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4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43화(34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43화
“어서 와. 거기 앉지.”
유성투자증권 대표실.
심주원은 하던 일을 급하게 정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기사 보고 올라온 거야?”
“그렇습니다.”
심주원의 물음에 답을 한 남자는 유성투자증권의 부사장이자 신라자산운용의 전 대표 신선호였다.
신선호는 유성투자증권의 신라증권 인수를 성공적으로 성공시켰고, 신라자산운용이 훌륭하게 자리 잡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본사의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류 대표가 원래 저런 걸 하는 사람이 아닌데 이번에는 필요하다고 느낀 거겠지.”
심주원은 그리 말하며 시선을 테이블 위에 있는 오늘 자 경제신문으로 옮겼다.
「[단독] 신라자산운용, 국민연금 위탁 운용 콘테스트 참가」
「신라자산운용 류태화 대표 직접 TF 이끌며 지휘」
「전략투자사업부 윤도경 상무이사를 포함한 드림팀 구성」
「국민연금 위탁 운용 콘테스트에 거물 자산운용사 대거 참여」
오늘 자 경제신문 1면에는 당당히 류태화의 얼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고재영 부사장과 차기 대표 후보로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신선호의 말에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이 됐나 봐?”
심주원의 물음에 신선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말해봐.”
“류태화 대표가 의외의 모습을 보여 놀랐습니다.”
신선호가 아는 류태화는 아주 조용히 뒤에서 서포트를 해주는 관리자였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전면으로 나서 일을 처리하는 류태화를 보며 걱정이 몰려왔다.
“안 하던 일을 하다 보면 늘 문제가 생기니까요. 그리고 신라자산운용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텐데 직원들이 동요할까 걱정입니다.”
신선호의 걱정이 이해가 된다는 듯 심주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신선호는 그렇게 운을 떼는 심주원을 바라보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사람들이 류 대표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게 있어.”
“오해라시면은…….”
“류태화는 관리만 잘하는 사람이라고.”
심주원은 확신을 가진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류 대표가 튀는 일을 하지 않아서 모두가 그렇게 오해하지. 이 업계는 원래 큰일을 해야 스타가 되니까. 하지만, 류 대표가 걸어온 길을 곱씹어보면 그런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해.”
심주원은 류태화를 직접 뽑았고, 직접 중책을 맡겨보았다.
누구보다 자신이 류태화의 능력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류 대표는 신입 때부터 뛰어났어.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어떤 부분을 가장 걱정하는지, 누구보다 깊게 이해했지.”
“…….”
“우리 회사의 컴플라이언스가 언제부터 강화된 줄 아나?”
“대표님께서 WM본부를 이끄실 때부터…….”
“아니, 류태화가 일선 지점들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야.”
신선호는 처음 듣는 말에 가만히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류태화는 일선 지점을 관리하는 실무직에 오르자마자 설문조사를 시작했어. 이전까지는 지점의 서비스 내용만을 묻던 조사 문항에 투자자가 불안해하는 것을 문항들을 몇 개 넣었지.”
언젠가 언론에서 유성투자증권 일선 지점의 사후관리를 칭찬하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신선호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한 대답이 뭔지 아나? 유성투자증권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어. 재미있지 않아?”
유성투자증권에 돈을 맡기면서도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저기 다 재보고, 다른 증권사에서 상담도 받아보고 고른 것이 우리일 텐데. 신뢰를 하지 못하겠지만, 가장 신뢰가 가서 투자한다는 이야기였지.”
“…….”
“그 답을 받아본 류태화가 내게 와서 강력하기 주장하더군.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강화하고, 고객들에게 2주마다 투자에 대해 상세하게 브리핑해야 한다고.”
심주원은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 일선 지점의 업무 난이도도 올라갈 거고…….”
“보름마다 고객에게 투자 내용을 브리핑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나도 거절했지. 그러니까 류태화가 일단 시범 운용을 해보자고 하더라고. 그래. 뭐 확인을 시켜주면 그만두겠지 싶어서 영등포 지점에서 시범으로 운용해 봤지. 결과는?”
심주원은 손가락을 세 개 펼치고는 신선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가입 고객이 전년도에 비해 세 배가 늘었어. 유성투자증권을 찾아온 이유를 묻는 설문에 하나같이 주변의 추천을 얘기했지.”
“기존의 고객들이 서비스에 만족을 해서 지인들에게 추천을 해줬나 보군요.”
신선호는 이해했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래, 그거야. 우리가 백날 개인 고객을 유치하겠다고 수억, 수십억 원씩 써가며 광고를 해봤자, 고객들의 입소문은 못 따라가더군. 그게 전부 류태화의 의견에서 나온 거고…….”
그 이후로 유성투자증권은 시범 운용하던 것을 전 지점으로 확대했다. 그러자 1년 만에 증권사를 통틀어 개인자산관리 부문에서 1위를 달성했고, 아직도 그 아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류태화가 그걸 공치사하고 다니지 않으니, 모두가 내 덕이라고 생각해.”
심주원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태화는 조용할 뿐이지, 능력이 없지 않아. 왜 조용했을까? 그럴 필요를 못 느꼈으니까.”
“그럼 이번엔 필요하다고 생각했겠군요.”
“그래. 자신이 대표가 되기 위해서? 아니야.”
심주원의 말에 신선호는 의문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부사장 너도 알 텐데?”
“제가요?”
“너도 한번 이끌어봤잖아.”
앞뒤 다 잘라먹은 심주원의 말이었지만, 신선호는 단박에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윤도경 이사군요.”
“맞아. 윤도경에게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낀 거겠지. 아니, 정확히는 고재영이 위험하다고 느꼈거나.”
“고재영 부사장은 자신이 스타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재영도 분명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을 가만히 보고 있을 위인도 아니었다.
“고재영은 어떻게든 자신의 밑으로 윤도경이 굽히고 들어오도록 만들겠지. 하지만 윤도경은 그런 인물이 아니고.”
신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겪은 윤도경은 가만히 내버려 둘수록 더 좋은 능력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네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겠는데, 지켜보자고. 회사에 이득이 됐으면 됐지. 나쁜 건 아니니까.”
“네. 알겠습니다.”
“보름 남았는데, 콘테스트에 되면 회사에는 무조건 이득이니 응원하며 기다리자고.”
신선호는 얼굴에 자리 잡았던 근심이 모두 가신 표정이었다.
* * *
“긴장되는군요.”
보름 후, 류태화와 도경 그리고 TF의 실무자 몇 명이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 이곳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의 위탁 운용과 관련한 콘테스트가 열린다.
류태화가 긴장이 된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도경은 피식 웃음이 터져 버렸다.
“대표님께서 긴장하신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내색을 하지 않아 그렇지. 저는 아주 긴장에 취약한 인간입니다.”
류태화는 긴장을 풀려는 듯 농담을 해왔고, 도경은 계속해서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나 여기 있는 실무자들 또 대표님께서도 지난 보름을 정신없이 해왔으니까요.”
“모두 고생한 덕분에 나는 편했습니다.”
“그런 말씀은 결과가 나오고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괜히 복선을 만드는 것 같은 말씀이시네요.”
“복선이요?”
“영화에서 보면 늘 그런 말을 한 이후는 실패하더라고요.”
“하하하.”
도경의 농담에 류태화는 크게 웃었다.
“덕분에 긴장이 조금 가시는군요. 그럼 들어가 볼까요?”
행사장 문이 열리고 입구에 선 류태화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제일 늦은 것 같은데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행사장을 둘러보았다.
여러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에서 나온 관계자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왔다.”
그때 한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자 삽시간에 모두의 시선이 행사장 입구에 서 있던 도경과 신라자산운용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적의를 마구 내뿜었다.
“오늘 우리가 악역인 것 같은데.”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분위기라면 나쁘지 않은데요. 응당 가져야 할 것을 가지는 것 같아서요.”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것을 가지러 가 볼까요?”
류태화가 그리 말하며 걸음을 옮기자 도경과 팀원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 * *
“아직이지?”
한편, 유성투자증권 WM본부 부사장실에서는 고재영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후배를 향해 물었다.
“네. 마침 대학 동기가 이번 콘테스트에 참여해 현장에 가 있는데 물어보니 신라자산운용의 발표는 제일 마지막 순번이라고 하더군요.”
이들이 이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유는 오늘 있는 국민연금 위탁 운용 콘테스트 때문이었다.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모든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가 한날, 한자리에 모여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당일에 1차 후보가 발표 난다.
1차 후보 중 국민연금 내부의 심사를 거쳐 최종 결과가 발표되는데, 고재영은 대표직을 건 경쟁자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보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는 얼굴이었다.
“신라에서 무엇을 준비한 줄은 모르고?”
“신라 내부에 정보를 빼내려 해봤지만, 단속이 잘되는 것 같았습니다. TF 구성원들이 기존 부서에도 어떤 내용인지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
후배의 말에 고재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1차는 붙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후배의 말에 고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라와 윤도경의 이름값만으로도 1차 콘테스트는 합격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신라가 들고나올 무기가 무엇인지였다.
“신라가 들고 온 무기에 따라 내 대응도 달라질 테니까.”
“예상하건대 주식 투자가 아니겠습니까? 윤도경의 주특기가 그거니까요.”
“그렇긴 한데 윤도경이 그것만 잘하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류태화가 TF를 이끌고 있어. 주도적으로 말이야.”
고재영의 말에 후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이잉-
그때, 후배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고재영은 고개를 돌려 후배를 바라보았다.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던 후배의 표정은 몹시도 당황스러워 보였는데, 고재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왜? 무슨 일이야?”
“신라에서 발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 준비한 게 뭐야?”
“2조 원대의 블라인드 펀드라고 합니다.”
후배의 말에 고재영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갔다.
아주 규모가 큰 종류의 펀드였다.
“신라에서 PT를 시작하자마자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고 합니다.”
후배가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자 고재영은 우두커니 서서 고민을 하다 이내 재킷을 챙겨 들었다.
“어디 가십니까?”
“한가하게 그 중계나 듣고 있을 때가 아니야. 한 명이라도 더 만나야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도 제 인맥을 총동원하겠습니다.”
후배의 말에 고재영은 믿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고는 사무실을 나서기 시작했고, 후배는 그런 그의 뒷모습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2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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