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5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59화(35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59화
“괜찮으시겠습니까?”
도경과 윌리엄 마셜의 만남을 주선한 리우 샤오는 레지던스를 떠나는 차에 올라탔다.
앞에서 운전을 하던 비서는 의구심을 가진 얼굴로 물었다.
“뭐가?”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던 리우는 자신을 향한 물음에 고개를 돌려 룸미러를 통해 비서와 눈을 마주쳤다.
“빌은…….”
비서는 말끝을 흐렸다. 자신이 오랫동안 리우를 모셔왔고, 리우의 모든 것을 다 하는 집사이기는 했지만, 윌리엄 마셜은 리우의 후계자였다.
“이기적이지.”
하지만, 리우는 비서가 말을 꺼낸 이유를 알겠다는 듯 답했다.
“그래서 윤도경을 붙인 거야.”
“미스터 윤에게 실례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비서의 말에 리우는 입을 꾹 다문 채로 코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윤도경에게 빌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
윌리엄 마셜은 수재 중 수재였다.
4년제인 미국의 고등학교를 3년 만에 조기 졸업 하고, 당당히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했고, 아주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재들만 간다는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증권업계에 뛰어들었다.
“실력은 빌이 윤도경에게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아.”
리우가 빌을 처음 만난 것은 빌이 블랙 세일즈의 기업금융 담당으로 있었을 때다.
블랙 세일즈는 우리 돈으로 1경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자산운용사인데, 그곳에서 최연소라는 타이틀은 모두 깨고 승진을 해나가던 빌은 리우의 눈에 띄었다.
“최근 우리 파미르의 성과는 모두 빌이 내고 있으니까.”
리우는 몇 번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사람을 꿰뚫어 보는 재주가 있다고 믿고 있었고, 지금까지 자신이 본 대로 사람들은 행동했다.
빌은 아주 이기적이고 늘 자신감을 필요 이상으로 보여주었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차치할 만큼의 능력이 있었다.
어찌 보면 능력이 있으니 그런 성격도 용서가 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빌에게 부족한 것이 한 가지 있어.”
“그게 무엇입니까?”
“자신의 어깨 위에 아무것도 얹지 않으려 하는 것이지.”
리우가 생각하는 빌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
빌은 파미르 캐피털의 CIO였다.
물론 투자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리우 본인이었지만, 최고투자책임자인 빌이 모든 투자를 단행했다.
이름에서부터 최고투자책임자라는 것은 일이 터졌을 때 책임은 이 직책을 가진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왕관을 썼음에도 왕관의 무게를 타인에게 지우려고 해.”
물론 빌이 투자에 실패한 적은 없었다. 실패한 투자를 타인에게 책임을 떠넘긴 적도 없었고.
리우가 말하는 것은 그런 것과 성격이 달랐다.
“윤도경이 이번에 미국에 진출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아나?”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자산 운용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하더군.”
리우의 말에 비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와 같은 반응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겠지. 윤도경이 뭐라고? 아니, 신라나 유성이 뭐라고 한국의 자산 운용 시장을 키울 수 있겠어?”
리우가 자신의 표정을 읽고 속을 꿰뚫어오자 비서는 가만히 리우의 말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야. 늘 어깨 위에 짐을 한껏 올리는 거지. 내가 실패하면 한국의 자본시장은 외국자본의 놀이터가 된다는 것.”
비서는 인제야 리우가 말한 왕관의 무게가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파미르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라면 그 정도 거창한 것도 필요 없어. 내 투자 하나에 파미르 구성원들의 미래가 걸려 있다든지, 아니면 우리에게 돈을 맡긴 고객들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아주 단순한 무게감.”
리우는 비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빌에겐 그런 것이 없네.”
“…….”
“빌은 자신의 투자는 틀리지 않는다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어. 물론 그게 나쁜 것은 아니지. 문제는…….”
“리우의 후계자라는 것이지요.”
“그래.”
리우가 은퇴를 하게 되면 앞으로 파미르를 이끌어갈 빌이었다.
그런 빌이 저와 같은 마음가짐을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앞으로 파미르의 미래는 없다고 리우는 생각했다.
“그래서 윤도경을 붙인 거야. 옆에서 보다 보면 무언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런 속뜻을 미스터 윤에게 보이셨습니까?”
비서의 물음에 리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보이지 못했네. 그걸 말하게 되면 미스터 윤이 빌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
“그럼…….”
“그래. 옆에서 지켜보면서 진짜 윤도경의 모습을 보고 변하길 바라는 거야.”
“실례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비서의 말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윤도경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니까. 이참에 빌이 패배를 경험하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하고 붙인 거야.”
“그래서 급하게 안식월을 가시는군요.”
비서의 물음에 리우는 씩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터 윤에게는 모든 것이 끝나고 용서를 구하면 되겠지.”
리우는 그리 말하며 다시 창밖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빌에게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으니까.”
리우는 자신의 바람을 속삭이듯 이야기하고는 눈을 감았다.
* * *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어떤 투자를 하실 예정입니까?”
한편, 도경과 윌리엄 마셜은 레지던스에 남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에 있는 오피스에도 윤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미 제가 빠지더라도 차질이 없도록 팀을 구성했고, 실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단기적인 것보다는 성과를 내고 돌아갈 예정입니다.”
도경의 말에 빌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꽤 팀을 믿으시나 봅니다.”
“팀을 믿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지 않나요?”
도경은 첫 만남부터 자신과는 빌이 다른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한 악수에서부터 빌은 손에 힘을 꽉 쥐며 자신을 떠보았다. 유치한 놀음에 어울려 주며 무슨 의도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린 답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였다.
이 업계에 있는 사람이 그런 낡아빠진 행동으로 사람을 떠보는 것도 우스웠고, 그런 행동으로 사람의 본모습을 알 수 없다는 것은 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글쎄요. 나 말고 타인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흥미롭습니다.”
빌은 오히려 도경의 말에 흥미롭다는 듯 반문해 왔다.
“물론 우리 업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돌아갑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인물이 가진 것과 내가 가진 것의 가치에 대한 신뢰이죠.”
전형적인 신용사회를 빌이 얘기해 왔다.
가진 것의 가치가 신용을 대변하고, 그것으로 쌓이는 신뢰.
“내가 윤의 상황이라면 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겁니다.”
“하하하, 사람의 차이라고 해두죠.”
도경의 말에 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군요. 어쨌든 우리 파미르가 윤을 도와 해줬으면 하는 것을 얘기해 주십시오.”
“우리 신라에 투자할 클라이언트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는 건, 신라에 돈을 맡길 고객이 필요하다는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으로 투자를 대리해 성과를 냄으로써 모두에게 가치를 인정받는다.
“좋습니다. 신라의 규모나 윤의 성과라면 큰 기업이나 고액 자산가가 어울리겠네요.”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빌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저를 보는 건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 조금 전까지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저에게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게 신기해서 그랬습니다. 기분이 나빴다면…….”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자면, 윤이 우리의 도움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빌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이미 엄청난 성과들을 내왔고, 거기에 나의 보스인 리우의 명령까지 있었습니다. 내가 윤을 신뢰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영광입니다.”
도경이 고개를 숙이자 빌은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아는 몇몇 고객들을 소개해 주겠습니다. 말했듯 기업일 수도 있고, 개인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신라에 대해 클라이언트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아주 큰 도움입니다. 파미르의 추천장은 아주 값비쌀 테니까요. 당연히 나머지는 우리 신라의 몫에 달린 것이겠지요.”
이야기가 그렇게 정리되자 빌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도경 또한 따라 일어났다.
“늦은 시간에 실례했습니다.”
“아닙니다. 빌과의 만남이 즐거웠습니다.”
도경의 말에 빌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 이번에는 그저 악수를 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첫인사 때도 별 의도는 없었습니다.”
빌이 내민 손에 대해 해명하듯 얘기하자 도경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계신다고요?”
“그럼요. 빌이 그런 행동으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도경의 말에 빌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생각보다 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추후에 추천할 클라이언트 명단이 정해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빌이 인사를 하고 방을 떠나자 도경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맞잡았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미안하다는 말은 할 줄 모르는 사람이구나.”
도경은 피식 웃으며 앞으로 자신과 함께 일하게 될 파트너에 대한 성격 분석이 끝났다는 듯 이야기했다.
* * *
“만남은 어땠습니까?”
파미르 캐피털의 본사.
윌리엄 마셜은 자신의 부하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글쎄. 신기하던걸.”
“빌이 누군가를 만나고 와서 신기하다는 평가를 한 적도 처음이네요.”
“제이크, 네가 만났어도 나와 똑같은 평가를 할 거야.”
빌은 어젯밤 있었던 도경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별 의미 없이 한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빌의 물음에 부하 직원은 미간을 좁혔다.
당최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이것 봐. 너는 모를 거야.”
빌은 그리 말하며 어제 만났던 도경을 떠올렸다.
투자할 때 가장 가져야 하는 소양이 ‘아주 커 보였지만, 실상은 별 의미가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었다.
저 깨달음을 얻었을 때부터 사람을 만날 때마다 악수를 할 때 손에 힘을 쥐었다.
화를 내는 사람, 기분 나쁜 티를 내는 사람, 겁을 잔뜩 쥐어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도경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신을 대해온 사람은 없었다.
“물론 모순적인 행동이긴 하지만 말이야.”
별 의미 없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일종의 상대를 떠보는 행동인 것은 맞았으니까.
그저 그 행동에 별다른 사심이 없다는 얘기였다.
“네?”
“아니야. 리스트 업 했어?”
부하 직원은 오늘따라 빌이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혼잣말을 하더니 이제는 앞뒤 다 잘라먹은 물음을 던졌다.
“신라에게 넘길 클라이언트 리스트 말이야.”
자신의 말을 한 번에 알아먹지 못한 부하 직원을 보며 이맛살을 찌푸리자 직원은 잔뜩 긴장했다.
“현재 리스트 작성 중이에요. 내일 안으로 보고할게요.”
“좋아. 우리 파미르가 어떤 인물들을 또 기업들을 상대하는지 상상할 수 있는 리스트로 준비해.”
“그러니까…… 맛만 보여주시란 말씀이죠?”
“당연히.”
빌의 말에 부하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윤도경이라…… 윤도경.”
빌은 오랜만에 재미있는 파트너를 만났다는 듯 도경의 이름을 되뇌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1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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