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4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41화(34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41화
“이사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아이고, 부사장님. 잘 지냈습니까?”
한편, 유성투자증권 WM본부 부사장 고재영은 이사회에서 새로운 대표를 뽑을 때 의결권이 있는 한 이사와 만나고 있었다.
이사가 방으로 들어서자 미리 나와 있던 고재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것 참, 같은 회사에 있는데도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서 되겠습니까?”
이사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어오자 고재영은 양손으로 깍듯이 그의 손을 맞잡았다.
“하하하, 제가 이사회 멤버가 아니라 이사님을 뵐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사님을 자주 뵈려거든 이사회 멤버가 되어야겠는걸요.”
뼈가 섞인 농담에 이사는 놀란 듯 고재영을 바라보다 이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속이 시커먼 인간들보다 우리 고재영 부사장같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사람들이 좋습니다.”
이사의 말에 고재영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안내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자 고재영은 주도적으로 메뉴를 주문하였고, 방문이 닫히며 종업원이 나가자 이사가 입을 열었다.
“그래, 늦었지만 대표 후보에 오른 것을 축하합니다.”
이사의 말에 고재영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사님께서 축하해 주시니 다른 사람들의 축하보다 더 기분이 좋습니다.”
“하하하.”
이사는 자신을 대하는 고재영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드는지 환하게 웃었다.
대화를 나눌 기회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대화를 나눌 때마다 고재영은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보통 후보자가 나에게 만나자고 하면, 그 자리에 나가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오늘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오고 싶더군요.”
“그렇습니까?”
“그리고 벌써 기분이 좋습니다. 고재영 부사장은 늘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줘요. 나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이사의 말에 고재영은 고개를 숙였다.
상대가 호의적인 것을 확인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사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식사를 하기 전에 짧게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재영의 말에 이사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우리 유성투자증권이 2년 내로 태산을 잡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시작부터 강하게 말해오는 고재영을 보며 이사는 속으로 놀랐지만, 가만히 그의 말에 집중했다.
“심주원 대표님의 능력은 우리가 대한민국 증권사 1위라는 곳에 오를 수 있는 꿈을 꾸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유성투자증권 내에서 심주원은 신이었다.
과장이 아니라, 모두가 그를 지지하고 믿고 따랐다.
심주원은 부사장 시절부터 특유의 리더십과 시류를 읽는 능력, 인재를 보는 능력까지 모든 것을 검증받았고, 대표 자리에 오르자마자 그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특히 모두가 안 된다고 말했던 신라증권의 인수 성공과 그 이후 신라자산운용으로 탈바꿈해 성장시킨 이후로는 심주원은 유성투자증권의 원앤온리(One&Only)나 다름없었다.
“저 개인적으로는 심주원 대표님께서 더 하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결정이 확고하시니,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이사회가 두 명의 대표 후보를 선정했고요.”
이사의 말에 고재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다음 대표는 안정보다 더 높은 곳으로 모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재영이 생각한 자신의 강점이자, 경쟁자인 류태화의 약점.
“WM본부를 이끌면서 저는 단 한 번도 현재의 유성에 안주한 적이 없습니다.”
고재영의 말에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WM본부는 개인자산관리 부문에서 모든 증권사 앞에 서 있었지만, 저는 좀 더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수많은 모험을 했습니다.”
고재영의 성공 신화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특유의 모험심으로 수많은 도전을 했고, 실패를 하는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노하우가 쌓였고, 개인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을 배워가며 완벽을 추구했다.
“저는 WM본부를 이끈 이후 매출 1.5배 증진, 상품 가입 개인 고객 3배 증가. 운용자산 5배 증가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고재영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이사를 바라보았다.
“이사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성과가 자랑스럽습니다. 나를 믿어줬던 회사를 위해서 내 부하 직원들과 함께 성과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이사가 그리 말하자 고재영은 놀란 듯 이사를 바라보았다.
물론 이 자리에 나와 이사를 향해 자신의 매력을 보일 생각이었지만, 돌아오는 이사의 말은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나는 늘 WM본부 사무실의 불이 켜진 것을 봤습니다. 밤늦게도요.”
“…….”
“회사를 올려다보면 고재영 부사장의 방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더군요.”
이사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고재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가 누구에게 투표를 할 것인지는 말해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은 고재영 부사장을 향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
“모두가 부사장의 능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회사에 헌신한 것인지 알고 있고요. 새로운 대표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을 때 모두가 고재영 부사장의 이름을 꺼냈을 정도니까요.”
이사는 고재영이 처음 듣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나는 고재영 부사장이 제일 처음으로 만난 이사가 나라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사는 가만히 고재영을 바라보았다.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합니다. 그러니 부디 다른 이들에게 미움을 살 행동은 하지 말고, 본인의 자리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세요.”
“이사님…….”
고재영은 이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사의 놀라운 지지뿐만 아니라, 이사회 내부의 생각도 듣게 된 귀중한 조언이었다.
“감사합니다. 불안했던 제게 가장 힘이 되는 말씀이십니다. 오늘 식사 이후로 제자리로 돌아가 본분을 다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이사가 크게 웃으며 답하자, 때마침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고재영은 한결 가벼운 마음과 얼굴로 이사와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 * *
“반갑습니다. 갑작스레 만들어진 TF입니다만, 여러분들이 한달음에 달려와 줘 기쁜 마음입니다.”
신라자산운용 한편에 임시로 차려진 TF 사무실에는 열 명 남짓한 직원들이 상석에 앉은 류태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일은 우리 신라자산운용의 명운이 걸렸다고 생각할 만큼 진지하게 임해볼 생각입니다.”
직원들은 이곳으로 발령 나기 전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설명을 듣고 왔다.
바로 한 달 후에 있을 국민연금공단의 외부 출자 콘테스트에 참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TF(Task Force, 기획단)였다.
“먼저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직접 TF를 이끌겠습니다.”
TF를 이끄는 것이 대표인 류태화라는 것을 듣고 합류했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류태화는 실무진들을 믿고 일을 맡기고는 자신은 뒤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부류의 관리자였기 때문이다.
신라자산운용 직원 모두가 처음에는 류태화의 그런 방식에 불안해했지만, 이제는 류태화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이해하고 따르고 있었다.
“지금과는 다르게 지휘할 예정이니 여러분이 나를 믿고 따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 회사의 모두가 뛰어나다 믿고 있지만, 여러분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앞에 선 사람들입니다.”
이곳에 합류할 정도면 각 부서에서 평균 이상으로 일을 해내고 있었다는 얘기였으니까.
“혹여 내 방식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이번엔 믿고 따라와 주었으면 합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류태화는 결심을 한 듯 얘기했고, 직원들은 큰 소리로 답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실무를 총괄할 윤도경 이사를 소개하겠습니다.”
류태화가 도경의 이름을 호명하자 모두는 불만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신라자산운용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윤도경이었으니까.
이 자리에 윤도경이 있다면, 당연히 총괄은 도경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과 함께 대표님을 돕게 된 윤도경입니다. 제가 모든 실무의 총괄을 맡긴 했지만, 우리 TF의 결정권자는 대표님이십니다. 여러분들도 그 부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도경의 말에 모든 직원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도경은 류태화를 바라보았는데, 류태화는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듯 손짓했다.
“먼저 이번 일에 대해 간단하게 브리핑을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국민연금공단은 매년 자신들이 운용하는 자금을 위탁해 운용할 곳을 찾습니다.”
이번 콘테스트는 그로 인해 개최되었다.
“우리는 이번 콘테스트에 참여해 NPS(국민연금공단)의 위탁운용사 자리를 따내려고 합니다.”
도경은 확신을 가진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NPS는 이번 콘테스트에 참여하길 원하는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에게 각자 2,500~5,000억 원의 한도 내에서 어떤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발표를 요구했습니다.”
직원들은 도경의 말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NPS의 요구에 맞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우리의 강점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블라인드 펀드]도경이 써 내려간 글자를 본 직원들은 놀란 듯한 얼굴이었다.
“여러분들이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알 것 같습니다. 너무 모험 수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돈을 투자받는 걸 얘기했다.
즉, A라는 펀드를 만들 것인데 100만 원만 투자하라고 말하고 미리 돈을 거둬, 후에 좋은 투자 대상이 나오면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었다.
“NPS가 좋아할 리 없는 방식이니까요.”
블라인드 펀드는 특별하지도 않고, 매우 흔한 구조의 펀드였지만, 문제는 이번 투자의 클라이언트가 NPS라는 것이었다.
“공적자금을 다루는 NPS는 확실한 것을 원할 테니까요.”
도경의 말대로 국민연금공단 자금의 성격은 국민이 낸 돈이라는 것이었다.
NPS는 매우 보수적으로 돈을 운용할 수밖에 없었고, 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 처음부터 브리핑하길 원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방식이야말로 오히려 공적자금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고, 절대 그들의 투자 방식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시장은 생물과도 같았다.
당장 하루 만에 거대 은행이 파산하는 것이 경제다.
이런 상황에서 도경은 조금 여유 있고, 유동적인 투자야말로 높은 리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는 이번 기회에 NPS가 새로운 방식으로 투자 저변을 확대하는 길을 택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NPS에 어떤 것을 어필해야 하는가.”
도경은 다시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우리가 앞으로 할 것이 아닌,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경험이 있는가를 어필할 것입니다.”
신라자산운용으로 회사가 탈바꿈해 온 지난 시간의 성과는 다른 회사에서 넘볼 수 없는 성과였다.
도경이 생각하는 회사의 강점은 거의 모든 투자와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것에 있었다.
“우리의 경험이 앞으로 공적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게 될 것인지로 연결이 되도록 모두가 자료를 준비했으면 합니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은 다시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적고는 의연한 표정으로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우리가 이번에 NPS에 제안할 핵심 셀링 포인트 입니다.”
[2조 원대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직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화이트보드에 적힌 글자와 도경을 번갈아 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2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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