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3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37화(33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37화
“천안문 항쟁의 가장 앞에 섰던 사람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모든 편견과 맞서 싸운 남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서울 상암.
방송 스튜디오에는 아주 커다란 화면이 진행자의 뒤로 놓여 있었는데, 그곳에는 파미르 캐피털의 리우 샤오의 사진과 그가 한 말이 떠 있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장애물을 모두 부수고 올라온 사람이 있다고요.”
진행자는 정면에서 자신을 찍고 있는 커다란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투자의 정점에 선 자신보다 한 영역에서는 더 앞서 있는 사람이라고 오늘 만나볼 분을 소개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을 오늘 스튜디오로 모셔보았습니다. 함께 만나보시죠.”
진행자의 말과 동시에 화면은 광고로 넘어갔고, 진행자는 재빠르게 자리를 옮겨 자리에 앉았다.
“5초 후에 들어갑니다.”
짧은 광고가 끝나자 ‘삐’ 소리와 함께 모든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진행자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KWN 뉴스 인사이트 2부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한 주간 가장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인데요.”
KWN 뉴스 인사이트는 메인 시간대의 인기 뉴스 프로그램이었다.
단순 뉴스를 보도하는 1부를 떠나, 2부에는 여러 코너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오늘 이 시간에는 초대석이 진행되는 시간이었다.
베테랑 뉴스 진행자인 우진석은 능숙하게 오늘 초대 손님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군 신라자산운용의 윤도경 상무이사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걸려온 작가의 전화에 순간 당황했었다. 메시지가 말한 버킷리스트가 맞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금메달을 따고 금의환향한 운동선수가 뉴스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나도 언젠가 저곳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저 어린 시절의 꿈이라 기억에 묻어뒀었는데, 메시지는 정말이지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알고 있었다.
“귀국하신 지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마치 친했던 사람들이 잠시 만나지 못했다가 다시 만나 반가워하듯 진행자는 친근하게 도경을 대했다.
“평소와 같았습니다. 회사에 출근을 하고, 일을 했죠.”
“달라진 것을 느끼지는 못하셨나 봅니다.”
“물론 밖에 밥을 먹으러 나가거나 하면, 모두가 저를 알아보시는 것은 있습니다.”
“여의도에서 말입니까?”
진행자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증권업 종사자들일 텐데, 뭐 아는 척을 한다든지…….”
“생각보다는 평온합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지만, 긴장을 감추느라 노력하고 있었다.
방송 인터뷰도 유튜브를 제외하면 처음이었는데, 전국에 생중계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팍이 떨리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세계적인 투자자 리우 샤오가 대중 앞에 선 것이 단 세 번입니다.”
진행자는 능숙하게 주제를 돌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첫 번째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였고, 두 번째는 국내에 방한했을 때, 세 번째는 일주일 전 CNN과의 인터뷰. 이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혹시 아십니까?”
진행자의 물음에 도경은 곰곰이 생각하다 이내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 번 모두 윤도경 이사님을 직간접적으로 지목했다는 겁니다.”
주주총회에서 리우는 도경과 나눴던 이야기를 설명하며, 두 번째는 도경과의 협업을 위해, 세 번째는 도경을 지지하는 듯한 인터뷰를 했다.
“리우 샤오가 윤도경 이사님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리우 샤오뿐만 아니라, 유성투자증권의 심주원 대표님 또 신라자산운용의 류태화 대표님 더 나아가 그룹의 한태오 회장님께서도 저를 믿어주시고 지지해 주고 계십니다.”
도경의 말에 진행자는 피식하고 웃었다. 아주 유능하게 도경이 답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가 윤도경 이사님보다는 높은 직급을 가졌거나, 사회적 평판이 높은 분인데 윤도경 이사님을 지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제가 유능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경의 농담에 진행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그게 답인 것 같습니다. 리우 샤오는 윤도경 이사를 향해 장애물을 모두 부수고 올라온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어떻게 느끼시는지요?”
“감사한 말씀입니다.”
“편견과 싸워오셨는데요. 저희가 조사해 본 바로는 최초로 창구직으로 시작하셨다고…… 학벌이 곧 능력인 증권가에서 살아남는 게 힘드시지 않으셨는지요?”
진행자의 물음에 도경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제가 말하고 싶은 학력에 의한 편견은 출신 대학이 좋으신 분들을 저격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도경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린 시절의 제가 주식에 미쳐 공부를 등한시할 때, 그분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하셨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업계에 대한 편견을 얘기하시려는 걸까요?”
진행자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 업계에서의 편견은 아주 고리타분합니다. 증권종사자를 꿈꾸고 지원서를 넣으면, 업무 능력이 아닌 서류에 적힌 출신 대학으로 커트를 하곤 하니까요.”
진행자는 계속 이야기하라는 듯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업계가 정해둔 커트라인을 간신히 통과해도 그 이후 다른 벽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업무 능력이 좋든 나쁘든, 커트라인을 간신히 통과했다면 배정받는 직책부터 달라지니까요.”
“윤도경 이사가 창구직으로 시작했듯 말입니까?”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아주 운이 좋았습니다. 편견이 없는 상사들을 만나 좋은 기회들을 부여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도 업계에는 능력과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근본적으로 어디가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인식입니다. 투자에 대한 접근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투자를 실행하는 사람의 능력은 학벌에서만 보려고 하는 것이요.”
비단 한국 얘기만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바닥은 수익률이 실력이고 학벌이 좋지 못해도, 증권사에 또 사모펀드에 취직하지 못해도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윤 이사님은 왜 그 길을 택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그런 편견들과 싸우며 증권사에 계셨던 건지 궁금해지네요.”
도경은 진행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제 능력으로 많은 분이 이익을 보는 삶을 꿈꿔왔습니다. 합법적으로요.”
“증권업계밖에 없겠군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들어 많은 증권사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며 제가 말했던 학벌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업계가 변화할 수 있다면 제일 먼저 나서서 행동하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시계를 힐끔 바라본 진행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그 어디에선가 편견과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얼마 전에 아주 좋은 글을 봤습니다. 인생은 게임과도 같다고요.”
도경은 정면의 카메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최적화된 공략대로 살면 최단 루트로 이득을 잔뜩 보는 것이 게임입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고요.”
도경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런데 공략대로 하지 않아도 게임은 계속됩니다. 불안할 뿐이죠. 근데 이미 지나간 시간과 찍어버린 스킬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진행자는 흥미롭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게임의 결말은 정해져 있고, 플레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남은 플레이 타임을 즐깁시다.”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마지막 말을 했다.
“남은 플레이 타임에 인생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요.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왔으니 말이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주의 만남 시간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진행자가 고개를 숙이고 카메라가 스튜디오 전경을 찍자 도경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 *
“어쩜…….”
다음 날, 주말을 맞아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도경은 옆으로 다가와 한시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엄마, 고만 봐요.”
“내가 정말 아들 하나 잘 낳았네. 어쩜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니?”
“하나요? 도진이 들으면 서운해하겠네.”
“도진이 앞에서는 또 다른 하나가 되겠지.”
엄마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글쎄. 유튜브 조회 수가 벌써 60만이 넘었어.”
도경이 나가 인터뷰를 한 영상은 반나절 만에 조회 수가 60만을 넘겼고, 도경이 게임에 비유해 한 말은 쇼츠로 재생산되어 댓글 수가 1만 개가 넘을 정도였다.
“그렇게 좋으셔?”
“좋지. 우리 아들의 말에 모두가 감동하고, 힘을 얻는다는데…….”
“그래도 이제 그만 봐요. 엄한 댓글 하나에 마음 아파하는 거 못 보겠어요.”
물론 그 와중에도 호의적이지 않은 댓글들이 섞여 있었는데, 어머니는 한참을 마음 아파했다.
“어제 방송 이후 친구들 반응은 어때?”
“친구요?”
“왜 회사 동료들도 있고, 위층 총각도 있잖아.”
엄마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칭찬하죠. 윗집 총각은 엄청난 장문의 카톡을 보냈던데요. 위로받았다고.”
윗집 총각은 퀀트엣지의 대표 황성현을 얘기했다.
“동료들도 칭찬해 줬어요.”
“대표님들은 연락이 없었어?”
어머니들은 다 똑같았다. 그저 자식이 밖에서 좋은 소리만 듣길 원하고 또 그것을 궁금해했다.
“엄마. 대표님들이 그 인터뷰 보고 연락해 올 만큼 한가한 분들이 아니에요. 설령 보셨더라도 마음으로 응원하고 계시겠죠.”
“……그렇니.”
“뭘 또 서운해하실까? 거기 유튜브에 아들 좋아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으면 된 거죠.”
딩동-
도경이 서운해하는 어머니를 달래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월패드로 다가갔다.
“네. 네 맞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어머니는 화면 속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누군데?”
“아니, 윤도경 씨 손님이라는데…….”
“제 손님이요?”
어머니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딩동-
다시 한번 초인종이 울리자 어머니는 현관문을 열었고, 문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어, 실장님.”
“윤 이사님, 그리고 어머니 안녕하십니까?”
도경이 알은체를 하자 어머니는 소개가 필요하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아, 이분은 그룹의 김승구 비서실장님이세요. 회장님의 비서실장.”
“뭐?”
어머니는 화들짝 놀란 듯 김승구를 바라보았고, 김승구는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유성그룹의 비서실장 김승구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 귀하신 분이 어떻게…… 들어오세요.”
“아, 아닙니다. 전달할 물건이 있어서 주말에 송구스럽게 찾아뵈었습니다.”
김승구가 그리 말하자 뒤에 서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으로 와 상자들을 내려놓았다.
“이게 뭔가요?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김승구에게 물었는데, 김승구는 미소를 지었다.
“회장님께서 어제 윤 이사님의 인터뷰를 보고 보내셨습니다. 이것은 그룹 목장에서 키운 한우 선물 세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제 캐나다에서 비행기로 공수한 랍스터이고요, 이것은…….”
계속해서 말을 하는 김승구를 바라보며 어머니는 입을 쩍 벌렸고, 도경은 입을 열었다.
“아뇨, 아뇨. 그러니까 이것을 회장님께서 왜…….”
“분명 윤 이사님이라면 그리 물으실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지이잉-
“이유를 직접 설명해 주실 테니,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김승구가 그리 말함과 동시에 도경의 휴대전화에선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재빠르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예, 회장님. 윤도경입니다.”
-네놈 또 김 실장 곤란하게 만들고 있지?
“아닙니다. 그저 이 선물들을 왜 보내셨는지…….”
-선물은 이름 그 자체에 이유가 있는 거야. 선물이니 받아둬. 어제 윤 이사 네가 나의 이름을 언급해서 주는 건 아니야.
수화기 너머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선물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리고 옆에 어머니 계시나?
“네. 계십니다.”
-전화 돌려.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어머니와 전화기를 잠시 번갈아 보다 어머니를 향해 휴대전화를 건넸다.
“받아보세요.”
도경의 통화를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는 당황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아들었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하하하, 안녕하십니까? 한태오라고 합니다.
“아이고, 회장님. 영광입니다.”
-오히려 제가 더 영광입니다. 우리 윤 이사의 어머니와 통화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감사의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감사 인사요?”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드님을 정말 잘 키우셨습니다. 우리 회사에 누구보다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지만, 이렇게 전화로 인사드리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아이고! 아닙니다. 회장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럼 아드님과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근시일 내로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네네. 네. 네.”
어머니는 전화가 끊길 때까지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음이 터졌다.
“엄마.”
도경이 부르자 어머니는 꿈을 꾼 사람처럼 떨떠름한 표정으로 도경에게 다가와 안아주었다.
“엄마한텐 이게 제일 큰 선물이네.”
어머니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한태오 덕분에 어머니에게 큰 효도를 한 것만 같아 기쁜 얼굴로.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20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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