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6화(3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6화
“제가 이렇게 몇 퍼센트 수익 보장하겠다고 말씀드리진 못하구요. 만약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고객님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고객님과 상의하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 날, 도경은 아침부터 몰려오는 전화에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DU 사태의 후폭풍이 잠잠해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았건만, 확실히 유튜브 구독자 수가 200만 명이 넘는 채널의 힘은 대단했다.
라이브 방송을 10만 명이 본 것도 모자라 도경이 출연한 시황브리핑 개별 영상이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조회 수가 20만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라이브 방송과 영상을 본 시청자들에게서 연락이 쏟아지고 있었다.
메시지가 말한 뜻밖의 행운다운 결과였다.
“네, 조금 더 생각해 보시고 연락해 주세요. 신중하게 생각하시는 게 최고니까요.”
도경은 한숨을 내쉬며 걸려온 전화를 끊었다. 서른 통이 넘는 전화 중 실제 PB 서비스 가입을 얘기해 온 고객은 두 명뿐이었다.
관심이 생겨 연락했지만 바로 투자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똑똑-
노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방으로 들어섰다.
“회장님.”
“아이고, 이 친구 또 회장님이라고 하네. 아버님이라고 하래도.”
도경의 고객 중 가장 큰돈을 유치한 고객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바쁘시다고 하셔서 못 오실 줄 알았어요.”
“에이,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윤 PB 만나는 날인데 빼먹을 수가 있나.”
“매실 음료수로 드릴까요?”
도경은 익숙한 듯 사무실 한편에 있는 작은 냉장고로 다가가며 물었고, 노인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그게 좋아.”
노인의 말에 도경은 음료수 두 병과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챙겨 노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어제 주읽남에 나왔던데.”
“회장님도 그걸 보세요?”
“그럼. 하루에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 주니까 좋더라고.”
도경은 병뚜껑을 따 노인의 앞에 내려놓았다.
“잘 마실게.”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병을 들고는 벌컥벌컥 음료수를 들이켰다.
“역시 우리 윤도경이는 말을 참 잘하더구먼.”
“하하하. 말만 잘한다는 말씀으로 들려요.”
“아니지! 실력도 좋지!”
도경과 노인은 2년을 알고 지냈지만, 최근 들어 부쩍 가까워졌다.
아무래도 도경이 직접적으로 노인의 자산을 관리하고 수익을 내주다 보니 노인의 신뢰가 더해진 결과였다.
“어쨌거나 고객은 좀 건졌나?”
“하하, 제 고객 중 유일하게 다른 고객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이세요.”
“그럴 수밖에 없지. 우리 윤 PB는 영악하지 못해서 밥값은 할까 늘 걱정이라고.”
노인은 진심 걱정이라는 듯 말해왔다.
“만약 유성투자증권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이 노인네 자산관리는 누가 해줘.”
노인의 말에 도경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잘되나 보지?”
“네. 나름 잘되고 있어요. 회장님께서 걱정해 주셔서 그런가 봐요.”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그럼 보고를 좀 받아볼까?”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한 서류를 노인의 앞에 내려놓았다.
“내가 오늘 돋보기를 못 챙겨왔어.”
“아,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장님의 자산 계좌에는 지난달까지 총액 44억 원 중 32억을 8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12억 원을 현금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노인은 초반에 맡긴 자산을 두 배 이상으로 불렸다. 남들은 다 장이 안 좋아서 죽겠다고 하는데 노인은 도경 덕분에 손해를 면하는 정도가 아니라 10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물론 DU 사태라는 운 좋은 기회를 만난 것도 있었지만, 애초에 그 사태를 먼저 알아차린 것도 도경이었으니 도경에게 신뢰가 무한으로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건 지난달에 자네가 이렇게 갈 거라고 나한테 설명했지.”
“네, 요즘 같은 장에는 현금을 들고 있어야 대응하기가 쉬워지니까요.”
“그래서 이번 달은 어떻게 할 거야?”
“기존에 있던 유성반도체를 정리할까 합니다.”
“그래? 포지션 낮게 잡아서 좀 보자더니?”
유성반도체는 도경에게는 떼놓을 수 없는 종목이었고, 또 가장 좋아하는 종목이기도 했다.
“아마 올해는 지금 평균 매수가보다 더 내려올 것 같습니다.”
“어휴, 반도체가 그렇게 안 좋나?”
“아무래도 미래전자가 해외기업 인수 건으로 반짝하고 지금 오르고 있는데 인수가 마무리되면 거액의 현금 투자로 인해 주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제 방송에서 말한 그거?”
“네. 그러다 보니까 같은 반도체 업종인 유성반도체도 같이 얻어맞을 공산이 큽니다. 아무래도 반도체는 업종 사이클을 심하게 타는 분야라…….”
도경의 설명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윤 PB가 알아서 해줘. 그럼 그거 팔면 얼마나 이득이지?”
“내일 포지션을 정리할 거라 내일 봐야 알겠지만, 약 16% 정도 수익을 볼 것 같습니다.”
“내 포트폴리오 중에 비중이 가장 크잖아.”
“네. 비중은 40%가 넘고 액수로 따지자면 20억 원 가까이 됩니다.”
노인은 비중이 가장 큰 주식에서 10% 이상의 수익을 본 것이 흡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반도체 소부장 쪽도 포지션 정리하고 재투자를 할까 합니다.”
“재투자? 어디로?”
“이쪽을 정리하면 합쳐 약 24억 원 정도가 되는데 기존에 홀드해 놨던 현금까지 더해 30억 원가량을 T오일에 넣을까 합니다.”
“T오일?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거 아냐?”
노인의 의문은 합당했다.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을 이끄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수급 불안정에 빠진 원윳값 상승이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기름값은 계속해서 상승했고, 당연히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와 항공유 등으로 판매하는 석유 회사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금은 조정 중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고점 찍고 내려온 거 아니야?”
도경이 말한 T오일은 단기간에 30% 이상 주가가 상승한 이후 오를 만큼 올랐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하락하고 있었다.
“현재 최고점에서는 14% 정도가 빠졌는데요. 저는 이번 조정이 포지션을 잡을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노인은 설명해 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현재 T오일의 정제마진은 배럴당 15달러 정도로 예상됩니다.”
정제마진은 석유 기업들이 수송비와 기업운영비 등 기타 비용을 빼고 남은 이익을 얘기했다.
즉, T오일은 석유제품 한 드럼통을 팔면 미화로 15달러, 우리 돈으로 19,000원가량을 이익을 보고 있다는 소리였다.
“높은 거지?”
“네. 작년에 비해 여섯 배나 높은 이익입니다.”
도경의 설명에 노인은 놀란 듯했다.
휘발윳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대충 느꼈지만, 하루아침에 정유사들은 돈방석에 앉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중동 산유국들이 기름 증산한다고 하고 하는데…… 슬슬 기름값이 안정되지 않겠어?”
“산유국에서 하는 증산 계획은 지금 수요에 맞추겠다는 것뿐입니다.”
“그거면 되는데 더 이상…….”
“중국의 봉쇄가 풀렸습니다.”
도경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노인의 의문을 덜어주기 시작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봉쇄되었던 도시들의 봉쇄를 해제하며 관련된 산업들도 돌아가기 시작할 겁니다.”
“…….”
“펜트업이 찾아올 겁니다.”
펜트업 효과Pent-up Effect는 억제되었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했는데, 중국이 봉쇄로 인해 수요를 강제적으로 누르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보복 소비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가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퇴출당하고 중국에서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
“기름값이 다시 오른다고 보는가?”
“네. 적어도 내년까지는 오를 겁니다. 평소 필요했던 수요보다 더 기름을 찾을 겁니다.”
석유 자원 확보에 전 세계가 열을 올리고 있었다. 평소 필요했던 양보다 더 많은 재고를 쌓아놓길 원했다.
“그럼 내년까지는…….”
“설령 유가는 내린다고 하더라도,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이미 내년 실적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T오일은 중동 산유국의 국유기업이 대주주니까요.”
“좋아. 안 그래도 자네한테 맡기려고 했는데 이렇게 얘기를 들으면 늘 설득당해 버리네.”
노인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도경은 노인의 호탕함에 늘 감사해하고 있었다. 고객의 신뢰를 받고, 고객에게 이익의 되는 방향으로 결정되는 것보다 더 큰 보람은 없었으니까.
“늘 감사드려요.”
“무슨 소리! 나야말로 감사하지. 보자. 내가 오늘도 일이 바빠. 요즘 우리 회사도 원자재가 문제라서. 내가 직접 움직이고 있어.”
“아, 네.”
“그럼 자네가 말한 대로 진행하고, 다음 달에 또 보세. 잘 부탁해.”
“네. 회장님, 들어가세요.”
도경은 1층 정문까지 노인을 배웅하고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후…….”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일이었지만, 매번 힘이 들었고,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겠거니 생각하며 도경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과 대화를 하며 무음으로 돌려놓았던 휴대전화를 확인했는데 반가운 메시지가 와 있었다.
도경은 메시지를 보내온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 프로님, 죄송합니다. 제가 고객과 면담 중이어서요.”
-…….
“네, 어제 집에 가서 봤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주말에는 쉽니다. 네네.”
-…….
“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에 도경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 * *
“양 프로, 앞으로는 이렇게 갑자기 바꾸지 말고 미리 얘기해 줘.”
요즘 같은 때에 주읽남과 같은 주식 프로그램에 단골로 불려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아이고, 형님. 어차피 어디 나가시든 늘 같은 말씀 하시면서. 약간만 변경했을 뿐이지, 형님은 늘 하시던 대로 하면 됩니다.”
“하하하, 그렇지?”
사람 좋은 표정 하며 양대선을 향해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는 조현석이 그런 부류의 출연자였다.
조현석은 국내 한 지방대학의 교수였는데 시장참여자들은 그를 닥터 둠 혹은 둠현석이라 불렀다.
둠Doom은 파멸을 뜻하는 영어 단어였는데 조현석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장비관론자이다.
시장이 좋아질 때나 나쁠 때나 매일같이 주식 방송과 경제 관련 방송에 나와 앞으로 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얘기했다.
당연히 비관론자는 늘 스타가 되게 마련이었고, 이번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찾아오자 그의 말이 맞았다며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토론하면 된다고?”
“예, 형님은 이제 대표적인 시장후퇴론을 말씀하시는 분이니까요.”
“그럼 반대쪽은?”
“계속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는 쪽이지요. 증권사 직원입니다.”
“하하하, 그 친구 오늘 나한테 된통 혼나겠구먼.”
“너무 그러지 마세요. 신입이에요.”
“뭐?”
양대선의 말에 조현석은 콧잔등을 찌푸렸다.
“신입?”
“네. PB인데 PB 딱지 단 지 이제 반년도 안 되었어요.”
“이 친구가 나를 망신 주려고 작정했나. 적어도 토론을 하라면 급이 맞는 사람을 스파링 파트너로…….”
“형님, 최근에 책 나오셨잖아요. 일방적으로 이겨야 책이 잘 팔리죠.”
양대선의 말에 조금 전까지 투정을 부리던 조현석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헛기침하기 시작했다.
“크, 크흠. 그런가?”
“그럼요. 곧 올 거예요. 우선 메이크업부터 하셔야죠.”
양대선의 말에 스태프가 와 조현석을 데리고 갔고, 양대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조 박사님 상대로는 양 프로님이 제격이라니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성진이 다가와 말을 걸자 양대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위 맞춰주는 것도 이제는 힘들다 힘들어.”
“안녕하세요.”
두 사람이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반가운 얼굴이 스튜디오로 들어왔고, 두 진행자의 얼굴에는 조금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미소가 자리 잡았다.
“어, 도경 씨. 어서 와.”
“도경 씨, 어서 오세요.”
“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도경이 고개를 숙여오자 두 사람은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도경 씨 나온 뒤로 시청자들이 또 언제 나오냐고 난리였어. 워낙 반응이 뜨거웠어야지.”
“진짜로요. 제 주변 지인들도 윤도경 씨 언제 나오냐고 묻더라니까요.”
과장된 두 사람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기가 오늘 내 카운터 파트너인가?”
한창 두 진행자와 얘기를 나눌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도경은 고개를 돌렸다. 화면으로만 보던 유명 인사가 눈앞에 있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긴장되는 듯한 표정으로 명함을 꺼내 조현석에게 건넸고, 조현석은 거만한 표정으로 명함을 받아 들었다.
“하하하, 인물이 참 좋네. 신입이라고 하던데.”
조현석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였다.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 오늘 살살 할 테니까, 잘 부탁합니다.”
조현석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그 손을 맞잡았다.
‘이것 봐라. 손에 땀이 천지네.’
조현석은 좋은 먹거리를 발견했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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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