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3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38화(33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38화
“미국에서 워낙 많은 돈을 벌어다 주셔서 지금 곳간이 가득 차 있습니다.”
사흘 후, 도경은 최우진과 독대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근래에 여러 프로젝트 중 가장 소외되어 있었던 증권투자부를 챙기기 위해서다.
“현재 운용되고 있지 않은 자금이 얼마죠?”
“937억 원입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휘파람을 불었다.
최우진의 말마따나 최근 미국에서의 엔비디아 투자가 성공하며 주식자산을 제외하고도 현금성 자산이 1천억 원에 가까워졌다.
“우리의 총자산은요?”
“약 2,800억 원입니다. 주식과 채권, 메자닌에 1,700억 원 정도가 투자되어 있고…….”
증권투자부의 장기 포트폴리오와 벤처투자부의 지분 등을 포함한 자산이었다.
“현금성 자산이 900억 원이 넘습니다.”
“슬슬 그냥 놀리기에도 아까운 규모가 되어버렸네요.”
보통 총자산에서 15~30% 정도는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도경의 스타일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현금으로 두면 안 될 타이밍이 왔다.
물가는 계속해서 상승할 테고, 그저 현금으로 둔다면 돈의 가치는 내려갈 테니까.
내일의 937억 원이 오늘의 937억 원보다 가치가 낮다는 얘기였다.
“다녀와서 검토한 보고서 중에 단기 자금으로 유성반도체에 투자를 하는 게 어떠냐는 보고서가 있던데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HBM(고연산 메모리 반도체) 건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최우진의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투자하셨던 엔비디아의 AI 개발용 반도체에는 무조건 HBM이 탑재되어야 합니다.”
“그렇죠.”
“그런데 현재 HBM을 생산하는 기업은…….”
“유성반도체뿐이죠.”
아직 미래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은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엔비디아의 물량을 대부분 유성반도체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엔비디아의 AI 개발용 시스템반도체의 생산량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HBM의 수요도 살아나겠네요.”
“네. 저와 팀의 생각으로는 연 단위의 큰 계약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억 달러가량의 돈이 오갈 수도 있다고 보고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자신의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보고서 더미에서 해당하는 보고서를 찾아 가져왔다.
그러고는 결재란에 자신의 사인을 적고는 최우진에게 건넸다.
“이 투자 건은 우진 부장님께서 진행해 보시죠.”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다 이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네. 현금성 자산은 20% 정도는 세이브해 주시고요.”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어떠세요?”
한참 보고를 받던 도경은 일 얘기가 끝나자 최우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좋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근래에는 조금 내 위치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위치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좋은데요? 미국 자주 가야겠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피식하고 웃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참, 최근에 유성투자증권에서 재미있는 소문이 돌더군요.”
“소문이요?”
업계에 퍼지는 정보에 밝은 최우진이었다. 아무래도 최근 들리는 풍문을 도경에게 얘기해 주려는 듯했다.
“곧 심주원 대표님의 임기가 끝나는 것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유성투자증권의 대표 심주원의 임기는 곧 끝이 난다.
유성투자증권의 역사상 연임을 한 대표는 없었는데, 심주원은 공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하며 꽤 오랜 기간 유성투자증권을 이끌어왔다.
굵직한 업적들도 꽤 많이 남겼다.
“다음 대표를 예상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다음 대표는…… 아무래도 고재영 부사장이 가장 앞서고 있지 않습니까?”
도경의 입에서 한 남자의 이름이 나오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투자증권의 대표는 내부의 전통에 의해 임명되고 있었다.
4개의 사업부를 이끌어가는 부사장 중 1인이 대표로 임명되는 게 그 전통이었는데, 4개 사업부는 무한 경쟁 중이었다.
“그렇죠. 아무래도 지난 몇 년간 유성은 WM(개인자산관리) 부문이 강세였고, 고재영 부사장이 많은 몫을 담당해 왔으니까요. 안타깝게도 신선호 부사장은 밀린 것 같더라고요.”
신선호는 신라자산운용의 초대 대표였다.
“아무래도 신선호 부사장께서는 내부 살림을 하시는 분이다 보니…… 티가 나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최우진은 동감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쨌거나, 최근 들어 고재영 부사장의 강력한 호적수가 나타났다는 게 내부 평가인 것 같더라고요.”
“강력한 호적수요?”
“네. 그리고 전통을 깰까가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하고요.”
“전통을 깬다고요? 그게 누구…….”
도경은 말끝을 흐렸다.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네. 류태화 대표이십니다.”
최우진은 놀라워하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신선호 대표 때도 신라자산운용의 성적은 괜찮았습니다만, 류태화 대표가 임명된 이후 회사의 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최근 자산이 3조 원을 돌파했다고 들었습니다.”
신라자산운용에는 도경이 이끄는 전략투자사업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업을 상대로 투자를 받아 그들의 돈을 운용하는 기업금융 사업부부터, 펀드운용사업부, 벤처투자사업부 등 뛰어난 사업부들이 있었다.
“워낙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주시니 이사회 내부 평가가 오른 것 같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런데 전통을 깨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 여전히 고재영 부사장이 앞서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통은 존중하지만, 신라자산운용도 유성투자증권의 한 축입니다. 유성의 부사장급으로 인정받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환하게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뭔가 갑자기 의욕이 솟아나시는 말투로 말씀하셔서요.”
“그럼요. 좋은 기회잖습니까? 류태화 대표께는 말입니다.”
도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최우진은 ‘쓰읍’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진짜 딱 큰 건 하나면 조금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그 문제는 한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우진 부장님께서 이번 투자로 큰 건 해주시면 가능할지도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학을 떼며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고생합시다.”
“네. 지시하신 대로 투자 실행하겠습니다.”
최우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사업부장실을 나가자 도경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큰 건이라…….”
유성투자증권의 내부 분위기를 전해 들은 이후부터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너무 많이 도움만 받아서…….”
자신이 뭐라고 이런 일에 나서나 싶다가도 류태화는 도경에게 은인이었다.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는 최초의 기회를 부여해 준 사람이자 지금도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은인.
무언가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애매하네.”
한참 고민을 하던 도경은 혹시나 해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고양이 사진 모음 ver. 2>라고 적힌 앱을 실행했다.
그러고는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화면 속에는 고양이가 책상 앞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나요?”
도경의 물음에 고양이는 화들짝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인공지능은 잠을 자지 않습니다. 그저 윤도경 씨가 보는 화면만…….
“입 옆이 하얗게 텄어요. 침 자국인가?”
도경의 말에 메시지는 열심히 입 옆을 문질러댔다. 고양이 세수가 따로 없었다.
“미안한데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언제든 질문하세요. 윤도경 씨를 위한 AI 비서입니다.
“류태화 대표가 유성투자증권의 대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경의 말에 화면 속 고양이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저는 오직 윤도경 씨를 위한 도움…….
“저를 위한 거예요. 류태화 대표는 제게 은인이니까요.”
-…….
도경이 진심이라는 듯 표정을 짓자 메시지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현재 류태화 대표는 유성투자증권의 대표가 될 수 없습니다.
메시지의 말에 잠시 실망하던 도경은 무언가 의아함을 느끼고는 입을 열었다.
“현재라는 건, 무언갈 하면 앞으로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긴가요?”
핵심을 찔러오는 도경의 물음에 메시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화면에 무언가를 띄웠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경쟁력이 있는 후보가 될 것 같습니다.
[NPS, PEF 위탁운용사 모집 공고]메시지가 화면에 띄운 것은 공고문이었는데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읽어 내려갔다.
“그러니까, 지금 국민연금에서 위탁운용사를 모집하고 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운용 규모는 8천억 원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름 그대로 국민의 미래 연금을 위해 자산을 운용하고, 연금을 지급하는 공기관이었다.
월급에서 일부 차감하거나, 지역가입자에게 거둔 돈을 주식이나 부동산, 채권 등등의 자산에 투자해 돈을 불려야 미래에 물가 상승분만큼의 연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우리의 예상으로는 올해 14개 자산운용사에서 해당 자금을 노릴 것 같습니다.”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몇 년 전부터 자산운용사들에게 돈을 위탁하는 간접투자도 진행했는데, 성과가 좋자 매년 위탁하는 돈의 규모가 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자산운용사에서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2~3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자율적으로 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나오는 운용 수수료가 어마어마했다.
-해당 콘테스트에는 태산자산운용을 포함, KFSG, 이든 에쿼티 등등 국내의 쟁쟁한 자산운용사들이 뛰어들 것 같습니다.
“유성의 계열사는요?”
-그것은 윤도경 씨의 선택에 달린 게 아닐까 합니다.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덕분에 내가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네요.”
그리 말한 도경은 메시지를 향해 인사를 하고는 휴대전화 화면을 껐다.
“보자…….”
책상 위에 있는 사무실 내부 번호를 살피던 도경은 아차 했다.
“지훈 부장님이 없지.”
이지훈이 있었으면 일이 참 편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하던 도경은 전화를 들어 올려 내부 번호를 눌렀다.
“차 팀장님, 지금 제 방으로 와주세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잠시 후 차선태가 도경의 방으로 들어왔다.
“이사님, 부르셨습니까?”
“팀장님. 혹시 시간이 좀 많으신가요?”
“시간이요?”
도경의 물음에 의아해하면서도 차선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제일 한가한 것 같습니다.”
“글쎄요. 제가 제일 한가한 것 같은데요.”
최우진과 한다현, 이연지 그리고 미국에 있는 이지훈까지 모든 관리자가 지금 바쁘게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자신이 나서서 모든 실무를 담당해야겠다고 다짐한 도경은 차선태를 바라보았다.
“한가한 사람들끼리 일 하나 하죠.”
“네?”
“큰 프로젝트 하나 하려고요. 제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차선태를 바라보았고, 차선태는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2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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