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4화(3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4화
도경에게 어린 시절 기억은 돈과 관련된 기억밖에 없었다.
상처가 되는 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었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 이후, 어머니 혼자 도경과 동생을 키우셨다.
물론 아버지가 남기고 간 사업 실패의 유산은 지독히도 남은 세 사람을 괴롭혔다.
‘죄송합니다. 다음 주까지는 꼭…….’
‘하루만 더 시간을 주세요…….’
10평 남짓한 월세방에 붙었던 빨간딱지들.
어머니가 일을 나가신 시간에 누군가가 집 문을 두드리면 가슴을 졸이면서 집에 사람이 없는 척했던 날.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잠자리에 들기 전 눈을 감으면 생생히 떠올라 도경을 괴롭혔다.
“엄마, 나 왔어.”
오후 반나절을 고객과의 미팅으로 외근을 한 도경은 성남에 있는 자취방 대신 남양주에 있는 본가로 퇴근했다.
“아들!”
도경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머니가 반가운 얼굴을 하며 도경을 맞아주었다.
지금은 방 두 개짜리 18평 아파트에 어머니와 동생이 살고 있었다.
빚에 쫓기며 살던 가정을 빚에서 벗어나게 한 건 어머니의 고생과 도경의 주식 투자였다.
“이게 뭐야?”
“케이크요. 좋은 날이잖아.”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가 담긴 상자를 어머니에게 건넸다.
“배고파.”
“조금만 기다리면 돼. 앉아 있을래?”
어머니의 말에 도경은 미소로 답을 하고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도경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려운 가정형편에 보태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설득해 증권사 지점에서 만든 계좌에 자신의 몫을 모두 넣고,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당연히 손실을 봤다.
너무 자신의 판단을 믿고 시장에서 나는 잡음들을 무시한 결과였다.
시장에서 겸손을 배운 도경은 작은 초기 자금을 꾸준히 불려 나갔고, 주식에 투자한 지 6년째 되던 해 묵히고 묵혀놨던 주식을 팔아 3천만 원을 만들어 군대에서 전역하던 날, 어머니께 드렸다.
물론 빚은 아직도 갚아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빚에 쫓기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지금 어머니와 동생이 살고 있는 집도 도경이 유성투자증권에 입사하자마자 주식 수익금과 대출을 받아 마련한 집이었다.
“형, 왔어?”
도경이 오는 소리를 들은 것인지 두 살 터울의 동생 도진이도 자신의 방에서 나와 도경을 맞이해 왔다.
“어이, 윤도진이.”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소파에 몸을 파묻고 있던 도경은 동생이 자신을 맞아오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동생을 끌어안았다.
“고생했다.”
“……고생은 무슨, 나보다 엄마랑 형이…….”
“밥 먹자!”
주방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도경은 동생의 등을 두드려 주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아주 작은 주방의 작은 식탁이었지만, 식탁 위는 여느 때보다 풍성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이야, 김 여사님 힘 좀 쓰셨네.”
도경은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고, 어머니의 얼굴에도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건 우리 큰아들이 준비한 케이크.”
“뭐 이런 걸 사와?”
어머니가 식탁 정중앙에 케이크를 올려두자 동생은 퉁명스레 말했는데 말투와 달리 표정은 기쁜 감정을 숨기느라 여념이 없는 것 같았다.
“좋은 날인데 케이크는 있어야지.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남들 다하는 것처럼.
어쩌면 지금까지 세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에이, 좋은 날에 또 그런다.”
어머니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쳤는데 도경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으셨다.
도경과 동생 도진에게 남들 다 하는 것처럼 해주기 위해 지난날을 고생해 온 분이었다.
“생일도 아니고…….”
“시끄러워 인마, 초는 하나만 꽂을 거야. 소원은 빌어야 하니까.”
도경은 동생의 말에 반박하며 초에 불을 붙였다.
“자, 소원들 비세요.”
어머니는 가장 먼저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채로 소원을 빌기 시작했고, 맞은편에서 퉁명스레 앉아 있던 동생도 도경의 눈초리에 두 눈을 감고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도경도 두 손을 모으고는 소원을 빌었다.
“다 빌었으면, 네가 주인공이니까 네가 꺼.”
조금 전까지 퉁명스러운 태도로 일관하던 동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는 힘껏 불어 촛불을 껐다.
짝짝-
그 모습에 어머니와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도진아, 로스쿨 입학 정말로 축하한다.”
오늘 이 축하 자리의 주인공은 동생 윤도진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축하 자리였다.
“그것도 한국대학교 로스쿨이라니. 자대생 아니면 잘 뽑아주지도 않는다는데.”
동생은 서울 소재의 시립대학교 공대 출신이었다.
도경이나 동생이나 사립대학교보다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 시립대학을 택했고, 그마저도 성적우수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이후 IT업계에 취업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느 날 동생이 로스쿨 진학을 택하겠다고 조심스레 말해왔었다.
아무래도 준비 기간에 사용할 비용과 로스쿨에 입학하더라도 학비가 걱정됐었던 것 같았다.
“고생했다.”
동생은 2년만 도전해 보겠다고 말해왔고, 2년 후에도 로스쿨 진학에 실패한다면 군말 없이 취업하겠다고 도경을 향해 말해왔다.
하지만, 도경은 망설이지 않고 동생의 도전을 응원했고, 지원했다.
그리고 약속한 기간의 2년째가 되던 날, 동생은 아주 자랑스럽게도 약속을 지켜왔다.
“고생은 무슨…….”
“엄마한테 다 들었어. 아픈 날에도 형이 고생하는데 쉴 수는 없다면서 독서실 나갔다면서?”
“엄마도 참…….”
동생은 도경의 시선을 피하며 어머니를 향해 투덜거렸다.
마음을 도경에게 들킨 것이 부끄러운 듯했다.
“그나저나 쟁쟁한 대학 출신들이 많다고 하지 않았어?”
도경의 물음에 동생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 도전에서는 실패했고, 두 번째 도전인 올해는 당당히도 유수의 대학 출신들을 뒤로하고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응. 서울 유명한 사립대는 둘째치고 의사 시험 합격자도 있었다니까.”
“대단하네.”
“거기서 기가 눌렸는데 로스쿨 지망생 카페 가면 더 쟁쟁한 스펙 쌓은 사람들이 많더라고.”
“그렇지.”
“솔직히 법학적성시험은 잘 봤는데. 저런 거에 기가 눌려서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딱 1년만 더…… 어떻게 형한테 말할까 했는데 오늘 합격이라고 전화가 왔어.”
두 사람의 얘기를 지켜보던 엄마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도진이가 정말 이를 갈고 열심히 했나 봐.”
로스쿨 입학은 시험으로 보는 정량평가와 시험처럼 답이 정해지지 않은 논술, 자격증, 자기소개서 등 여러 가지로 평가하는 정성평가가 나뉘어 있었다.
“시험도 시험인데 공대생인 게 이점이라고 동기들이 말하더라고. 아무래도 공대 공부가 힘들다 보니까…… 면접 때 면접관님이 좋게 봐주시더라고.”
“정말 행운이네…….”
“뭐라고?”
속삭인 도경의 말을 들었는지 동생은 의아한 듯 물어왔고, 도경은 손사래를 쳤다.
본가로 오는 길에 메시지가 말한 행운이 작동했더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동생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으니까.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라지만, 형은 큰 걱정 덜었다.”
도경의 말에 동생과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동생인 도진이 가장 큰 걱정을 덜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머니는 식당 일을 하고 계셨고, 도경 또한 월급의 반을 가정 살림에 보탰다.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어, 그럼…….”
도경은 의자에 걸어둔 재킷 안 주머니에서 봉투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엄마 앞에 하나는 동생 앞에 내려두었다.
“학비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장학금 받아서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해 줘.”
“그건 당연한 건데…… 이건…….”
“이번에 형이 회사에서 좋은 일이 좀 있었어.”
“모의투자대회 우승한 거……?”
동생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동생을 바라보았다.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나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봤어……. 나도 알고 있었고, 엄마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이거 더더욱 못 받아.”
동생은 그리 말하며 봉투를 다시 도경에게 돌려주려 했다.
“어허, 이 잘난 형님이 기회 봐서 엄마랑 도진이 너한테 주려고 했어. 많이는 못 넣었어요. 엄마는 500만 원, 도진이는 300만 원.”
도경은 지난 모의투자대회 때 받은 상금을 오늘 쓰기로 했다.
“어차피 엄마는 일하지 말라고 해도 하실 거 다 아니까. 쉬엄쉬엄해요. 빚은 제가 월급에서 잘 갚고 있으니까 그건 평소 쓰고 싶은 데 쓰시구요.”
“이걸 어떻게 쓰니…….”
“왜 못 써? 공돈인데. 도진이 너도 입학 때 필요한 거랑 그동안 못 샀던 거 사고.”
“형…….”
도경은 어머니와 동생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받으세요. 저 이제 보직 이동도 했고, 올해 성과급도 기대되고요. 앞으로 더 많이 드릴 일만 있을 테니까요.”
어머니와 동생은 도경과 돈 봉투를 바라보다 동생이 먼저 봉투를 챙겼다.
“고마워. 잘 쓸게.”
동생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은 자신이 받지 않으면 어머니가 받지 않을까 봐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도경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아, 고맙다. 엄마는 늘…… 도경이한테 미안해.”
“미안해하지 마세요. 엄마가 희생한 거 돌려받을 차례니까요. 이제 도진이도 훌륭한 법조인이 돼서 보답할 거예요.”
지켜보던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먹을까요. 저 배고파요.”
두 사람의 눈빛에 쑥스러워하며 도경은 수저를 들고는 과장된 행동과 몸짓으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와 동생도 웃으며 수저를 들어 올렸다.
즐거운 소식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도경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 * *
“얼마라고요?”
일주일 후,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
지점장 류태화는 자신의 앞에 서서 당당하게 서 있는 도경을 바라보며 놀란 듯 물었다.
“제가 잘못 들은 겁니까?”
“아닙니다. 지난 일주일간 총 26억 6,300만 원 유치했습니다.”
도경이 다시 한번 확인해 주듯 얘기하자 류태화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표정이었다.
“기존 고객들이 상품 가입과는 별개로 약 6억 원 정도를 추가로 맡겨주셨고, 신규 고객 스물여섯 분께서 약 20억 원을 맡겨주셨습니다.”
최근 성남지점 PB들은 오후에는 지점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신규 고객과 계약을 하러 외근을 나갔다.
이에 부응하듯 류태화는 매일 아침 진행하던 회의를 당분간 주간으로 하기로 했는데 지난 일주일 사이 도경은 엄청난 양의 자금을 유치해 왔다.
모르긴 몰라도 유성투자증권 주니어 PB 역사상 이런 예는 없었을 것이다.
“고생 많았습니다.”
하지만, 류태화는 언제나 그렇듯 빠르게 평정심을 찾은 모습이었다.
도경은 실망하지 않았다. 류태화는 말로 하는 칭찬보다는 자신을 위한 실질적인 것들을 보상으로 주는 상사였으니까.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주니어 PB 딱지는 뗄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요. 아니, 애초에 윤도경 씨에게 주니어 수준의 교육을 한다는 건 맞지 않습니다.”
류태화는 줄곧 생각해 왔었다. 도경은 매주 본사에 주니어 교육을 받으러 가는 것보다 실제로 필드에서 뛰며 얻을 게 더 많을 직원이었다.
“본부에 한 번 말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운용 규모가 커진 만큼 고객들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세요. 도경 씨에겐 고객이 여럿이지만, 고객에게 PB는 도경 씨 한 사람뿐이니까요.”
류태화의 말뜻을 도경은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금만 대하는 것이 변했다고 느껴지면 고객들은 불안해할 것이고, 불만을 가질 것이다.
“네. 유념하겠…….”
지이잉-
도경의 주머니 속에 든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진동을 울려댔고, 류태화는 확인해 보라는 듯 손짓했다.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도착한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도경의 두 눈은 커져만 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저…… 지점장님, 오늘 오후에 서울 좀 가 봐도 되겠습니까? 장 마감 이후에요.”
“서울요?”
“네.”
도경은 류태화에게 다가가 메시지를 보여주었고, 메시지를 확인한 류태화 또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VIP 서비스가 말한 진짜 행운이 찾아왔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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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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