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6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68화(36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68화
“하하하, 그렇다니까. 이번에는 프랑스에 있다가 아주 그냥 큰 곤욕을 치렀어.”
“아! 프랑스에서 큰 시위가 있었죠.”
피터 브라운은 자신이 전 세계를 누비며 겪었던 이야기를 리우와 도경에게 해주고 있었다.
“나와 제인은 프랑스에서 머물렀던 사흘 동안 호텔 밖을 나가지를 못했어.”
피터 브라운은 한참을 떠들다 이내 피식 웃었다.
“아이고, 워낙 제인이랑만 돌아다니다 보니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서 혼자서 너무 떠들었군.”
“아닙니다. 피터의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리우의 말에 피터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미스터 윤은 무언가 굉장히 불편한 표정입니다.”
피터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는데, 도경이 잔뜩 얼어 기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리우와 피터 브라운의 부인은 피식 웃음이 터졌다.
“네. 네?”
멍하니 피터 브라운을 바라보던 도경은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닙니다. 그저 너무, 이 시간이 너무 신기해서.”
“무엇이 말입니까?”
“피터와 함께 밥을 먹고 있다는 것이요.”
“하하하.”
도경의 얼굴에는 진심이 가득했는데, 자리에 함께 있는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었다.
“이것 참, 윤의 이런 모습은 처음 봅니다. 나와 처음 만났을 때는 당당하게 말했는데요. 조금 서운하다고 해야 하나?”
“하하, 리우. 이래 봬도 나 피터 브라운이라네.”
두 사람은 도경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나를 만난 것이 신기하다면, 오히려 그 시간을 즐겨야지 않겠습니까? 너무 나와 리우만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고.”
피터 브라운은 도경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얘기해 왔다.
“저는 두 분에 비하면 너무 재미없는 얘기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글쎄. 꽤 흥미로운 길을 걸어왔던데요.”
피터는 냅킨으로 입가를 훔치며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피터를 바라보았다.
피터 브라운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그런 얼굴을 할 것은 없습니다. 리우가 CNN과의 인터뷰에서 윤을 언급한 적이 있어서 따로 알아본 것뿐이니까요.”
도경은 놀라움과 감사함을 담은 표정으로 리우를 바라보았고, 리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미스터 윤과 같은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
“바로 나 피터 브라운이죠.”
피터 브라운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좋은 집에서 스테이크를 썰며 자란 사람이라고, 그저 가정환경이 좋아 잘됐을 거라고.”
피터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집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좋은 환경에서 살지 못했습니다.”
도경은 언젠가 피터 브라운의 회고록에서 그런 단락을 읽을 적이 있었다.
피터 브라운은 어릴 때 자신이 처했던 환경이 자랑이 아니라며 짧게 언급하고 지나가긴 했지만…….
“포크스턴 출신이시죠.”
도경이 반사적으로 그리 말하자 피터와 그의 부인은 놀란 얼굴을 지었다.
“아, 예전에 회고록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회고록을 내가 쓴 적이…… 아! 30년 전에 멋모르고 내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할 때 쓴 책이 회고록이란 이름으로 팔렸지.”
피터 브라운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책을 내고 나서 부끄러워서 개정판을 내자는 걸 만류하고, 1쇄에서 멈춘 거로 알고 있는데. 그 책을 읽었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한국에서?”
“네. 전국의 중고책방을 뒤져서 영어로 된 서적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기분은 정말…….”
도경은 그때의 기분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도경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감정이었을지 느낄 수 있었다.
“하하하. 맞습니다. 윤의 말대로 나는 조지아주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인 포크스턴 출신입니다. 마을 주민이 5천 명 정도였죠. 지금은 그 반으로 줄어버렸지만요.”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의 읍 단위의 마을에서 자란 피터 브라운이었다.
“아버지는 근처에 있는 야생동물 보호지역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보호지역에 있는 호텔에서 청소 일을 했습니다. 관광객들이 꽤 왔거든요.”
피터 브라운이 어디서도 하지 않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도경과 리우는 더욱 집중해서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일을 도왔습니다. 그 야생동물 보호지역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버지 혼자였거든요. 나는 아버지와 낡은 트럭을 타고 다니며, 아버지의 일을 도왔죠.”
“…….”
“아버지는 필요한 물건들을 사거나 했던 경비들을 주 정부에 올려야 했는데, 아버지는 그렇게 똑똑하지 못했습니다. 주 정부는 돈을 쉽게 내주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늘 손해를 봤죠. 그래서 숫자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피터 브라운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피터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안타깝다는 표정조차도 지으면 안 되는 순간 같았다.
“그리고 내가 영수증 처리를 도맡아 한 이후부터는 아버지는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피터 브라운은 검지를 곧게 펼치고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거기서 느꼈죠. 아! 결국 공부를 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구나. 열심히 공부하고 숫자를 가까이하면서 나는 세상에 눈을 떴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눈을 뜨게 만들어준 사람은 피터 브라운이었지만, 자신에게도 있었던 강력한 동기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월 스트리트로 향했습니다.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요.”
피터 브라운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흥미진진했다.
도경뿐만 아니라 리우도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잘나갔습니다. 나는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이었고, 또 공부도 매우 잘했기 때문에 친구들이 많았었거든요. 월스트리트에는 하버드 출신들이 많았고요.”
언젠가 피터 브라운이 하버드 수재 중에서도 선별된 인원들만 가입할 수 있는 파이 베타 카파 클럽 출신이라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 인생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사건이 터졌죠.”
“닷컴버블.”
도경과 리우의 입에서 똑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 시절 시장에 있었던 사람의 모든 것을 바꿀 만한 사건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미국을 비롯한 세계 등지에서 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며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미친 듯이 오르던 때였다.
하지만, 광기가 현실로 돌아오자 치솟았던 주가는 그대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여러 사람이 투자 실패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나는 그래도 당시에 투자를 책임질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화를 면했습니다만, 나의 가장 친했던 친구이자 상사가 목숨을 끊었죠.”
“…….”
자신이 구성한 펀드를 믿고 투자한 고객의 돈을 모두 잃었다는 것은 당시 펀드매니저들에게 어마어마한 죄책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이런 광기 가득한 투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실로 닷컴버블 이후 피터 브라운은 모두의 눈에 들어오는 활약을 많이 했다.
자신만의 투자 철학으로 높은 수익을 내고 그 투자 철학을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여러 강연에도 나갔다.
“지금은 그때와 달라졌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겁니다. 여전히 광기 가득한 투자가 횡행하니까요. 하지만.”
피터 브라운은 도경과 리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적어도 그 광기를 말리는 사람들은 그때보다 늘었습니다. 나는 내 역할이 그 정도였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피터 브라운은 도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윤과 같이 내가 해왔던 일들을 마무리해 줄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피터 브라운의 말에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물론 번역된 것을 보아서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지는 않았겠지만, 나와 비슷한 철학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제가 이 시장에 처음 들어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피터의 강연 덕분이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자리에 있는 모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린 저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강연이었거든요.”
“하하하, 이것 참. 부럽습니다. 피터. 이렇게 뛰어난 친구가 투자의 세계에 뛰어든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말해오는 것만큼 우리에게 영광이 있겠습니까?”
리우가 그리 말하자 피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감동이군요.”
“저도 감동이에요. 당신이 누군가에게 꿈을 열어준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거든요.”
피터 브라운의 부인마저 감동했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진심으로 피터를 존경합니다. 그리고 피터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매일 생각하고 있고요.”
도경은 자신의 우상을 만나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털어놓았다.
“피터와 함께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지만…… 피터가 뿌리내린 철학들에 대한 열매가 맺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내 생각보다 더 극찬인 말을 들어서 당황스럽네요.”
말로는 당황스럽다고 하면서도, 무언가 감격한 표정의 피터 브라운이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해줘서요. 내가 그래도 이 바닥에서 적어도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아니었구나 느끼게 해줘서요.”
“…….”
“그리고, 윤이 이야기했듯 이제 이 시장의 방향은 모두 젊은 친구들에게 달렸습니다. 나와 리우는 이제 뒤로 퇴장할 때도 됐고요.”
“아니, 나는 아직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리우는 웃으며 피터의 말에 반박했다.
“하지만, 피터의 말에는 동감합니다. 나도 이제 늙었는지 매일 아침 시장을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하하하, 자네도 멀쩡한 후계자가 있지 않나?”
“영 불안했는데. 최근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처리하는 일을 좀 줄일까 싶어요.”
리우는 그리 말하며 도경의 덕이라는 듯 도경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우리 둘이 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얹는 게 아닐까 하지만 윤은 해낼 겁니다.”
리우의 말에 피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보는 건 오늘 처음이지만,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리우에게 들어보면 훌륭한 친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리우와 윤을 초대한 것이고요.”
피터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 리우를 바라보았다.
이런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프라이즈.”
리우는 너스레를 떨었고, 도경은 피식 웃음이 터져 버렸다.
“두 분 말씀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물론 존경하는 분들께 이야기를 들으니 부담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중압감이야말로 지금까지 저를 키워왔다고 생각합니다.”
중압감은 도경에게 늘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다.
“두 분의 철학이 좀 더 널리 퍼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도경은 그 이후로도 피터 브라운과 리우 샤오라는 거물 투자자들에게 수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도경이 던지는 질문에 두 사람은 귀찮은 기색 없이 답하며, 몇몇 물음에는 진지하게 토론까지 해주었다.
“나는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제인에게 미안해서 이만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피터 브라운이 그리 말하자 리우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네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일어나야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피터를 따라 도경과 리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로 가십니까?”
“아프리카 쪽을 가 볼 예정이야.”
“나이지리아에 우리 파미르의 지사가 있습니다. 근방으로 가시면 말씀해 주세요. 안내하라고 하겠습니다.”
“그 친구들 투자하러 간 건데 나 같은 백수를 보조하겠다고 안내하면 안 되지. 마음만 고맙게 받겠네.”
피터는 그리 말하며 도경을 향해 명함을 하나 건넸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자주 연락하죠. 경제에 대한 걱정을 제일 많이 하는 것이 백수니까요.”
피터의 농담에 도경은 명함을 받아 들고는 자신의 명함도 건넸다.
“자주 연락드릴지도 모릅니다.”
“펀드에 가입하라는 연락만 아니면 환영하겠습니다.”
피터는 그리 말하며 도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피터의 손을 맞잡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피터와 맞잡은 손으로 무언가 커다란 기운이 넘어오는 걸 느낀 도경은 피터를 바라보았는데, 피터는 응원한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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