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5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54화(35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54화
“신라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와 관련해 말이 나오는 거 알고 있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모투자실장은 기금운용본부장의 호출을 받고 본부장실에 와 있었는데, 본부장은 기다렸다는 듯 말해왔다.
“네. 알고 있습니다.”
“김 실장 생각은 어떻습니까?”
실장은 본부장의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최근 여의도 바닥에는 신라자산운용의 블라인드 펀드가 커다란 화두였다.
워낙 규모가 크고, 국민연금에서 위탁운용을 맡겼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될 일이었는데,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 차세대 스타라 불리는 도경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모두가 블라인드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궁금해하던 찰나였다.
“저는 훌륭한 포트폴리오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신라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가 발표되자마자 여의도의 분위기는 딱 반으로 나뉘었다.
안정적인 선택을 하며 수익을 볼 수 있는 포트폴리오라는 평가와 윤도경이라면 특별할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무난하다는 평가.
펀드매니저가 도경이었기 때문에 무난한 포트폴리오라는 평가가 마치 실망했다는 평가가 되어 있었다.
“훌륭하다고요?”
“예. 저도 꽤 오래 증권계에 있었습니다만, 리소스파워에 관련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특히 리소스파워가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가장 높자 리소스파워에 관해 궁금해하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따로 조사를 해본 결과 시장을 거의 독점하는 기업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독점을 하고는 있죠. 미국 내 변압기 수요의 60%를 리소스파워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본부장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변압기의 가격이 너무 쌉니다.”
“…….”
“변압기의 매출이 리소스파워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변압기의 가격은 10년 전과 지금이 똑같습니다.”
“반대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사모투자실장은 저도 모르게 본부장의 말에 반박하고는 놀란 듯 가만히 서 있다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 정도의 반박은 할 수 있지. 어쨌거나 너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선택한 거 아니냐는 평가에 나는 동의하는데.”
본부장은 실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가 처음 신라자산운용에 5천억 원을 맡기겠다고 결론 내렸을 때 했던 이야기가 무엇입니까?”
“적어도 작년 위탁운용만큼의 수익을 기대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위탁운용은 60%가 넘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올렸다.
물론 투자한 기업의 상장에 따른 특수한 상황에서 얻은 수익이었지만, 신라라면 또 윤도경이라면 그만큼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한 말이었다.
“여의도에서는 10%의 수익만 봐도 엄청 잘됐다고 평가할 만한 포트폴리오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
10%도 아주 높은 수익률이었지만, 기대보다 못하자 본부장은 실망한 듯한 얼굴이었다.
시장수익률이 연초에 대비해 30% 이상 되는 미국 시장이었다.
“조금 지켜보시죠.”
그런 본부장을 보며 잠시 망설이던 실장은 입을 열었다.
“윤도경 이사는 지금까지 남들과 다른 것을 해왔습니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를 한 것이고.”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윤도경은 특이한 투자 대상을 고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에도 윤도경은 늘 남들이 보지 못하는 종목을 고를 것이라는 착각을 합니다.”
실장의 말에 본부장의 이맛살은 찌푸려졌다.
“지금까지 윤도경 이사가 걸어온 길을 보면 평범한 기업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전망을 봐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실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얘기했다.
자신이 이번 위탁운용 투자에서 신라자산운용을 적극적으로 푸쉬한 이유였다.
“저는 지금 오히려 기분이 좋습니다.”
“뭐라고요?”
“윤도경 이사와 신라자산운용은 늘 타인이 비웃을 때 뜻밖의 결과를 내어왔기 때문입니다.”
“…….”
“설령 높은 수익률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우리가 맡긴 돈은 잃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연금이 위탁투자를 하는 이유는 국민의 재산을 잃지 않기 위함이니까.
좀 더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곳에 맡긴 이유였다.
“무슨 말인지는 잘 알았습니다. 그럼 나는 김 실장의 말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본부장은 설득되었다는 듯 얘기해 왔지만, 기실 속뜻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얘기였다.
실장에게는 본부장의 말이 만에 하나 투자에 손실이 있을 시 네가 책임지라는 말로 들렸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실장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본부장실을 나섰다.
탁-
본부장실의 문을 닫고 나온 실장은 목에 맨 타이를 풀어 헤쳤다.
내부에서 흘러나올 수 있는 불만이 투자를 하는 신라자산운용에 넘어가지 않도록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 실장이었다.
“내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지는 윤 이사의 몫이에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렇게 혼잣말을 한 실장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 * *
“문제가 없는 것 확실하고.”
한편, 도경은 최근 들어 퇴근 이후 아지트를 찾는 비중이 늘었다.
오늘도 아지트 서재에 앉아 리소스파워를 포함해 블라인드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종목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했다.
“나만 좋아 보이나?”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도경도 귀가 있었고 눈이 있었다.
근래 여의도에 떠도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평가에 마음이 편할 리는 없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투자를 실행할 때까지 종목들에 대한 조사를 열심히 했고, 확신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투자를 한 이후 포트폴리오가 외부에 알려지자 들려오는 평가가 불편했다.
“매출 훌륭하고…… 쇼티지라는 게 아직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변압기 공급 부족 현상이 아직 대두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저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간간이 기사로 나오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변압기라는 부품의 특성상 공급 부족 상황이 오더라도 불편함이 없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기존의 변압기를 수리하면서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면 됐으니까.
“의심하지 말자.”
도경은 자신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으려 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뿌리치려는 듯 혼잣말을 했다.
“팀원들이 몇 날 며칠을 고생한 결과고, 나도 최선을 다한 결과이니까.”
도경은 그리 혼잣말을 하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도경의 얼굴에는 조금 전까지 자리 잡고 있던 걱정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믿고 기다리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애써 실패를 생각하며 걱정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집에나 가자.”
지이잉-
도경이 가방을 정리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반가운 번호를 확인한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리우!”
-윤, 잘 지냈습니까?
“물론입니다. 리우는 잘 지내셨습니까?”
-나는 미스터 윤 덕분에 하루하루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덕분에요?”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파미르 캐피탈의 대표인 리우였다.
도경은 자신 덕분에 하루가 즐겁다는 리우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얼마 전, 미스터 리와 식사를 했습니다.
“아! 그렇지 않아도 리우가 우리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를 챙겨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리우는 이지훈을 불러 식사도 하고 불편한 것이 없는지 물어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었다.
-미스터 리에게 듣자 하니 최근 한국 상황이 재미있다고요. 미스터 윤의 블라인드 펀드 때문에요.
“아…… 자꾸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원래 호사가들은 우리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늘 술자리 안주처럼 얘기하곤 하니까요.
리우는 재미있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아주 훌륭한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원 카지노나 메디플래닛 모두 앞으로 실적이 기대되는 기업들이니까요. 특히…… 리소스파워는 아주 재미있더군요.
무엇이 리우의 흥미를 끈 것이지 도경은 알 것만 같았다.
-아무리 봐도 리소스파워는 미스터 윤의 작품인 것 같은데. 내 예측이 틀렸습니까?
“맞습니다.”
-하하하, 그럴 줄 알았습니다. 리소스파워에 대해 듣고 나서는 여러모로 조사를 해봤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런 부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엔 단 두 사람밖에 없겠거니 싶더군요.
“두 사람이요?”
도경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네. 하나는 미스터 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워렌 버핏입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화들짝 놀랐다. 자신의 이름과 워렌 버핏의 이름이 나란히 놓이는 상황을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것을 말해오는 사람이 무려 리우였다.
-워렌이 이번 일본 투자에서 많은 이익을 본 것을 알고 있지요?
“네. 알고 있습니다.”
워렌 버핏은 일본의 종합상사 기업 주식을 조 단위로 매수했다. 그리고 일본의 주식 시장이 근래 미친 듯 상승하자 30%의 수익을 보고 팔았다.
-수익을 보기 전 상황을 생각해 보자고요. 모두가 일본의 종합상사에 투자하는 워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워렌도 늙었다며 비아냥거리는 이야기도 나왔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순한 투자에서도 워렌은 모두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봤습니다. 이번 리소스파워에 대한 투자도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이 아닙니다. 아주 재미있는 전망을 봤더군요. 리소스파워의 변압기는 눈가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리우의 물음에 도경은 못 당하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애초에 전기강판을 보고 들어간 투자입니다.”
-하하하! 역시 미스터 윤입니다. 이번에 조사를 하며 나도 리소스파워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우리 파미르 캐피탈에서도 투자를 좀 해볼까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리우의 전망도 내가 본 전망과 같다면 안심이 되네요.”
-좋은 종목이에요. 이런 종목을 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무시하세요. 오직 내가 본 전망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게 투자라는 걸 명심하고요.
리우는 도경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 아는 듯했다.
“고맙습니다. 리우. 늘 도움만 받습니다.”
-하하하, 글쎄요. 오히려 내가 늘 도움을 받는 것 같아 미안할 뿐인데. 나는 그저 말로만 때웠을 뿐입니다. 그럼 바쁠 테니 이만 끊겠습니다.
“미국에 가거든 찾아뵙겠습니다.”
-좋습니다. 윤을 다시 볼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리우가 그리 말하고 전화를 끊자 도경은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아지트를 나섰다.
* * *
“현재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3.22%입니다.”
한 달 후, 도경은 펀드운용본부의 본부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원 카지노 리조트 그룹이 어마어마한 주가 상승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비중이 큰 리소스파워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며 수익률이 3%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펀드운용본부장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최근 어려운 장에서 원 카지노 덕분에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나온다니 다행입니다.”
“예. 이사님의 말씀대로 시장 상황만 좋아진다면,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금방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와 긴밀히 협력해 모든 정보에 귀를 열고…….”
띠링-
도경이 당부 사항을 전달하려고 할 때 본부장의 휴대전화에서는 알림음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무음으로 바꾼다는 게 깜빡했습니다.”
“아닙니다. 급한 연락일 수도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도경의 말에 본부장은 고개를 숙여 양해를 구하고는 화면을 확인했다.
“뉴스 속보입니다. 캘리포니아에 커다란 산불이 난 것 같습니다.”
별 뉴스가 아니라는 듯 본부장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산불이요?”
하지만, 도경은 그렇지 않다는 듯 본부장을 보며 물었다.
“네. 워낙 산불이 많이 나기는 하는 동네인데 대피령이 내려진 것을 보니 이전과 다르게 큰 규모인 것 같습니다.”
본부장의 말에 도경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무언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본부장님.”
“네.”
“우리가 리소스파워에 투자한 이유가 뭐죠?”
“변압기 시장의 쇼티지(Shortage, 공급 부족) 상황에 따른 변압기 가격 상승과 주요 원자재인 전기강판을 생산한다는 점에서였습니다.”
“그럼 만약에 변압기의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질 수 있는 상황은요?”
도경의 물음에 본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답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변압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면, 전기강판의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럼 변압기의 가격이 오를 테고요. 물론 전기강판의 가격도…….”
당연한 걸 묻는 도경을 보며 답을 하던 본부장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설마…….”
“산불이 심해지고 도시에 대피령이 내려질 정도면 전신주는 무사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서부 전체에 걸쳐 전신주 수요가 늘 수 있습니다.”
산불 피해를 복구하다 보면 가장 시급한 것이 다시 전기를 공급하는 일이었다.
본부장의 답에 도경은 ‘딱’ 하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튕겼다.
“우리가 기다렸던 것보다 리소스파워의 주가 상승이 빠르게 올 수 있습니다.”
“시장도 급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부장의 답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르게 자리로 돌아가서 시장 변화에 대응하세요. 산불 피해 규모와 전신주가 파괴된 규모도 조사할 수 있으면 합시다.”
도경의 말에 본부장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본부장실을 나섰고, 도경도 자리로 돌아가 현재 상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10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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