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7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76화(37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76화
“이번 일은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며칠 후, 이온엔터테인먼트 상장과 관련한 미국 일정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온 도경은 유성투자증권의 대표 류태화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상장 주관 수수료도 물론이거니와 처음 이온에서 우리에게 걸었던 희망공모가 최상단 인센티브까지 받았습니다.”
유성투자증권은 이번 거래로 이온엔터테인먼트에게 상장 주관 수수료는 물론이거니와 계약상 걸었던 조건을 달성한 성공 보수까지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다.
“먼저 복귀한 직원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났다고요.”
류태화는 대견하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네. 일은 고되었지만, 돌이켜 보면 제게는 엄청난 기회였습니다.”
처음 도경이 이 일을 맡기로 했을 때는 그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또 어려웠던 회사를 위해, 더 나아가 이온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김동재의 의지에 반해 일을 맡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도경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엄청난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마음가짐이요?”
“너무 아등바등 저 혼자서 다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의 모두가 도경의 업무량을 걱정하곤 했으니까.
업무량뿐만 아니라 도경은 모든 일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려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곤 해 옆에서 지켜보기 힘들었다.
“말로는 직원들을 믿는다고 했지만, 어쩌면 저는 직원들을 믿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뛰어난 플레이어들은 흔히 가지는 생각입니다. 윤 이사보다 업계에 먼저 들어온 선배로서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류태화는 그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도경에게 해주고 싶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매번 앞으로 나갔고, 자신을 막는 장애물들을 부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곳에서 장애물을 넘지 못했습니다.”
“…….”
“지쳤던 거죠. 뒤를 돌아보았을 때 팀원들은 자신을 따라오지 못해 밑에서 버둥거리고 있었고요.”
흔히 업계에 나오는 스페셜리스트들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이유였다.
가장 중요한 고지 앞에 그동안 넘어왔던 장애물들보다 더 큰 장애물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전심전력으로 장애물들을 격파해 오며 힘이 빠져 버려 가장 중요한 것을 넘지 못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힘을 주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는 겁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류태화의 말에 집중했다.
“윤 이사가 만든 팀은 윤 이사의 생각보다 훌륭합니다. 당장 그들을 월가에 데려다 놔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요. 좀 더 팀원들을 믿고 회사를 믿으세요. 회사를 믿지 못하겠거든 나를 믿어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됩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조금 실패해도 팀원들이 수습해 줄 수 있다는 걸 이번 일을 통해 배웠고요.”
도경은 자신이 주도하던 브리핑 자료 작업을 팀원들과 함께 작성했고, 모든 팀원의 의견을 조율해 만든 브리핑 자료로 피터 브라운을 설득해 냈다.
그 과정에서 도경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그것이 내면적인 성장이라면, 외부적으로는 수많은 네트워크를 쌓았습니다.”
“그렇겠죠. 그렇게 많은 투자 브리핑을 하고 다녔다면, 실무자들과 안면을 텄을 테니까요.”
류태화의 말대로 도경은 거대 투자은행들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과 안면을 익혔고, 많은 것을 교환했다.
훗날 이번 일로 구축한 네트워크는 도경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더불어 회사의 성장까지 했으니 이번 일로 저는 잃은 것은 없고 얻은 것만 있는 아주 보람찬 일이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 많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올해도 윤 이사가 회사에서 가장 많은 성과급을 가져가지 않을까 하네요. 그래도, 이거.”
류태화는 소파 옆 협탁 서랍을 열어 흰 봉투를 꺼내 도경에게 건넸다.
“이거는 내가 주는 금일봉입니다.”
“대표님…….”
도경은 부담이라는 얼굴로 류태화를 바라보았는데 류태화는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는 표정이었다.
“나는 지금 내 위치가 너무 좋습니다.”
“…….”
“가끔 생각합니다. 내가 만약에 아직도 성남지점의 지점장으로 있고, 윤 이사가 아직 거기서 업무를 하고 있다면, 나는 윤 이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류태화는 도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더군요.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열심히 하는 유능한 친구에게 무언가를 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게.”
“…….”
“그래서 나는 지금 위치가, 내 자리가 너무 좋습니다. 예쁜 놈한테 떡 하나라도 더 줄 수 있어서요.”
“이미 많은 것들을 제게 주셨습니다. 그런 생각은…….”
“더 많은 것들을 주고 싶습니다. 윤 이사가 한 일들은 더 많은 것들을 받아도 됩니다. 보상에 익숙해지세요. 그리고 윤 이사가 더 높은 위치에 갔을 때 아래 직원들에게 보상에 인색해지지 말고요. 그러라고 주는 겁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봉투를 받아 들었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다시 미국으로 갑니까?”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회사가 합병 전까지는 신라의 규모를 키우는 게 회사를 위해서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더 큰 프로젝트들을 노릴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언제 가나요?”
“이번 주는 휴가를 냈습니다. 주변을 챙겨야 할 것 같아서요. 휴가도 보내고 다음 주 중으로 갈 것 같습니다.”
“가기 전에 식사라도 하고 갑시다.”
“네. 꼭 찾아뵙겠습니다.”
도경의 답에 류태화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도경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 많았습니다. 푹 쉬고, 더 열심히 해봅시다.”
류태화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자 도경은 그가 내민 손을 맞잡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 * *
“어서 와.”
그날 저녁, 도경은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찾는 사람도 많았고, 찾아뵙고 인사해야 할 사람도 많았다.
그룹의 회장인 한태오와의 저녁 약속을 위해 그의 자택인 운월당으로 나와 있었다.
자신을 맞이해 오는 한태오를 향해 도경은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그래, 아주 오랜만이지!”
한태오는 화가 난 듯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은 난감한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음은 자주 찾아뵈어야지 먹으면서도, 일에 치여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다현이에게 들으니 내 재산을 불리느라 바쁘니 참으라고 했다며?”
“네?”
도경은 우리끼리 하는 농담이라 생각하고 한다현에게 말을 했는데, 한다현은 그것을 바로 전한 것 같았다.
“아, 그건 다현 씨…… 아니, 한다현 본부장과 농담을 주고받은…….”
도경이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한태오는 피식하고 웃었다.
“들어와. 보리굴비 실한 놈 들어와 있으니까.”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고, 도경은 그를 따랐다.
“호텔의 한식 주방장에게 미운 놈이 오니 한 상 차려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차려줬어.”
식탁 위에는 한정식이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아마 임금님 수라상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각각의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있었다.
“미운 놈 준다고 했는데 어찌나 부지런한지 아침부터 전남까지 내려가 보리굴비를 사왔더라고.”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자리에 앉았고, 도경을 향해 앉으라는 듯 손짓을 했다.
자리에 앉은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께서 그리 말씀하시지만, 예쁜 놈 주기 위했다고 말씀하신 거 알고 있습니다.”
“무당 흉내를 내는구먼.”
“감사합니다. 미국에 오래 있다 보니 우리 음식이 그리웠는데, 회장님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배불리 먹고 갈 수 있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자리를 잡았다.
미국에 오래 있어서 그저 한정식이 그립지 않을까 해서 신경 써서 준비시켰는데 도경이 그 수고를 알아주니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돌아왔다.
“자네의 그 요사스러운 입은 참…….”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자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앉은 도경은 하나를 주면 두 개를 주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묘한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었다.
“들지.”
일단 밥부터 먹여야겠다고 생각한 한태오는 숟가락을 들어 올렸고, 도경은 한태오와 맛있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번에도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지?”
식사 도중 한태오는 여러 가지를 도경에게 물어왔다.
“네. 유성투자증권의 류태화, 신라자산운용의 서용원 대표께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어디 그놈들 덕분이야? 자네 덕분이지.”
도경이 손을 저으며 입을 열려 하자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두 대표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하라고 알려두었으니까. 자네에 관해 얘기하자고.”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이번엔 피터 브라운이라고?”
“네. 피터 브라운과의 안면이 있었는데, 저를 좋게 봐준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우리 유성에게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시선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대단하구먼, 리우 샤오도 모자라 피터 브라운까지 구워삶다니.”
하지만, 한태오는 이해할 수 있었다.
도경은 그런 힘을 가진 인물이었다. 어찌 보면 투자를 떠나 한 회사를 이끌 재목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우라를 도경은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겸손하고, 늘 성실함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진 사람에게만 있을 수 있는 기운이었다.
“고생했어. 자네 말대로 덕분에 내 재산이 늘어났으니 나는 자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나?”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주지 않으셨습니까? 저희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집에 초대해 밥을 내어주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선물을 하는 사람이라고요. 두고두고 보답하라고.”
“하하하, 어머니께서 참 혜안이 있으시구먼.”
한태오는 크게 웃다가 이내 진지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다현이는 어떤가?”
“훌륭했습니다. 이번 일에서 한다현 본부장의…….”
“아니, 이 친구야.”
한태오가 말을 끊어오자 도경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다현이를 언제까지 동료로만 생각할 거냐는 말이야. 다른 부분에서는 똑똑한 친구가 왜 이런 쪽으로는 맹해?”
“무슨 말씀인지…….”
“그 아이, 나와 부녀의 정을 인제야 나누고 있어. 그런데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일을 해왔고 푸념하기보다는 늘 자네 얘기뿐이야.”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당황스러웠다.
“자네에게 다현이는 별 매력이 없는가?”
한태오의 물음에 도경은 손을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똑똑하고 유능하며 맡은 일은 다 해내는 한다현 본부장을 보며 존경스럽게 생각하고도 있고요. 하지만, 회장님.”
도경은 진지한 얼굴로 한태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직 저와 한다현 본부장 간에는 감정을 나눌 기회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더 걸릴지도 모르겠지요.”
“…….”
“송구스러운 말씀이나 저는 지금의 제가 좋습니다. 좀 더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한태오는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다.
“후에 제가 제 욕심을 다 이루었을 때도, 제게 기회가 있다면 그때 한다현 본부장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그때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제가 욕심을 부린 대가니 제가 감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도경은 자신이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이 이기적인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더 높은 곳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가기에도 바빴다.
“괜히 어설프게 한다현 본부장에게 실례를 했다가, 서로의 감정이 상하는 것은 저는 원치 않습니다.”
“확고하구먼.”
“그렇습니다. 회장님께는 큰 죄를 지은 기분입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아니라는 대답을 해올 거란 걸 알고 있었어. 자네를 보면 앞으로 가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보이거든.”
“…….”
“다현이가 많이 힘들어할 수도 있겠다 싶어 아비로서는 마음이 좋지 않지만, 그마저도 그 아이가 자신의 선택을 감내해야 하지 않겠나?”
도경은 할 말이 없었다.
“아직은 아니라는 자네의 말, 나만 알고 있겠네. 하지만, 자네의 말처럼 훗날 모든 것을 다 이루고도 기회가 있거든 나와 가족의 연을 맺어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한태오는 도경이 욕심이 났다.
어쩌면, 자신의 딸인 한다현도 도경에게는 별 감정을 느끼지 않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저 욕심이 나 떠보았던 것인데 오히려 도경이 더더욱 탐이 나기 시작했다.
“하하하, 놀란 얼굴이네.”
“회장님께서 저를 그만큼 좋게 봐주고 계신다는 것이니 놀랄 수밖에요.”
“어쨌든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함세. 예쁜 놈 고생했다고 밥 먹이러 불러서 별 이야기를 다 하고 있구먼. 식사하지.”
한태오가 그리 말하며 식사를 이어나가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숟가락을 들어 올렸다.
“찬물에 말아서 보리굴비 얹어서 푹푹 퍼먹어.”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그가 시키는 대로 크게 한술 떠 입에 넣었고, 한태오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드는 듯 껄껄거리며 웃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8-0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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