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3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36화(33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36화
“하하하, 고생했다면서요?”
도경은 귀국하자마자 회사를 찾았다. 아무래도 대표인 류태화에게 이번 일의 성과에 관해 보고하는 것이 제일 우선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진이 잔뜩 빠진 도경의 얼굴을 보며 류태화는 크게 웃으며 다가왔다.
“대표님, 다녀왔습니다.”
도경은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숙여 류태화에게 인사했다.
“고생 많았습니다.”
류태화는 그런 도경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바로 집에서 쉬고 내일 나와도 됐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회사부터 옵니까?”
“당연히 대표님께 먼저 보고를 드리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습니다.”
“고마운데요.”
그리 말한 류태화는 도경의 등을 두드려 주고는 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그래,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은 어땠습니까? 눈이 좀 떠지는 기분이던가요?”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곳이나 그곳이나 다를 것 없는 세계였습니다.”
처음 도경은 류태화의 물음처럼 서부의 월스트리트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한가운데서 일을 하다 보면 조금 다른 세상에서 배울 것이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그곳에서는 대표님 대신 리우라는 인물이 저를 지지해 주었고, 이 바닥에서 만난 수많은 인간군상과 다를 바 없는 인물도 만났습니다.”
“하하하.”
“제가 그곳에서 느낀 건 여의도가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밀리는 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글쎄. 그러면 큰돈을 들여 오피스를 개설한 이유가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당황한 듯 양손을 가로저었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확실히 그곳에 있으니 정보는 더 빠르게 돌았습니다.”
“그런가요?”
“네. 워낙 네트워크로 돌아가는 곳이라 내가 쥔 정보를 상대의 정보와 교환한다는 느낌이 강한 도시였습니다.”
한국과 다른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워낙 좁은 바닥에서 서로를 경쟁자로 두고 싸우다 보니, 개인적인 친분으로 인해 정보를 주고받는 예는 있었어도 회사 단위로는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란 세계에서는 돈 앞에서는 경쟁자도 아군이 될 수 있는 세계였다.
“다행입니다. 정보로 인해 내가 버는 돈의 단위가 바뀌는 이 바닥에서 정보의 취득이 빠르다는 건 충분히 이점이 되니까요.”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조금 힘들었겠습니다.”
“조금이 아니라 아주 힘들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워낙 무엇을 해도 내색을 하지 않는 도경이 이번엔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리 말해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우의 도움이 있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정말이지…… 우리가 혼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없었겠죠.”
“네. 더불어 회사에서의 압박도 이번에는 좀 남달랐습니다.”
도경이 뭘 하든 믿고 지지해 주던 이사회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류태화는 도경에게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사외이사는 처음부터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 반대했습니다.”
도경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 드는 임대료와 그곳의 살인적인 인건비를 생각하면 국내를 보강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요.”
류태화는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더불어 너무 많은 지원이 전략투자사업부에만 향하면, 다른 사업부들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지당하신 의견입니다. 또, 사외이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셨다고 생각하고요.”
“네. 그래서 이번 투자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걱정되자 한 말씀 하신 것 같습니다.”
회사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걱정이었다.
“그렇지만, 투자가 진행 중일 때 그런 말을 들으니 저와 제 팀은 두 배로 힘이 들었습니다.”
“이해합니다. 투자가 끝나지 않았을 때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니까요.”
“하지만, 결과를 내고 돌아왔고, 이렇게 푸념하듯 웃으며 얘기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네. 사외이사께서도 도경 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이사회에서 보게 되면 직접 사과하시겠다고요.”
결국 모든 것은 성과에 달린 일이었다. 성과를 내고 나니 서로 웃으며 인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도경은 감사했다.
“그나저나, 공항에서 고생했겠습니다.”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말도 말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비행기에 타고 있을 때 리우가 그런 인터뷰를 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기실, 도경이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 미국에서 리우 샤오는 CNN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평소 공개적인 장소에 잘 나오지 않는 인물이다 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이슈가 되었는데, 이 인터뷰에서 리우는 도경을 언급했다.
「리우 샤오 “눈여겨보는 다음 세대 투자가들 몇 있어.”」
「리우 샤오 “특히 한국의 윤도경이 차세대 중 가장 앞서 있다.”」
「리우 샤오 “자신의 앞에 있는 장애물을 모두 부수고 올라온 사람이 윤도경.”」
「리우 샤오 “가치투자 영역에서 윤도경은 나의 능력 그 이상을 보여준다.”」
「리우 샤오 “윤도경과 대화를 나눌 때면 피터 브라운을 보는 것 같아.”」
「리우 샤오 “머지않아 모두가 워렌 버핏을 알 듯 윤도경의 이름을 알게 될 것.”」
15분가량의 인터뷰에서 리우는 꽤 많은 부분을 도경을 언급하는 데 할애했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온종일 도경에 관한 기사가 재생산되었다. 평소 경제신문의 투자 부분에만 이따금 나오던 도경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메인에 뜨고, 메인 시간 TV 뉴스에 나올 정도였다.
“당황스러웠습니다.”
“하하하, 회사로 하루에도 수백 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윤도경 상무이사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설마…….”
“네. 제가 입국 시간을 알려주라고 했습니다.”
입국장을 가득 메운 카메라와 기자들이 류태화와 리우의 작품이란 것을 알게 된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덕분에 회사도 어마어마한 광고효과를 얻었습니다. 유성투자증권도요.”
“제가 도움이 됐다면, 진심으로 기쁘네요. 늘 대표님과 심주원 대표님께는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글쎄요. 오히려 내가 받는 게 더 많은 것 같은데. 내 성과급 대부분을 윤 이사가 벌어온 돈에서 받으니까요.”
류태화의 진담 반, 농담 반을 섞은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어쨌든 바로 회사로 와 보고를 해줘서 고맙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며칠간 휴가를 줄 테니 좀 쉬고 복귀하세요.”
“아닙니다. 사업부를 너무 오래 비워둬서요. 곧 크리스마스 연휴니 그때 맞춰 쉬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어날까요?”
그 말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마주 보았다.
“지지해 주신 덕분에 이번에도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도경의 인사에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 또한 미소로 인사했다.
* * *
“이거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자고, 지금 장기 포트폴리오에 성문건설이 있는데 메자닌을…….”
“이사님!”
한편, 전략투자사업부 사무실.
팀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 최우진은 직원의 외침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는데, 도경이 웃으며 서 있었다.
“이사님.”
“우진 부장님, 그리고 다들 잘 지내셨죠?”
도경의 인사에 사무실에 있던 팀원 모두가 한달음에 달려왔다.
“집에 바로 가지 않으시고요.”
“그러게요. 이렇게 잘하고 계실 텐데.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다들 지금 업무 시간이니까 일단 업무에 집중하시고…… 우진 부장님.”
도경의 부름에 최우진은 서류를 몇 개 챙겨 들고는 도경을 따라나섰다.
“오래 자리를 비웠는데도 엄청 깨끗하네요.”
“청소해 주시는 분들 외에도 한 부장이 엄청나게 챙기더라고요.”
“한 부장님이요?”
“네. 깨끗하지 않으면 이사님이 안 계신 것 같다나 뭐라나.”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나저나, 공항에서 아주 요란하게 들어오시던걸요.”
최우진의 말에 옷걸이에 재킷을 걸고 돌아선 도경은 말도 마라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앉으시죠.”
“저는 우리나라 언론에서 금융가 사람한테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어휴, 공항 경찰분들 아니었으면, 아직도 거기에 있었을 겁니다.”
“저는 자랑스러워서 좋았습니다.”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이 바닥에서 우리 이사님을 무시할 인간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요.”
최우진은 도경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같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도경을 향한 어떤 편견들이 있었는지, 또 어떤 부조리들이 도경을 핍박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동안 힘드셨을 것들이 막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니까요? 내 일도 아닌데…….”
“고맙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신기하고도 놀라운 부분이 있다면, 우진 부장님과 같이 제 주변에는 늘 좋은 분들만 계셨다는 겁니다.”
도경은 메시지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지지야말로 제 인생의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일하고 계신 것을 보니 정말 마음을 놓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얼레, 무슨 일인지 어떻게 아시고.”
“우진 부장님이 그렇게 결정하신 거면 그게 정답이겠죠.”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피식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샌프란시스코 일도 축하드리고요. 지훈 부장한테 연락해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야겠습니다.”
“네. 지금 많이 외로우실 테니 자주 연락해 주세요.”
“맡겨만 주십시오. 그게 제가 유일하게 이사님을 도울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최우진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테이블 위에 있는 것 결재하실 서류입니다.”
한참 감동이 몰려오던 찰나, 산통을 깨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테이블 위를 바라보았다.
언뜻 봐도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럼 고생하십시오.”
최우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사무실을 나섰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최우진을 바라보던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빈자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 기분이 좋은데.”
도경은 자신의 빈자리가 조금이라도 티가 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서류 뭉치를 들고는 자리로 돌아와 서류를 펼쳐 든 찰나.
지이잉-
도경의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렸고, 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다.
-저를 너무 오래 잊으신 것 같습니다.
알림의 주인공은 메시지였는데, 치즈색 고양이가 잔뜩 뿔이 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미안합니다. 정신이 없는 거 아셨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참았습니다만, 이번 일에 큰 도움을 준 저를 잊으시고 서류부터 펼친 모습에 약간 실망했습니다.
“하하하, 고양이가 되시더니 성격도 고양이가 되어버렸네요. 미안해요.”
도경의 말에 화면 속 고양이는 화가 풀린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어려울 수 있던 투자를 자신만의 신념으로 이겨낸 윤도경 씨의 모습을 우리는 아주 감명 깊게 지켜보았습니다.
메시지는 언제나 그렇듯 따뜻한 말로 축하해 왔다.
-윤도경 씨가 해낸 업적에 따라 우리는 합당한 보상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논의에 따라 결정된 보상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보상이요? 뭐가 더 필요해요.”
띠링-!
도경의 말에 시끄럽다는 듯 우렁찬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경 씨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뤄 드리겠습니다.
“버킷리스트요?”
-잠시 후,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그렇듯 메시지는 시원하게 얘기해 주는 법이 없었다.
지이잉-
한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고 도경은 조심스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조심스레 자신을 소개한 도경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에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물었다.
“어디시라고요?”
-KWN 임주리 작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듯 수화기 너머에서는 다시 한번 확인 사살을 해왔고, 도경은 얄미운 메시지를 떠올리며 헛웃음에 새어 나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1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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