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7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70화(37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70화
“이사님.”
“아니, 연락도 안 드렸는데 어떻게 알았습니까?”
사흘 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나서던 도경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차선태를 보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차선태는 빠르게 도경의 곁으로 다가와 도경이 끌고 있던 캐리어를 빼앗듯 가져갔다.
“이사님께서 항공권을 끊으시면 그룹에 지결로 올라갑니다. 그룹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도경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차선태를 바라보았다.
“혹시 제가 법인카드를 쓸 때마다 보고가 된다든지.”
“아!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과 같이 항공권을 끊으시거나 갑작스레 일정을 변경하셨을 때 비서팀이 움직이기 좋도록 보고가 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거참…… 이제는 업무지원팀 팀장으로서 일하셔도 됩니다.”
도경의 말에 차선태는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애초에 신라로 온 이유도 이사님을 보좌하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제 소속은 비록 업무지원팀 팀장이지만, 맡은 직책은 윤도경 이사의 비서입니다.”
“고맙다고 해야 할지, 부담스럽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저 제가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차선태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두 대표님께서 기다리시니 빨리 갑시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차선태는 앞장서서 차가 세워진 곳까지 도경을 안내했다.
“서울에는 별일 없었죠?”
도경이 탄 차는 미끄러지듯 인천국제공항의 주차장을 빠져나갔는데, 도경은 앞에서 운전 중인 차선태를 향해 물었다.
“그룹에 있으며 여러 팀을 보았습니다.”
도경은 자신의 물음에 뜬금없는 답을 해오는 차선태를 룸미러를 통해 바라보았다.
“본사에 있으면 워낙 듣고 보는 게 많아서요. 그런데 신라의 전략투자부문은 전혀 처음 보는 모습을 하고 있는 팀입니다.”
“칭찬인 거죠?”
“물론입니다. 직원들 하나하나가 내가 윤도경의 팀원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고, 자신이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차선태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워낙에 말이 없는 차선태가 저리 말할 정도라면 자신이 없는 동안에 팀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관리자로서는 고맙네요.”
도경의 말에 차선태는 미소를 지으며 운전을 계속했다.
차는 빠르게 영종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향했고, 오랜만에 보는 한국의 정취에 취해 있을 때쯤 차는 유성투자증권의 본사 앞에 멈춰 섰다.
“얘기가 좀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신라는 가까우니 조금 걷겠습니다. 오랜만에 여의도를 걷고 싶기도 하고요. 양보해 주실 거죠?”
도경은 먼저 회사로 돌아가라는 듯 차선태를 향해 말했고, 차선태는 고개를 숙였다.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참, 이사님. 이거 챙겨왔습니다.”
차선태는 주머니에서 임시 출입증을 꺼내 도경에게 건넸다.
신라는 유성의 계열사였지만, 엄연히 다른 회사였다.
도경은 회사에서 발급받은 임시 출입증으로 보안 데스크를 통과했는데, 사무실에 두고 다녔었다.
차선태는 유능한 비서답게 이것을 챙겨온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여오는 차선태의 어깨를 한번 짚어주고는 빌딩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오는 유성투자증권의 모습은 자신이 본사에서 일을 할 때와 변함이 없었다.
바빠 보이는 직원들부터 잠깐이라도 여유를 찾으려는 듯 1층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까지.
“윤도경 이사님, 어서 오십시오.”
도경아 잠시 로비를 둘러보고 있을 때 보안팀 직원으로 보이는 직원이 다가와 도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까지 생겼다.
“대표님을 뵈러 왔습니다.”
“모시겠습니다.”
도경은 보안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유성투자증권의 대표실로 향했다.
“윤도경 이사님 어서 오십시오. 대표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도경이 대표실로 들어서자 대표 비서실 직원들이 도경을 반겨왔다.
이제는 어딜 가나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자 도경은 회사 내에서 행실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똑-
“윤도경 이사님께서 오셨습니다.”
비서실장이 그리 말하자 방 안에서는 모시라는 말이 들려왔고, 도경은 비서실장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는 대표실로 들어섰다.
“류태화 대표님, 서용원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대표실로 들어서자 유성과 신라의 두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도경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윤 이사 어서 오세요.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류태화가 반겨오자 도경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미국에서 오자마자 일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참 미안합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신라자산운용의 대표 서용원이 그리 얘기하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비행기에서 충분히 쉬었습니다.”
“좀 앉을까요?”
류태화가 앉으라는 듯 손짓을 하자 도경은 두 사람의 곁에 자리했다.
“미국에서 여러 고객을 유치했다는 보고를 서용원 대표에게 받았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윤 이사가 직접 가니 확실한 성과로 돌아오는군요.”
류태화는 흡족스럽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미국에서 더 할 일이 남은 것도 알고 있고, 우리도 윤 이사가 신라의 미국 진출을 좀 더 맡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최근 본사의 상황이 좋지 않아 급하게 한국으로 호출했습니다.”
도경은 한국으로 급하게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아 이곳에 와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한국에 와서 이야기하자고 해 급하게 들어왔는데, 류태화에게서 나오는 말은 꽤 심각한 일인 것 같았다.
“윤 이사도 알다시피 유성의 매출 60%는 IB(Investment bank, 투자은행)에서 발생합니다.”
모두가 유성투자증권 하면 강점으로 WM(개인자산관리)를 꼽았다. 실제로 유성은 다른 증권사들보다 개인자산관리 부문에서 월등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IB 부문이 다른 증권사들과 비등한 상황에서 WM 부문이 강점인 것이었지, 대부분 증권사의 수익은 IB 부문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다른 증권사들의 IB 부문 성장세가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유성은 제자리걸음 중이고요.”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예금과 대출을 해주는 등 여수신 업무를 하는 곳은 상업은행이라고 칭했다.
IB. 즉, 투자은행은 여수신 활동이 아닌 기업을 상대로 하는 업무를 주로 했는데, 기업이 장기자금을 조달하려고 발행하는 채권이나, 투자 자문, 부동산 관련 업무, 인수합병 그리고 기업의 주식시장 신규상장 등을 주 업무로 삼았다.
물론 기업을 상대하다 보니 수수료 수익이 어마어마했다.
증권사의 매출 대부분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특히 최근 태산과 선진은 개인자산관리 부문을 축소하고, 기업 금융 부문을 확대했습니다.”
도경도 언젠가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실제로 증권가의 분위기는 개인자산관리 부문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를 불신하고, 직접투자를 하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일선 지점들이 통폐합되는 추세였다.
“태산은 1분기 매출이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성장을 했고, 선진 또한 방향을 정하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류태화는 상황이 꽤 심각함을 도경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듯 이야기를 해오고 있었다.
“작년 태산의 IB 부문 매출 중 50%가 신규상장 수수료로 받았습니다. 알고 있겠죠?”
“네. 알고 있습니다.”
“선진 또한 근래 코스닥에 상장하는 벤처기업들을 모두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신규상장 주관 업무는 어마어마한 돈 놀이터였다.
한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를 희망 공모가라고 했는데, 이 희망 공모가에서 최상위 밴드에 위치한다면 흥행에 성공이나 다름없었다.
기업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증권사는 성공 인센티브 등 수수료 수익이 적게는 백억, 많게는 천억 원 단위를 받았다.
“주관사의 능력을 슬슬 기업들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고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주관사의 네트워크가 튼튼할수록 본인들의 가치를 적절하게 인정받을 수 있겠다라는 풍토가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근래에 워낙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하려다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상장을 철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주관사의 무능함을 탓해오고 있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그래서 윤 이사를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한 이유는 유성에 상장 주관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표정을 관리했다.
자신은 상장 작업을 담당하는 IB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 업무를 해본 적도 없었고.
“당황스럽습니다.”
도경은 두 대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IPO(기업공개)에 관해 잘 알지도 못하고, 해당 업무를 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것은 대표님들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를 부르셔서 그런 말씀을 하신다는 것은 특수한 상황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우리에게 주관사를 제안해 온 기업에서 조건을 달았습니다.”
“조건이라면…….”
“윤 이사를 IPO 작업에 투입해 달라는 말이었습니다. 왜 그런 제안을 해온 것인지는 저나 서용원 대표도 알 수 없습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해당 기업에서 왜 자신을 지목해 왔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아니, 한 가지라면 자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도경은 류태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해당 기업이 미국 시장으로 가려 하는 상황입니까?”
도경의 물음에 류태화는 그걸 알아차린 도경이 신기하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미국에서의 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네트워크요?”
“예전에 한창 공부를 할 때 논문 하나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IPO를 준비 중인 기업이 평판이 높거나 네트워크가 풍부한 IB를 주관사로 선정했을 때 높은 밴드의 공모가 유치에 성공했다는 논문입니다.”
“그런 논문이 있습니까?”
류태화와 서용원은 정말이지 도경은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인지 자신들로서는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네. 주관사의 평판과 네트워크가 IPO를 유치하는 기업에게는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통계 논문이었습니다. 아마도 해당 기업은…….”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제 미국에서의 네트워크가…… 정확히는 리우 샤오의 네트워크를 노리고 저를 지목한 것 같습니다.”
“흐음…….”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고민에 빠진 듯했다.
“리우 샤오의 네트워크가 필요해 우리에게 접근을 했다고 해도 그 네트워크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도경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건 우리의 비즈니스지 파미르의 비즈니스가 아니니까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두 대표는 서로를 바라보았고, 서용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류태화는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건은 반려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사에는 중요한 일인데 제가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 매우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도경의 사과를 해오자 류태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윤 이사의 말마따나 이건 우리의 일인데 파미르가 도와줄 연유가 없지요. 우리도 부탁할 명분이 없고요. 애초에 우리에게 올 건이 아니었던 겁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런데 해당 기업이 어디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류태화는 아차 싶었는지 서류를 한 장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이건 그쪽에서 보내온 제안서입니다. 윤 이사도 아주 잘 알 겁니다. 이온엔터테인먼트라고.”
류태화의 입에서 기업의 이름이 나오자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서류를 바라보았다.
* * *
“유성투자증권에서 IPO 주관 제의를 반려해 왔습니다.”
“뭐라고?”
이온엔터테인먼트 대표실.
이온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김동재는 부하 직원의 말에 놀란 듯 되물었다.
“유성투자증권에서…….”
“이유는?”
“이온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하고 싶지만, 귀사에서 원하는 것을 폐사(자신의 회사를 낮춰 부르는 말)에서는 진행할 수 없다고 말해왔습니다.”
뭔가 굉장히 뭉뚱그려 이유를 대왔지만, 김동재는 유성에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음, 그쪽에서 단단히 오해를 한 것 같은데.”
김동재는 그렇게 말하며 책상 위 중요한 곳에 모셔져 있는 명함을 꺼내 들었다.
“내가 직접 연락을 해볼 수밖에. 나가봐.”
김동재의 말에 부하 직원이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가자 김동재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명함에 적힌 번호를 눌렀다.
잠깐의 통화 연결음이 지나간 이후 수화기 너머에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김동재는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윤도경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이온엔터테인먼트 대표 김동재라고 합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7-3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