손에 사냥당하던 루키들이 살려달라고 외칠 때 브랜든이 살려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리우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비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브랜든 포터는 오히려 그런 상대의 숨통까지 끊어놓으려 했으니까.
“정말 바보 같은 녀석이야. 타인을 공격해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다니.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실력으로 말이야.”
리우의 얼굴에 늘 자리 잡고 있었던 상냥함과 인자함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리우는 매우 화가 난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내 손으로 치우고 싶었음에도 살려둔 이유는 그래도 그 인간이 신용이 낮은 회사에 돈을 제공한다는 점 때문이었어.”
신용도가 낮은 회사들은 고신용을 요구하는 은행과 같은 곳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었다.
그들에게 급한 돈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회사는 파산하게 될 테고 결국 여러 죄 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다.
고이율의 이자를 받는다 욕을 먹었지만, 브랜든 포터는 신용도가 낮은 회사에게는 빛과 같은 존재였다.
마지막 남은 최후의 보루.
“그 녀석이 도와줘서 살아난 회사를 여럿 봤으니까.”
“…….”
“그런데 이제는 아니야. 도가 너무 지나쳐.”
리우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비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절해.”
“하지만, 포터 캐피털이 파산하면 샌프란시스코에도 여러 파장을 낳을 겁니다.”
“원래 집 안에 오래 있던 쓰레기를 걷어내면, 눌어붙은 자국은 남게 마련이지. 어쩔 수 있나?”
“…….”
리우는 이미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비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의 새로운 친구에게는 업적이 필요해. 브랜든 포터를 보낸 업적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차고도 넘치는 것 같습니다.”
비서의 답에 리우 샤오의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찾아왔다.
“그럼 내 새로운 친구를 축하하러 가 볼까.”
리우 샤오는 그리 말하며 재킷을 챙겨 들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12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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