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5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55화(35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55화
“이게 참 매일 이렇게 피해 다녀야 하나.”
다음 날, 국민연금 사모펀드 실장은 조심스레 회사에 출근을 하고 있었다.
묘하게 자신의 출근 동선과 본부장의 출근 동선이 겹치며 최근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최근에는 그것이 불편해 출근 시간을 당겨 본부장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본부장님도 참, 나보다 여의도에 더 오래 계셨으면서.”
실장은 투덜거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본부장의 심정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자리가 자리니까.”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 무용론이 때만 되면 고개를 들었고, 기금운용본부의 실적은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었다.
경제 상황이 좋든 나쁘든 기금운용본부는 무조건 성적을 내야 했다.
실적 앞에 마이너스 기호가 찍히는 날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정치권과 언론이 무섭게 두들겨 댔다.
본부장이 아무리 여의도에 오래 있었고, 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안다고 해도 지금은 기금운용본부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다.
“불편하긴 하다만…… 좋은 날에는 또 달라지겠지.”
실장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으며 본부 빌딩으로 들어섰다.
“김 실장!”
그렇게 모두의 눈을 피해 출근을 하던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실장은 얼굴을 오만상 구기며 욕을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본부장님, 출근하셨습니까?”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자신을 향할 모진 말들에 대비를 했다.
“하하하, 김 실장도 좋은 아침입니다.”
하지만, 기분이 좋게도 예상을 빗나간 본부장의 밝은 목소리에 실장은 고개를 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놀랍니까?”
“아! 아닙니다.”
“어제 소식 들었지요?”
본부장의 물음에 실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이것 참, 아무리 사모펀드 투자만 관리하는 직이라고 해도 시장 돌아가는 분위기를 너무 모르는 거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있겠습니까? 하하하.”
본부장은 다가와서 실장의 양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고, 잘하면 되지요.”
실장은 속으로 본부장이 말을 빙빙 돌려 자신에게 잘하라는 듯 얘기하는 거라 생각하며 쓴 입맛을 다셨다.
“그런 점에서 김 실장은 아주 훌륭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어요.”
“…….”
“그럼 고생해요.”
본부장이 어깨를 두드려 주고 걸음을 옮기자 실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왜 일찍 출근하시고…….”
멀어지는 본부장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르다가 안 되니 이제는 달래시네. 하…… 눈치 보여서 이것 참.”
실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로 향했다.
“실장님, 나오셨습니까?”
“어, 좋은 아침. 무슨 일 없지?”
실장은 그리 묻고는 자신으로 방으로 들어갔는데, 부하 직원이 보고서를 들고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간밤에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좋은 소식?”
옷걸이 재킷을 걸다 말고 실장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뭔 소식?”
“어제 미국시장에서 리소스파워의 주가가 14%나 올랐습니다.”
“뭐?”
“모르긴 몰라도 오늘쯤 신라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이 두 자릿수대로 올라갔을 겁니다.”
직원의 말에 실장은 놀란 얼굴로 급하게 자리에 앉아 PC를 켰다.
“갑자기 왜?”
“미국에 큰 산불이 났다고 합니다.”
“어, 아침에 출근하면서 라디오 듣는데 뉴스 나오더라. 서부 지역에 아주 큰 불이 났다고?”
“예. 산불이 도시로 번지고, 산에 있는 고압전선들이 많이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부하 직원의 말을 들으며 화면에 뜬 리소스파워의 주가를 확인했다.
정말이지 상황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언제 지지부진했냐는 듯 주가는 미칠 듯 올라 +14%의 상승을 했다.
“평가를 들어보면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습니다. 변압기의 공급 부족 현상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
실장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거 보고서야?”
“네.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부하 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입었다.
“이리 줘. 본부장님께 보고드리러 가야겠다.”
“이미 알지 않으실까요? 매일 보고가 들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알고 계셔.”
아침에 본부장이 자신을 반겼던 이유를 실장은 인제야 알 것 같았다.
“그럼 보고를 안 드려도…….”
“미쳤어?”
“네?”
“본부장한테 그동안 얼마나 갈굼 당했는데, 지금 가서 어깨 좀 펴고 해야지. 빨리 줘.”
실장의 말에 부하 직원은 보고서를 건넸다.
“어우, 오랜만에 본부장실에서 커피 한잔 얻어먹겠네. 그동안 커피도 안 주고 갈구더라.”
실장은 그리 말하고는 어깨가 잔뜩 올라간 자세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부하 직원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역시 윤 이사입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지난 일주일 지금과 같은 전화를 거의 매일같이 받고 있었다.
미국의 서부에 난 큰 산불이 전력공급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주며 리소스파워의 주가가 치솟고 있었다.
-오늘 아침 뉴스에 보니 변압기 공급 부족이 심하다면서요?
수화기 너머 전화 상대는 이번 펀드에 큰 투자를 한 도경의 오랜 고객 권은호였다.
“예, 그렇습니다.”
-이거 알고 있었습니까?
권은호의 물음에 도경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물론 공급 부족이 언젠가 문제가 될 거라는 걸 알고 들어간 투자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누군가는 아주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 괜스레 호들갑을 떨고 싶지 않았다.
-알았겠지요. 윤 이사라면 별다른 생각 없이 투자를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윤 이사의 실력이 좋아서지요. 알고 있습니까? 산불로 인해 변압기 공급 부족 사태라는 게 미국 뉴스의 톱을 장식하다 보니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권은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변압기 생산업체들의 주가가 오늘 많이 오르고 있더군요.”
오늘 한국 주식시장을 이끄는 테마는 변압기였다.
변압기를 직접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장비, 부품 기업들도 테마에 올라타 주가가 상승하고 있었다.
변압기 생산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늘리게 되면 이익을 볼 거라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예. 어쨌든 윤 이사 덕분에 펀드는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말씀을 들어보면 많이 불안하셨나 봅니다.”
-티가 났습니까? 아무래도 큰 금액이 들어가다 보니 불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와 제 팀을 조금만 믿고 기다려 주시면, 3년 후에는 큰 수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바쁜 사람 잡고 너무 오랜 시간을 빼앗은 것 같군요. 나중에 밥이나 한번 먹읍시다.
권은호의 인사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네네. 들어가십시오.”
전화를 끊자마자 타이밍 좋게 노크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렸다.
“본부장님.”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증권투자부를 이끄는 최우진이었다.
“밖에서 보니 전화를 하시던데요.”
“말도 마십시오. 요즘 하루도 안 거르고 고객과 전화를 하게 되네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피식 웃으며 다가와 서류철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아무래도 다들 맡긴 금액 단위가 천억 원을 넘어가다 보니 불안한가 봅니다.”
“이럴 때는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더 편한 것 같네요.”
“하하하.”
도경은 그리 말하며 최우진이 가져온 서류철을 펼쳤다.
“슬슬 말씀하신 전기강판에 관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자 GS의 리포트에는 전기강판 쇼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GS에서요?”
“네. 리포트 입수해서 보고서에 적어두었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GS는 자신의 고객들에게만 제공되는 리포트에 전기강판의 공급 부족이 앞으로 전기차와 변압기 등 전기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적어두었다.
“그러면서 탑픽으로 꼽은 종목이 있습니다.”
“리소스파워네요.”
그리고 GS는 고객들에게 투자를 한다면 리소스파워에 투자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렇습니다. 전기강판을 자체 생산한다는 점에서 변압기 공급 부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올해 말에 전기강판 생산 라인이 증설 완료되면 외부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것도 탑픽으로 추천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합니다.”
“뭐가요?”
“GS리포트에 적힌 이야기들은 전부 이사님께서 저희에게 리소스파워를 소개하며 해주신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누구나 리소스파워를…….”
“저는 백번 죽어다 깨어나도 몰랐을 겁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진심입니다. 부끄럽지만, 주식 시장에 오래 있었음에도 리소스파워를 이번에 이사님께서 말씀해 주셔서 처음 알았으니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워낙 구시대를 상징하는 산업체라……. 하지만,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팀 내부에서도 이사님의 혜안에 놀라고 있습니다.”
“그만하시죠. 부끄럽습니다. 이번 포트폴리오는 아무리 곱씹어봐도 너무 완벽한 것 같습니다.”
도경은 최우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벤처투자본부에서 추천한 메디플래닛도 그렇고, 원 카지노가 정말 좋은 성과를 내주고 있으니까요.”
“참, 그렇지 않아도 보고를 드릴 게 있습니다.”
“보고요?”
“네. 보고서 뒷면을 보시면…….”
최우진이 보고서를 향해 손짓을 하자 도경은 보고서의 뒷면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이게 뭡니까?”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협회에서는 매달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카지노들의 방문자 수를 공개합니다.”
“이게 원 카지노의 방문자입니까?”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어깨가 한껏 올라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방문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0% 상승했습니다.”
원 카지노의 방문자 수가 미칠 듯 상승하고 있었다.
“물론 저 사람들이 모두 카지노에서 게임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원 카지노에는 카지노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밥도 먹고, 호텔도 이용하고 다른 쇼들도 보는 종합오락센터나 다름없죠. 좋습니다. 다음 분기 매출을 기대해 봐도 되겠는데요?”
도경이 확신을 하듯 얘기하자 최우진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증권투자본부의 실력이 많이 올라온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더 열심히 해서 이사님이 조금 더 편해지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하하, 제 일은 뺏어가지 마십시오.”
두 사람이 그렇게 너스레를 떨며 농담을 주고받고 있을 찰나.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다급한 표정의 한다현이 들어왔다.
“한다현 본부장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도경은 전혀 처음 보는 한다현의 얼굴에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려는 것을 간신히 가라앉히고는 물었다.
“이사님, 지금 뉴스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태블릿 PC를 도경에게 건넸는데 화면에는 미국의 유명 메디컬 뉴스의 기사가 떠 있었다.
“이게…….”
“거대 제약사인 라이프메드에서 메디플래닛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한다현의 말에 도경과 최우진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10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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