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3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35화(33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35화
“미스터 윤!”
한편, 사무실에서 투자에 관한 정리를 하고 있던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샌프란시스코 금융 거리에 있는 한 고급 호텔로 나왔다.
여느 호텔과 비슷하게 이 호텔에도 1층에 커다란 라운지가 있었는데, 도경이 그곳으로 들어서자 리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벌려왔다.
“리우.”
도경은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자리로 다가갔다.
“하하하, 오늘 보니 더 반갑군요.”
“리우에게 커다란 빚을 졌습니다.”
“내게요?”
도경의 말에 리우 샤오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자리에 앉자는 듯 맞은편을 가리켰다.
“일단 앉아서 얘기합시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맞은편에 자리했다.
“리우의 정보가 없었다면, 우리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평생 알아차리지 못했을 겁니다.”
“하하하.”
도경의 말에 리우는 환하게 웃었다.
“글쎄요. 그런 문제는 언제고 알아내겠지요. 다만, 이번 일에 윤이 이 정보를 어떻게 쓸지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신라자산운용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내부의 직원이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찍어 올리며 외부에 보여선 안 되는 문서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었다.
물론 직원이 내부 정보를 유출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변호사들에 의해 밝혀져 고소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회사에 피해가 있었다.
“그런데 윤은 아주 훌륭하게도 다음부터는 정보를 흘려 버리더군요.”
리우의 말에 도경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습니까?”
“……제가 브랜든 포터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브랜든 포터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행사장에서 단 한 번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우리 직원의 소셜미디어를 뒤져가며 정보를 취득할 정도라면, 자신이 취득한 정보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은 부류라고 생각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리우는 인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사실 우리 직원이었던 사람의 소셜미디어에 나온 자료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습니까.”
“그렇죠. 교차 검증을 해야겠죠.”
“하지만, 브랜든 포터는 해당 자료를 믿었고 실제로 우리의 포지션과 반대되는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커서 웬만한 헤지펀드들이 숏포지션을 잡는다고 해서 주가 하락 폭이 커지진 않았다.
하지만, 리우가 건넨 정보에는 브랜든 포터와 조력자들이라는 표현이 있었고, 다수가 이번 일에 참여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브랜든이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확신을 더 심어줄 방법은…….”
“윤이 자신의 포지션이 노출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행동하는 것뿐이었겠죠.”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포지션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포지션이 노출되었음에도 추가로 투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엔비디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를 공격해 온 상대들은 하나같이 이상하게도 제가 바보라고 생각하더군요.”
“하하하.”
“그래서 더 바보 같다고 생각하도록 연기를 해줬을 뿐입니다.”
도경의 말에 리우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공격을 워낙 많이 받아봐서 생긴 자신감인가요?”
“네?”
“나와 접점이 없는 인간들이 나를 공격해 오면 사람들은 으레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게 되지 않습니까?”
“하하하,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우.”
도경은 리우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와 제 팀은 이미 투자 대상을 선택하기 전에 자신을 가장 의심합니다. 이것을 선택함에 있어서 나를 제일 먼저 견제하는 거죠.”
“…….”
“그런 과정과 여러 의심의 단계를 거쳐 최종 단계에서 투자를 하도록 결정한다면, 그 이후는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브랜든은 그걸 몰랐던 거군요.”
“브랜든뿐만이 아니라 저를 상대로 골랐던 모든 이들이 그랬습니다. 어쩌면 이 업계에 자리 잡은 고질병일 수도 있고요.”
별 볼 일 없는 학력, 볼품없는 커리어, 변방의 아시아 출신.
브랜든 포터의 눈에는 아마 수많은 필터가 달려 도경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리우는 마치 자신의 모습을 도경에게서 보는 것 같았다.
“그런 편견들은 제게 어떠한 방해도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즐겁습니다. 저 사람의 눈에 있는 편견이라는 필터를 어떻게 하면 사라지게 만들까 생각하거든요.”
“하하하.”
리우는 도경과의 대화가 너무 즐거웠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 고른 것 같습니다. 윤과 얘기를 하고 있으면, 내 안목에 대한 자신감만 생기는 것 같군요.”
리우의 말에 도경은 진심으로 고맙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리우의 도움에 저와 제 팀원 모두가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리우!”
두 사람이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리우를 알아본 듯 다가왔다.
“리사.”
리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과 다정한 포옹을 했다.
“리우, 여기엔 어쩐 일이세요.”
“아, 나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리우의 말에 손님의 시선은 도경에게로 향했는데, 환하게 웃으며 도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미스터 윤.”
상대가 자신을 알아보자 도경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픽서의 CEO 리사 월튼이라고 해요.”
상대의 인사에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픽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셜미디어였고, 눈앞에 있는 리사 월튼은 픽서의 구원자로 알려진 신임 CEO였다.
“신라의 윤도경입니다.”
“잘 알고 있답니다. 하룻밤 만에 이곳 샌프란시스코의 스타가 되셨어요.”
“네?”
리사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 반문했는데, 리사는 피식하고 웃었다.
“원래 스타들은 자신의 이름이 어디까지 알려진지 잘 모르더군요. 샌프란시스코의 식구가 된 것을 환영해요.”
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명함을 건넸고, 도경은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리우,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리사는 리우와 도경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걸음을 옮겼고, 도경은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리우를 바라보았다.
“아마 오늘 저녁이면 월가에서도 윤의 존재를 알게 될 겁니다.”
“그게 무슨…….”
“샌프란시스코의 루키 사냥꾼 브랜든 포터를 잡은 루키로요.”
리우는 즐겁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바닥은 사람 이름 앞에 달린 업적을 너무 좋아합니다. JPM의 다이먼은 월가의 황제라고 불리듯 말입니다.”
도경은 점점 알듯 모를 듯한 말을 해오는 리우를 바라보았다.
“윤에게도 그런 업적이 필요한 것 같아 내가 조금 손을 썼습니다.”
“그럼…….”
“하하하, 앞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모두가 윤과 신라를 가족으로 인정할 겁니다. 능력을 인정받았으니까요.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 바닥은 네트워크를 더더욱 따진다고.”
리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엔 모두가 윤도경이 누구야?라며 윤도경의 이름 옆에 물음표를 붙였습니다.”
“…….”
“이제는 모두가 윤에게 먼저 다가오며 이렇게 외치겠죠. 윤!”
리우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윤은 자신의 능력으로 이름 뒤에 달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었습니다. 리사가 한 말이 참 마음에 드는군요.”
리우는 그리 말하며 양팔을 벌렸다.
“샌프란시스코의 식구가 된 것을 환영합니다.”
* * *
“저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사무실에서 이지훈과 김우혁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업무에 관한 보고가 끝나자 도경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도 자리를 잡은 것 같고요. 한국의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둔 것 같네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다음 투자의 실행을…….”
“지훈 부장님.”
도경은 낮은 목소리로 이지훈을 불렀다.
“지난 두 달간 오피스의 모습을 보며 이제 제가 없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
“지훈 부장님은 어느덧 이 오피스의 치프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모든 직원에게 끼치기 시작했고, 우혁 팀장님은.”
도경은 이지훈의 옆에 있는 김우혁을 바라보았다.
“채권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것이 요행은 아니라는 듯, 주식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나날이 늘어가고요.”
김우혁은 살짝 고개를 숙여 자신에 대한 도경의 칭찬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팀원들도 우리 신라의 문화에 적응을 한 것 같아 제가 더 이상 할 일이 없습니다.”
“…….”
“그간 모두가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한다면, 우리 오피스가 이곳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월가에서도 알려질 거라 생각합니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지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일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를 떠납니다.”
“아니, 갑작스레…….”
이지훈은 그래도 시간은 있겠거니 했는데, 도경은 이미 일정을 잡은 후 통보하는 것이었다.
“바쁜 사람들 붙잡고 신경 쓰이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요. 참. 어제 한국에서 택배가 왔던데.”
도경은 그리 말하며 기다란 상자를 꺼냈다.
그러고는 이지훈에게 건넸고, 이지훈은 조심스레 상자를 개봉했는데,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굉장히 자존감을 높여주더군요.”
도경은 상자 안에 든 물건을 꺼내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한국에서 온 선물은 심플하게 디자인된 이지훈의 이름이 적힌 패였다.
“이 사무실의 주인이 된 걸 축하합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크게 감격한 얼굴로 명패를 바라보다 자리로 다가갔고, 도경과 김우혁은 그 모습을 보며 손뼉을 쳤다.
* * *
“즐거운 여행 되셨습니까?”
다음 날, 한국으로 귀국한 도경은 비행기에서 내리며 인사를 해오는 승무원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편한 여행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 도경은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이잉-
“네, 차 팀장님. 지금 가방을 찾고 있습니다.”
가방을 찾는 곳에 서 있던 도경은 기가 막힌 타이밍에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의 주인공은 차선태였다.
“아, 마침 나왔네요.”
레일의 가장 앞에 자신의 가방이 나오자 도경은 가방을 챙겨 들고는 걸음을 옮겼다.
“몇 번 주차장에 계십니까?”
-지금 출국장 앞에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 그럼 바로 나가겠습니다.”
-아, 아뇨. 이사님.
수화기 너머 차선태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도경을 불렀다.
“무슨 일 있습니까?”
-잠시 후에 나오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네?”
-지금 여기 출국장에 기자들이…….
수화기 너머 차선태의 말에 도경은 발걸음을 멈췄지만, 얄궂게도 센서에 닿는 부분이었던지 출국장의 자동문이 열렸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카메라 불빛이 도경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1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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