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4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46화(34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46화
“열흘도 못 기다려 어마어마하게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유성투자증권 WM본부의 고재영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후배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래?”
“네. 일선 지점에서는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일을 못 할 지경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다들 고생하네.”
이틀 전, 유성투자증권 WM본부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한 간접투자 상품을 출시했다는 보도 자료가 나가며, 고객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일선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반응이 있다는 건 분명 고재영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었다.
“좀 더 일찍 상품을 준비할 걸 그랬어.”
고재영의 말에 후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식에 투자를 하는 고객들…… 특히, 직접투자가 아니라 저희 지점을 통해 상품으로 투자를 하는 고객들은 그동안 비트코인이 오른다는 소리가 들릴 때도 속된 말로 손가락만 빨았습니다.”
고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투자가 아니라 증권사를 통해 투자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중간에 안전장치를 하나 걸어두는 것과 같았다.
적어도 프로라면 자신보다 더욱 안전하게 투자를 해주리라 하는 믿음을 가지고 하는 투자였다.
“그렇지. 문제는 같은 기간에 주식시장은 좋지 않았다는 것이고.”
“더군다나 거래소나 코인을 발급하는 재단의 신뢰도 때문에 직접투자를 하기도 애매했을 겁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현재 비트코인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거래소들은 국가의 규제 밖에 있는 시스템이었고, 코인 또한 발행하는 주체가 따로 있었는데, 속된 말로 코인을 발행하는 재단에서 먹튀를 하고, 사기를 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런 투자자들에게 이번 상품은 몹시도 좋아 보였을 겁니다.”
물론 리스크는 같았지만, 적어도 전문가들이 대리로 투자해 준다는 심리적 안정은 얻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네 덕분이야.”
고재영은 흡족스럽다는 듯 후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면 내 성공에는 항상 네가 있었지. 덕분에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고재영의 말에 후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배님이 저를 믿고 맡겨주셨기 때문에 낼 수 있었던 성과였습니다. 저는 그래서 류태화보다는 선배님이 대표 자리에 올라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래. 상품 출시만 문제없이 된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어. 그때는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자리가 네 자리가 될 테고.”
고재영의 말에 후배는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를 보좌한 대가치고는 적은 거야. 네 앞길은 앞으로 내가…….”
똑똑-
그때, 두 사람의 훈훈한 분위기를 깨는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한 직원이 방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야?”
“부사장님, 부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신라자산운용의…….”
직원이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한 남자가 방으로 들어섰다.
“부사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류태화.”
고재영을 찾아온 손님의 정체는 신라자산운용의 류태화였는데, 고재영은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났고 후배는 인상을 찌푸리며 류태화를 바라보았다.
“이 부장도 오랜만이네.”
“네가 여기 어쩐 일이야?”
“부사장님을 뵈러 왔는데, 자리 좀 비켜주겠어?”
류태화의 말에 후배의 이맛살은 더더욱 구겨졌다.
“글쎄. 부사장님께서는 너를 볼…….”
“이 부장, 나와 고재영 부사장이 대화를 하는 데 네가 허락하고 말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상급자들이 대화를 하는데 네가 말을 거들어도 되나?”
“뭐?”
류태화의 말에 후배는 금방이라도 쏘아져 나갈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이 부장.”
그때, 가만히 서 있던 고재영이 후배를 불렀다.
후배는 몹시도 불만인 표정으로 고재영을 바라보았는데, 고재영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류태화를 노려보았다.
“언제까지 기고만장할 수 있는지 보자고.”
후배는 지기 싫은 듯 모진 말을 내뱉고는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후배가 나가자 류태화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고재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를 가리켰다.
“그래, 오랜만이네. 앉자.”
고재영의 말에 류태화는 자리에 앉았다.
“차라도 한잔할까?”
“부사장님과 저 피차 바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 금방 이야기하고 일어나 볼까 합니다.”
“그래? 그럼 그러자. 근데 류 대표.”
고재영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석현이는 네 동기인데 그렇게 말할 필요까지 있나?”
고재영은 조금 전 류태화가 후배를 향해 한 말이 신경 쓰이는 듯 물었다.
“사사로이는 입사 동기지만, 지금은 제가 더 상급자이니 못 할 말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이석현 부장의 태도가 상급자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으니까요.”
“…….”
류태화의 말에 고재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그 문제는 후에 제가 이 부장을 보게 되면 따로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류태화는 말을 꺼낸 고재영의 입장도 고려하듯 말해왔고 고재영은 그 정도면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표 후보직에 오른 거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부사장님과 경쟁할 수 있어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류태화의 말에 고재영의 눈가는 살짝 떨렸다. 앞에 앉은 류태화가 너무도 자신감이 넘쳐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류 대표가 나를 찾아올 이유가 뭐가 있지?”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WM본부에서 출시한 상품에 관해 상의를 드리려 왔습니다.”
“뭐라고?”
고재영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물었다.
하지만, 류태화는 고재영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번 상품, 고객에게나 회사에나 리스크가 너무 강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간접투자라고는 하나 결국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결국엔 여러 겹으로 안전망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구조였지만, 실상은 수수료만 더 내는 상품이라는 얘기였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만약 비트코인 선물지수가 하락해 ETF의 가격이 내려가면, 고객들의 컴플레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회사의 신뢰도와 연결되어 있고요.”
고재영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류태화는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지금 자신의 행동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분명했다. 타 부서의, 그것도 계열사로 회사가 달랐는데 이렇게 나선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회사를 위해서는 이번 일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차라리 건방져 보이는 게 낫겠다는 선택을 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이 그런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탈중앙화라는 기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봐.”
“부사장님, 제가 지금 굉장히 건방지게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고까우실 수도 있겠죠.”
“지금 그걸 알면서!”
“하지만, 회사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디 제 건방을 용서하시고, 제가 드리는 말씀을…….”
“넌 항상 그게 문제였어.”
고재영은 굳은 표정으로 류태화의 말을 끊었다.
“늘 이런 식으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사사건건 태클을 걸었지.”
“…….”
“겉으로는 회사를 위한 일이다 어쩐다 말해대지만, 결국 너는 네가 중심이 되어야 했던 거야.”
“……오해십니다.”
“오해? 아니. 너는 늘 깨끗한 일만 하려고 했으니까.”
“…….”
“너만 깨끗하고 너만 잘났다는 듯 남들에게 말하는 거 오랜만에 들어도 넌덜머리가 나네.”
“회사를 위한 일입니다.”
“너나 나나 같은 월급쟁인데, 회사를 위한다는 명분 그만 좀 내세워 줬으면 좋겠다.”
고재영은 굳은 얼굴로 류태화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이번 경쟁을 하면서 너를 조금은 인정했어. 위탁 운용 콘테스트에서 큰 금액을 유치했을 때, 모두가 윤도경 덕이라고 했지만 나는 네 능력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
“그런데 변하지 않은 너의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선배님.”
“너는 지금처럼 깨끗한 일만 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대표 자리에 오를 테니까.”
고재영은 더 이야기 나누기 싫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문을 활짝 열었다.
“오랜만에 봤는데, 여전해서 좋네. 내가 이길 것 같거든.”
“부사장님.”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고재영의 말에 류태화는 가만히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은 할 일을 했고, 고재영의 말마따나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서로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부사장님이 선택하신 겁니다.”
“나가.”
고재영의 축객령에 류태화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건방진 새끼.”
고재영은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류태화의 뒷모습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 * *
“설득에 실패했습니다.”
보름 후, 류태화는 도경을 불러 고재영과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상품이 출시되며 도경은 류태화가 설득에 실패했나 보다 하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도경은 안타깝다는 표정이었다.
“곤란하셨겠습니다.”
그러고는 류태화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류태화는 아무렇지 않은 일인 양 얘기해 왔지만, 남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의 입장도 있었다.
류태화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그렇긴 한데, 워낙 이런 말을 많이 해와서 이제는 아무렇지 않네요.”
류태화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얘기해 왔지만, 얼굴에서 씁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이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고민하던 도경은 류태화를 향해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는 고재영 부사장에게 출구를 열어주었지만, 고재영 부사장은 선택을 한 것이고요.”
“…….”
“회사의 이미지가 걱정이긴 하지만…… 선택에 대한 대가는 온전히 고재영 부사장이 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류태화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자리 잡았다.
경쟁은 둘째 치더라도 회사와 고재영 모두 어려운 길을 택하지 않을 방법이 있었다.
고재영은 자신의 선택으로 그 기회를 걷어찬 것이고.
“어쨌든 우리는 우리 일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좋겠네요. 이 걱정은 여기까지 하고 지금부터는 우리 일만 신경 쓰죠.”
“네. 알겠습니다.”
지이잉-
도경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류태화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습니까?”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입을 열었고, 이야기를 듣던 류태화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 * *
“대성공입니다. 어제까지 120억 원을 유치했습니다.”
“하하하.”
한편, 고재영은 후배에게 상품 판매 실적을 듣고 있었다.
“그동안 어디에 잠자고 있었던 돈인지 몰라도, 수도권에서만 선행 판매를 하는데 120억 원이면, 전국 지점에 풀리고 온라인 판매도 풀리면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룰 것 같습니다.”
후배의 말에 고재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보도 자료 준비하자고, 출시 사흘 만에 120억 매출 올렸다고.”
“그렇지 않아도 올라오기 전에 지시하고 올라왔습니다.”
“역시 이 부장이야.”
고재영은 말을 하지 않아도 가려운 부분을 모두 긁어주는 후배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좀 더 홍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내부 홍보 예산을 더 써도 좋으니까…….”
똑똑-
그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방해하는 불청객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방문을 열어젖힌 것은 직원이었는데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왜 그래?”
“SEC(미국 증권거래 위원회)에서 미국의 거대 비트코인 거래소 세 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심야 발표를 했습니다.”
직원의 입에서 나온 말에 고재영과 부장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물들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6-2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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