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4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47화(34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47화
“제59회 유성투자증권 정기 이사회를 개최하겠습니다.”
한 달 후, 유성투자증권.
오늘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사회의 개최일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오늘 이사회는 제가 의장으로서 참여하는 마지막 이사회이기도 합니다.”
상석에 앉은 유성투자증권의 대표이자 이사회 의장 심주원의 말에 이사회에 참여한 모두가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지난 3년 6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심주원은 감회가 새로운 듯 이사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 대표가 되었을 때 모두가 제게 선진증권을 따라잡아 국내 증권사 2위의 자리에 오르길 기대했고, 저는 그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이제는 유성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선진증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선진을 잡고 이제는 당당히 1위인 태산증권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심주원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이사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유성투자증권이 이뤘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개인 자산 부문에서의 엄청난 성장과 더불어 우리가 다음 스텝으로 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꼈던 신라증권의 인수까지.”
모두가 힘든 시기에도 유성투자증권이 고공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심주원의 입에서 나왔다.
“모두가 힘들 거라고 얘기한 신라자산운용의 안정적인 경영 또한 우리 유성이 고성장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심주원의 말에 이사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에는 저를 지지해 주시고, 회사가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해주신 이사회 구성원 여러분의 노고가 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심주원은 이사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러분들 덕분에 지난 기간 사고 없이 제가 대표직을 잘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심주원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이사들은 작은 박수로 그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오늘 이사회는 앞으로 우리 유성투자증권의 미래를 정하는 자리입니다. 뒤로는 회복 의지를 보이고 있는 선진과 대형 증권사들의 추격을, 앞으로는 우리에게서 도망가려는 태산증권을 상대로 향후 2년간 유성을 이끌어갈 대표를 뽑는 자리기 때문입니다.”
심주원은 오늘 자리에서 있을 선택이 앞으로 유성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모든 이사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듯 당부의 말을 이끌어갔다.
“오늘 회의 시작을 선진의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심주원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왜 선진이 우리에게 따라잡혔는가. 대표의 선임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선진증권은 모기업인 선진금융그룹은 금융기업으로서 관의 손길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관의 고위직 출신이 신임 대표로 오며 성장도 하지 못하고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우리 유성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유능하게 해내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의 자리는 스페셜하다고 해서 될 수 없습니다. 다방면에 걸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필요한 자리입니다.”
직원들이 열심히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가들이 성과를 가져오면 회사가 성장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대표가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고 직원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할 때라고 심주원은 생각하는 듯했다.
“여러분의 한 표가 유성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은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님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발언이 끝난 심주원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두 달간, 우리는 유성투자증권의 7대 신임 대표 선정을 위해 후보자들에 대한 여러 평가를 내렸고, 여러분들은 이 자리에 나오기 전 모든 평가 자료들을 받아 보셨을 겁니다.”
신임 대표 선정 평가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개인의 능력, 현재 맡은 직위에서의 성과, 직원 평가와 외부 평가 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를 전문으로 해주는 외부 컨설팅 업체에 맡겨 진행했다.
“이사회에서 선정된 신임 대표는 다음 분기 주주총회에서 표결로 정식 선임되며 임기를 시작합니다.”
유성투자증권은 주식회사였기 때문에 당연히 신임 대표와 이사진 선임을 주주총회를 통해 허가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분 대부분을 모회사인 유성그룹에서 들고 있었기 때문에 이사회의 결정이 곧 대표 임명과 다름없었다.
“모두 검토를 충분히 했으리라 생각하고 표결에 들어갈까 합니다. 이견 있으신 분?”
심주원은 그리 물으며 이사들을 번갈아 보았다. 모두 다른 의견이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 직원들이 나누어 드리는 종이에 후보자 중 1인의 이름을 적어 투표함에 내시면 됩니다.”
심주원의 말이 있자 이사회를 돕는 직원들은 종이를 이사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바로 표결에 들어가겠습니다.”
심주원이 그리 말하며 의사봉을 내려치자 이사들은 각자 생각하는 신임 대표를 종이에 적어 투표함에 제출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표결이 끝나고 검표를 마친 직원이 심주원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고, 종이를 확인한 심주원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유성투자증권의 제7대 신임 대표는…….”
심주원의 입에서 신임 대표의 이름이 나오자 이사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평소 긴장을 하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엄청 긴장되는군요.”
한편, 신라자산운용.
도경은 대표실을 찾아 류태화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유성투자증권의 신임 대표가 발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긴장하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쎄요. 남들이 웃지 않을까요? 경쟁자가 큰 실수를 했으면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되지 않냐고요.”
“상대의 실수가 대표직을 결정하는 건 아니니까요.”
한 달 전, WM본부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비트코인 선물 ETF 간접투자상품이 문제가 생겼었다.
출시를 하고 단 사흘 만에 어마어마한 폭락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워낙 큰 사고였으니까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트코인은 거래 방법이 주식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주식은 각 나라마다 대표하는 상품거래소들이 있었다.
공인된 자격을 얻은 거래소들이 해당되었는데, 한국은 한국거래소, 미국은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가 있었다.
주식의 거래소들은 엄격한 자격 심사와 더불어 각 규제기관의 규제를 받고 있었다.
거기에 거래 가능한 시간과 상한가/하한가 등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장치도 있었다.
“예상되던 사안이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사사건건 SEC와 충돌해 왔으니까요.”
반면, 암호화페 거래소는 기업과 다를 바 없었다.
근래에는 관에서 나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한때는 그저 거래소를 사업을 하듯 차릴 수 있었다.
더군다나 암호화폐 시장은 상하한가 시스템이 전무했고, 365일 24시간 거래되었다.
투자자 보호 시스템은 각 거래소에서 상장된 암호화폐에 대해 투자유의, 경고 등을 지정하고, 심각한 문제가 있을 시 상장폐지 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대표님께서도 고재영 부사장을 찾아가 설득하셨잖습니까?”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자신의 말을 곡해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저도 솔직히 이만큼 파장이 있는 사건이 터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윤 이사의 안목에 다시 한번 놀랐고요.”
류태화는 대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이 경고를 하고 며칠 있지 않아 놀랍게도 경고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가 세계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얘기가 나오던 건이었습니다.”
도경은 과찬이라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암호화폐들이 자신의 강점을 이야기하며 증권이라는 말을 자주 꺼냈습니다.”
증권은 단순 종이 쪼가리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주식을 보유했음을 인정해 주는 권리를 증명하는 증서가 증권이었다.
주식을 보유했다는 것은 회사의 일정 부분을 소유했다는 것이고, 회사에 투자를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으니까.
“증권은 증권거래위원회가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죠.”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 종이 쪼가리에 어마어마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각 규제기관에서 그 증권의 힘을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증권을 발행한다면 투명하게 회사는 모든 것을 공시해야 했다.
“네. 이번에 SEC에서도 암호화폐거래소에 소송을 건 이유가 그것입니다. 너희들이 발행하는 게 증권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토큰이라고 우기며 발행했다.”
류태화는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더군다나 투자자 예탁금을 맘대로 유용하고, 거래량을 부풀리는 것도 문제로 삼았습니다.”
“증권을 발행한다면 해서는 안 될 일이죠.”
“그렇습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증권의 형태를 하고 있는 토큰을 상장폐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비트코인은 증권형 토큰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의 대장이었다.
업계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대장 또한 타격을 입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락하게 되었고, 선물지수도 당연히…….”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된 거의 모든 화폐들의 가격이 폭락하며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다.
당연히 주식 시장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ETF의 가격도 폭락했고, 이에 간접투자한 투자자들은 며칠 만에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깎여 나가는 경험을 해야 했다.
“문제는 비트코인 선물 ETF가 그동안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고 홍보하며, 대규모로 떠들어댄 회사에도 책임 소재가 넘어왔습니다.”
WM본부는 상품 출시를 성대하게 홍보했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폭락의 책임 소재를 유성투자증권으로 떠넘겼고, 그것은 이전부터 도경이 걱정하던 그림이었다.
“문제는 아직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회사가 이대로 뭉개고 넘어갈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WM본부는 폭락과 관련해 초기 대응도 잘못했다.
상품을 출시하며 뿌린 보도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내리는 데 급급했고, 문제를 제기해 오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본인의 선택이었다며, 약관을 들이밀고는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물론 약관상 맞는 일이더라도 도의적으로 사과나 책임은 져야 했다.
당장의 위기를 탈피하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말이다.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암호화폐 시장이나 주식시장이나 단기간의 이슈로 인해 폭락을 하는 경우는 너무도 많습니다.”
“그렇죠.”
“반대로 그것들을 덮을 호재만 있다면 어마어마하게 상승하는 것도 시장의 생리입니다.”
“호재가 있을까요?”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은 이미 투자 시장이 워낙 커져 메이저 증권사들이나 자산운용사들에서 상품 출시를 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탐이 나는 시장이긴 하죠.”
“네. 모르긴 몰라도 비트코인 현물 ETF라든가 상품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만 나와도 이번의 하락을 뒤엎을 상승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문제는 가격은 오르더라도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가 될 겁니다.”
유성투자증권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었다.
“그 문제는 신임 대표가 감내하고, 해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도경이 그리 말하며 류태화를 바라보았다.
마치 유성투자증권의 신임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하하하, 내가 신임 대표가 된 것도 아닌데…… 마치, 내가 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군요.”
“확신하고 있습니다.”
“윤 이사의 확신이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지이잉-
류태화가 웃으며 이야기할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류태화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방금 공시가 떴습니다. 유성투자증권의 제7대 대표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류태화는 고개를 숙인 도경의 어깨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도경을 바라보다 끌어안았고, 도경 또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류태화와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0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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