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4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48화(34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48화
“사랑하고 존경하는 유성 가족 여러분.”
두 달 후, 유성투자증권 사옥 내에 있는 대강당에는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임직원이 앉아 있었고, 몇몇은 빈자리가 없었음에도 돌아가지 않고, 서서라도 오늘 있을 행사를 보겠다는 듯했다.
“유성투자증권에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은 30년 5개월의 숨이 가빴던 지난 세월이 오늘로써 끝이 난다 생각하니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늘 행사는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였다.
누가 나서서 강제적으로 참여시킨 것도 아닌데 단상 위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인물의 영향력을 보여주듯 많은 직원이 섭섭한 표정으로 단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30년 5개월 하루하루를 곱씹어 보자면, 그래도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자랑스레 가족 여러분께 말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유성투자증권은 30년 역사를 가진 증권사였는데, 자리가 잡히기 전에는 그룹 본사에서 낙하산처럼 내려온 대표가 5년, 10년 이상의 임기로 회사를 경영했다.
하지만, 선진국의 증권 시스템을 보며 회사를 사실상 이끌어가는 CEO. 즉, 대표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이후부터는 철저한 경쟁과 임기제의 대표직을 유지했다.
오늘 행사는 제5대, 6대.
유성투자증권 역사상 최초의 연임대표였던 심주원의 퇴임식이 있는 날이었다.
“쉰을 넘은 나이에 정체되어 있던 유성투자증권의 선장직을 맡았고, 지난 4년간 유성투자증권을 이끌며 단 하루도 편히 자본 적이 없습니다.”
심주원은 무언가 벅차오르는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여러모로 부족했던 저에게는 힘에 부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성장이 멈추어 버린 기업의 대표직을 맡는다는 건 그랬다. 경쟁자들은 끊임없이 유성의 숨통을 끊으려 했고, 후발주자들은 자리를 위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저는 ‘유성투자증권’이라는 조직과 동료인 여러분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겪었습니다. 혹자는 조직이 우선이라며 내게 충고해 왔고, 혹자는 구성원 없이는 조직도 없다고 충고해 왔습니다.”
심주원의 말에 모두가 가만히 집중했다.
“저는 지금까지도 그 충고에 대한 선택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언제나 유성투자증권이라는 조직과 여러분들이 동등한 대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심주원은 지난 4년을 단 한 번도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았다.
선택을 해야 하는 여러 번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심주원은 언제나 둘 모두를 양손에 쥐고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저는 여러분과 유성투자증권이라는 모두를 가슴에 담았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생색을 냅니다만, 저는 여러분과 유성투자증권이라는 조직에 제 사랑을 온전히 바쳤습니다.”
심주원의 말에 강당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이 제가 유성투자증권의 대표가 된 이유이고, 책임과 권리를 부여받은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심주원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제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유능한 임직원들을 만났고, 유성투자증권의 구성원 모두가 회사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유성투자증권의 조직 분위기는 전례 없이 좋았다.
모든 책임은 회사에서 감당해 주니 새로운 도전이 끊임없이 나왔고, 그 과정에서 여러 프로젝트가 성공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제 기대에 응답해 주듯 회사를 연간 매출 1조 원 클럽에 올려놓았고, 성장이 멈추었다고 평가받던 유성투자증권을 업계 2위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심주원은 자신의 성과로 포장해도 될 것을 온전히 구성원들의 성과로 말해주었다.
퇴임식에서마저 말이다.
“지난 기간에 제가 유성투자증권을 이끌며 평생 자랑할 거리는 수많은 미래 인력을 발굴해 냈다는 점입니다.”
심주원의 말에 임직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4년간 유성을 이끌어왔던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유성의 얼굴이 되어 조직의 성장을 이끌 것입니다.”
심주원의 말에 모두가 손뼉을 치며 그의 공을 인정했다.
“반면, 제 4년을 돌아보자면 숱한 과오들도 있었습니다. 한 발짝만 더 나갔으면, 우리가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심주원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런 아쉬움과 잘못들은 온전히 제 몫으로 떠안고 떠나겠습니다.”
훗날 누군가가 그런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심주원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유성이라는 재벌그룹의 계열사이며 안락한 온실 속에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여러분들은 앞으로 나가십시오. 실패와 잘못의 역사는 모두 이 선배들에게 떠넘기십시오.”
심주원은 마지막 당부를 임직원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사랑하는 유성투자증권 가족 여러분, 우리를 향한 모진 평가를 뒤바꾸는 것은 온전히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도전의 파도를 넘는 일 또한 여러분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심주원의 얼굴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여러분에게 미래를 맡기고 저는 이제 과거로 퇴장하겠습니다. 유성투자증권이 류태화 신임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심주원은 단상 옆으로 나와 큰 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히 계십시오.”
행사장에 자리한 임직원들은 한 인물의 퇴장을 누구보다 아쉬워하면서도 그의 미래가 안녕하길 기원하는 듯 환호와 큰 박수를 보냈다.
* * *
“너에겐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날 저녁, 도경은 강남 모처에 있는 심주원의 자택에 초대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가만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술잔이 몇 순배 돌자 심주원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나는 늘 유성이 성장해야 한다고 입으로 떠들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확장해야 할지 고민했다.”
“…….”
“그런데 때마침 내게는 네가 나타나 준 거야.”
시의적절하게도 심주원이 자신과 더불어 회사를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도경과 더불어 여러 플레이어가 대거 나왔다.
“우리 업계에서 이런 말이 있지. 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려면, 뛰어난 플레이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와주어야 한다고.”
도경은 가만히 심주원의 말에 집중했다.
“윤 이사, 너를 필두로 류태화 대표 그리고 여러 일선 지점의 에이스들이 개인자산관리 부문에서 활약해 주었고, 너의 존재 덕분에 우리가 신라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었어.”
도경의 합류는 그저 쳐다만 보아야 했던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신라를 손에 쥔 이후에도 모두가 우리에게 저주를 해댔지.”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그때가 떠오르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신라증권 같은 문제가 쌓인 기업을 인수한 유성투자증권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거라고 저주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여러모로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던 거야. 우리에는 아주 훌륭한 플레이어가 있다는 걸.”
심주원은 미소를 지었다.
“윤도경의 존재 덕분에 신라증권을 자산운용사로 변신시킬 수 있었고, 훌륭한 팀을 가진 자산운용사가 되었지. 이제는 전 세계가 유성의 이름은 몰라도 신라의 이름은 알 정도니까.”
리우 덕분이었다.
도경의 소속이 신라이다 보니 해외에서는 모기업인 유성투자증권보다 신라자산운용이 더 유명해져 버렸다.
“나는 복 받은 대표였어. 윤도경을 비롯한 여러 차세대 스타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왔으니까.”
“대표님의 공입니다.”
도경은 진심을 담아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대표님과 류태화 대표님, 그리고 신선호 부사장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여전히 성남지점에서 있었을 겁니다.”
“…….”
“물론 그 자리도 제게는 벅찬 자리였죠. 하지만, 대표님께서는 편견 없는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셨습니다. 일선 지점 창구에 앉아 있는 지방국립대 출신의 젊은 직원에게 기회를 주셨으니까요.”
도경은 자신의 앞에 덕지덕지 붙은 부정적인 타이틀들을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은 심주원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었다.
“유성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젊은 플레이어들이 나오는 이유는 모두 대표님의 공입니다.”
도경의 말에 심주원은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듯 피식 웃었다.
“윤도경의 입에서 들으니까 뭔가 내 자신을 의심하던 게 사라지는군.”
“의심을 하셨습니까?”
“그래. 늘 내가 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했거든. 그저 플레이어들이 열심히 해 성과를 가져왔고,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고 나를 검열하게 되더군.”
심주원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인께 너무 가혹하십니다.”
“하하하, 그런 삶을 살았어. 하지만, 이제 윤도경이 인정해 주었으니 모두에게 자랑스럽게 떠들어도 되겠군.”
“응당 그러셔야죠.”
“앞으로도 열심히 해줘.”
심주원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류 대표는 알아서 잘할 거야.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너럴리스트에게는 스페셜리스트들이 필요해. 네가 그 역할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해주길 바란다.”
“모든 걸 다 해 돕겠습니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황무지에 뿌린 씨앗이 그저 허튼 일이 아니었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내 보이겠습니다.”
결의에 가득 찬 도경의 말에 심주원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은 자신을 믿어준, 또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은인의 퇴장에 존경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 * *
“다음 임시 주주총회에 신임 이사회와 사장단 구성을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며칠 후, 유성투자증권 대표실.
신임 대표 류태화는 경영지원 부사장인 신선호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새롭게 사장단을 구성하셔야 하는데, 신라에 있는 윤도경 이사를 본사로 호출하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신선호의 말에 류태화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선배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제 옆에 윤 이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요.”
류태화의 말에 신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회사 내에는 류태화와 경쟁하던 고재영을 지지하던 이사와 임직원들이 있었다.
그들이 생각을 쉽게 바꾸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류태화의 곁에는 여러 우군이 필요하다고 신선호는 생각했다.
“하지만, 선배님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시다는 건 윤 이사를 계속 신라에 두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신선호의 물음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대표가 되는 데에는 윤도경 이사의 도움이 아주 컸습니다. 다들 윤 이사가 본사로 입성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윤 이사는 신라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국민연금 위탁 운용 블라인드 펀드도 구성해야 합니다.”
류태화는 가만히 신선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에게는 윤 이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스페셜리스트를 필드가 아닌 이 유리창에 둘러싸인 빌딩에 가두고 싶지 않습니다.”
류태화는 도경의 실력은 온전히 필드에서 펼쳐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드실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가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각오가 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도전하지 않았을 테고요.”
류태화의 의지가 강력하자 신선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1년 후면, 신라를 유지한다는 5년 계약도 끝이 납니다.”
류태화의 말에 신선호는 가만히 집중했다.
신라증권을 인수할 당시 신라의 이름을 5년간 유지한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조건을 완수해야, 신라증권의 이전 오너가 일정 부분 남은 지분을 넘기는 조건이었다.
“저는 그때 합병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당하신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 준비를 할 것이고요.”
“준비라시면…….”
“신라자산운용의 대표에는 서용원 부사장을 보내겠습니다.”
서용원은 랩 어카운트를 훌륭하게 이끌며 부사장급으로 승진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무난하다는 평가가 뒤를 따르기 때문에 신선호는 따로 말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신라자산운용의 조직을 개편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 서두를 떼며 류태화는 신선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신선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0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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