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6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65화(36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65화
“다들 그동안 별일 없었습니까?”
보름 후, 한 달간의 안식월을 마치고 파미르 캐피털로 돌아온 리우 샤오는 임원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파미르에서 리우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아니, 파미르를 떠나 리우는 서부 월가의 지배자였다.
“다들 잘 지낸 표정인데. 보고를 받아보면 알겠지.”
리우의 말에 모든 임원이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리우는 무엇 하나 그냥 넘기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성격이 그를 저 위치에 오를 수가 있게 만들어주었지만, 파미르 임원들에게는 꽤 곤욕이었다.
“먼저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상황부터 들어봅시다.”
파미르는 가치투자를 하는 집단이었다.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가치를 찾아내 투자를 해 큰 이익을 냈고,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투자도 그런 행보의 연장선이었다.
“나이지리아의 경제가 매해 좋아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가 투자한 영화산업에서 꽤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고요.”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 대국이었다.
물론 자원의 저주라고 불리며 그들이 가진 자원들 때문에 여러 번 외세의 침략을 받았고, 여전히 자원을 수탈당하고 있었지만, 아프리카 경제의 강자였다.
“우리가 투자한 날리우드(NOLLYWOOD)의 영화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여러 나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날리우드는 나이지리아와 할리우드를 합쳐 나이지리아 영화산업을 그리 칭했다.
“최근 투자한 영화 다섯 편은 나이지리아 개봉도 성공을 했고, 더불어 넷플릭스를 통해 30개국 이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의 영향이 닿지 않는 나라의 바이어들과도 제작사가 접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엄청난 산유국이었다. 경제의 주축도 석유산업을 기반으로 돌아갔는데, 영화산업은 석유산업보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했고, 투자한 돈에 대비해 수익도 더 컸다.
“그리고 일전에 이야기가 나왔던 영화관 쪽의 진출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임원의 말에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나이지리아에 가 보니 영화를 제작해서 영화관에서 상영을 하는 시스템이 아니었어.”
영화산업이 부흥하면 당연히 영화관 산업도 발전해야 했다. 파미르 캐피털의 임원들은 당연히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것과 별개로 영화관에 투자를 하자고 의견을 나누었다.
이에 따라 리우는 몇몇 임원들을 이끌고 나이지리아에 답사를 갔는데 미국에서 생각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나이지리아는 영화를 만들면 비디오나 CD,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뿌려서 돈을 버는 구조야. 영화관 산업이 크려야 클 수 없었던 거지.”
리우의 말에 당시 함께 출장을 갔던 임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영화 제작에 투자를 하는 선에서 나이지리아의 투자는 더 확장하지 말자고.”
“리우의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다음은 자산운용부문인데.”
리우는 그리 말하며 CIO(최고투자책임자)인 빌을 바라보았다.
혹여나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빌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을까 싶어 바라보았는데, 빌은 언제나 똑같은 얼굴이었다.
기대를 했던 자신을 속으로 책망하며 리우는 빌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자산운용부문에서는 최근 운용 중이었던 배당 펀드를 청산했습니다.”
“그게 벌써 기간이 그렇게 됐나?”
“네. 최초에 펀드를 구성했을 때 고객들에게 배당수익률 4%를 약속했습니다만,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수익률이 크게 오르며 8% 이상의 수익으로 청산하였습니다.”
빌의 보고에 임원들은 놀라지 않았다.
리우와 빌의 손을 탄 상품은 늘 저렇게 성공했으니까 어찌 보면 이제는 파미르에게는 당연한 결과나 다름없었다.
“이에 따라 운용 수수료와 보수로 약 2억 3천만 달러(한화 약 2,9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파미르가 굴리는 펀드의 규모는 우리 돈으로 조 단위였다. 당연히 운용 수수료와 성공보수 또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돌아왔다.
“고생했어. 특히 이번 배당 펀드는 빌 네가 주도적으로 했으니, 네 성과다.”
리우는 언제나 그랬듯 빌을 추켜세웠다.
모두의 앞에서 빌이 자신의 후계자임을 천명하고 성과를 불려야 자신이 없더라도 빌의 위치가 공고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팀원들이 모두 고생했습니다.”
빌의 말에 순간 회의실에는 정적이 찾아들었다.
임원들은 놀란 얼굴로 빌을 바라보았다.
“리우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리우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로 빌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매출을 올린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조금 나눠주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스톡옵션(Stock Option)은 직원들에게 낮은 가격에 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였다.
파미르 캐피털은 주식시장에 상장되지는 않았지만, 매 분기 어마어마한 돈을 지분을 가진 사람들에게 배당을 했다.
사원들에게도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빌의 말이었다.
“이직이 잦은 업계입니다. 스톡을 주고 직원들이 회사 매출의 일부분을 배당 성격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조금 더 우리 파미르가 다른 회사보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고 느낄 겁니다.”
빌은 더 할 이야기가 있다는 듯 리우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리우에게는 굉장히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우리 파미르는 일선 직원들에게 조금 궁색하게 구는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좀 더 베풀고 직원들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빌은 그리 말하고는 리우의 답을 기다린다는 표정으로 리우를 바라보았다.
리우는 잠시 뚫어져라 빌의 얼굴을 바라보다 재무 이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능해?”
“네, 네?”
멍하니 빌을 바라보던 재무 이사는 리우의 질문이 자신에게 향하자 버벅거렸다.
“빌이 한 말대로 하는 거 가능하냔 말이야.”
“가능합니다. 충분히 스톡으로 나갈 지분도 있고요.”
“그럼 가격을 낮게 잡아서 많은 직원이 살 수 있도록 해줘.”
“예. 알겠습니다.”
재무 이사가 그렇게 답을 하자 리우는 테이블 위의 서류를 덮고는 이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다들 내가 없는 동안 고생 많았어.”
리우의 말에 이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회의실을 떠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빌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리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지만, 전 변하지 않았어요.”
“그래. 네가 변했다고 나도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놀라움을 주긴 충분한데.”
리우의 말에 빌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리우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느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지?”
“모두에게 내가 이 파미르를 이끌 만한 재목이라는 걸 증명하라고요.”
리우는 가만히 빌을 바라보았다.
“능력적으로 말고, 제가 모두에게 리우의 후계자로 인정받길 원하셨겠죠.”
“…….”
“그래서 윤도경을 지켜보게 하셨고요.”
리우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윤도경과 함께한다고 해서 빌이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도경의 일부분이라도 빌이 흉내를 낼 수 있다면 파미르에서 빌의 위치를 의심하고 끌어내리려는 자는 없을 것이다.
“윤도경이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자신은 어깨 위에 많은 것을 얹고 있는 게 아니라 어깨동무를 하는 거라고요.”
“…….”
“아직도 무슨 말인지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해해 보려고요.”
“오늘 네가 한 선택이 이해하려는 과정이겠구나.”
리우의 말에 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지고 지킬 것이 자신밖에 없는 사람에게는 훗날 아무런 영광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에서 온 그 친구가 말하더군요.”
“하하하.”
“저는 그래서 제 훗날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겁니다. 윤도경이 한 말이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미래의 영광을 위해 더 가치가 뛰어나 보였거든요.”
빌은 변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말했다. 하지만, 리우는 이미 빌이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고, 흉내를 내며 습득하려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하겠구나.”
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빌을 향해 미소를 지었고, 빌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 * *
“지난주, 머피 홀딩스 이름으로 된 어카운트로 4천 120만 달러가 입금되었고, 금일 하버로지스틱스 포지션 구축을 마쳤습니다.”
한편, 도경은 이지훈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혹시라도 찰스 머피가 생각을 바꾸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찰스 머피는 도경과 신라를 믿고 자신의 자산 대부분을 맡겨주었다.
“평균 단가는 27.48달러로 타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마침 미칠 듯 오르던 주식시장에 잠시 쉬어가야겠다는 듯 약한 조정이 있었고, 노리던 타점에서 낮은 지점에 안착을 했다.
“그럼 배당수익률은…… 7.2%쯤 되나요?”
“직전 분기 배당액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배당수익률은 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것을 얘기했다.
다시 말해, 주가가 1천 원일 때 배당금이 100원이면 배당수익률은 10%였다.
직전 분기 하버로지스틱스가 주당 배당한 배당금으로 따졌을 때 찰스 머피의 평균 단가에서는 7.2%의 배당수익률이 찍혔다.
“타점도 낮으니 우리의 기대대로 하버로지스틱스의 주가가 오른다면 아주 많은 시세차익도 노려볼 만한 포지션입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라에 돈을 맡겨줄 고객을 찾는 것은 역대급으로 힘들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마치 누군가 돕기라도 하듯 분위기가 순조롭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계속해서 팔로우해 주시고요. 찰스 머피는 시작입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초반이니 제가 좀 더 움직여 고객을 유치해 오겠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하면 고객이 알아서 우리의 문을 두드릴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지훈이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서자 도경은 긴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머리를 기대었다.
“아이고, 일이 이렇게 힘들어도 되나.”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이 일시에 풀리자 기분이 좋으면서도 무언가 깊은 곳에서 물밀듯이 허탈감이 몰려왔다.
괜히 사서 고생을 하냐는 빌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지 않느냐는 못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우, 정신 차리자.”
도경은 이럴 때가 아니라는 듯 양 뺨을 두드리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찰스 머피에게 메일로 투자와 관련된 보고서와 현황을 보내야 했다.
“그래, 이러다 보면 지훈 부장님에게 말했던 것처럼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날도 있겠지.”
똑똑-
한참 집중을 하며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이지훈이 방으로 들어왔다.
“지훈 부장님, 뭐 못 한 말이 있으십니까?”
도경이 묻자 이지훈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물들어 있었다.
“이사님, 잠시 밖으로…….”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는데, 사무실 한가운데는 이리저리 사무실의 풍경을 살펴보는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아! 미스터 윤이십니까?”
“그렇습니다만, 어디서 오셨습니까?”
“신라에 돈을 맡기러 찾아왔습니다. 나도 하버로지스틱스에 투자를 하고 싶은데요. 약 5천만 달러 정도를요.”
상대는 틈을 주지 않고 도경을 향해 말을 쏟아냈고, 도경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이내 ‘아차!’ 소리를 내며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마음이 급해서. 찰스 머피의 소개를 받고 왔습니다. 어, 한 시간 후에 두 명이 더 올 텐데 제가 성격이 급한 터라 먼저 왔네요.”
손님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이지훈을 바라보았고, 이지훈 또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2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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