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6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66화(36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66화
“오늘까지 1억 1천만 달러 약정했습니다.”
며칠 후, 도경은 이지훈의 보고를 받고 있었는데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안도의 긴 한숨을 내뱉었다.
“한숨을 쉬시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그랬었나 싶은 표정으로 피식하고 웃었다.
“그런가요?”
“네. 아무래도 저희한테는 의지만 보여주시니까요.”
“아! 지금도 힘들어서 한숨을 쉰 게 아니고요. 조금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안도하는 한숨이라고 할까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고객들이 찾아와도 부담스럽지 않은데 이곳은 왜 이렇게 부담스러울까요?”
돈과 관련한 고객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게 없었다.
꼼꼼했고, 걱정이 가득했으며, 끊임없이 납득시켜야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신라의 입지는 한국의 입지만 못하다.
그래서 납득을 시키는 과정이 몇 배는 더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찾아온 고객들과 모든 약정을 끝냈다는 지훈 부장님의 말이 안도감을 주네요.”
“저도 마지막 사인을 하고 나서는 한숨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이사님보다는 중압감이 덜하겠지만…….”
자신도 그럴진대 도경을 짓누르고 있는 중압감이 어느 정도일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지훈이었다.
“느끼는 중압감이야 저나 지훈 부장님이나 똑같겠죠.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은 일찍 퇴근들 하죠? 다음 주부터 바빠질 테니까요.”
요 며칠 찰스 머피의 소개로 여러 고객이 찾아오며 직원들이 퇴근을 늦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팀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줘야 하는 도경의 입장에서는 미안한 일이었다.
“네.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팀원들이 매우 좋아하겠네요.”
이지훈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자 도경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익숙한 번호를 눌러 통화를 걸었다.
-윤!
“찰스, 안녕하세요. 감사 인사를 너무 늦게 드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도경이 전화를 건 상대는 머피 홀딩스의 찰스 머피였다.
-감사의 인사라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아닙니다. 찰스의 네트워크 덕분에 저희가 많은 고객과 운용 계약을 맺었습니다.”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에서 일했던 찰스의 네트워크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처음 메시지가 찰스를 추천했을 때는 설마라는 시선이 강했지만, 확실히 돈이 오가는 곳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추천만큼 강력한 믿음은 없었다.
찰스는 여기저기 도경과 신라를 추천해 주었고, 많은 고객이 찾아왔다. 이것은 찰스를 신뢰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었다.
-하하하, 나는 그저 내가 자주 가는 모임에서 윤과 신라 그리고 하버로지스틱스에 관해 얘기했을 뿐입니다.
많은 자산을 가진 한 명의 고객에게서 1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 계약 하는 것보다, 여러 고객에게서 1억 달러의 운용 계약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이었다.
고객의 자산이 불어나면 그들은 계속해서 도경에게 돈을 맡길 것이고 또 주변에 신라와 도경을 추천할 테니까.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전혀.
수화기 너머의 찰스는 단호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저 윤이 내게 소개한 하버로지스틱스에 관해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찰스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나나 내 친구들은 이제 은퇴를 해 여행을 다니고 드넓은 세상을 즐기는 중입니다. 누구보다 안정을 원하죠. 윤은 내게 그런 안정을 주었습니다.
“기쁩니다. 진심으로요.”
-나도 윤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찰스와 가족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요. 투자 성과가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찰스가 그리 말하고 전화를 끊자 도경은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어우 뿌듯해.”
그리고 밀려오는 뿌듯함을 즐기던 찰나.
지이잉-
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리우, 윤도경입니다.”
* * *
“잘 지냈습니까?”
사무실을 나온 도경은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파미르 캐피털의 빌딩을 찾았다.
리우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도경을 보며 반가운 듯 인사해 왔다.
“리우, 건강해 보이십니다.”
“하하하, 이번에 휴가를 가 해를 많이 맞았더니.”
리우는 휴양지에서의 생활이 좋았는지 적당히 그을린 피부 덕분에 매우 건강해 보였다.
“앉을까요?”
리우의 안내에 도경은 사무실 한편에 자리했는데 리우는 도경을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윤에게는 고마워해야 할 것도 있고, 미안한 것도 있습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오히려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윤이 내게요?”
“네. 좋은 고객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아아, 찰스 머피.”
리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준비한 리스트 제일 하단에 있었던 걸로 아는데, 찰스 머피를 알아본 윤의 능력이겠지요.”
“아닙니다. 애초에 파미르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할 고객이었습니다.”
“그래, 찰스가 4천만 달러 전액을 맡겼습니까?”
“네. 찰스와 주변인들을 포함해 총 1억 1천만 달러를 운용하기로 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리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는 찰스 머피의 자산은 4천만 달러였다.
“1억 1천만 달러?”
“네. 찰스와 그의 지인 4인의 자산입니다.”
한화로 약 1,400억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기로 도경은 약정했다.
리우는 정말이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앉은 남자는 늘 이런 식이었다. 하나를 주면 그 이상을 나가 자신을 놀라게 하는 사람.
“찰스가 지인들에게 좋게 이야기를…….”
“그럴 리가 없습니다. 찰스 머피는 투자와는 거리가 멀었어도 감사로서 오랜 기간을 일한 사람이죠. 사람을 보는 눈은 충분히 있었을 겁니다.”
“…….”
“사람을 믿지 않아야 하는 것을 평생 업으로 해온 사람이 사람을 믿었다는 건 윤의 뛰어난 능력 덕분일 테고요.”
“리우를 뵐 때마다 저를 띄워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리우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내 얘기를 할까요?”
리우가 그리 서두를 떼자 도경은 가만히 리우에게 집중했다.
“이번에 안식월 휴가를 간 것은 원래 일정보다 한 3개월 일찍 떠난 겁니다.”
도경은 왜 리우가 저런 얘기를 자신에게 해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가만히 듣고 있었다.
“우리 파미르에는 공인된 후계자가 있습니다. 내가 5년 넘게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지요.”
“빌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후계자에겐 큰 결점이 있습니다.”
도경은 리우가 말하는 결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만난 빌은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고, 유능해 보였다.
“왕관의 무게를 모른다는 것이지요.”
“…….”
“빌은 자신의 성공은 오직 자신의 것이길 원하고, 자신이 잘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빌에 관해 평가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는 표정으로 리우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는 빌의 그런 모습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리우를 바라보았다.
“빌은 충분히 자신의 능력으로 그 위치까지 올랐다고 자신을 가져도 되는 사람입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식의 행동은 아니니까요.”
“윤의 말대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빌 개인에게는요. 하지만, 빌은 관리자입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인 윌리엄 마셜과 파미르의 관리자이자 책임자인 윌리엄 마셜은 달라야 했다.
“그 위치에서는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나누어야 합니다. 팀원들을 자신의 앞에 세울 줄도 알아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할 때는 팀원들을 자신의 뒤에 둘 줄 알아야 하죠.”
리우는 그렇게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빌에게 윤과 함께 일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일은 하지 않았지만, 윤과의 접점을 만들어두면 빌이 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리우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책임자의 모습은 도경이었다.
실력은 누구보다 뛰어나면서도 말을 할 때마다 가장 앞에 세우는 것은 자신이 아닌 회사이며, 팀원이었고, 더 나아가서 자신이 속한 시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
“남들은 윤을 보면 겸손하다 평가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때 윤에게서 나오는 것은 겸손이 아닙니다.”
리우는 확신을 가진 표정과 말투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품격이죠.”
“…….”
“그 위치에서 나올 수 있는 품격을 윤은 보여줍니다. 나는 그런 품격을 빌도 가지길 바랐습니다.”
도경은 정말이지 리우가 자신을 고평가해 온다 생각했지만, 가만히 이야기를 들었다.
“승리의 성과를 자신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와 나누어 가지고, 적어도 자신의 어깨 위에 조금의 무게를 올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랐습니다.”
“저는 도움을 드리지 못…….”
“아니.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리우는 미소를 지으며 놀라는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디 사람이 쉽게 변하겠습니까? 하지만, 빌은 느낀 바가 있는지 흉내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
“자신의 공을 팀원들에게 나누어 주면서요. 저는 그런 빌의 변화가 윤을 보고 변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보여준 것이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뭘 보여줄 수가 없었겠죠. 하지만 윤에게는 내가 말했던 품격이 있습니다.”
리우는 확신했다.
윤도경이란 인물은 사람을 끌어당기고 변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자신의 눈은 꽤 정확하다고.
“그리고 흉내를 내는 빌은 앞으로 하나둘 느낄 겁니다. 자신의 작은 변화가 어떻게 돌아오는 것인지.”
작은 친절은 큰 것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리우는 알고 있었다.
빌에게도 앞으로 많은 것들이 돌아올 것이다.
“빌은 똑똑하니까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미르에게 또 리우와 빌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영광입니다.”
“하하하, 내가 오랜 기간 밖으로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왜인지 몰라도 그날 그 시간에 오마하를 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길 잘했다고 계속해서 생각하는 중입니다.”
리우와 도경이 처음 만난 것은 오마하였다.
리우는 그때를 얘기해 왔다.
“저 또한 리우를 만나 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우는 특유의 인자한 미소로 도경을 바라보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봉투를 들어 올려 건넸다.
“이거는 이번 일에 대한 내 보답입니다.”
“보답이라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 일에 우리 신라가 많은 도움을…….”
“회사 대 회사가 아닌, 리우 샤오가 친구인 윤도경에게 주는 보답입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곤란한 표정으로 봉투를 받아 들었다.
아주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색으로 된 봉투였다.
“LA에서 행사가 하나 열립니다. 자선행사인데 그날 내가 참가합니다. 그곳의 초대장이니 윤도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열어봐도 되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리우는 그러라는 듯 손짓했고, 도경은 봉투를 열었다.
그러고는 내용물을 확인하던 도경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초대장의 제일 위에는 도경의 꿈이나 다름없는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피터 브라운 자선 강연]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2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