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6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67화(36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67화
도경은 아직도 어린 시절 자신의 혼을 빼놓은 강연을 기억한다.
우연히 TV를 돌리다 교육 방송에서 한 외국인이 열변을 토하던 모습에 이끌리듯 강연을 시청했는데, 그가 한 말이 어린 도경을 경제와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세상은 숫자로 돌아간다. 당신이 남들보다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체험하고 싶다면 주식시장을 보아라]처음에는 그저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며 관심을 가진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의 혼을 쏙 빼놓은 남자의 말처럼 숫자로만 이루어진 세상은 현실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렸다.
「한보철강 며칠째 주가 하락, 무슨 일 있나?」
한 기업의 주가 하락 이유를 묻는 기사가 연일 뉴스에 나왔지만,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세상 모두가 그 기업의 주가 하락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재계 14위, 한보철강 부도」
「돌아오는 대출 만기 막지 못한 기업들 늘어가…….」
「삼미그룹 부도…… 고려증권 부도…….」
「정부, IMF 구제금융 요청」
도경은 자신의 가정에도, 세상에도 큰 피해를 준 변화를 체험하며 그때 느꼈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면 돈을 벌 수 있다.’
그때의 깨달음을 시작으로 도경은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중학생, 고등학생, 점점 성장하는 동안 아직 투자는 할 수 없었지만, 기업에 관해 또 경제에 관해 공부를 하며 주식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도경의 꿈은 오직 하나였다.
어쩌면 어린 시절 한 남자가 자신의 혼을 빼놓은 그날 이후부터 도경의 꿈은 정해져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습니다.’
‘퍼…… 펀, 뭐?’
학교에서 진로상담을 할 때마다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선생님들 입장으로서는 전혀 처음 들어본 직업에 당황스러울 법도 했다.
‘주식 그거 다 도박이야. 지금이라도 진로를 바꾸는 게 어떻겠어?’
‘세상이 변해? 도박판이 어떻게 세상을 변하게 하니?’
‘어린 나이에 한탕주의에 빠지지 말고…….’
세상 모두가 도경의 꿈이 잘못된 거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도경은 꿈을 더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펀드매니저가 되어야겠어.’
세상만사 모든 것이 그렇지만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칼은 아주 훌륭한 요리 도구이지만, 사람을 해하면 흉기가 되는 것이다.
그 마음가짐으로 도경은 지금까지 이 바닥에서 살아남았고, 도경을 이끌어주는 원동력이었다.
“피터 브라운이라니요. 부럽습니다.”
한창 감회에 젖어 있던 도경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점심시간을 맞아 회사 앞 샌드위치 가게에 이지훈, 김우혁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함께 가면 참 좋았을 텐데요.”
부럽다고 말해오는 김우혁을 향해 도경이 안타깝다는 듯 얘기했다.
“들어보니까 피터 브라운 그 양반 1년 중 364일을 자신의 요트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빈다고 하더라고요. 그중 단 하루 LA에서 자선 형식으로 강연회를 하는데 초대장이 글쎄 2백만 달러래요.”
도경도 언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은퇴를 한 피터 브라운은 평생 자신을 위해 헌신한 부인을 위해 호화 요트를 사서 부인과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고.
그리고 딱 하루 LA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을 위해 자선행사를 한다는 것을.
“강연 한 번에 우리 돈으로 25억을 태울 수 있는 건 사실상 부자들뿐이겠죠.”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글쎄요. 부자의 친구도 가능하던데요.”
“아이고오, 부럽습니다.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25억 그 이상의 가치를 하는 강연이라고 하더라고요.”
김우혁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이 주식판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두의 아이돌은 한 사람뿐이니까요.”
이지훈의 말마따나 주식판에서 스승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여럿 있었다.
워런 버핏이나 찰리 멍거와 같은 스승들은 많은 이들에게 따라 할 수 있는 롤모델이 되었다면, 피터 브라운은 달랐다.
[투자계의 아이돌]피터 브라운은 때론 험한 말로 다른 이들의 투자 방식을 비판하며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피터 브라운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담은 것들을 모두에게 빠짐없이 알려주었고, 그는 진정한 투자자들의 아이돌이었다.
“다녀오시거든 들으신 것을 저희에게도 좀 나눠주십시오.”
“네. 꼭 그렇게 할게요.”
도경은 마치 소풍 가기 전날의 어린아이와 같은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하루는 인도에 있었습니다. 내가 돈 좀 깨나 있어 보였는지, 투자 브로커를 한다는 사람이 내게 다가와 아주 좋은 정보가 있으니 투자를 하지 않겠냐고 묻더군요.”
며칠 후, 도경은 LA 중심가에 있는 한 스포츠 센터에 나와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농구팀의 홈구장이자 아이스하키팀의 홈구장으로 쓰이는 곳이었는데, 때로는 유명 인사의 콘서트가 열렸고,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가 열리는 복합행사 센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단 한 사람을 위해 강단이 꾸려져 있었다.
“하하하.”
강단 위에서 모두를 향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주식시장의 아이돌 피터 브라운이었는데,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모두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도경 또한 리우의 옆에 앉아 웃으며 피터 브라운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 수익이 얼마나 예상됩니까?’라고 물으니 브로커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습니다. ‘오십 퍼센트라…….’ 하며 망설이니 브로커는 다시 한번 펼친 다섯 손가락을 강조해 왔습니다.”
피터 브라운은 강단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 마이갓! 500퍼센트?”
“하하하.”
“그렇게 물으니 브로커는 아주 뿌듯한 얼굴로 그렇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너무 허황되니 솔깃하더군요. 이 피터 브라운이 말입니다.”
피터 브라운은 청중들을 번갈아 보며 재미있게 이야기하다 이내 표정을 바꾸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다가와 은밀하게 주식을 추천하면 그것은 최면과 같습니다. 500%라는 숫자에 최면을 당하거나, 아주 좋은 정보라는 말에 이미 홀린 것이나 다름없죠.”
피터 브라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상에 여러분만 아는 정보란 것은 없습니다. 물론 남들보다 빠르게 정보를 취득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우리에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도경은 피터 브라운의 말을 놓칠세라 메모를 하며 그의 강연을 들었다.
“시장에 있다 보면 정말이지 신뢰도가 넘치는 사람이 내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누적 수익률 12,000%를 올린 피터 브라운?”
확실히 피터 브라운은 사람을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피터 브라운이 여러분에게 다가와 좋은 정보가 있으니 돈을 내어놓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줍니다!”
“저런, 벌써부터 최면에 걸린 사람이 있네요.”
피터는 청중들과 호흡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 사람일수록 조심해야 합니다. 은퇴를 앞두고 한탕 하려고 그럴 수 있거든요.”
“하하하.”
몇몇 청중은 크게 웃었고, 몇몇은 휘파람을 불며 피터의 말에 열광했다.
피터는 청중들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 감정이 느끼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피터 브라운이라면 믿을 수 있어’가 되어선 안 됩니다. 이때 그럼 나에게 접근해 오는 피터 브라운에게 물어야 할 건 무엇일까요? 음…… 거기 앉아서 열심히 메모하시는 남자분.”
도경은 피터의 말을 메모하고 있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행사장이 조용해지자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해 있었다.
“네?”
“저런 스도쿠(숫자 퍼즐)라도 하고 있었나 보네요. 내가 너무 지루하게 말했나?”
피터의 말에 다시 한번 청중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가 만약 당신에게 접근해서 좋은 정보가 있는데 기업에 투자를 하겠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나에게 무엇을 묻겠습니까?”
피터는 친절히 도경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고,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그 기업이 가진 것이 무엇인가요?”
도경의 입에서 답이 나오자 피터 브라운은 환하게 웃었다.
“와우, 몇 차원 높은 답이 돌아오니 당황스럽네요. 그저 무슨 기업이냐고 묻는 걸 원하고 물은 답인데.”
피터 브라운은 진땀을 뺐다는 듯 너스레를 떨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훌륭한 답입니다.”
피터의 말에 청중들 모두가 도경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이 아닌 우리는 기업을 믿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기업이 소유한 것이 무엇이냐? 어떻게 그것을 가지고 있느냐? 독자적으로 소유하고 있느냐?”
강단 위를 누비는 피터 브라운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끊임없이 상대에게 묻고 내게 묻고 기업의 재무제표에게 묻는 것. 그게 투자입니다.”
피터 브라운의 말에 사람들은 진지한 얼굴로 집중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볼까요? 모두가 AI에 미쳐 있을 때 여러 주식이 난무했습니다. 오! 저 기업은 AI로 무엇을 한대. 오! 저기는 AI 사업에 진출을 한대.”
피터 브라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친 듯이 주가는 오르고 오르고 또 올랐죠. 그래서 지금 그 기업들의 주가가 어디에 있습니까?”
피터 브라운이 말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고점일 때에 비해 두세 배 이상 주가가 하락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엔비디아.”
피터 브라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골드러시와 같은 현상입니다. 모두가 금을 찾아 이곳 서부로 왔지만, 돈을 번 사람은 누구냐? 곡괭이와 삽, 텐트와 청바지를 판 사람들이죠.”
실제로 모두가 미국 서부에 금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금광을 찾아 떠났지만, 돈을 번 것은 광부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런 이슈 속에서 이런 기업들을 찾아야 합니다. 산불이 났어? 오! 그럼, 당장 소화기가 필요하겠군! 이라고 외치며 소화기 업체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피터 브라운은 강단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모두를 바라보았다.
“산불이 나면 재건을 해야겠구나, 재건을 위해선 무엇이 있지? 산속에 있는 고압 전신주들의 변압기…… 또 전신주를 건설하는 회사. 하다못해 재건 사업에 드는 중장비를 만들고 파는 중장비 회사!”
자신이 투자했던 것을 피터 브라운이 얘기해 오자 도경은 감회가 새로웠다.
어느 정도 이제는 그를 흉내 내는 경지까지엔 올랐다는 뿌듯함이었다.
“제가 지금 하는 말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라는 말입니다. 한 상황을 두고 여러모로 판단할 수 있게 말입니다.”
피터 브라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편적으로 보기보다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생각의 폭을 넓히라는 말이었다.
“그중에서도 재무제표가 안정적이며 매력적이고 우수한 기업들을 찾으세요. 테마를 쫓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주식시장에서 파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니까.”
피터 브라운의 말에 모두가 손뼉을 치며 환호를 내질렀다.
그 후로도 피터 브라운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을 투자자들을 위해 해주었고, 물론 자선행사 성격이 강했지만, 도경은 왜 이 강연의 가격이 그리 비싼 것인지, 모두가 이 강연에 오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리우 덕분에 정말이지 제 인생에서 가장 훌륭했던 두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내 어깨가 올라가는군요. 윤과 같은 실력을 가진 사람들도 홀리게 하는 걸 보면 확실히 피터가 대단한 사람입니다.”
“네. 매번 들을 때마다 저를 되돌아보게 하는 말들을 해주니까요. 뭔가 마인드 셋이 달라지는 기분입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리우의 옆을 걸었다.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리우에게는 어떤 보답을 해야 할지…….”
“하하하, 윤. 이 정도로 감사하다고 하면 앞으로 어떡하려고 그럽니까?”
“네? 제가 저녁을 살 예정입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녁을 먹고 한 번에 감사를 해야 가성비가 맞겠군요.”
도경의 너스레에 리우는 피식 웃으며 도경을 이끌고는 행사장 주변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언뜻 봐도 굉장히 고액 자산가들만 올 것 같은 레스토랑이었는데, 도경은 리우 덕분에 입이 호강하겠다며 농담을 던지고는 리우를 따라 들어섰다.
“리우 샤오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을 겁니다.”
리우가 그리 말하자 종업원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도경과 리우를 자리로 안내했다.
LA 도심의 야경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는데, 자리엔 4인의 식기가 세팅되어 있었다.
“아! 곧 친구와 그의 부인이 올 예정입니다.”
“아, 그렇군요.”
“네. 윤에게 소개도 해주고 싶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리우의 옆에 앉았는데, 잠시 후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는 도경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러고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는데, 종업원은 도경과 리우가 앉아 있는 자리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리우, 오랜만이야. 오늘 행사에 와줘서 고마워.”
“천만에요. 아! 여기는 제가 말씀드렸던 그 친구입니다.”
멍하니 굳어 있는 도경을 바라보며 남자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행사장에서는 아주 훌륭한 대답이었습니다. 피터 브라운입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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