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4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49화(34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49화
“일단 국내에 잡은 포지션은 모두 정리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한편, 도경은 일상으로 돌아와 사업부의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동안 워낙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또 아직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부 관리에 소홀한 것은 없었나 점검하고 있었다.
“국내 포지션을 모두 정리하란 말씀이십니까?”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놀란 표정이었다.
“네. 성문건설의 CB 빼고는 주식과 채권에 잡은 포지션 모두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를 한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국내 시장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것이 제 평가이기도 하고 앞으로 사업의 구조를 좀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론 제가 너무 하락세장을 보는 걸 수도 있고, 앞으로 상승을 더 할 수도 있겠죠.”
지금 주식시장에는 하락장세를 보는 전망과 하락은 없다는 전망이 충돌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하락은 없다는 전망이 이겨 상승하는 중이었지만, 도경은 수익 실현을 할 타이밍인 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아주 높은 수익권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고, 슬슬 리밸런싱을 해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말씀을 드려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수익 실현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요. 아무래도 엔저의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모두가 가만히 집중했다.
“현재 일본의 엔화 환율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낮은 상태라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최근 전에 없는 엔저를 겪고 있었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올리는 와중에도 여전히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는 돈을 푸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달러 대비 환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엔화나 일본 주식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같은 1달러를 가지고 지금은 더 많은 엔화를 가질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10년 전쯤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한 차례 있었습니다.”
최우진은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당시에도 어마어마한 엔저의 영향이 국내 시장을 뒤덮었었는데요. 엔화 가치가 20%가량 하락하자 전 세계 건설, 철강, 조선, 기계 수출까지 일본이 싹쓸이했었습니다.”
일본은 정밀제조업이 산업의 기수인 나라였다. 우리나라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자동차, 철강, 기계 등등.
엔화의 가치가 낮으니 당연히 해외 바이어들 입장에서는 값싸고 질도 좋은 일본 물품을 사는 것이 이득이었다.
“특히 터키 원전 산업, 해양 오일 플랜트 등등을 모두 일본 기업이 쓸어가며 국내 건설업계에는 아주 큰 파급력을 미쳤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네요. 국내에 일본 철강 부품이 20% 싸게 들어오고 있다고 하니까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과연 철강만 그럴까?’라는 게 제 의견이고, 수익을 실현하자는 이사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증권 사업부는 성문건설의 CB를 제외하고는 모두 현금화에 나서주시고요. 다른 분들은…….”
도경은 이연지와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펀드운용부와 벤처투자부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기다려 주십시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증권투자부를 포함해 사업부 전원이 블라인드 펀드 구성에 참여합니다.”
도경에게는 아직 남은 일이 있었다.
국민연금에게 위탁받은 자금을 포함해 2조 원대의 블라인드 펀드를 구성하고, 운용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블라인드 펀드는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에서 주식을 비롯해 메자닌, 기업인수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자 대상을 찾겠습니다.”
판을 크게 벌일 생각이었다.
2조 원이라는 돈을 모집할 생각일 만큼 이번 펀드로 도경 자신과 신라자산운용이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라고 보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 도경의 속뜻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왔고, 회의가 그렇게 끝나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사업부장실을 나섰다.
“선배는 왜 안 가세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도경은 여전히 무언가 불만이라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최우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지금 일이 잡히세요?”
“그럼요. 이게 제 일인데요.”
“본사에서는 연락이 없어요?”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태화 대표에게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내부 평가예요.”
“알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회사 내부의 소문을 의도적으로 듣지 않으려고 하던 도경이 이번에는 알고 있다는 듯 얘기해 왔다.
“이 자리에 있으니까 가만히 있어도 소문이 들리더라고요.”
“류태화 대표의 사람이라 봤자, 이사님 말고는 없습니다.”
최우진의 말 그대로였다. 물론 많은 임직원들이 류태화를 믿고 따를 것이다.
유성투자증권의 대표가 되었다는 건 많은 검증을 거쳤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회사 내부 정치라는 게 생각대로만 흘러가는 것도 아니었다.
“언제 본사로 호출되실지 모르는데, 일은…….”
“선배.”
도경은 가만히 최우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본사로 발령이 나도 거절하려고요.”
“네?”
“제가 이제 본사로 발령이 난다면, 필드에서 떠나야 할 것 같은데 저는 필드 체질이니까요.”
도경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회사의 사무실이 아닌 시장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해야 할 일도 많고요. 제가 이 자리에서 성과를 내는 게 오히려 류태화 대표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류태화 대표는…….”
“제가 아는 류태화 대표는 오히려 본인이 저를 안 부르시려고 할 거예요.”
“…….”
“제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아주 잘 아실 것 같거든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도경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저같이 뛰어난 플레이어가 시장을 떠나서 골방에 틀어박혀 경영을 하는 건 회사에게도 큰 손실이 아닐까요?”
도경이 농담을 섞어 얘기해 오자 최우진은 피식 웃었다.
“뭐, 맞는 말이긴 하죠.”
지이잉-
두 사람이 웃으며 이야기를 해나갈 때, 동시에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화면을 확인한 최우진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 이사님.”
최우진의 부름에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던 도경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 * *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다음 날,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본사 대표실에 와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류태화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류태화는 악수를 권하며 도경을 맞아주었다.
“방이 너무 넓은 것 같지 않습니까?”
류태화의 너스레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 자리에서 윤 이사를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앉읍시다.”
류태화의 안내에 도경은 자리에 앉았다.
“상의 후 발표해야 했었는데 사장단 인사가 워낙 보안이 요구되어서요.”
자리에 앉자마자 류태화는 변명을 하듯 얘기해 왔다.
“제게 양해를 구하실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대표이사로서 권한이 있으신 일이니까요.”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직함은 마음에 들던가요?”
“필드에서 뛰는 플레이어로서는 최고의 영광이 아닐까 싶습니다.”
류태화호의 새로운 사장단 인사는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신라자산운용의 조직개편은 파격 그 자체였다.
어제 공시로 발표된 이후 언론에서 기사가 나올 만큼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유성투자증권, 신라자산운용과의 합병 준비? 신라 조직개편」
「신라자산운용, 자산운용사로 변신한 지 4년 만에 조직개편」
「윤도경 이사의 전략투자사업부 전면으로 내세워」
「윤도경 이사 부문장으로 승격, CIO로 승진」
「업계에선 합병 이후를 생각해 조직 개편한 것으로 보고 있어」
도경이 이끄는 전략투자사업부는 전략투자사업 부문으로 승격하였고, 도경은 CIO(Chief Investment Office, 최고전략투자가)가 되며 C레벨 임원에 입성했다.
“기사로도 나왔지만, 합병 이후를 생각하는 조직 구성입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사업 부문 밑으로 신라자산운용에 있었던 모든 사업부가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를 경영하는 백오피스는 모두 대표이사 밑으로 이동했고, 투자를 단행하는 프런트 오피스의 경우는 모두 도경의 밑으로 편입되었다.
그리고 부동산투자 부문을 신설하며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모습도 보였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국민연금 위탁 운용을 앞두고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맞냐는 것 때문에요.”
류태화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개편을 할 시기가 애매하기도 했고, 차라리 개편 이후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만, 말씀하신 대로 오히려 지금 조직을 나누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얘기해 주니 다행입니다.”
“인력도 더 늘어났으니 더 좋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고요.”
도경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지 않아도 당부를 하려고 불렀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류태화를 바라보며 집중했다.
“그 투자에는 우리 유성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
“개인자산관리 부문은 우리가 가장 앞서 있지만, 펀드와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그렇지 못하니까요.”
유성의 성장에 발목을 잡는 것은 늘 자산운용 부문이었다.
“그래서 신라가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부문장의 능력을 신뢰해서 내린 판단이고요.”
“믿어주신 만큼 확실한 성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흡족한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문의 인사는 서용원 대표와 협의 후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일어날까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류태화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더군요. 부문장은 다른 것 생각하지 말고,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뒤는 나에게 맡기고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가장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겠다는 말이 오늘따라 너무도 힘이 되었다.
* * *
“대표님과는 안면이 있으시죠?”
한편, 신라자산운용으로 돌아온 도경은 신임 대표인 서용원과 인사를 나누고는 사업부로 돌아왔다.
아직 조직개편의 큰 틀만 나왔지, 진행이 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네. 제가 본사로 처음 왔을 때 부장님이셨습니다.”
도경이 랩 어카운트에서 일을 할 당시 부장이 서용원이었다.
“무난하신 분이라면서요?”
최우진은 궁금한 것이 많은 듯 물어왔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난하시고, 결단이 필요할 때는 결단력도 있으신 분이고요.”
“다행이네요. 나름 본사에서도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서요.”
“하하하.”
“그럼 우리 조직개편은 어떻게 될 예정인가요?”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직원들이 많이 심란해하죠?”
“네. 아무래도 부문이 신설되고 모든 사업부가 통합되다 보니까요. 다른 사업부원들과 어울려야 하는 문제도 있고…….”
“언제든 한번 겪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유성과 합병 전에 겪고 넘어가는 게 차라리 낫다 싶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조직개편은 좀 더 세부적인 것이 나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직원들 잘 다독여 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려 하던 찰나.
“선배.”
도경이 불러 세우자 최우진은 고개를 돌렸다.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개편안에서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최우진은 의아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증권투자부가 증권투자본부로 승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부장은 선배가 맡는 것으로 얘기되었고요.”
도경의 말에 순간 최우진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고,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승진 축하드려요. 선배.”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0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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