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5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57화(35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57화
“오랜만에 둘이서 술을 다 먹네.”
며칠 후, 주말을 맞아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경은 걸려온 최우진의 전화를 받고 집 앞에 있는 치킨집에 나왔다.
“그러게요. 무슨 일이세요? 아무리 토요일이라더라도 형수님이랑…….”
“아, 와이프랑 애는 여행 갔어.”
“여행이요?”
“평일엔 학원 다니느라 힘든 애를 주말에 집에서 쉬지도 못하게 하네 세상이.”
“아, 그냥 여행은 아니고 뭐 체험학습 이런 건가 봐요?”
“어. 요즘 진짜 세상이 이상한 게 뭔지 알아? 주말에 애들이 집에 있지도 못해, 무슨 체험학습이니 뭐니 다녀야 한다고.”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체험학습을 가는 게 하나의 문화가 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우리 때랑은 또 다르니까요.”
“그렇긴 한데. 하여튼 옆집에 누구는 가고, 반 친구 누구는 가고 그런다니까 보내긴 하는데 영 기분이 그렇다.”
도경은 최우진의 심정을 이해했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뒤처질까 봐 싶어 흐름에 따라가야 하는 심정을.
“그런데 선배는 왜 안 가시고요.”
“반 친구랑 친구네 엄마랑 간다는데 거기 끼기도 뭐하고…… 또 미국 시장도 살펴야 하고.”
아무래도 시차 때문에 미국 시장의 한 주의 끝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토요일 오전에야 끝난다.
“그래서 저 부르셨구나. 심심하셔서.”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들켰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티 났어?”
“그럼요. 선배는 계속해서 말씀하셔야 하는 분이니까요.”
“아, 윤도경 때문에 인간관계가 너무 협소해졌어.”
맥주를 마시던 도경은 최우진의 말에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윤도경 팀에 있다는 소문이 동기들한테 난 이후로부터는 하나같이 전화 와서 우리 포트폴리오를 물어보잖아.”
“그래요?”
도경은 최우진이 정말 난처한 상황에 놓였겠다 싶었다.
최우진의 무기는 정보력이었는데, 그 정보는 자신의 동기들에게 얻은 것이었다.
이제는 가진 정보가 최우진이 더 많은 상황이 되니 반대가 되어버렸다.
“급 떨어지는 정보 살살 풀어주지 그러셨어요.”
도경이 감자튀김을 먹으며 재밌다는 듯 말하자 최우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안 돼.”
“왜요?”
“이게 애초부터 싹을 잘라야지. 작은 게 나중에는 큰 게 된다니까?”
“그럼 선배가 뭐가 돼요.”
“뭐가 되긴? 좀 뜨니까 동기들 버린 의리 없는 놈이 되었지.”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윤 이사 말이 뭔지는 알아. 작은 거 던져주고 라인을 더 유지하는 게 나한테는 이득이겠지.”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 작은 걸 주게 되면 분명 걔들은 어디에서 떠들고 다닐 거야. 윤도경 이름을 팔면서.”
도경은 가만히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런 상황이 되는 게 내가 싫더라고.”
“…….”
“이제 막 한창 이름 날리고 있는데 지금 같은 때를 제일 조심해야 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 윤 이사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 인간들이 하나씩 나올 거야.”
특히 돈과 관련된 이 세계는 더더욱 그랬다.
어떻게든 상대를 자신이 파는 상품에 투자하게 만들려면 자신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야 했고, 유명인과의 인맥은 상대를 단번에 홀리게 할 만한 좋은 재료였다.
정치인, 연예인과 같이 찍은 사진 하나가 자신의 가치를 올려주는 세계였다.
“그리고 말하겠지. 윤도경 같은 사람이랑 내가 친하다. 그러니 나한테 투자해라. 윤도경 팀에서 나온 정보가 있다.”
최우진은 이 세계에서 입이 가벼운 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홀려 투자하고 손실을 보면? 투자한 사람은 그 인간을 믿은 게 아니라 그 인간이 팔고 다닌 윤도경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믿은 거라고.”
“…….”
“그 인간을 탓하기보단 윤도경을 탓하겠지.”
당장 내 돈을 잃어 눈이 돌아가는 상황에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란 어려웠다.
“그러니 차라리 내가 더러운 놈 되고 말지.”
“선배에겐 늘 미안한 마음뿐이네요.”
“그런 마음 가지지 말고, 꽃길만 걸어. 옆에서 내가 벌레들 다 쳐내줄 테니까.”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는 최우진을 보니 자신이 사람 하나는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나한텐 하지 말고…….”
“그럼요?”
“우리 딸한테 보답해.”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물론이죠. 서연이는 제 조카인데요.”
“어우, 요즘 스마트폰 좋은 걸로 사달라고 어찌나 성화인지 크, 크흠. 아버지가 벌이가 변변치 않아서…….”
“하하하.”
도경은 크게 웃으며 최우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출장 다녀와서 근사한 걸로 선물할게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출장 가?”
“픽스 된 것은 아닌데요. 가야죠. 이제는.”
도경은 앞에 있는 잔을 들이켜고는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선배.”
“왜.”
“국내 파트를 좀 맡아주실 수 있으시죠?”
“국내 부분?”
“네. PI 자본 남은 것 좀 굴려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이제 국내 장에서 손을 떼려고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최우진은 몸을 돌려 도경을 바라보았다.
“설마…….”
“네. 이제 제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볼까 해요.”
“윗선에서는 뭐라고 해?”
“저를 믿는다고 하시죠. 그리고 어디에 투자 중점을 둘지는 이제 제가 택하는 거고요.”
이전까지는 투자 대상에 대해 대표의 결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도경은 최고투자책임자가 되었고, 투자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부여받았다.
대표에게는 후보고만 하면 될 일이었다.
“이번 블라인드 펀드를 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최우진은 가만히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국민연금 같은 라지캡이 이끌어주는 환경이 되었으니, 이제 우리나라에도 글로벌한 투자사가 하나 나올 때가 됐다고요.”
최우진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국민연금이라는 라지캡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빠르게 해외로 시선을 돌려 해외자금을 투자받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로서의 도약을 하기 좋은 시기였다.
“그리고 저는 그 지위를 우리 신라가, 유성이 하길 바랍니다.”
“윤도경 말고는 인물도 없고.”
추임새를 넣듯 말해오는 최우진을 보며 도경은 피식 웃었다.
“이전까지는 제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엄두를 못 냈는데, 이제는 가능할 것 같아요. 이번 블라인드 펀드에서 선배를 좀 더 믿게 되었거든요.”
“어쭈, 그럼 이전에는 못 믿었어?”
“쪼금?”
도경은 엄지와 검지를 겹쳤다.
“이야. 그렇게 제스처를 취할 일이야?”
“다시 보세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았는데 손가락 제스처가 어느새 손가락 하트로 변해 있었다.
“하하하, 윤 이사도 이제 너스레를 떨 줄 알고 많이 변했네.”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있어. 믿고 맡겨줘. 적어도 윤 이사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테니까.”
이번 블라인드 펀드에서 최우진을 비롯한 한다현 등 팀원들이 얼마나 많은 능력을 보여주었는지 말하면 입이 아픈 상황이었다.
각자 시장을 읽는 눈도 많이 올라왔고, 팀 내에서 최우진의 리더십은 도경 이상이었다.
“그리고, 열심히 해서 우리 팀 모두를 월 스트리트로 데려가 줘.”
도경의 팀에게는 한국은 이제 좁은 시장이었으니까.
“네. 몇 해 안에 우리 팀의 이름이 월 스트리트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도경이 확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얘기하자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윤도경의 미래를 위하여.”
최우진이 그리 말하며 잔을 들이밀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팀의 미래를 위하여.”
두 사람은 잔을 부딪치고는 오랜만에 둘만의 회포를 나눴다.
* * *
“너는 요즘 얼굴이 핼쑥하다.”
다음 날 아침, 도경은 오랜만에 보는 동생 윤도진을 향해 반갑다는 듯 인사했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근 한 달 만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는데, 동생의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말도 마. 요즘 인수 건 하나 진행하느라고 죽을 것 같아.”
“요즘 인수 이슈가…… 1번가 그거 너희가 해?”
동생은 M&A(인수합병) 전문 로펌에서 변호사로 재직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파트너가 아닌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 소속변호사)로 직급이 낮았기 때문에 실무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어떻게 알아?”
“왜 몰라? 내가 유성 소속인데.”
“아…….”
유성그룹에 속해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최근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소문을 도경은 들었다.
아마 인수하려는 측의 대리인이 동생이 일하는 로펌인 것 같았다.
“말 못 해. 여튼 처음으로 인수 실무 해보는데 진짜…….”
동생의 모습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힘드냐?”
“말도 마. 상법, 공정거래법부터 무슨 주주들 눈치도 봐야 하고…….”
“그런 것까지 대리해?”
“형도 신라 인수 때 그냥 회사에서는 사겠다는 생각만 했지, 결국 법적 검토는 법무 대리인이 다 했을걸?”
동생의 말에 도경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는데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맞네.”
“그나저나 형은 또 큰 건 했더라.”
“이젠 일상이지.”
도경의 너스레에 동생은 한껏 인상을 구겼다.
“사람이 그런 위치에 올라가면 겸양이란 걸 좀 떨어라.”
“형이 말이야. 이렇게 해도 재수 없고, 겸양을 떨어도 재수 없는 상황인데 차라리 공치사하고 재수 없다는 말 듣는 게 수지타산에 맞지 않겠어?”
도경이 실실 웃으며 얘기하자 동생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쨌거나 법무 대리인 필요하면 우리 좀 써줘.”
생전 저런 말을 하지 않던 동생의 말에 도경은 의외라는 듯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아, 나도 이러기 싫은데 우리 대표 변호사가…….”
윤도진은 여러모로 유명인의 동생으로서 귀찮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회사랑 거래하는 로펌이 있어서 내 마음대로 못 해. 근데 대신 나중에 인사는 한번 드릴게.”
도경은 동생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얘기했고, 동생의 얼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가 자리를 잡았다.
“정말?”
“그래.”
“고마워. 어우, 드디어 살았네.”
“근데 좀 걸릴 것 같아. 따로 말은 하지 말고.”
“왜? 무슨 일 있어?”
동생의 물음에 도경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엄마 그리고 윤도진.”
“왜?”
두 사람은 무슨 일 있냐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당분간 출장을 갈 것 같아요. 좀 오래.”
“오래? 얼마나?”
도경의 말에 어머니는 놀란 듯 물었다.
아들의 나이가 이제 서른 중반이 넘었는데도 어머니는 여전히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글쎄요. 프로젝트를 끝낼 때까지라 언제라고는 말씀 못 드리겠어요.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도경의 말에 어머니의 얼굴에는 걱정이 물들어갔고, 동생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자리 잡았다.
“형, 미국 가?”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아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가야 해요. 대신 자주 연락드리고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알아서 잘할 거로 생각하지만…… 밥도 잘 챙겨 먹지 않고 일만 할까 봐 그게 걱정이구나.”
“밥 챙겨 먹고 건강 챙길게요. 나도 이제 나이가 나이라. 몸이 힘들어서 못 버텨요.”
도경은 동생을 바라보았다.
“일이 힘들겠지만, 엄마 잘 챙기고.”
“걱정하지 마. 그래도 이 집에서 형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테니까.”
“어쭈, 이제 제법 어른티가 나네.”
“나 때문에 형이 희생한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동생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도진이 믿음직하죠? 도진이도 자리 잡혔고, 지금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적절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 도경이 너도 이제 너를 위해 살아야지. 엄마는 늘 걱정이지만, 그래도 도경이 네 앞길을 응원할게.”
“나도! 나도 응원할게.”
동생과 어머니의 지지에 도경은 잠시나마 새로운 세계로 향한다는 걱정을 내려두고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할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12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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